[롤챔스 결산①] '역시 SKT'! 기적 같았던 SKT의 섬머 우승 이야기

게임뉴스 | 양동학 기자 | 댓글: 25개 |
2019 롤챔스 섬머는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시즌이었다. 상위권 팀들 간의 승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으며, 정규 시즌 마지막 세트가 끝날 때 까지 포스트시즌의 향방을 알기 어려웠다. 특히 시즌 초반 연패를 기록하며 최악의 분위기로 시즌을 출발한 SKT T1(이하 SKT)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고, 나아가 우승을 차지하리란 것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모든 롤챔스 경기가 막을 내린 지금. 기적 같은 역전극을 이뤄낸 SKT의 섬머 시즌을 돌아본다.



▲ 올 여름, 기적을 만들어낸 SKT T1!


SKT는 지난 스프링 시즌, 대규모 리빌딩을 감행하며 변혁을 도모했다. 많은 팀원이 바뀌었으며, 이에 따라 많은 기대와 불안이 공존했다. 하지만 SKT는 역시 SKT였다고 해야 할까. 오랜 게임단 운영의 노하우와 계획된 영입이 맞물린 결과, 최종적으로 SKT는 스프링 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명가 재건에 성공했다.

이어진 섬머 시즌, SKT는 미드 라인에 '고리' 김태우를 로스터에 등록하는 것 외에는 큰 변화 없는 모습으로 대회에 임했다. 스프링 시즌 우승, 섬머 시즌 전에 먼저 진행된 MSI에서는 준결승 진출에 성공한 SKT의 로스터는 분명 평균 이상의 성적을 기대할만했다.



▲ 스프링 시즌 우승! 기대를 걸기 충분했던 SKT의 로스터


그러나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시즌 초반부터 SKT의 성적이 패배로 붉게 물들었다. 첫 경기, 진에어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이어진 아프리카, 킹존, 샌드박스, 담원, 그리핀 전에선 연이어 패배하며 5연패를 기록했다. 연패를 이어가는 SKT에게선 지난 시즌 우승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연패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시즌 초반 SKT가 못했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전성기에 비해 무너진 폼을 보여줬고, 지난 시즌 게임 캐리의 핵이었던 '테디'와 '클리드' 역시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와 동시에 SKT의 메타와 밴픽에 대한 해석도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SKT는 '하루', '에포트', '고리'를 교체 출전시키는 등 변화를 시도했지만 해당 경기에선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 캐리 라인도 침묵... 5연패로 부진의 늪에 빠진 SKT


SKT가 반등의 계기를 잡은 것은 1라운드 후반 kt전부터다. 통신사 대전이 성립되었지만 양 팀 모두 이번 시즌 성적이 좋지 못했다. SKT는 1승 5패, 5연패를 기록하며 최악의 슬럼프에 빠져있었고, kt 역시 승수는 1승 많은 2승 4패였지만 결코 좋은 성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순위 반등을 위해, 팀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도 피할 수 없는 일전. 여기서 웃은 것은 SKT였다. SKT는 kt와의 대전에서 값진 승리와 함께 많은 것을 얻었다. 먼저 '페이커'는 kt 전에서 올 시즌 첫 미드 '니코'를 선보였다. '니코'는 1, 2세트 모두 등장하여 게임을 캐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후 '아지르'와 함께 '페이커'의 핵심 카드가 되어 팀 승리의 한 축이 되었다.

바텀 역시 '테디'가 '바루스'를 1, 2세트 연속 사용하여 승리에 기여했다. 이 또한 올 시즌 들어 처음 사용한 카드로, 이후 SKT의 높은 승률을 책임진 챔피언이다. 서포터는 1세트 '마타', 2세트에는 '에포트'가 출전하여 '테디'를 보좌했다. 이번 시즌 들어 다소 폼이 하락한 '마타'는 물론, 교체 맴버였던 '에포트'도 좋은 활약으로 승을 챙기며 SKT의 전략의 폭을 넓혔다.

▲ 통신사 대전 승리로 분위기 바꾼 SKT (영상 출처: LCK 공식 유튜브 채널)


시즌 도중 진행된 리프트 라이벌즈는 어떤 의미론 SKT에게 또 다른 시련이었다. kt전 이후 젠지에게도 승리를 챙긴 SKT에게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되는 리프트 라이벌즈는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었다. 시즌 초반 연패를 기록한 SKT에겐 경기력이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했다.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총 세 번의 경기를 치른 SKT는 2승 1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룹 스테이지에선 비록 IG에게 1패를 기록하긴 했지만, 경기력을 회복한 SKT는 결승전 2세트에 출전하여 Top Esports를 상대로 깔끔한 승리를 가져와 LCK의 3:1 승리에 공헌했다.

일정상 어려움도 있는 대회였지만, 결과적으로 SKT는 여기서도 귀중한 경험을 얻은 셈이다. 해외 메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었던데다, '아지르'나 이제막 사용을 시작한 미드 '니코' 같은 카드를 큰 대회에서 검증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회복된 경기력을 증명! (영상 출처: LCK 공식 유튜브 채널)


통신사전 승리와 리프트 라이벌즈 이후 SKT는 시즌 초반 5연패가 거짓말이었던것처럼 연승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kt전 승리부터 아프리카까지 SKT는 9연승을 달성에 성공했다. 팀에 잘 맞아 떨어지는 챔피언을 찾아낸 것과 적절한 주전 교체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SKT 선수들은 완전히 기세를 되찾았다. '칸'은 이번 시즌 강캐로 평가 받는 '아트록스'를 중심으로 라인전을 잘 풀어나갔으며, '클리드'도 지난 시즌 보여줬던 완성형 정글러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클리드'는 보인의 시그니처 픽인 '리 신'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정글 1티어 픽인 '세주아니-자르반4세' 역시 능수능란하게 다뤘다.

'페이커'는 시즌 중반부터 '니코', '아지르' 두 챔피언을 중심으로 활약했다. '페이커'는 이번 정규 시즌 두 챔피언을 합쳐 13회 사용, 13회 승리하여 승률 100%를 기록했다. '페이커'의 상징인 '르블랑' 역시 종종 등장했으며 마찬가지로 2전 2승, 승률 100%를 기록했다.



▲ 이번 정규 시즌 '페이커'의 필승 카드로 활약한 '니코-아지르'


팀이 안정되자 SKT의 바텀 라인도 안정적인 대미지를 뽑아냈다. 새로 투입된 '에포트'의 보조에 힘입어 '테디'는 어렵지 않게 골드를 벌어들이고 성장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평균 이상의 대미지(원딜 평균 DMP 4위)를 꾸준히 넣을 수 있었다. 특히 테디는 평균 데스가 1.1로, 원딜 가운데 가장 적게 죽은 선수 중 하나였다.

이번 시즌 폼 저하가 뚜렷해 보였던 '마타'를 대신해 투입된 '에포트' 이상호가 제 역할을 해준 것도 좋았다. '에포트'는 '브라움-탐 켄치-라칸'처럼 하드 CC와 아군 보조에 뛰어난 챔피언을 주로 사용했으며, 새롭게 구성된 '테디-에포트' 바텀 라인은 SKT의 기세를 더했다.



▲ 믿음직하게 SKT를 받쳐준 '에포트' 이상호


연승을 쌓아 한때 2위까지 올라갔던 SKT는 한화생명과 담원에게 패배하며 11승 7패, 4위의 성적으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시즌 초반 5연패를 당했던 팀이 어느새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초반 많은 패배를 당한 덕분에 와일드카드부터 시작해야 하는 SKT에게 결승까지 험난한 길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곧 무의미해졌다. 오랜 경험 덕분일까? 포스트시즌은 SKT의 독무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SKT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왜 SKT가 중요한 경기에 강하고, 다전제에 강하다고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먼저 와일드카드전에서 아프리카를 상대로 2:1 승리를 따낸 SKT는 이어진 샌드박스와 담원과의 플레이오프 1R, 2R 경기에서 각각 3:0 압승을 거뒀다. 샌드박스와 담원은 세트별 상황으로는 치열한 전투 구도도 만들어냈지만, 결과적으로 한 번 무너진 분위기를 다잡지 못하고 종반에는 SKT에게 끌려가는 모양새로 경기가 마무리 되었다.

▲ 이것이 '경험' 차이! SKT, 담원까지 물리치고 결승으로 (영상 출처: LCK 공식 유튜브 채널)


마지막 결승전. 시즌 초반 연패를 기록했던 것이 분명한 SKT는 어느새 당당한 디펜딩 챔피언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SKT는 다시 한번 왕좌를 차지하길 원했고, 그리핀은 자신들의 명성에 걸맞은 우승자 타이틀을 바랐다. 양팀의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결승 경기가 시작됐다.

SKT가 밴픽의 강점을 잘 살렸다. 1세트 '엘리스'를 뽑은 SKT의 '클리드'는 초반부터 공격적인 갱킹을 성공시키며 SKT에게 무난한 경기 흐름을 만들어 손쉽게 승리를 챙겼다. 2세트에서는 역으로 그리핀의 '타잔'이 '엘리스'를 뽑았다. SKT는 '세주아니'를 챙기며 1세트와 반대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리핀의 '엘리스'는 황금 시간대인 초반에 침묵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해진 SKT가 자연스럽게 승리를 챙겼다.

3세트에서 그리핀이 공격력이 돌출된 조합으로 승리를 따냈지만, 거기까지였다. 마지막 4세트에선 SKT가 다시 한번 압도적인 차이로 그리핀을 눌렀다. 특히 바텀 캐리 '테디'는 결승전에서 1데스도 기록하지 않으면서 완벽한 안정감을 보여줬다. SKT가 4세트 연속으로 사용한 '아칼리'도 독특했다. 많은 너프 이후로 선호되지 않던 '아칼리'는 결승전 경기에서 탑-미드로 변칙 기용됐으며, 밴도 당하지 않고 결승전 승리에 기여했다.

▲ 와일드카드에서 시작해 다시 한번 우승 차지하는 SKT (영상 출처: LCK 공식 유튜브 채널)


시즌 초반부터 5연패, 9위에 내려앉았던 팀이 최종적으로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SKT의 이번 시즌 우승은 기적에 가까운 업적이다. 이로써 SKT는 총 8회라는 어마어마한 우승 기록을 갱신 했으며, 다시 한번 2연속 우승팀이 되었다. 또한, 와일드카드에서 시작한 최초의 우승팀이라는 진귀한 기록도 얻었다.

'기적'이라는 표현 때문에 간과하기 쉽지만, SKT의 이번 우승은 그동안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바탕이 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패로 팀이 흔들릴 때, SKT는 잘못된 선택을 바로 잡을 수 있는 플랜이 있었고, 폼이 떨어진 선수를 대신할 선수도 미리 갖춰두고 있었다.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다'. 너무나도 유명해진 SKT 김정균 감독의 말이 떠오른다. SKT는 그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그럴만한 무언가를 항상 준비하고 있는 팀이다. 이번 시즌 SKT가 보여준 무시무시한 저력을 돌이켜 보며, 곧 펼쳐질 롤드컵에서 그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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