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트라이더 터줏대감 정준 해설이 바라본 결승, 한화생명 VS 샌드박스

인터뷰 | 김홍제, 유희은 기자 | 댓글: 2개 |




오는 9일 오후 6시부터 서울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2019 kt 5G 멀티뷰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2 결승전이 펼쳐집니다. 이번 시즌부터는 기업에서 정식으로 창단한 팀들도 많아 기존과 달리 선수들의 연습 환경이나 경기력에 있어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데요, 현재 카트라이더에서 가장 라이벌로 손꼽히는 문호준과 박인수가 소속되어 있는 한화생명e스포츠와 샌드박스 게이밍이 맞붙습니다.

카트라이더 결승은 항상 흥행이 보증된 수표이기도 했죠.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카트라이더. 팀전과 개인전 모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한 대결들이 펼쳐졌습니다. 아마 이번 결승도 문호준과 박인수의 에이스 결정전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으실 거고요.

4강에서는 한화생명e스포츠가 전승을 거두며 먼저 결승에 안착했지만, 결승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순 없습니다. 지난 결승에서는 샌드박스의 전신이었던 세이비어스가 승리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두 팀의 승부를 예측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카트라이더만 10년 넘게 이어온 정준 해설위원은 이번 결승전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한 번 들어보시죠.


Q. 오랜만입니다. 카트라이더 중계로 바쁘게 지내고 계실 것 같은데, 요즘 어떠신가요?

카트라이더 리그 외에 KRKPL 왕자영요 프로리그도 함께 중계하며 바쁘게 보내고 있답니다.


Q. 넥슨 게임 리그에서 주로 보다가 AOS 장르인 왕자영요는 좀 생소한데요, 평소 AOS 게임을 즐겨하셨나요?

AOS 장르를 많이 해보지 않았어요. 과거 카오스를 조금 해본 정도? 이번에 왕자영요 제의를 받으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왕자영요 리그가 주 4회 진행해서 굉장히 일정이 많고, 해설위원도 4명이나 되죠. 모바일이라 접근성도 좋고, 한타할 때 생각보다 화끈해서 놀랐어요. 한국에서는 아직 정식 출시가 되진 않았지만 나름 매니아층이 확실히 있긴 해요. 중국에서 인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Q. 이제 본격적으로 카트 이야기를 해보죠. 기업들의 후원을 받는 팀들이 많아진 첫 리그였어요. 기존과 크게 달라졌다고 느낀 점이 있나요?

이번 시즌은 아니고, 올해부터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특히 작년 겨울부터 카트라이더의 역주행(?) 붐이 생기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졌어요. 올해 들어 인 게임 아이템도 새롭게 만들고, 넥슨에서도 후원이 많아졌거든요. 작년 이전까진 사실 선수들이 항상 '다음 시즌은 언제?'라는 물음이 항상 따라다녔어요.

그런데 이제는 진짜 프로가 됐죠. 카트 인기가 다시 많아진 계기가 여럿 있겠지만, 일단 게임 운영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개인 방송을 통한 유입, 게임의 보는 맛이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데 재밌어요. 팬 자체가 많아지니까 자연스럽게 선수나 팀 팬덤도 생기더라고요.


Q. 이번 시즌은 유독 신인들의 활약이 눈부신 것 같아요.

시스템의 체계화가 되면서 선수들의 성장이 빠르게 되는 것 같아요. 연습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니까요. 체계적으로 잡혀 있는 스크림 시스템, 연습 시간, 생활 패턴 등 진짜 프로게임단이 된 거죠. 이번 시즌 가장 주목받는 신예들 중 한화생명e스포츠의 배성빈, 박도현 선수가 있는데, 이들은 스피드전은 문호준, 아이템전은 이은택에게 배울 수 있어요. 이보다 좋은 환경이 없죠.

샌드박스의 경우 감독이나 코치는 없지만, 팀원끼리 호흡이나 팀적인 시너지가 정말 좋은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허물없이 지내는 것 같은 인상을 많이 받은 팀이에요. 그래서 박현수 선수도 금방 적응한 것 같고요. 그런데 사실 카트라이더뿐만 아니라 모든 게임이 마찬가지일 수 있는데, 타고나는 게 정말 중요해요. 재능, 순발력은 사실 노력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리고 더불어 마인드도요. 경기를 하다 보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는데 그때 어떤 마인드로 임하느냐, 승부사 본능이라고도 하죠.


Q. 그럼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는 누구인가요?

신예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샌드박스 유창현 선수를 뽑고 싶어요. 아이템전과 스피드전의 밸런스도 좋고, 스타성도 있는 선수예요. 그리고 또 한 명은 이재혁 선수요. 개인 기량은 S급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하나 아쉬운 점이 결정적인 순간에 배짱이 부족하다는 거? 지난주 개인전에서 5연속 1위를 차지하는 걸 보고 정말 놀랐어요.





Q. 샌드박스와 한화생명의 결승,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기본적으로 굉장한 박빙 승부가 예상됩니다. 사실 누가 이기든 에이스 결정전까지는 꼭 갔으면 하는 바람이고요(웃음). 4강에서 두 팀이 붙었을 때는 첫 경기에 샌드박스가 무너져서 아이템전까지 영향을 끼쳐 패배했다고 봐요. 샌드박스는 선수마다 확실한 포지션이 정해져 있지 않고, 상황에 맞게 멀티 포지션으로 바꾸는 편인데, 그 경기를 패배한 뒤 뭔가 트랙별로 확실한 역할을 정해놓은 느낌이더라고요.

특히 유창현의 경우 트랙 별로 공격 포인트를 잡아놨어요. 지난 아프리카 프릭스와 대결에서 그런 게 확실히 보였거든요. 팀전에 있어 1, 2등을 해야 하는지, 2등부터 4등을 모두 차지해야 하는지 등등 상황 판단이 좋아요. 한화생명의 경우에는 배성빈, 문호준은 워낙 잘하고, 박도현이 잘하긴 하지만, 얼마나 더 해줄 수 있을지가 궁금해요. 이 선수의 장점은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팀플레이를 할 줄 아는 선수거든요.

아이템전은 확실히 한화생명이 조금 유리해 보여요. 그 이유는 당연히 이은택의 존재겠죠. 아이템전에서 이은택은 최강이에요. 적수가 없어요. 스피드전이 끝나고 아이템전으로 넘어갈 때 화면에 이은택 선수가 잡히면 '아 끝났구나' 느낌이랄까요?

물론 아이템전에는 강석인이라는 일가견이 있는 선수가 있지만, 약간 스타일이 달라요. 강석인은 개인 기량이 정말 뛰어난 느낌이고, 이은택은 지휘관이라고 할까요. 축구로 치면 강석인은 골을 잘 넣는 선수고, 이은택은 지휘하는 감독이죠.

한화생명 선수들은 이은택에게 자신이 어떤 상황이고, 무슨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지만 알려주면 이은택은 그걸 바탕으로 오더를 내려요. 그리고 그 오더에 따라 플레이만 하면 이기는 느낌이죠. 샌드박스도 분명 아이템전을 잘하긴 하지만, 상대 러너를 공격해서 우리 러너가 빠르게 치고 가는 전략을 자주 보여주는데, 그게 실패하면 힘이 좀 빠지는 느낌이 있네요.


Q. 이번에는 개인전 이야기를 해보죠.

강팀이 아니라도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는 정말 많아요. 그런데 정말 예측이 힘든 게 뭐냐면 지난 최종전에서 전대웅 선수가 탈락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카트라이더 TMI는 연동 사이트가 있는데, 선수들이 주행하면 주행에 관한 지표가 계산되는 사이트거든요. 카트 바디별, 해당 선수가 벽에 몇 번이나 부딪혔는지, 부스터는 몇 번 사용하는지 등등 데이트가 있는데, 그걸 지난주 선수들로 1등 할 확률로 수없이 돌렸을 때 전대웅 선수가 가장 높게 나왔거든요? 그런데 허무하게 탈락했죠. 이런 게 또 카트의 보는 맛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문호준은 당연히 잘할 것 같아요. 결승전에서는 초반에 포인트를 잘 쌓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초반에 하위권을 맴돌다 보면 마음이 급해지고, 무리하다가 주변까지 사고를 유발하는 변수가 생겨요.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문호준과 박인수, 그리고 이를 갈고 있는 유영혁 선수가 아무래도 가장 기대되죠.


Q. 혹시 탈락한 팀이나 선수 중 아쉬움이 남는 선수가 있을까요?

당연히 전대웅이죠. 속상할 정도예요. 지난 시즌에 나오지 않았고, 오랜만에 복귀했는데 정말 단단해져서 돌아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사고 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개인전 최종전에서 맥없이 탈락해서 아쉽더라고요.

팀으로는 아프리카 프릭스와 락스 랩터스도 아쉬워요. 어떻게 보면 한화생명e스포츠와 샌드박스 게이밍이 정말 대단하다는 말이기도 하죠. 결정적으로 팀원끼리 호흡이나 배짱 싸움이 뛰어난 팀들이에요.






Q. 그럼 카트 리그에서 조금 더 개선되거나 변화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팀전의 경우 4:4 대결이 고정인데, 개인적으로 2:2나 3:3도 같이 진행하면 어떨까 해요. 에이스 결정전 1:1이 도입되기 이전에도 정말 오래전부터 이걸 주장했었거든요. 뭐든 시도해보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아이템전도 마찬가지고요. 정규 시즌에 바로 도입이 힘들면 이벤트전에서라도 말이죠. 그리고 글로벌 슈퍼 매치를 1년에 한 번쯤이라도 뭔가 정기적인 교류가 꾸준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카트라이더 리그 중계만 10년이 넘었어요. 정말 홀로 계속 버텼습니다. 김대겸 해설이 군대 갔던 시절도 있고, 캐스터가 바뀔 때, 여러 우여곡절이 많을 때도 외롭게 버티고 있었어요(웃음). 그때마다 선수들은 항상 시즌 막바지가 되면 '다음 시즌 언제 해요?' 이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고, 제작진조차도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태반이었어요.

얼마 전 카트라이더 쇼케이스에서 내년에 1월 4일 다음 시즌 발표, 그리고 년 2회 개최를 속 시원히 말해주셔서 정말 기뻤어요. 전부 팬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고, 토요일 결승전에 많은 팬들이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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