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 읽어주는 남자] 망할 보라색 요들

기획기사 | 박범 기자 | 댓글: 30개 |



9월 30일 적용된 10.20 패치도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조만간 10.21 패치가 라이브 서버에 적용된다. 올해 열리는 공식 대회 중 마지막 단계인 롤드컵이 10.19로 진행 중이라 평소보다 관심이 덜할 순 있겠지만, 10.20 패치에도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번 10.20 패치 내용과 그 결과물을 보고 있자니 기본 스탯 관련 너프와 버프에 대한 의구심이 또 들었다. 어떤 챔피언들은 기본 공격력이나 기본 이동속도를 조금만 올려줘도 곧장 OP가 되는가 하면, 이번처럼 방어력/마법 저항력 너프에도 굳건한 챔피언들도 있었다. 기본 스탯이란 영역은 참 오묘하고 복잡한 것 같다.

그리고 탑과 미드, 서포터에서 잔뜩 힘을 냈던 룰루는 10.20 패치 너프에도 굴하지 않고 굳건하다. 땀내 나는 싸움터인 탑 라인에 망할 보라색 요들이 올라와서 활개를 치는 건 용납할 수 없는데. 라이엇게임즈는 즉각 저 요들을 반으로 접어버려야 한다.




궁극기에 달려있는 체력 회복 효과 버프를 받은 아트록스가 탑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아트록스 골수 유저인 기자가 봐도 이번 상향은 모호했다. 현재 아트록스의 단점은 라인 클리어 능력이 부족한 것과 정복자 룬 너프로 인한 간접 너프에 있다. 그걸 조정해주지 않으면 아트록스는 계속 지금의 모습일거다. 또한, 현재 탑 라인에서 큰 존재감을 보이는 룰루와 피오라, 쉔, 카밀에게 모두 밀리는 추세다. 그나마 미드 아트록스의 승률이 눈에 띄게 오른 점은 색다른 포인트다. 픽률은 기존과 거의 같다.




라인전에서 조금이라도 능동적으로 움직이라는 느낌의 Q스킬 버프를 받았던 브라움은 눈에 띄는 승률 상승을 겪었다. 약 2.3%나 승률이 올랐다. 상대가 근접형 서포터라면 브라움은 예전부터 꽤 매력적인 챔피언이었고 이번 버프로 그 효율이 더 올랐다. 브라움은 태생상 Q스킬 버프에도 여전히 수동적인 챔피언이다. 그래도 승률이 많이 올랐으니 충분히 랭크 게임 주력 카드로 삼을 챔피언이 됐다.




촉수 생성 시간이 줄어든 일라오이의 승률이 1% 가량 올랐다. 일라오이의 픽률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좀 더 의미있는 수치다. 확실히 일라오이 장인들은 원하는 장소에 자동 생성되는 촉수를
위치시킬 수 있는데, 이번 버프는 그 부분을 건드린거라 긍정적 영향이 있었을거다. 레넥톤, 마오카이, 쉔, 카밀 등 현재 탑 라인을 꽉 잡고 있는 챔피언들과 상대 전적에서 크게 앞선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피오라와 다리우스만 조심하자.




주력 스킬의 상향이 한 챔피언의 성능을 얼만큼 끌어올릴 수 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라이즈의 승률이 미드에서 약 2.5%나 올랐다. 이는 챔피언의 티어를 하나에서 두 단계는 상승시키는 수치다. Q스킬 대미지 버프는 라이즈의 라인 클리어 능력과 대미지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방에 잡는 패치였고 성과도 좋다. 2021년까지 10.20 패치로 대회가 진행되는 일은 없겠지만, 만약 열렸다면 라이즈가 꽤 자주 등장했을 법하다. 다만, 탑 라이즈는 여전히 힘들어하고 있다.




바루스는 더 많은 버프를 필요로 한다. 라이엇게임즈가 한동안 포킹 바루스에게 골머리를 앓았던 만큼 최근 들어 바루스를 심각하게 망쳤다. E스킬 대미지 상향으로는 효과가 없었다. 픽률이 올라 승률이 떨어졌다고 할 순 있으나 그걸 고려해도 제자리걸음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슬슬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아예 바루스의 정체성을 포킹 쪽에 잡고 적절한 밸런스 패치를 하거나 챔피언을 리뉴얼하거나. 웬만한 패치로는 포킹 바루스만 죽이고 공속 바루스는 살리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온 셈이다.




카서스 정글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내놨던 방어력 너프는 별 의미를 보여주지 못했다. 승률이 거의 고정된 느낌이다. 이전 기사에도 다뤘던 내용인데, 카서스 정글 유저들은 이미 정글 몬스터를 상대로 카이팅하는데 이골이 난 상태다. 심지어 카서스 정글은 최근 슬슬 힘을 회복 중인 AD 정글 챔피언들 상대로 여전히 지는 픽이 아니다. 라이엇게임즈가 카서스 정글의 힘을 줄이고 싶다면, 좀 더 직접적인 너프를 가해야 하지 않을까.




누누와 윌럼프 역시 카서스 정글처럼 방어력 너프를 받았고 별 차이 없이 10.20 패치에도 순항 중이다. 승률이 조금 줄긴 했는데 큰 타격을 입은 수준은 아니다. Q스킬로 체력을 양껏 회복하면서 정글을 도는 챔피언에게 방어력 너프는 의미가 없었던 모양이다. 위의 카서스 정글 때 설명처럼 방어력 너프는 AD 정글 챔피언들과의 상대 전적 우위를 뒤집지 못했다.




카사딘의 Q스킬 보호막 너프에도 카사딘이 꿈쩍하지 않았다. 예상 외의 결과다. 초반에 힘이 없는 카사딘의 힘을 조금 더 빼놓았는데 카사딘이 건재하다. 카사딘 유저들은 마지막에 마스터하던 Q스킬을 두 번째로 마스터해 이번 너프의 타격에서 벗어났다. 픽률도 조금 상승해 카사딘의 인기가 생각보다 높음을 실감케 했다. 교전이 잦고 역전이 빈번히 일어나는 랭크 게임에서 카사딘은 충분히 매력적인 챔피언이다.




패시브 스킬에 추가 AD 계수 너프를 당한 카타리나의 승률은 조금 떨어졌다. 픽률도 떨어진 걸 고려하면 조금은 아픈 너프였다는 이야기다. 아이템 빌드를 조금 바꾼 것이 카타리나 유저들에겐 신의 한 수였다. 기존 카타리나 유저들은 마법공학 총검 이후, 죽음의 무도를 자주 선택했다. 하지만 이젠 존야의 모래시계나 모렐로노미콘의 선택 비중이 좀 더 올랐다. 추가 AD 계수 너프에 따른 연구 결과였다. 카타리나의 승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봤는데 역시 유저들의 힘은 대단하다.




마오카이가 탑은 물론, 서포터 자리에서도 위용을 뽐내자 라이엇게임즈가 칼을 꺼냈다. Q스킬 대미지 너프가 있었고 마오카이의 라인전 주요 스킬이라 타격이 클 것 같았다. 예상대로 탑 마오카이의 승률이 1.5% 정도 줄었다. 주력 스킬의 버프와 너프는 역시 챔피언의 성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재미있는 점은 서포터 마오카이는 건재하다. Q스킬보다 E스킬을 먼저 마스터하기 때문에 타격이 덜했던 모양이다. 사실 탑 마오카이의 승률이 떨어졌다곤 해도 여전히 저 높은 곳에 있어 마오카이 유저들은 안심하고 계속 마오카이를 즐기면 되겠다.




미드 클레드 저격 너프는 별 효과를 내지 못했다. 클레드 너프 소식에도 클레드 유저들은 고약한 성격을 지닌 돌격대장을 버리지 않았다. 탑 클레드도 여전히 건재하다. 카서스, 누누와 윌럼프에 이어 클레드까지 방어력 혹은 마법 저항력 너프에도 굳건한 걸 보면, 라이엇게임즈의 밸런스 패치에 대한 고민이 한 가지 늘어난 느낌이 든다.




룰루에 대한 라이엇게임즈의 철퇴도 솜방망이 수준이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룰루가 서포터, 탑, 미드에서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미드와 서포터 룰루의 픽률에는 거의 변동이 없고 탑 룰루는 픽률이 크게 올랐음에도 승률을 유지 중이다. 그야말로 룰루 전성시대다. 이러다가 소환사의 협곡이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겠다. 롤드컵에서 담원게이밍의 '너구리' 장하권이 꺼내 승리하기도 했다. 룰루의 시대가 열렸던 10.19에 이어 10.20에서도 룰루의 힘은 건재하다. 망할 요들 같으니라고.




우르곳과 사이온은 라이엇게임즈가 정글 챔피언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심어준 패치를 겪었다. 이후, 두 챔피언 모두 정글에서의 승률이 올랐다. 사실 그 전에는 아무도 안하는 수준이었다가 픽률도 많이 올랐다. 기존 탑 우르곳이나 탑 사이온 유저들은 강제로 포지션 변경을 겪는게 아닌지 불안할텐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전히 두 챔피언은 탑에서 쓸만한 카드다. 특히, 탑 사이온이 그렇다. 누군가 10.20 패치 내용을 보고 '사이온이 라인 복귀하다가 정글 몬스터 빼먹기 좋겠다'라고 했던 걸 봤는데 그게 현실이 된 걸지도.




끈질긴 사냥꾼의 너프로 룬 선택에 변화가 생겼고 앞으로도 생길 전망이다. 많은 챔피언이 끈질긴 사냥꾼 룬을 선택했을 때 승률 저하를 경험했다. 재미있는 건 정글 챔피언들 뿐만 아니라 미드 로밍형 챔피언들도 타격을 입었다. 크게는 3.5% 가량 떨어진 챔피언도 있다. 이게 라이엇게임즈의 의도였는지 우리는 알 방법이 없다. 중요한 건 라이엇게임즈가 이동속도 관련 너프를 또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고된 10.21 패치 이후의 승률 변화도 꽤 큰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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