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캡스'의 발에 바위를 달아라

기획기사 | 박범 기자 | 댓글: 38개 |



또 그 대진이다. 지난 2019 MSI 4강에 이어 2019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4강에서 SKT T1과 G2가 만났다. 당시 G2가 3:2 승리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고 우승까지 했다. SKT T1 입장에서는 복수의 날이 다가온 셈이다. G2는 다시 달아나려고 할 거다.

4강까지 올라오면서 SKT T1은 좋은 결과와 내용으로 팬들을 기쁘게 했다. 누굴 만나도 지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런데 하필 상대가 G2다. G2는 이번에도 MSI 시절 포스를 보여주면서 승승장구 중이다. 그룹 스테이지에서 그리핀을 한 번 꺾더니 8강에서는 담원 게이밍마저 무너뜨렸다. 잘못하면 G2가 'LCK 킬러' 칭호를 얻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위협적인 팀이다.

단순히 잘한다는 말보다 좀 더 자세한 표현이 어울리는 팀이기도 하다. G2는 LoL e스포츠를 오랫동안 시청했던 팬들의 고정관념을 깼다. 선수들은 물론 코치진까지 모두 서양인인 팀. 그런 팀들은 대부분 칼 같은 운영이나 설계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G2는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LCK 팀들보다 더 완벽한 초반 설계를 보여줬다.


포탑 다이브
핵심은 모았다가 한 방

G2의 초반 설계는 그 완성도가 매우 좋다. 대략적으로 보면 라이너들이 주도권을 갖고 여기저기 움직이면서 포탑 다이브를 한다. 그럼 의구심이 든다. 상대 라이너는 뭘 하길래 매번 G2가 시도하는 포탑 다이브를 막아주지 못할까.

여기엔 생각보다 기본적이면서도 그보다는 더 세세하고 날카로운 노림수가 숨어있다. G2의 라이너들은 포탑 다이브를 시도하기 훨씬 전부터 설계한다. 그리고 교묘한 수법으로 상대가 알고도 허용할 수밖에 없는 포탑 다이브를 성공시킨다. 그건 미드 라이너 '캡스'와 다이브를 시도한 사이드 라이너가 동시에 라인을 크게 밀어넣는 방식이다.

이러한 G2의 설계는 담원 게이밍과의 경기에서 잘 드러났다. 1세트에 G2는 지속적인 탑 라인 압박으로 '너구리' 장하권의 케일을 허물었다. 그리고 그 라인 압박은 '원더'와 '얀코스', '캡스'가 함께 했다.

먼저 G2는 초반 포탑 다이브를 위해 시도 전부터 라인에 도착하는 미니언을 의도적으로 천천히 모은다. 다이브를 시도할 라인은 말할 것도 없고 미드 라이너 '캡스'도 똑같은 작업을 수행한다. 이게 핵심이다. 단순히 그냥 다이브에 참여하면 그동안 라인 손실이 발생하니까 그걸 막고자 함이 아니다. 이건 상대 미드 라이너가 다이브에 대처할 수 없도록 판을 짜놓는 작업이다.



▲ 저 CS를 죄다 버리고 팀원을 도우러 가는 건 불가능하다.

'캡스'가 라인을 천천히 모으다가 막았던 둑을 트는 것처럼 한 번에 미니언 부대를 상대 쪽으로 보낸다. 그리고 '캡스'가 미드 라인에서 사라졌다. 그러면 미드 라이너는 고뇌에 빠진다. 분명 이건 사이드 라인 쪽으로 다이브를 시도하러 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미 10개 이상의 미니언이 자신의 포탑 쪽으로 들어오고 있는 만큼 이를 버릴 순 없다. 그러는 사이에 '캡스'는 포탑 다이브에 참여해 큰 이득을 챙긴다.



▲ 다이브 수비? CS 버리기? 둘 다 큰 손해다.

다이브를 당하는 쪽도 마찬가지다. 담원 게이밍의 '너구리'는 '원더'가 천천히 미니언 부대를 모아 다이브를 시도하는 걸 알았다. '얀코스'는 물론, 미리 라인을 크게 밀고 온 '캡스'도 함께 올 것이 뻔했다. 그럼 선택을 해야 한다. 정글러나 팀원을 불러 억지로 다이브를 받아낼 지, 아니면 저 많은 CS를 다 버리고 다이브만은 면할 것인지. 무엇을 해도 이미 큰 손해다.


결국 '캡스'
주도권 없는 챔피언은 곧...

이처럼 G2의 포탑 다이브는 상대에게 선택지를 강요하고 일방적 손해를 보도록 한다. 같은 팀 미드 라이너는 '캡스'가 몰아넣은 미니언을 잡아야 하고 자신은 무조건 실점한다. 당하는 입장에선 잔인한 전략이다. 그럼 이를 미리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하게 말하면 '캡스'의 발을 묶어야 한다. G2의 다이브에는 웬만하면 '캡스'가 함께 했다. 누구나 알지만 실현하기 어려운 초반 설계를 G2는 계속 했고 상대를 연달아 격파했다. 담원 게이밍과의 4세트에도 '캡스'의 야스오는 '쇼메이커' 허수의 케일을 상대로 라인을 크게 몰아넣고 탑 라인 로밍을 떠났다.



▲ '캡스' 발이 풀리면 G2의 설계대로 흘러갔다.

우선적으로 '캡스'의 발을 묶으려면 절대 미드 라인에서 주도권을 잡기 힘든 챔피언을 선택하면 안된다. 한 번이라도 '캡스'에게 주도권을 내주면 이는 곧 사이드 라인 다이브로 이어졌다.

사실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챔피언을 골랐다고 해도 '캡스'에게 로밍을 허용했던 선수와 팀은 많았다. 그는 상대도 주도권을 잡기 편한 챔피언을 고르면 미니언 웨이브를 끼고 광역 스킬로 딜교환을 과감하게 해 상대보다 어떻게 해서라도 라인을 빨리 밀었다. '캡스'를 상대할 '페이커' 이상혁은 최대한 주도권을 잡기 용이한 챔피언을 골라 딜교환에서도 밀리지 않는 플레이를 해 '캡스'를 시종일관 역으로 압박해야 한다.

다행히 이번 롤드컵에서 '페이커'는 준수한 라인전 능력치를 보유했음으로 각종 수치로 증명 중이다. 게다가 정글러 '클리드' 김태민도 바쁘게 움직이며 상황을 만드는 선수라 G2의 초반 설계에 어느 정도 카운터 펀치를 날릴 가능성이 있다.


그 다음이 없는 팀?
생각보다 무난해지는 G2

G2는 평범한 서구권 팀들과는 다르게 초반 설계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잔인할 정도로 정확한 방법으로 이를 현실로 만드는 팀이다. 이런 운영으로 초반부터 유리한 고지에 올라 그대로 경기를 굳힌 적도 많았다. 그게 가장 잘 드러났던 대회가 이번 MSI였다.




이들을 상대했던 팀들은 G2가 저런 식의 운영을 잘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름 대처법도 구상했을건데 거의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G2의 초반 설계를 성공적으로 막아냈던 팀들도 많았다. 그러면 생각보다 G2는 평범한 팀이 됐다. 개인 기량이나 교전 집중력 등 각 지역 리그 상위권 팀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치는 여전히 뛰어났지만, 그것보다 더한 무언가까지는 잘 보여주지 못했다. 그만큼 G2에게도 자신들의 초반 설계와 운영이 중요한 셈이다.

그리고 그걸 SKT T1도 알고 있을 것이다. '캡스'의 발을 묶어 그들의 전략이 통하지 않음을 알려준다면 생각보다 경기는 쉽게 흘러갈지도 모른다. 모두가 알고도 막지 못했던 G2의 패턴을 SKT T1은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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