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새 출발 앞둔 박인수, 그가 찾으려는 카트 ‘초심’

인터뷰 | 장민영, 남기백 기자 |



박인수는 오랫동안 달려온 카트라이더 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선수였습니다. 유영혁-문호준, 두 선수와 팀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카트 리그에 큰 변화를 줬죠. 신인 때부터 개인전-팀전에서 모두 우승하는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였고, 어느새 카트 라이더 리그를 대표하는 얼굴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화려한 커리어와 함께 출발한 박인수. 그런데 멈추지 않을 것 같던 그의 레이스도 지난 시즌에 주춤하기도 했는데요. 꾸준히 결승에 올라 우승을 해왔던 박인수와 그의 팀 샌드박스가 4강에서 가장 먼저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박인수는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털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바탕은 예전의 박인수를 찾는 것에서 시작하나 봅니다. '원래'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하는 만큼 그 당시로 돌아가고자 하는 그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시즌 기간이 좀 있었어요. 그동안 어떻게 보냈나요?

우리가 좋은 성적을 내다가 지난 시즌 4위로 마무리했잖아요. 4강에서 한 번도 못 이기고 끝나서 많이 좌절하고 아쉬웠죠. 쉴 때도 지난 4강 탈락 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만 쉬고 다음 리그를 준비했습니다. 새로운 팀원을 구하는 데 제가 신경을 많이 썼죠. 다른 팀들도 비시즌에 열심히 준비하더라고요. 저희도 비시즌임에도 정규 시즌 시작한 것처럼 연습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리그가 시작한다고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번에는 ‘연습을 정말 많이 해야겠다, 지난 시즌 못 풀었던 한을 제대로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제가 원래 연습량이 많기로 유명해요. 카트 라이더를 워낙 좋아해서 연습하는 것도 즐겼거든요. 그런데 지난 시즌은 평소보다 연습을 덜 했어요. 그것부터 시작해서 팀-개인 성적이 떨어진 것 같아서 많이 아쉽더라고요. 프로게이머는 감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연습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어느 정도만 하면 되겠지’ 싶었어요. 정말 안일했죠. 이번 시즌2에는 내가 이전까지 해왔던 것처럼 원래 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지금도 빨리 올라가서 연습하고 싶네요. 요즘 다시 게임에 관한 열정이 불타오르고 있기도 하고요.


숙소도 옮기고 새로운 경기장에서 시작하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지난 시즌 성적이 안 좋았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모든 게 바뀌니까 저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들었어요. 특히, 서울 상암 e스타디움(OGN 경기장)은 제가 2017 KeSPA컵에서 처음으로 좋은 성적을 낸 곳이에요. 당시 저는 데뷔한 지 1년이 안 되는 신인이었거든요. 당시 제 실력에 관한 평가도 애매했죠. 그런 상황에서 2017 KeSPA컵 4위를 기록하며 ‘인수분해’라는 별명도 얻으면서 더 성장할 수 있었거든요. 다시 한 번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OGN 경기장을 저의 무대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시즌 조별리그에서 샌드박스는 무패로 연승을 이어갈 만큼 막강했어요. 그런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4강에서 탈락했죠.

시즌이 진행될 때는 연습을 꾸준히 했죠. 제 생각으로 코로나-19 없이 리그가 계속됐으면 열심히 했을 것 같았어요. 왜냐하면 저희가 8강 마지막 경기를 락스 게이밍에게 패배로 끝냈거든요. 한 번 패배했으니 자극을 받고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을 법한 시기에 리그가 중단됐죠. 휴식기라고 연습을 소홀히 하면 안 됐는데, 리그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많이 쉬었습니다. 다른 팀은 그 시기를 잘 보내서 좋은 결과를 낸 거고요.




▲ 팬들의 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2019 시즌2 결승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고 있어요. 오프라인 팬들이 없이 경기할 때 느낌이 많이 다른가요.

팬들의 응원에 영향을 많이 받죠. 응원의 목소리들이 프로게이머들의 마음을 자극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실수했을 때, 팬들이 반응하면 더 큰 자극이 돼요. 부담을 가지고 있으면 부담감이 두 배가 되죠. 반대로 잘했을 때 환호성을 들으면 더 기쁘고요. 그런데 이제 팬들의 반응이 없으니까 경기하는 데 힘이 잘 안 났다고 해야 하나… 작년 결승전은 화정체육관에서 수많은 팬들과 함께 했잖아요. 그 때 함성 소리가 얼굴을 때리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때 한번 팬들의 기운을 느껴봐서 무관중 경기가 더 아쉬운 것 같습니다.


신인 시절로 한 번 돌아가 볼게요. 박인수 선수는 2018년에 개인전-팀전 모두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달성하면서 시작했습니다.

당시 개인전-팀전에서 모두 우승을 하긴 했지만, 이벤트전이라서 큰 감흥은 없었어요. 내가 진짜 잘해서 우승한 것인지 묘한 느낌을 받았죠. 초청전 당시 반응도 크지 않았고요. 카트 라이더 리그의 암흑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카트 프로게이머 생활을 그만둘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뭔가 이대로 끝내기 아까웠어요. 정규 리그에서 저를 한 번 더 확인해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다음 시즌에 나가보겠다고 마음먹고 팀을 새로 짰죠. 이전까지 제가 락스 게이밍에서 (박)인재 형 밑에 있었는데, 독립해서 세이비어스로 출전했습니다. 그리고 출전한 19 시즌1에서 팀전 우승과 개인전 준우승으로 제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죠. 그렇게 우승하고 나니까 주변에서도 우승하고 나서 그 자리를 지키는 게 가장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열심히 해서 제자리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즌2까지 우승할 수 있었죠. 두 번 우승하고 나니까 조금 자만해졌던 것 같아요. ‘이제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지난 시즌처럼 성적이 떨어졌으니까요.




▲ 절대 질 수 없는 선수 이재혁

이재혁 선수와 락스 게이밍이 치고 올라왔죠. 신예 때와 또 생각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아요.

19 시즌 시즌2까지만 하더라도 우리가 팀전을 우승했잖아요. 개인전은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난 시즌에 락스 게이밍이 팀전까지 잘했잖아요. 락스와 연습을 하면서 ‘아 나도 저렇게 열심히 연습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연습을 안 하니까 이렇게 되는구나’라고 느꼈죠. 이번 시즌은 원래 박인수로 돌아가서 제가 그리던 그림을 완성해보려고요.


개인전 결승에서 문호준 선수에게 아쉽게 발목이 잡혔어요.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호준이 형은 경험이 많은 선수잖아요. 저는 (유)영혁이 형이나 호준이 형만큼 경험이 많은 편은 아니죠. 이 정도 하는 것에 만족은 못하지만, 쟁쟁한 선수들과 견줄 수 있다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끼고요.

그리고 지난 시즌에 호준이 형과 개인전 결승 2인전을 못간 게 아쉽긴 해요. 그런데 앞으로 개인전 출전을 안 하겠다고 선언해서 더 그렇죠. 한 번은 제대로 꺾고 우승하고 싶었는데… 우승해도 크게 기쁠 것 같진 않아요. 그래도 개인전도 우승을 노리긴 해야겠죠.


개인전에 이어 팀전도 치고 올라온 이재혁 선수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재혁이는 '천재형’입니다. 머리가 좋고 카트에 관한 이해도가 높아요. 같이 숙소 생활할 때도 몇 번 해보면 잘하더라고요. 저는 많이 해야 잘하는 스타일이죠. 완전히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혁이가 연습까지 많이 하니까 더 잘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거기에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재혁이보단 잘 하자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 새롭게 합류한 정승하(작년 AFS시절)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있어요. 2020 후반부의 샌드박스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실력적으로 조금 떨어졌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팀전이라는 게 팀워크와 합이 잘 맞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유)창현이가 나가고 (정)승하가 들어오면서 팀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창현이 성향이 나쁘다는 것은 아닌데요. 다만, 창현이는 내향적이고 승하는 외향적이라 성향이 정반대거든요. 이전까지 우리 팀은 같이 밥도 잘 안 먹고 그랬는데, 이제는 같이 밥 먹고 운동도 하러 가고 그래요. 많이 바뀌었어요. 승하와 제가 예전부터 정말 친해서 자연스럽게 다른 팀원들과 어울렸던 것 같아요.


정승하 선수가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팀에 적응은 잘하는 편인가요?

승하가 저와 온라인에서 알고 지낸 사이였어요. 온라인에서 게임하는 것을 보니까 일반 프로게이머들보다 잘하는 겁니다. 상위권 선수들과 비슷한 정도의 실력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같은 팀으로 나가자고 말을 많이 했어요. 승하가 제가 살던 마산까지 놀러 올 정도로 친하게 지냈죠. 아쉽게도 승하가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더라고요. 프로가 아닌 본인이 같은 팀을 하면 안 된다는 거죠. 승하는 자신과 친한 친구들과 출전해왔고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승하가 프로팀에서 다시 활동했고, 결국 같은 팀까지 될 수 있었죠.

솔직히, 승하도 재능이 있는 친구입니다. 자존감만 높이면 더 잘할 수 있어요. 팀 연습할 때도 자신 있게 하라고 말을 많이 하죠. 지금은 자존감을 많이 회복한 상태로 조금만 더 올라오면 충분히 제 기량을 발휘할 것 같아요.





본인과 함께 샌드박스의 스피드를 담당했던 유창현 선수가 휴식을 선언했는데요. 홀로 스피드 에이스 역할을 하는데, 부담스럽지 않나요.

지금은 부담스럽지 않아요. 이전까지 저와 창현이가 고군분투하는 면이 있었다면, 요즘은 다른 팀원들이 정말 잘해줘요. 팀워크가 좋아지니까 가능한 것 같습니다. 특별히 말을 안 하더라도 맞춰줄 수 있는 가까워진 사이가 된 것 역시 괜찮죠.


손목이 아파서 경기 방식을 바꾼 적도 있다고 들었다. 지금은 괜찮나요.

지난 시즌에 터널 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이 있긴 했어요. 그래서 팀전에서 탈락할 때까지 방식을 바꿨죠. 개인전을 하면서 너무 안 풀린다고 생각해서 예전처럼 했거든요. 그랬는데 잘 되고 손목에 이상도 없어서 지금까지 문제 없이 잘하고 있습니다.





우승을 많이 해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결승전은 언제였나요.

작년 시즌2의 결승전이죠. 제가 개인전에 크게 기대를 하고 임했는데, 8등이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마무리했어요. 분하기도 했지만, 바로 팀전으로 이어졌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마음을 비우고 팀전에 임했죠. 개인전처럼 ‘무엇을 하려고 하면, 더 안 될 수도 있구나’라는 마음가짐으로요. 그렇게 임했더니 정말 팀전을 우승까지 하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반전이 있는 결승전이었습니다. 저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카트 리그에서 박인수는 어떤 선수로 남고 싶은가요.

그동안 이런 질문에 형식적으로 대답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뀐 것 같아요. 우승 여부를 떠나서 카트 리그를 볼 때 팬들이 ‘박인수 경기는 재미있어서 보고 싶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카트 리그가 끝나지 않는다면, 저도 계속 출전하고 싶고요. 제 손이 망가지지 않는 한 카트 리그의 끝까지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도 무관중으로 진행된다고 들었어요. 경기장에 못 오더라도 집에서 저를 비롯해 샌드박스의 (박)현수-승하-(김)승태 형에게도 많은 응원 부탁합니다. 좋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재미있는 경기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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