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쉬웠던 스포TV 게임즈의 LCK 결승전

칼럼 | 김병호 기자 | 댓글: 70개 |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지만, 두 번째 술을 끌어당길 매력은 보여줬어야 했다.

2018 LCK 스프링 시즌 결승전 연출을 스포TV 게임즈가 맡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시청자들은 우려를 많이 했다. 처음으로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의 연출을 하게된 스포TV 게임즈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라는 걱정, 그리고 익숙한 출연진들이 없는 그 빈 자리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결과는 아쉬웠다. 주어진 예산과 짧은 준비 기간 속에서 노력한 부분들이 분명 있었지만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게 연출하진 못했다. 스포TV 게임즈는 스프링 시즌 동안 보여줬던 자신들의 장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만큼 여러가지를 놓쳤다.

가장 눈에 띈 부분은 결승전 무대의 주인공이었여야 할 킹존과 아프리카 선수들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한 점이다.

킹존의 우승이 확정되고 트로피 세레모니 이후 보여준 영상은 그 시기가 아쉬웠다. 우승한 선수들의 기쁨이 가장 극적으로 치솟았을 때, 승자 인터뷰가 진행되어 그들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지를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가장 행복했던 그 때, 스포TV 게임즈는 자신들이 준비한 다른 선수들의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의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킹존 선수들의 것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스포TV 게임즈가 다른 선수들이 느꼈던 고뇌를 보여주면서 킹존 선수들의 기쁨을 가라앉혔다. 곧이어 킹존 선수들의 승자 인터뷰가 진행되었지만, 영상이 줬던 여운은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그 자체로 즐기기 힘들게 만들었다.

보이지 않았던 또 한 가지, 승패가 결정된 이후로 단 한 번도 화면에 보이지 않았던 아프리카 선수들이다. 그들은 결승전 그 하루를 바라보고 3개월간 최선을 다해 달려왔지만, 아쉽게 패배했다. 패배가 결정된 이후, 그들이 느꼈을 후회와 슬픔, 위로와 다짐은 킹존 선수들의 기쁨과는 또 다른 감동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두드렸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 가장 중앙 자리에 있었음에도 아프리카 선수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저 영상이 나오던 중간, 아프리카 부스 쪽 관객들의 작은 박수 소리를 통해 선수들이 부스를 나와 무대를 내려갔다는 걸 유추할 수 있었을 뿐. 아프리카 선수들을 위로한 그 박수 소리는 그마저도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었다.




결승전 무대 활용도 많은 이들이 지적한 아쉬운 부분이다. 중앙에 위치한 큰 무대는 등장씬, 트로피 세리모니를 제외하면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무대 바닥에 송출된 화면은 양 옆 2층 높이의 부스 및 조명 등 구조로 인해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많은 이들은 우승한 킹존 선수들이 왜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며 세리모니와 인터뷰를 했는지 의문을 표시했다.

그 밖에는 현장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현장에서 해설이 잘 들리지 않은 점, 4인 해설이 보여준 아쉬웠던 호흡, 권위를 찾기 힘들었던 시상식과 관객들 입장 및 퇴장과 관련된 세세한 디테일들…

스포TV 게임즈는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자신들이 훌륭하게 만들어낸 결승전,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던 듯 하다. 그러나 훌륭한 조연이었어야할 그들이 앞에 서서 주인공인 선수들을 가려버렸다. 그렇게 이번 결승전은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지 못한 채 막을 내려 버렸다.

스포TV게임즈가 결승전을 맡은 게 처음이니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할 포인트를 놓친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시청자가 보고싶었던 건, 그들이 준비한 영상이 아니라는 것. 한 목표를 두고 최선을 다해 격돌한 그 선수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 드라마를 놓치지 않고 보여주는 데에만 집중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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