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해외 프로게임단은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

칼럼 | 김병호 기자 | 댓글: 157개 |




해외에서 프로 생활을 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다수가 한국보다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말한다. 한국의 빡빡한 스크림 및 연습 일정과 비교하면 해외 프로게임단의 스케쥴을 비교적 할만하다는 것이다.

과연 실제로 그러할까? 그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북미 LCS 프로게임단 Cloud 9의 숙소를 방문해 그들과 하루 스케쥴을 함께 소화해봤다.





Cloud 9의 숙소는 일반 가정집을 연습실로 개조한 형태다. 이는 대부분의 프로게임단이 숙소를 마련할 때 취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가정집을 개조해 사용할 경우에는, 숙소를 만드는 데 장소와 비용적 제약이 크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때에 따라서는 숙소와 연습실을 따로 분리하기도 한다. 일하는 곳과 생활하는 곳을 분리하여 연습할 때,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10시 00분]





잠에서 깬 선수들이 간단히 씻고 나와 식사에 나섰다. 아침 식사는 프로게임단에 전속 고용된 쉐프가 만든다. 막 잠에서 일어난 뒤에 가지는 식사이기에 메뉴는 위에 부담이 되지 않는 것들로 준비되었다. 아침 식사는 프로게임단이 제공하지만, 선수들이 꼭 그 메뉴를 먹어야 하는 건 아니다. 일부 선수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사거나 배달시켜 먹기도 했다.









선수들은 각자 편한 곳을 찾아가 음식을 먹었다.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소파를 선호하는 선수도 있었고, 컴퓨터 앞에 앉아 좋아하는 영상을 보며 음식을 먹기도 했다. 대부분의 프로게임단은 단체 생활에 필요한 규칙을 정하는데, Cloud 9은 최소한의 규칙으로 굉장히 자유롭게 생활하는 편이었다. 아시아권의 일부 프로게임단들은 컴퓨터 자리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도록 하거나, 아침 식사를 꼭 먹도록 하는 곳도 있다.





다른 팀과의 스크림을 앞둔 선수들이 하나 둘 씩 연습실로 모였다. 연습실 좌석은 실전과 최대한 비슷하게 탑, 정글, 미드, 원거리 딜러, 서포터 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자리에 앉은 이들은 각자 편한 자세와 행동을 하며 스크림을 기다리고 있었다. 좋아하는 드라마나 만화를 보기도 하고, 밤 새 올라온 경기 영상이나 스트리밍 영상을 보거나 유명 사이트에 들어가 새로 올라온 볼거리들을 확인하기도 했다.


[11시 00분]





연습에 참여하는 양 팀의 선수들과 코치진이 자리에 모두 모이자 본격적인 스크림이 시작됐다. 이어 방송으로 보던 익숙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밴픽 화면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선수, 코치진. 다만 평소에는 들을 수 없었던 그들의 대화가 생생하게 들렸다.

실전 경기처럼 긴장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들은 농담도 서로 주고받았고, 웃기도 했다. 진지한 대화도 오고 갔다. 원하는 챔피언들을 가져왔을 때는 승리를 자신하기도 했다. 반면, 상대하기 까다롭고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챔피언에 대해서는 어떤 챔피언으로 상대해야 하는지 선수, 코치가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그렇게 밴픽이 끝나자 실제 경기처럼 코치진은 연습실을 나왔다. 그렇게 본격적인 스크림이 시작됐다.





코치진은 장소를 옮겨 대기실처럼 꾸며진 거실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큰 TV 화면을 통해 선수들의 경
기가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선수들이 대화하는 소리도 거실에 설비된 스피커를 통해 코치진에게 전달됐다. 코치진은 이를 통해 선수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오더를 정하는지, 누가 오더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누가 이에 따르거나 따르지 않았는지를 정확하게 알게 된다.





코치들은 경기를 보며 의견을 나눴다. 또한, 피드백을 해야 할 부분의 시간과 요점을 기록하여 앞으로 있을 피드백을 준비했다. 첫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선수들이 실수한 부분들이 분명히 보였고, 코치의 눈동자도 그만큼 바빠졌다. 결과는 승리. 그러나 피드백을 위해 거실로 모이는 선수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12시 00분]





경기에 대한 피드백이 이뤄진다. 경기가 어땠는지 소감을 물어본 코치는 녹화된 경기를 처음부터 복기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잘한 장면과 실수한 장면이 모든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가감 없이 보였다. 코치는 때로는 질책을 통해 선수들을 타이르고, 때로는 칭찬을 하기도 했다.

이윽고 운영과 관련한 이야기가 오갔다. 주제는 순간이동을 사용한 시점이 과연 옳았는지였다. 탑 라이너가 먼저 자신이 생각한 것에 대한 생각을 전했고, 다른 선수들이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누군가는 동의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반대하기도 했다. 의견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이번 주제는 한타의 포지션과 관련한 이야기였다. 연습 경기 중 일어난 한타에 패배한 이유를 분석하는 시간이었다. 챔피언들의 위치가 하나씩 피드백됐다. 또, 꼭 싸웠어야 했는지, 싸우는 타이밍은 옳았는지, 한타 싸움에서 실수는 없었는지 다양한 방면으로 이야기가 개진됐다.





피드백이 진행되는 동안 한 켠에 타이머가 눈에 들어왔다. 피드백이 시작된 시간부터 켜진 타이어는 어느새 2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타이머를 사용하는 이유에 관해 묻자, 코치는 피드백에 걸린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위해 설치했다고 말했다. 실전에서는 더 짧은 시간동안 피드백이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 조절을 위해 피드백 시간을 체크한다는 것이었다.

연습경기부터 피드백 시간까지 선수와 코치진을 돕는 한 명의 직원도 눈에 띄었다. 그녀는 스크림 동안 진행된 밴픽을 정리하여 상대가 어떤 챔피언과 조합을 사용했는지 기록에 남겼다. 피드백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그 내용을 정리하기도 했다. 이는 이후에 선수들이 복기할 때 참고하도록 사용될 것이다.


[12시 40분]





두 번째 스크림이 시작됐다. 밴픽 화면이 펼쳐지고 선수, 코치진이 다시 한번 의견을 교환한다. 한 선수가 이번에 자신이 하고 싶은 챔피언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했고, 코치가 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상대 챔피언과 상대하기에는 좋은지 나쁜지, 지금 팀의 조합과는 잘 어울리는지가 주요 논의 쟁점이었다.

코치가 선수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 챔피언에 대한 경기결과는 코치를 통해 관찰되어 다음 피드백 시간에 가감 없이 전달될 것이다. 채팅창에 양 팀 선수들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두 번째 스크림이 시작됐다.


[13시 25분]





두 번째 스크림에 대한 피드백이 진행되는 중이다. 이번에는 피드백 시간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특징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얌전히 이야기를 듣는걸 선호하는 선수도 보였다.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는 선수도 있었다.

이번에는 첫 번째 피드백 시간에 다뤄지지 않았던 새로운 주제가 나왔다. 바로 사이드 라인 관리와 관련한 이야기였다. 누가 사이드 라인으로 갔어야 했는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사이드 라인은 상대 챔피언과 1:1 매치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챔피언간 상성, 챔피언의 성장 정도, 순간이동의 유무가 매우 중요한 논점이 된다.

사이드 라인 관리는 전체적인 운영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었기에 다른 요소들과 비교해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피드백이 이뤄졌다. 두 번째 피드백은 칭찬으로 마무리됐다. 첫 번째 스크림만큼 꽤 긴 시간이 피드백에 사용됐다.


[14시 00분]





선수, 코치, 스태프들이 모두 점심 식사를 하러 나섰다. 평소에는 프로게임단이 고용한 쉐프가 세 끼를 모두 준비하지만, 오늘은 사정으로 인해 외부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고 전했다. 선수들은 근처에 위치한 음식점으로 향해 각자의 점심을 직접 챙겼다.


























[15시 00분]





세 번째 스크림은 비교적 빠른 시간에 끝났다. 간단한 다과가 나온 상태에서 진행된 피드백. 이번에는 유리한 상황에서 팀이 상대의 반격을 어떻게 받아치는 것이 옳은 방법이냐에 대한 피드백이 이어졌다. 어떤 라인을 공략해야 하는가? 어떤 오브젝트를 취하고,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미리 해놔야 하는지에 대한 코치의 피드백이 이어졌다. 비교적 깔끔한 경기였기에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진 않았다.

여유 시간이 생겨 Cloud 9 복한규 감독과 짧게 인터뷰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피드백과 관련한 그의 생각과 철학을 들어볼 수 있었다.





Q. 스크림이 진행됐을 때, 피드백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

일반적으로 시즌 단계마다 달라지는데, 지금은 휴가에 복귀하고 얼마되지 않은 시기이기에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으로 세세한 부분을 하나씩 다듬고 있다. 북미 지역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휴가기간이 긴 편이기에 솔로 랭크를 하던 버릇이 다시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걷어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Q. 경기장에서 하는 피드백과 스크림에서 하는 피드백은 방식이나 내용면에서 차이가 있는가?

차이가 많다. 스크림 피드백은 경기 리플레이를 보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피드백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장에서는 짧은 시간에, 리플레이 없이, 다음 경기에 이길 수 있는 핵심 부분만을 고르고, 하지말아야 하는 치명적인 실수만을 골라 그 부분을 위주로 피드백을 하게 된다.


Q. 피드백을 할 때 타이머를 사용하던데, 타이머는 어떤 의미로 설치해 둔 것인가?

리뷰할 때 얼마만큼 시간을 사용했는지 보기 위함이다. 경기장에서는 피드백 시간에 제한이 있기에 스크림을 할 때도, 가능하다면 최대한 그 시간에 맞춰 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Q. 피드백을 할 때는 어떤 선수가 좀 더 적극적인가? 반면에 듣는 편인 선수들은 누구인가?

아무래도 봇 듀오가 의견을 활발하게 개진하는 편이고, 다른 선수들은 본인이 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때만 의견을 개진하는 편이다.


Q. 평소 피드백을 할 때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하는가?

길지 않게, 간결하게, 결과론적이지 않게 피드백을 진행한다. 말이 길어지고 늘어지면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데 힘들어한다. 피드백을 할 때 여러가지를 다 이야기해도 선수들이 실제로 가져가는 건 한 두개다. 그래서 정말 가져갈 수 있도록 한 두가지에 집중한다.

결과론적이지 않은 이유는 선수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결과가 이렇게 나왔으니 이렇게 해야된다’가 아니라 ‘결과가 이렇게 나온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통해 선수가 이를 이해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16시 00분]





스크림과 피드백은 계속 이어졌다. 식사도 마치고 졸릴만한 시간이건만, 계속 이어지는 스크림에 지루하거나 힘들 시간이 되었건만, 그들의 연습은 멈추지 않고 계속 됐다. 그렇게 그들은 11시부터 5시 30분까지 6시간 반 동안 총 다섯 번의 스크림과 피드백을 했다.

예정되었던 다섯 번의 스크림이 종료되고, 피드백까지 완료됐다. 코치진은 평소보다 일찍 끝난 연습시간에 선수들을 불러모아 스크림을 한 번 더 진행할지 의사를 물었다. 선수들은 각자 의견을 개진했고, 스크림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지었다. 그렇게 그들은 잠시 휴식을 취했다.


[18시 00분]





선수들이 다시 자리에 모였다. 이번에는 지난 MSI에서 치러진 영상을 리뷰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경기는 프나틱과 RNG의 4강전 경기. 밴픽이 끝나고 코치가 선수들에게 양 팀의 밴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물었다. 선수들은 각자가 생각한 픽의 의미와 조합의 유불리, 앞으로 경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견해를 나누며 앞으로 시청할 경기 내용을 예상했다.

프나틱은 경기 시작부터 흐름이 좋았다. 그러나 탑 라인의 3인 다이브 실수 등이 이어지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빠르게 실수가 무엇인지, 잘한 점은 무엇인지, 프나틱과 RNG가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갔는지에 대해 꼼꼼하게 복기했다.

코치는 프나틱과 RNG의 경기 영상을 함께 복기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영상 시청을 마무리했다. 그는 영상 속 경기 내용이 아우렐리온 솔의 존재로 인해 기타 경기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경기가 진행되었기에, 그리고 자신들의 유리함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기에, 이를 알려주기 위해 영상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19시 00분]









모든 공식 일정이 끝났다. 선수들은 이제부터 자유시간을 가지면 된다. 개인 솔로랭크 게임을 다시 하기도 하고, 평소에 좋아하는 다른 게임을 하는 것도 허용된다. Cloud 9 구단주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에 일어나 오후 7시까지 연습을 하는 스케쥴이 계속 반복된다고 전했다. 시즌이 시작될 경우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경기 스케쥴로 대체된다고.

북미 지역 다른 프로게임단들의 스케쥴도 Cloud 9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스크림 스케쥴을 잡는데 용이하게 하기 위해 프로게임단들의 스케쥴들이 비슷해졌다고 전했다. 이는 북미 뿐만 아니라 같은 리그를 공유하는 지역들 모두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Cloud 9의 취침 시간은 새벽 두 시. 시간이 되면 숙소 내의 와이파이를 포함한 모든 인터넷이 끊긴다. 선수들은 다음날 스케쥴을 위해 잠을 자야 한다. 이들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시즌이 시작되기까지 계속 같은 스케쥴을 반복해야만 한다. 열심히 노력한 하루를 쌓고 쌓아 우승을 향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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