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초의 아시안게임 LoL 출전 선수 6인, 박수받을 만한 '위대한' 용기

영광스럽지만 어려운 선택. 선수들에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LoL 종목이 그렇다.

한국은 e스포츠에서 단연 최강국이다. 특히, LoL이나 스타크래프트 종목에서는 제왕에 가까운 면모를 보여왔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 대회에서 이 두 종목만큼은 우승이 아니면 실패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아무리 다른 국가에 비교해 확연히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다 해도 우승이라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인가. 축구에서 '공은 둥글다'라는 말이 있듯이, e스포츠 또한 실력도 실력이지만 우연에 의해 결과가 좌지우지된다. 많은 이들이 우승만을 기대하는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은 선수들에게 한마디로 '부담'이다.

LoL 종목은 더 부담이다. 첫 번째 이유로 e스포츠 최고의 인기 종목이라 그만큼 실패에 대한 질타가 더 거셀 수밖에 없다는 것. 두 번째는 중국의 강세로 우승이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점이다.

지난해, 중국은 이벤트 성격이었어도 리프트 라이벌즈와 올스타전에서 한국을 누르고 우승컵을 가져갔고, 롤드컵에서는 4강에 두 팀을 올려보내며 한국을 위협했다. 심지어 최근에 열렸던 2018 MSI는 큰 상금이 걸려있는 웃음기를 쫙 뺀 대회였지만, 중국이 왕좌에 올랐다.

실패 뒤 감당해야 할 비난에 대한 부담만 있나. 지옥의 일정으로 인한 컨디션 문제도 있다. 아시안게임과 LCK 섬머 스플릿은 일정이 겹친다. 그 때문에 2018 섬머 스플릿이 이전보다 빡빡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이 자체로도 컨디션 조절의 문제가 큰데, 시즌 중 쉬는 날에 따로 모여 아시안게임도 준비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시안게임에 선발된 선수들이 대부분 강팀 소속이다. 리프트 라이벌즈-롤드컵 선발전-롤드컵 등 중요한 대회에 나서게 될 텐데, 대회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시안게임 일정상 LCK 섬머 포스트시즌에 직격적인 영향이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부담이 되더라도 따낸 과실이 노력을 보상할 만큼 달다면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감상적인 측면을 빼고 딱딱한 관점으로 바라보면 달지가 않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에 e스포츠 종목은 시범 종목으로 병역 특례와 연금 혜택 대상이 모두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대표로 나서는 것은 보상을 바라는 일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출전 결단을 내리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었다.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진다고 해도 현실적인 부분에 가로막힐 수 있었다. 실제로 관계자에 따르면, 출전을 고사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프로 선수 커리어를 위해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 국가대표 자리를 고사하는 건 스포츠계에서 그렇게 드물지도 않다.

부담은 크고, 열매는 적다. 기대야 할 건 결국에 선수들의 '의지와 용기'뿐이었다. 대표 선발 운영위원회도 "가고 싶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한 선수 위주로 구성했다. 다들 의지가 엄청나다. 가장 먼저 본 게 그거다. 나가고 싶어야 나가는 거다"라고 선수 선발 원칙을 밝혔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분명한 의지를 보인 '기인' 김기인, '스코어' 고동빈, '피넛' 한왕호, '페이커' 이상혁, '룰러' 박재혁, '코어장전' 조용인. 그래서 박수받을 가치가 있다. 책임감이 따르는 위대한 선택이다. '스코어'의 말처럼 후배 프로게이머가 앞으로 더 많은 스포츠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첫 발자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스포츠가 처음으로 스포츠 메이저 대회에 나서는 첫발. 이 자체로 새로운 역사고, 앞으로 태어날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일이다. 생각보다 더 큰 의미가 있을 그 첫 발자국을, 태극마크를 달 자질과 자격을 갖춘 여섯 명의 선수들이 찍게 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LoL 대한민국 선수단

감독 : 최우범(젠지 e스포츠)

탑 : '기인' 김기인(아프리카 프릭스)
정글 : '피넛' 한왕호(킹존 드래곤X), '스코어' 고동빈(kt 롤스터)
미드 : '페이커' 이상혁(SKT T1)
원거리 딜러 : '룰러' 박재혁(젠지 e스포츠)
서포터 : '코어장전' 조용인(젠지 e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