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 세계 철권인 불만 폭주? 끝나지 않는 '리로이 사태'

칼럼 | 박태균 기자 | 댓글: 1개 |



리로이의 독재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2019년 8월, EVO 무대에서 철권7의 신규 오리지널 캐릭터 리로이 스미스가 공개됐다. 영춘권을 베이스로 한 특유의 모션과 공격 스타일은 전 세계 철권인의 관심과 기대를 모으기 충분했고, 그로부터 약 4개월 후인 2019년 12월 10일 리로이가 철권7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그리고, 현재 리로이는 철권 역사에 최악의 오점으로 남을 시간을 만들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철권이지만, 이 정도의 밸런스 붕괴는 없었다. 물론 시리즈 별로 특정 OP 기술이나 캐릭터의 성능 차이가 어느 정도 존재하긴 했으나 리로이는 개중 유별나다. 지금까지 출시된 철권 캐릭터의 장점을 한층 강화해 합쳐놓은 듯한 모습이다. 상중하단을 가리지 않고 우월한 판정을 가진 기술들로 무장하고 있는데, 콤보 대미지까지 압도적이다. 커맨드 입력 및 운영 난이도는 최하급이며 덤으로 지팡이 기술까지 장착하고 있다.

이러한 성능 탓에 리로이는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 철권인들의 질타를 받았다. 시리즈 최고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균형 잡힌 밸런스를 자랑한 철권7에 독이 풀린 것이다. 랭크 게임을 즐기는 일반 철권 유저들은 리로이를 상대하길 극도로 꺼려했고, 2020 EVO 재팬을 앞둔 철권 프로게이머들은 리로이를 준비하거나 상대법을 특훈해야 했다.



▲ 리로이로 가득했던 2020 EVO 재팬 8강 (출처 : 공식 중계 화면 캡쳐)

그리고 개막한 2020 EVO 재팬에서 현재 철권7의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것이 제대로 드러났다. 다수의 프로게이머가 예선에서 리로이를 들고 나온 무명 유저에게 허무하게 탈락했고, 몇몇 프로게이머는 수년간 플레이해 온 주력 캐릭터를 대신 리로이를 선택해 상위 라운드로 향했다. 8강에선 무려 6명의 선수가 리로이를 사용한 가운데 기존 진 카자마를 사용했던 태국의 '북'이 리로이로 끝내 우승을 차지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반다이남코는 2020 EVO 재팬 종료 후 밸런스 패치를 통해 급하게 리로이를 하향했다. 그러나 이는 실효성이 턱없이 부족했다. 주력 기술들은 여전히 유용했고 너프된 대미지 역시 다른 캐릭터들의 평균 이상이었다. 이에 '무릎' 배재민을 비롯해 '쿠단스'-'샤넬'-'랑추'-전띵'-'리삼' 등 다수의 프로게이머가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현재 진행 중인 리로이 사태의 더욱 큰 문제는 철권7 메인 프로듀서 마이클 머레이의 불통일 수 있다. 리로이 출시 직후부터 약 50일간 쉼 없이 쏟아진 전 세계 철권 유저들의 불만과 너프 요청에도 그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 진행된 밸런스 패치 이후에야 SNS를 통해 "이번 패치는 2020 EVO JAPAN 전부터 준비해온 것이며,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짤막하게 전했을 뿐이다. 한 게임의 총책임자로서는 상당히 안타까운 행보다.

아케이드 시장이 주력이었던 과거의 철권과 달리 스팀 서비스를 통한 온라인 버전이 대세가 된 현재는 게이머들과의 활발한 소통과 빠른 피드백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제 철권은 계속 변화해야 한다. 더 많은 유저들이 철권에서 정을 떼기 전에, 반다이남코가 현명한 선택을 통해 리로이 사태를 종식시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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