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관중 없는 'IEM 평창', 누구를 위한 대회인가?

칼럼 | 이시훈 기자 | 댓글: 9개 |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이하 IEM) 평창이 개막을 앞두고 무관중으로 진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스타2 팬들이 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규모가 작은 e스포츠 대회의 경우 상황에 따라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지만, 총상금 15만 달러, 우승 상금 5만 달러 규모의 세계적인 국제 e스포츠 대회가 지켜보는 관중 한 명 없이 열리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IEM을 주관하는 ESL의 미하엘 블리하츠 전무이사는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번 대회를 직접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번 대회가 스튜디오 방송이라는 점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올림픽 경기장 옆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장소가 매우 제한적이고, 관중을 위한 공간이 없었다"며 관중 없이 대회를 치르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면 가장 근본적인 궁금증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이럴 거면 굳이 평창에서 대회를 개최한 이유가 무엇인가?' 사실상 이름과 장소만 평창을 빌렸을 뿐이다. 관중 없이 열리는 대회는 온라인 대회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최고의 중계진을 불러 놓고 무관중으로 진행한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IEM이 한국에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12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펼쳐진 'IEM 11 경기'에서 사전 공지 없이 스타2 종목의 16강과 8강 경기를 비공개로 진행해 국내 스타2 팬들의 원성을 샀다. 비공개 진행의 이유는 오버워치 종목 추가로 인한 일정 조율이었다. 8년 만에 한국에서 펼쳐지는 IEM을 기다리고 있었던 국내 스타2 팬들은 당시 큰 실망감을 표출했다.

국내 e스포츠 팬들은 한국에서 국제 e스포츠 대회가 열리는 것에 목말라 있다. 하지만, e스포츠 팬들을 무시하는 형태로 대회가 열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제대로 하지 않을 거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들은 순수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과 선수를 보며 응원하고 함께 즐기고 싶을 뿐이다.

돌이켜 보면 이번 IEM 무관중 사태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제한적인 평창보다 교통이 편리하고 e스포츠 경기장이 잘 마련된 수도권에서 관중을 받으며 대회를 여는 것이 어땠을까 싶다. 아니면, 굳이 우리나라가 아니더라도 IEM이 열리길 기대하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 대회를 여는 것이 더 의미가 컸을 수도 있다.

대회 홍보 및 한국어 중계에 대한 공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엉망인 상황, 이쯤 되면 IEM 평창이 평창 동계 올림픽의 곁다리 역할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6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과 IEM을 공식 후원하는 인텔이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이번 IEM 평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식 지원을 받아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 IEM이 평창에서 열리는 이유는 IOC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e스포츠 팬들은 e스포츠가 고유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순수하게 경기를 함께 보고 즐기며 노력한 선수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싶을 뿐이다. 팬을 위하지 않는 대회는 대회로서 의미가 없다. e스포츠 역사상 전례 없는 국제 대회 무관중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외부 입김이 느껴지는 유명무실한 대회는 선수와 팬에게 실망감과 상처만 남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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