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틀그라운드 '베타' 리그, 극복해야 할 것은

칼럼 | 신연재 기자 | 댓글: 18개 |



펍지주식회사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는 출시 초반부터 엄청난 흥행에 힘입어 유력한 차기 e스포츠 메인 종목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여러 이벤트성 대회를 거쳐 그 가능성을 증명했고, 국내에서는 생각보다 빠르게 두 개의 공식 리그가 출범했다. 하지만 기대치가 워낙 높았던 탓일까. 양대 리그 '아프리카TV PUBG 리그(이하 APL)' 파일럿 시즌과 'PUBG 서바이벌 시리즈(이하 PSS)' 베타가 모두 마무리된 현재까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생각보다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공식 리그가 출범하기 전 거론됐던 문제점을 되짚어보자. 우선, 80명의 인원과 PC를 수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무대를 찾는 것이 첫 번째 숙제였고, 경기 지연 현상과 미숙한 관전 및 옵저빙 시스템은 필수 해결 과제로 남았다. 추가로 모든 리그를 아우르는 통합 규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다소 숨 가쁘게 시작된 공식 리그는 대부분의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한 발 빨리 시작한 APL에서 관전과 옵저빙 시스템은 꽤나 향상된 것처럼 보였다.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덕분에 편리한 시야와 많은 정보를 제공했고, 숙련된 옵저버들은 주요 장면을 잘 잡아내며 보는 재미를 충족시켰다. 하지만, 문제는 정식 출시 이후에 발생했다.

▲ 문제의 관전 버그 중 한 장면

정식 버전의 관전 시스템은 오류 투성이었다. 캐릭터와 차량은 순간이동을 하듯 시간 차를 두고 움직였다. 비뚤어진 에임으로 총을 쏘고, 그 총알에 맞아 기절하거나 죽는 장면도 계속해 연출됐다. 경기를 제대로 관람하기 힘들 정도였다. 게다가 PSS 옵저버도 주요 전투 장면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더 큰 아쉬움을 샀다. 관전 버그는 곧 수정됐지만, 이미 많은 팬들이 크게 실망한 뒤였다.

통합 규정이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여러 번 발목을 잡았다. 먼저, APL과 PSS의 데이 포인트 집계 방식이 달라 같은 성적을 내도 어느 대회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설 연휴가 지나고 시작될 세 번째 공식 리그, 스포티비 게임즈의 'PUGB 워페어 마스터즈(이하 PWM)' 파일럿은 라운드 순위에 따른 점수 자체가 기존과 다르다. 상위권 싸움에서는 한 단계의 차이가 최종 결과를 뒤엎을 수 있는 만큼 모든 대회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부정적인 이슈를 일으킨 선수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 그리고 그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유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펼쳐졌다. 이 논쟁은 과거 타 종목에서 대리 게임으로 금전적인 이득을 취했다고 고백한 '벤츠' 김태효가 e스포츠 1년 출전 정지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는 분명 깨끗한 e스포츠를 위한 선례로 남아야 했던 조치였다.

하지만, 이후 타 선수의 대리 게임이나 불법프로그램 사용 의혹에 대해서는 흐지부지 넘어갔다. 그런 와중에 APL 일정을 모두 소화한 노브랜드 소속 '타워팰리스' 박강민이 '과거 대리 게임 사실을 인정하고 e스포츠 판을 떠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일련의 사태는 자수를 택한 '벤츠'에 대한 동정 여론이 생기는,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낳았다. 강경책을 꺼내 들었던 만큼, 썩은 부분을 완전히 도려내지 않은 대처가 오히려 반감을 일으킨 것이다.

APL과 PSS 모두 리그 뒤에 '베타(혹은 파일럿)'라는 단어를 붙인 대회다. 부족한 부분이 있고, 차기 시즌엔 이를 보강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경기를 보면서 느끼는 재미까지 베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걸음마'는 지나갔다. 이제는 바른 걸음을 걸으면서, 뜀박질을 준비해야 할 단계다. 대회의 완성도가 부족한 모습이 계속되는 건 지켜보는 팬뿐만 아니라 경기를 직접 뛰는 선수들도 지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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