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담원 게이밍 '뉴클리어' 신정현, 그에 대한 소고

기획기사 | 박범 기자 | 댓글: 39개 |



담원 게이밍이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승 3패 세트 득실 11로 단독 1위다. 총 10개 팀 중에 세트 득실이 가장 좋고 가장 먼저 10승 고지에 올랐다.

이들의 힘은 '너구리' 장하권과 '캐니언' 김건부, '쇼메이커' 허수로 구성된 상체에서 나온다. 이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예전부터 담원 게이밍의 에이스로 손꼽히던 '너구리' 뿐만 아니라 폼을 끌어올린 '쇼메이커'와 '캐니언'이 맹렬한 기세를 보이고 있다. '베릴' 조건희도 주전 자리를 꿰차더니 팀 오더의 중심을 맡으면서도 종종 빼어난 플레이를 선보인다.

담원 게이밍의 바텀 라이너 '뉴클리어' 신정현은 어떨까. 그 역시 담원 게이밍의 일원으로 준수한 활약을 하고 있다. 하지만 '뉴클리어'에 대한 팬들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팬들이 각종 커뮤니티에 게시한 '뉴클리어'에 대한 평가를 적나라하게 공개하자면, 팀의 '구멍'이라던가 '버스를 탄다'는 표현도 나올 정도다.

그가 실제로 팬들의 비난처럼 존재감 없는 바텀 라이너일지 궁금해졌다. 이번엔 '뉴클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팀 내 위치
낮지만 반박 여지 있는 데이터

'뉴클리어'는 바텀 라이너다. 메타나 팀 성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팀 내에서 가장 높은 대미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바텀 라이너다. 실제로 2019 우리은행 LCK 섬머 스플릿에서도 각 팀의 바텀 라이너들은 평균 29%의 팀 내 대미지 비중을 보였다. 가장 높은 건 아프리카 프릭스의 '에이밍' 김하람(33.1%)였다.

담원 게이밍 내에서 '뉴클리어'의 대미지 비중은 23.8%로 LCK 내 모든 팀 바텀 라이너들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물론, 팀 내 대미지 비중이 낮은 바텀 라이너들은 보통 상체 위주의 게임을 하는 팀 소속이었다. 당연히 젠지나 킹존 드래곤X, 진에어 그린윙스처럼 바텀 라이너가 에이스인 팀에서는 바텀 라이너들이 30%에 육박하는 대미지 비중을 보였다.

한 가지 재미있는 데이터는 '뉴클리어'의 팀 내 대미지 비율이 '쇼메이커'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평균 골드 수급량도 약 23%로 거의 같았다. 이미지 상으로는 '뉴클리어'보다 '쇼메이커'가 훨씬 많은 대미지를 기록했을 것 같은데 실제론 비슷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뉴클리어'는 LCK에서 활동 중인 바텀 라이너들 중에서는 팀 내 대미지 비중이 가장 적었지만, 담원 게이밍으로 기준을 좁히면 팀의 에이스로 평가받는 '쇼메이커'와 비슷하게 골드를 수급해 비슷한 대미지를 기록했다. 효율이 같았다는 뜻이다. 물론, '너구리'가 두 개의 지표에서 팀 내 1위였다.

※ 담원 게이밍 경기 내 데이터 비교
팀 내 대미지 비중 : '너구리' 장하권(30.9%), '쇼메이커' 허수(24.1%), '뉴클리어' 신정현(23.8%)
평균 골드 수급 비중 : '너구리' 장하권(23.5%), '뉴클리어' 신정현(23%), '쇼메이커' 허수(22.9%)


그리고 다음 내용을 살펴보면, '너구리'나 '쇼메이커'보다 오히려 '뉴클리어'의 효율이 더 좋다고도 할 수 있겠다. 팀적인 운영에서 담원 게이밍은 많은 이의 예상보다 훨씬 더 바텀 라인을 등한시했다.


초반 케어 '전무'
'캐니언' 첫 귀환까지 정글 동선을 보면...

초반 경기의 흐름을 정하고 팀의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건 정글러다. 이들이 특히 첫 정글 동선을 어떻게 잡는지에 따라 라인전 양상이 뒤바뀌곤 한다. 이를 유심히 살펴보면, 각 팀이 어느 라인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는지, 어느 라이너가 에이스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담원 게이밍의 정글러 '캐니언'은 첫 사냥부터 첫 귀환까지 어떤 동선을 주로 보였을까. 어찌 보면 신기하게도 '캐니언'은 대부분의 최근 경기에서 위쪽 정글 캠프에서 사냥을 시작했다. 보통 이와 같은 시작점은 바텀 라인에 힘을 주려는 정글러들의 움직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캐니언'의 동선은 확실히 색달랐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대놓고 위쪽 정글 캠프만 돌았다. 가끔 아래쪽 정글 캠프에서도 사냥을 했는데 이는 소위 '풀캠프 동선'을 위한 것이었을 뿐이었다. 그 어떠한 바텀 라인 개입이나 개입 시도, 시야 장악도 없었다. 대놓고 '너구리'가 라인전을 하고 있는 탑 쪽으로만 움직였다.

이는 블루나 레드 진영 여부 뿐만 아니라 상대 정글러의 첫 정글 사냥 위치나 라이너 간 상성에 상관없었다. 드래곤 쪽 강가 지역에는 발도 거의 들이지 않았다. '뉴클리어-베릴' 듀오가 상대 바텀 듀오보다 주도권을 잡기에 더 좋은 조합을 갖췄다고 해도 말이다. 실제 경기 화면을 보며 '캐니언'의 첫 정글 사냥 시작부터 첫 귀환까지의 동선을 표시한 결과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 '캐니언'의 최근 경기 극초반 정글 동선 (두꺼울수록 자주 이동한 곳)

라이너들은 혼자서 라인전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항상 상대 정글러와 아군 정글러까지 고려하면서 라인전에 임한다. 특히, 극초반 라인전 단계에서 아군 정글러가 근처에 있다는 건 라이너에게 엄청난 힘이 된다. 하지만 담원 게이밍은 초반 동선에서 바텀 쪽을 거의 신경쓰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캐니언'의 초반 동선은 탑과 미드 라인에 힘을 실어주는 반면, 바텀 듀오에게 부담을 준다는 말로 연결된다.

상대 정글러의 위치를 미리 파악했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대부분의 경기에서 담원 게이밍은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캐니언'이 위쪽 정글 캠프를 활개치고 있는데 상대 정글러와 마주치지 않았다면, 당연히 상대 정글러는 바텀 라인 쪽에 있다는 뜻이 된다. 이 때문인지 '뉴클리어'와 '베릴'은 라인전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주도권을 내주는 일이 잦았다. 심지어 최근 그리핀전처럼 이른 타이밍의 2레벨 갱킹이라도 당하는 날엔 더 소극적으로 변했다.

물론, '캐니언'의 극초반 정글 동선은 팀적인 합의로 완성된 결과물이다. 그만큼 담원 게이밍은 '너구리'나 '쇼메이커', 특히 '너구리'의 5분 전까지의 라인전 주도권에 힘을 줬다는 뜻이다. '뉴클리어'와 '베릴'은 합의된 선에서 일부러 혹은 어쩔 수 없이 소극적인 라인전을 행했다.


보완할 점은?
모두 고려해도 아쉬운 부분은 있다

데이터 관련 내용과 '캐니언'의 초반 동선을 함께 고려하면, '뉴클리어'는 투자 대비 효율이 좋은 바텀 라이너라는 결론이 나온다. '뉴클리어'는 초반 정글러의 케어 없이 2:2 혹은 2:3으로 라인전에 임하기에 쉽게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서도 결국 '쇼메이커' 급으로 골드를 수급하고 대미지를 넣는 선수였다.




이 모든 걸 고려하더라도 '뉴클리어'에 대한 아쉬움은 당연히 있다. 첫째로 잘하는 바텀 라이너들 특유의 무기인 일명 외줄 타기 플레이의 부재다. '뉴클리어' 하면 날카로운 포킹도, 극한의 카이팅도, 일방적으로 상대를 추격하는 맹렬함도, 상대 사거리 안팎을 오가며 시선을 끄는 플레이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뛰어난 반응 속도로 잘 죽지 않는다는 평가는 있어도 말이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나도 잘하는 바텀 라이너'라는 걸 보여준 것이 많지 않다. 그는 1위 팀 바텀 라이너에 걸맞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잘할 수 있을까.

여기서 파생되는 두 번째 의문점도 있다. 라이엇게임즈의 패치 방향성에 따라 바텀 라인이 무조건 캐리 역할을 맡아야 하는 메타가 도래한다면 어떨까. 그때가 되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담원 게이밍이 '뉴클리어'에게 무게를 실어주는데 자신이 있을지 궁금하다. '뉴클리어'의 캐리력 여부와 관계 없이 생각해봐도 그렇다.

지금까지 담원 게이밍은 바텀 라인에 무게를 실어본 적이 거의 없다. 나중에 바텀 위주의 메타가 왔을 때 담원 게이밍은 젠지나 킹존 드래곤X, 혹은 아프리카 프릭스나 SKT T1처럼 바텀 라이너를 믿을 수 있을까. 또 그런 운영에 능숙할까.

다방면으로 살펴본 결과, '뉴클리어'는 지금처럼 팬들의 비판과 비난을 한몸에 받을 선수는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뉴클리어'가 팬들이 보내는 의문부호의 표적이 되고 있는 건 그가 아직 보여준 게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에 대한 평가는 스스로 바꾸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언젠가는 '뉴클리어'도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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