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결승] '바이퍼'는 이미 많은 걸 증명했다

기획기사 | 박범 기자 | 댓글: 85개 |



그리핀과 SKT T1의 대결로 2019 우리은행 LCK 섬머 스플릿 대망의 결승전이 진행된다. 두 팀은 2회 연속 결승전에서 마주친다. 구도도 같다. 이번에도 그리핀이 정규 시즌 1위로 결승 직행, SKT T1은 포스트 시즌을 거쳐 결승으로 향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SKT T1은 와일드카드전부터 치고 올라왔다.

두 팀 모두 최근 메타에 걸맞게 '상체 캐리'의 흐름을 타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바텀 라이너들은 주목을 덜 받았다. 그중에서도 '바이퍼' 박도현은 예전부터 실력보다 덜한 평가를 받는, '저평가의 아이콘'으로 유명했다. 분명히 수준급의 바텀 라이너지만, 끊임없이 뭔가를 증명해야 하는 선수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미 보여준 것들이 상당한데도 말이다.


정규 시즌 지표
대부분 1위, 그는 이미 증명했다

'바이퍼'가 팬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평가는 '원거리 딜러 챔피언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퍼' 하면 '비원딜'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 그가 LCK에 처음 합류해서 자주 꺼냈던 챔피언들은 당시 메타를 감안하더라도 비원딜 챔피언들이 많았다. 특히, 야스오와 블라디미르를 미드나 탑 라이너 수준으로, 어쩌면 그보다 더 잘 다뤘다.

하지만 팬들의 생각과는 달리 '바이퍼'는 이미 자신이 원거리 딜러로도 충분히 잘하는 바텀 라이너라는 걸 입증했다. 이번 섬머 스플릿 정규 시즌 성적만 봐도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그의 챔피언 폭을 살펴보자. '바이퍼'는 정규 시즌 동안 총 12개의 챔피언을 사용했다. 가장 많이 활용했던 것이 카이사와 이즈리얼이었다. 카이사는 총 11게임에서 54.5%의 승률을 보였고, 이즈리얼로는 10게임에 80% 확률로 이겼다. 그 외에도 자야와 루시안, 애쉬, 시비르, 케이틀린으로 뛰어난 승률을 자랑했다.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못 다루는 선수였다면 이렇게 다양한 챔피언으로 두루 높은 승률을 기록하지 못했을 거다.

비원딜 챔피언은 '바이퍼'가 이번 스플릿에 네 번 밖에 꺼내지 않았다. 파이크와 블라디미르로 기록했던 1전 1승씩을 제외하면 소나 승률 50%에 빅토르는 1전 1패의 성적을 보였다. '바이퍼'의 전체 승률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표본수였다.

경기 대부분에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꺼냈던 '바이퍼'는 팀 승률이 좋은 덕분에 별 활약 없이 함께 승리했을까. 그렇다면 개인 지표에서는 아쉬움을 보였어야 했다. 하지만 당연히 아니었다. 정규 시즌 동안 '바이퍼'가 기록했던 개인 기록은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가장 기본적인 지표인 KDA에서는 8.5로 바텀 라이너들 중 1위에 랭크됐다. 2위인 '뉴클리어' 신정현과는 약 2.3 정도 차이를 보였다. 평균 킬 포인트도 4.1로 1위였고, 평균 데스는 1로 바텀 라이너들 중에 가장 낮은 기록을 보였다. 재미있는 건 결승전에서 상대할 '테디' 박진성이 평균 데스 1.1로 2위였다. 두 바텀 라이너가 거의 죽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좀 더 경기력을 상세히 알려주는 지표들에서도 '바이퍼'는 좋은 성적을 보유했다. 분당 골드 수급량이 475로 바텀 라이너들 가운데 1위였다. 팀 내 대미지 비율이 30.6%로 4위였는데, 1위부터 3위까지인 '에이밍' 김하람과 '룰러' 박재혁, '데프트' 김혁규가 속한 아프리카 프릭스와 젠지, 킹존 드래곤X 모두 바텀 캐리가 장기이자 실제로 자주 나왔던 팀이다. 그리핀이 바텀 라인 쪽에 무게를 실었던 적이 별로 없었던 걸 감안하면 '바이퍼'의 팀 내 대미지 비율 순위는 4위 이상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분당 챔피언에 기록한 대미지에서는 '바이퍼'가 526로 공동 2위였고 바텀 캐리로 유명한 '데프트'와 같은 수치였다.

라인전 능력에서도 '바이퍼'가 발군이었다. 보통 라인전에서의 활약을 보는 지표는 15분까지 상대와 벌린 격차다. 15분까지의 골드 차이와 경험치 차이에서 모두 '바이퍼'가 압도적인 1위(496, 156)를 차지했다. 팀적으로 큰 도움을 받지 않고도 '리헨즈' 손시우와 함께 강력한 라인전을 자주 구사했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바이퍼'는 수치를 놓고 봤을 때 라인전과 한타 등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잘해주는 바텀 라이너였다.


※ '바이퍼' 박도현의 정규 시즌 지표

KDA 8.5 - 바텀 중 1위 (2위 '뉴클리어' 신정현)
평균 킬 포인트 4.1 - 바텀 중 1위 (2위 '에이밍' 김하람)
평균 데스 1 - 바텀 중 가장 낮음 (2위 '테디' 박진성)
분당 골드 수급량 475 - 바텀 중 1위 (2위 '테디' 박진성)
대미지 비중 30.6% - 바텀 중 4위 (1위~3위 '에이밍' 김하람, '룰러' 박재혁, '데프트' 김혁규)
분당 챔피언에 넣은 대미지 526 - 바텀 중 공동 2위 ('데프트' 김혁규와 동률)
15분까지 골드 차이 496 - 바텀 중 1위 (2위는 '룰러' 박재혁)
15분까지 경험치 차이 156 - 바텀 중 1위, (2위는 '에이밍' 김하람)


하이라이트
날카로운 킬 캐치, 과감한 위치 선정

다들 기억할거다. '바이퍼'가 블라디미르로 전장을 헤집어 놓으면서 파괴력을 숨김없이 보여줬던 장면들을 말이다. 그때의 기억이 워낙 강렬해서 '바이퍼'는 비원딜 챔피언만 잘한다는 이미지가 박혔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섬머 스플릿에 '바이퍼'는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주로 썼다. 그리고 과거 블라디미르로 보여줬던 것만큼의 임팩트를 여럿 남겼다. 아래 두 영상은 그 중 일부다.

젠지와의 대결에서 '바이퍼'는 카이사로 날카로운 진입에 이은 멀티 킬을 기록했다. 아군이 상대 레넥톤을 빠르게 제압하자 '바이퍼'의 카이사는 잠시 상황을 지켜봤다. 그러다가 팀원들이 '피넛' 한왕호의 스카너를 노리는 순간에 더 멀리 있던 상대를 봤다. 적은 체력의 이즈리얼과 탐 켄치가 그의 눈에 들어왔고 '바이퍼'의 카이사는 곧장 궁극기를 통해 상대 후방으로 날아가 킬을 쓸어 담았다. 순간적이면서도 정확한 판단이 돋보였다.


다음에 소개할 장면도 카이사로 보여줬다.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대결에서 '바이퍼'는 경기를 마무리짓는 역할을 했다. 불리했던 한화생명e스포츠는 먼저 싸움을 열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바이퍼'의 카이사는 '도란' 최현준의 제이스와 함께 '소환' 김준영의 아트록스를 빠르게 밀어냈다. 적은 체력으로 살아갔던 아트록스는 궁극기로 뒤쫓아온 '바이퍼'에게 쓰러졌다. 이후, 최후의 저항을 하는 상대를 정확한 스킬 적중률로 저격해 잡아내기도 했다.


짧은 순간에도 정확하게 들어가 상대만 잡아내는 킬 캐치 능력이 앞선 장면처럼 빛났다. 또한, 정확한 스킬 활용으로 적은 체력의 상대를 마무리하는 집중력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런 장면들을 보면 '바이퍼'라는 닉네임을 참 잘 지었다는 느낌을 준다. 한 마리의 독사처럼 날카롭고 정확하게 상대를 마무리하는 능력이 발군이었다. 이처럼 '바이퍼'는 원거리 딜러 챔피언으로도 자신의 모든 걸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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