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결승] 우여곡절 많았던 여름, 다시 찾아온 그리핀의 '삼세번' 결승

기획기사 | 장민영 기자 | 댓글: 20개 |



올해의 정규 시즌 패왕, 그리핀이 스프링에 이어 섬머 스플릿까지 다시 한 번 1위를 달성했다. 처음으로 롤드컵에 진출하게 되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느낌이다. 이제는 챌린저스에서 올라온 강팀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LCK 정규 시즌 최강팀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렇게 정규 시즌 1위 자리를 지켜내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그리핀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 보인다.

특히, 이번 섬머 스플릿은 다른 때보다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스프링에서 패배가 거의 없던 그리핀이 새로운 팀들에게 패배가 늘기 시작했다. 리프트 라이벌즈 이후 3연패를 기록했고, 처음으로 탑 라인에 신인 선수 '도란' 최현준을 기용하며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팀원 '쵸비' 정지훈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가장 힘든 스플릿을 보낸 듯하다.

그렇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과정이 어떻게 흘러가더라도 그리핀은 정규 시즌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낸 팀이다. 치열했던 이번 섬머 스플릿과 PO 진출팀 간 대결 구도에서 가장 높은 것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꾸준한 변화 속에서 그리핀다운 저력을 발휘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제 확실히 달라졌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두 번의 준우승을 경험했던 LCK 결승전을 넘어서는 것. 전통의 LCK 강호인 두 통신사 팀과 대결로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압도적이었던 이전과 달리 그리핀은 섬머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 패배를 경험하며 아직 더 성장할 여지를 남겼다고도 볼 수 있다. 나아가, 결승전 우승만을 위해 시즌 중에도 스스로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이번엔 정말 달라질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T1전 눈물로 각성한 신예 ‘도란’
롤드컵 달린 섬머 주전 신예의 마지막 성적표는?




▲ 울기도, 웃기도... LCK 신예 '도란'!(출처 : LCK 공식 유튜브)

롤챔스 섬머 스플릿의 중요성은 LoL 대회를 보는 이들이라면 잘 알 것이다. 전 세계에 자신과 팀을 알릴 롤드컵과 성적이 직결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스프링부터 최상위권 성적을 보유한 팀은 자력으로 정규 시즌 성적만으로 롤드컵에 진출할 수 있기에 더 그렇다. 그리핀 역시 정규 시즌에서 안정적으로 이전 흐름대로만 가면 첫 롤드컵으로 향할 수 있는 팀이었다.

하지만 그리핀은 안정감보단 변화를 택한 팀이다. 중요한 시기에 LCK 경험이 없는 신예 '도란'을 기용해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그동안 그리핀의 탑을 지켜왔던 '소드' 최성원을 대신해 '도란'을 확실한 2R 주전으로 내세웠다. 안정감 있는 탑 라이너인 '소드'로 안정적인 승리를 바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리핀은 롤드컵이라는 거대한 목표보다 팀 스타일의 다양화, 팀의 발전을 택했다고 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정규 시즌만 보면, 정규 시즌 1위 자리를 지켜내고 신예까지 키워냈으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도란'을 확실한 주전 선수 중 한 명으로 내세우기까지 과정은 결코 쉽진 않았다. 신예이기에 LCK라는 살벌한 무대에서 실수했고, 팀 합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보였다. 중요한 후반에 끊기거나 아쉬운 순간이동 활용, 갱킹에 취약한 면이 드러났다. 하지만 '타잔' 이승용을 비롯한 팀원들이 뒤를 봐주고 '도란' 역시 이를 보답할 만한 캐리력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갱플랭크를 선택해 '타잔'의 도움 없이 혼자 위기 상황을 버텨내더니 섬머 후반에는 0데스 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안정감까지 갖추게 됐다. 특히, 모데카이저라는 LCK에서 자주 등장하지 않는 자신만의 픽을 완성하면서 기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했다. 매 경기 발전해 그리핀의 주전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 섬머 후반 '도란'의 0데스 행진

다만, 아직 '도란'은 더 증명할 것이 남았다. 바로 LCK 결승전과 같은 큰 무대에서도 활약할 수 있을지 말이다. 결승 상대 역시 자신감 있던 '도란'이 넘지 못한 SKT T1이다. 이 경기 마지막 세트에서 '도란'은 잘 성장해 사이드 라인을 케넨으로 지배하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대로, '칸-클리드'의 집중 공략에 말리면서 경기를 내주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패배했지만, 이 날 경기에서 눈물을 흘린 '도란'은 점점 성장해왔고, 두 번째 SKT T1이 결승이라는 큰 무대로 다가왔다.

여기에 그리핀의 탑에는 '소드'라는 카드도 있다. 지난 스프링 스플릿 2R 때 '소드'는 부진했다. 라인전 단계부터 사이드 라인에서 허무하게 끊기는 장면이 나오면서 아쉬움을 샀다. 하지만 결승전의 '소드'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자신이 말한 솔로 킬을 해냈고, 이전에 보였던 약점은 극복한 듯했다. 팀은 패배했지만, 결승의 '소드'는 다르다는 말을 어느 정도 증명했다. 이번 섬머는 2R부터 출전 기회가 적었기에 결승 무대에 선다면, 더 확실한 준비와 변화로 임해야 한다.

확실히 ‘도란-소드’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아쉬울 수 있다. 상대 SKT T1의 ‘칸’이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출전해왔기 때문에 그렇다. 이를 넘어서려면,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는 '도란'과 안정감을 바탕으로 결승전에서 달라지는 '소드'가 탑 라인에서 시너지를 보여줘야 한다. 색다른 스타일의 두 선수가 결승전에서 어떤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쉽게 흔들리지 않는 그리핀 중심
정글의 왕 ‘타잔’, 섬머의 ‘바이퍼-리헨즈’




이번 섬머 포스트 시즌에서 위로 치고 올라가는 SKT T1의 경기를 보면, ‘클리드’ 김태민의 경기력이 눈부시다. 강타 싸움을 벌여도 절대 밀리지 않고, 갱킹 설계부터 한타까지 많은 부분에서 눈에 띈다. 어떤 상대가 나타나더라도 기세를 탄 ‘클리드’는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아직 그런 ‘클리드’의 기세에 견줄 만한 정글러가 남아있다. 바로 꾸준한 기량으로 그리핀의 핵심을 맡아왔던 ‘타잔’ 이승용이다. 이번 섬머에서 눈에 띄는 캐리보다 다양한 역할을 맡았지만, 여전히 저점 없이 꾸준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 '클리드'의 15분 지표



▲ 평균 및 '클리드' 이상! '타잔' 15분 골드-경험치 획득량

‘타잔’의 장점은 섬머에서도 여전했다. 15분 간 획득한 골드, 경험치 등의 지표를 다른 정글러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높은 수치를 자랑한다. 남다른 정글 동선과 성장을 바탕으로 경기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글러인 것은 틀림없다. 해당 수치는 상대인 ‘클리드’보다 높아서 초반부터 큰 사고가 없을 때 ‘타잔’이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는 양상이 나올 수 있다.

나아가, ‘타잔’은 다른 스타일로 변화도 꾸준히 시도해왔다. 탑 라인에서 ‘도란’의 성장에 힘을 실어주는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주요 픽 중 하나인 올라프로 초반부터 승부수를 띄우는 과감한 모습까지. 끊임없이 변화하려고 하는 선수가 ‘타잔’이다. 다양한 챔피언을 활용했던 스프링에 스타일 변화도 성공한 섬머까지 더 해진 ‘타잔’이라면 어디까지 나아갈지 또 모를 것이다.




그리핀의 섬머 2R에 있었던 3연패 전후로 빛났던 라인은 바로 봇이다. 그리핀 경기에서 ‘바이퍼-리헨즈’가 MVP 승자 인터뷰에 함께 나와 투닥거리는 모습은 어느덧 익숙해졌다. 힘든 시기에도 단단하게 봇 라인을 지켜내며 마지막 승리할 힘을 비축했다. 치열했던 섬머 경기들 속에서 그리핀 라인의 중심을 잡은 게 ‘바이퍼-리헨즈’라고 할 수 있다. 스프링까지 ‘비원딜’ 챔피언을 활용해 변수를 뒀던 ‘바이퍼’는 다시 원거리 딜러형 챔피언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대신, 변수를 만드는 역할을 ‘리헨즈’가 톡톡히 해줬다. 섬머에서는 유미로 이름을 날리더니 2R 후반부터 볼리베어로 활약을 이어갔다.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두 챔피언을 메타에 맞게 잘 소화해낸 느낌이다. ‘리헨즈’의 역할은 비슷했다. 상대 입장에서 까다로운 플레이를 줄곧 해냈다. 유미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상대를 붙잡더니, 볼리베어로는 과감하게 교전을 열고 홀로 유유히 빠져나간다. 챔피언 특성에 맞게 상대를 흔드는 능력이 발군이었다. 이런 두 선수가 라인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그리핀이 정규 시즌 1위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그리핀-결승전 최대 변수 ‘쵸비’
뚫을 것인가, 뚫릴 것인가?




그리핀의 시즌 성적의 변수는 미드 라이너 ‘쵸비’ 정지훈이었다. ‘쵸비’가 흔들리면서 섬머 2R에서 무언가 그리핀의 막강한 미드-정글의 힘이 나오지 않았다. 미드-정글의 힘이 경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섬머 중 ‘쵸비’의 부진은 큰 타격으로 다가왔다.

다행히, 중요한 순간 ‘쵸비’는 돌아왔다. 지난 SKT T1과 2R 대결에서 사일러스로 ‘페이커’ 이상혁의 코르키에게 솔로 킬을 내는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줬다. 젠지의 ‘플라이’ 송용준의 리산드라를 상대로 보여준 미드 제이스는 라인전만으로 경기를 끝낸 느낌이었다. 이후 경기에서도 라인전부터 상대를 몰아넣으며 스노우볼을 굴리는 그리핀의 섬머 스타일의 핵심 역할을 해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결승전이다. 지난 결승전에서 극초반 싸움 패배에 이은 ‘클리드’의 갱킹에 그대로 당하면서 흐름을 내준 기억이 있다. 한번 무너졌을 때, 이제는 정규 시즌처럼 회복할 시간이 없다. 승리를 위해 절대 무너지면 안 되는 무대가 바로 결승전이기도 하다. 상대에게 허점을 보일지, 아니라면 KeSPA컵 결승전처럼 본인이 미드에서 큰 변수를 만들어낼지 많은 게 ‘쵸비’의 손에 달렸다. '쵸비'가 단순히 라인전-피지컬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넘어서 큰 무대에 강한 선수로 거듭난다면, 그리핀은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핀의 섬머는 이렇듯 로스터 변경부터 팀원 개개인까지 여러 흐름이 있었다. 그동안 그리핀은 다른 팀에 비해 무난한 정규 시즌을 보냈다면, 이번만큼은 그리핀 역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발전했을까. 발전만 할 수 있다면, 섬머 중에 겪었던 것들이 모두 값진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발전해야 하는 이유는 역시 LCK 결승전 우승이라는 목표가 남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두 번의 준우승을 경험했고, 세 번째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세번’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들의 이번 세 번째 도전은 달라져야 한다. 섬머 스플릿 중에 로스터 변경부터 연패, 부진 등이 있었지만, 결국은 정규 시즌 1위로 향했다. 그리핀은 이 흐름을 결승전까지 이어가고 싶다.





■ 2019 우리은행 LCK 섬머 스플릿 포스트 시즌 결승전 일정

그리핀 vs SKT T1 - 8월 31일 오후 4시, 화정체육관

통계 출처 : gol.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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