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스포츠 베팅 게임 '합법화' 시대, e스포츠 시장은?

기획기사 | 박범 기자 | 댓글: 12개 |



올해 초, 스포츠 베팅 게임과 관련된 법이 개정됐다. 정부는 스포츠 베팅 게임을 웹보드 게임과 동일하게 관리할 것임을 알렸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에 한해서다. 위 내용을 포함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4월 공포됐다. 스포라이브가 2010년부터 12년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승소한 결과다.

이로써, 스포츠 베팅 게임이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올 기회를 잡았다. 국내 유일한 합법 스포츠 도박인 스포츠 토토를 모사한 형태의 스포츠 베팅 게임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관리 하에 합법의 형태로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 역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엠게임과 넵튠은 보도자료 등 공식 발표를 통해 스포츠 베팅 게임 서비스 런칭 계획을 알렸다.


국내 현황
관련 규정 변화로 점점 커지는 시장

국내에서 스포츠 베팅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스포츠 토토를 언급할 수 있다. 스포츠 토토는 국가 도박 사업으로 수익금의 상당 부분을 해당 종목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지니고 있다. 국내에서 현금이 직접 오가는 방식을 채택 중인 유일한 합법 스포츠 베팅이다.

스포츠 토토를 제외하곤 현금이 오가는 모든 스포츠 베팅 및 사이트는 불법이다. 이는 스포츠 토토 공식 홈페이지 하단에도 명시되어있다.




다른 종류의 베팅 시스템도 존재한다. 베팅 자체를 또 하나의 게임으로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있다.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 일명 스포츠 베팅 게임이다. 스포츠 베팅 게임 산업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위처럼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시행령이 일부 개정됐기 때문이다.

대통령령 제30604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별표 2 제8호 각 목 외의 부분 중 "카드게임이나 화투놀이"를 "카드게임, 화투놀이 또는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으로 하고, 같은 호 다목을 삭제하며, 같은 호 사목 중 "게임 과몰입 방지를 위한 이용자 보호방안을"을 "게임물 이용자 보호 및 게임물의 사행화 방지 방안을 위원회와 협의하여"로 하고, 같은 표에 제9호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후략)

스포츠 베팅 게임은 말 그대로 게임이기에 현금이 오가지 않는다. 유저들은 해당 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게임 머니를 현금으로 구매, 이를 베팅에 사용한다. 중요한 건 승부예측 적중 시 받는 보상 역시 게임 머니라는 점. 해당 사이트들에는 게임 머니를 현금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스포츠 베팅 게임에 대한 관리를 담당한다.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고자 하는 측은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이러한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Q. 스포츠 베팅 게임 관련 다양한 사이트가 존재한다. 합법성 여부는 어떻게 판정하나?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스포츠 베팅 게임)의 경우 베팅이나 배당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에 해당하며, 게임위의 등급분류를 받고 제공되어야 한다. 따라서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인지 확인해야하며, 또한 등급분류 받은 내용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Q. 스포츠 베팅 게임물의 등급분류 진행 시 합법/불법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등급분류가 결정되기 위해서는 게임산업법 시행령 별표2 제8호의 게임물 관련 사업자 준수사항에 해당하는 내용에 대한 검토 및 확인을 요한다. 만약 정당한 권원을 보유하지 아니하였거나, 거짓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등급분류를 신청, 혹은 사행성게임물 또는 사행성유기기구에 해당하는 경우 등급분류가 거부된다. 또한, 등급분류 진행시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물의 내용을 통해 현금화하는 것이 확인된다면, 게임산업법상 사행성게임물에 해당되어 등급분류가 거부된다.

그럼에도 스포츠 베팅 게임에는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스포츠 베팅 게임 자체는 현금화에 대한 절차가 없어 합법이지만, 이미 많은 이에게 알려졌듯이 소위 '어둠의 경로'를 통해 얼마든지 게임 머니를 현금화할 수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도 이러한 사실을 이미 인지 중이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현금화가 되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면 해당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것은 사행성게임물(불법도박)로서 게임물이 아니다"라며, 이럴 경우 사감위 또는 방심위에서 조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게임물로 등급분류 받은 이후 사업자가 사행적으로 제공을 하거나, 별도의 환전상 등의 활동에 의해 사행적으로 이용되는 게임물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통해 게임사업자 및 환전상에 대하여 수사의뢰 하는 등 사후관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포츠 베팅 게임을 개발 중인 넵튠도 불법 현금화에 대한 생각을 내놨다. 넵튠은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이제까지 규제의 틀에 넣지 않았던 스포츠 베팅 게임류를 규제의 틀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은 이 시장이 매우 건전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제시하는 규제의 가이드에 철저하게 부합하도록 스포츠 베팅 게임을 만들 것이고, 원천적으로 이용자 간의 게임 머니 불법 현금화 시도가 존재하지 않도록 기술적으로 진보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공포됨에 따라 스포츠 베팅 게임 산업에 발을 들이려는 게임사들이 많이 생겼다. 엠게임과 넵튠 뿐만 아니라 점점 더 많은 게임사가 스포츠 베팅 게임 시장에 발을 들일 것으로 예측된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적으로 스포츠 베팅 혹은 스포츠 베팅 게임 시장은 나날히 발전 중이다. 해외에서는 스포츠 베팅 자체가 합법인 나라와 주가 많기에 스포츠 베팅 산업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많이 진행됐다.

테크나비오(TechNavio)의 2020년 2월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스포츠 베팅 시장 규모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해당 보고서는 2020~2024년의 예측 기간 중에 스포츠 베팅 시장이 연평균 11%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규모와 발전 속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스포츠 베팅 게임 시장 역시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며 국내에서도 시행령 개정으로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엠게임은 이미 지난 6월 18일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윈플레이(winplay)'라는 이름의 스포츠 베팅 게임에 대한 등급을 부여받았다. 넵튠 역시 같은 날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 전문 개발사 나부 스튜디오와 스포츠 베팅 게임 공동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으며 하반기 내로 스포츠 베팅 게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넷마블 자회사인 잼팟은 현재 관련 인원 확충 및 팀 꾸리기에 집중하고 있으며 NHN 역시 준비 단계를 거치고 있다. 또한, 이들 말고도 더 많은 게임사가 스포츠 베팅 게임 산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e스포츠 베팅 게임
게임사 직접 나서 선순환 구조 갖춰야

게임 산업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e스포츠 쪽 상황도 비슷하다. e스포츠에도 앞서 밝힌 것처럼 게임 형식의 베팅 시스템이 구축되어있다. 스포츠 베팅 게임을 서비스하는 대부분의 업체에서 전통 스포츠 뿐만 아니라 e스포츠 베팅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합법적인 e스포츠 베팅 사이트도 여럿 있으며 현금이 오갔다. e스포츠 베팅 게임 사이트도 성황리에 운영 중이었다.

국내에서 스포츠 베팅 게임 시장이 점차 발전할 것이 자명하기에 e스포츠 베팅 게임 시장도 그에 발맞춰 서서히 대중화될 거다. 그럼 자연스럽게 스포츠 베팅 게임의 명암을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e스포츠 종목 게임사가 직접 e스포츠 베팅 게임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게임사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함께 관리하고 불법적 요소 차단에 힘쓰는 국내 스포츠 베팅 게임의 현모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그럼 불법 현금화 등 부정적 요소를 조기에 차단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정확히 스포츠 베팅 게임에 부합하진 않지만, LoL과 도타2에서 팬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곤 한다. 이들은 국제대회를 앞두고 유저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게임 내 아이템 등 상품을 판매한다. 이를 통해 얻은 판매 수익의 일부는 해당 대회 우승팀에게 공유된다.



▲ 챔피언십 카직스 스킨

라이엇게임즈에서는 이미 2018 LoL 월드 챔피언십을 앞두고 인게임 스킨 아이템의 수익을 공유한 바 있다. '챔피언십 카직스' 스킨을 새롭게 출시해 판매 수익의 일부를 출전 팀들에게 공유했다. 특히, 각 팀별로 조금씩 다른 버전의 스킨을 제작 판매해 그 수익의 일부를 해당 팀들에게 나누기도 했다.

이런 이벤트들은 게임사의 판단에 따라 스포츠 베팅 게임처럼 될 수 있다. 큰 대회를 앞두고 게임사는 출전 팀들 관련 인게임 아이템 등을 제작해 내놓는다. 유저들은 승부를 예측해 승리할 것 같은 팀의 아이템을 구매한다. 승패를 정확히 예측한 유저들은 해당 스킨을 보유하게 되고 해당 팀은 수익의 일부를 공유 받는다. 그럼 게임사는 e스포츠 베팅 게임을 통해 수익을 늘릴 수 있고 게임단은 게임사로부터 부가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e스포츠 베팅 게임이 게임사의 직접 관리 하에 운영된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하나 더 있다. 베팅은 그 자체로 미성년자 참여가 불가하다. 이미 게임위에서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판정을 내린 게임이라면 크게 상관 없겠지만 12세나 15세 이상 이용가 등급인 게임들은 모든 면을 잘 검토해 e스포츠 베팅 게임 형식의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 아예 베팅 게임 시스템을 기존 게임과 분리해 서비스한다면 이러한 문제도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

스포츠 베팅에는 부정적인 요소가 분명히 내포되어 있다. 첫째로는 사회 전반에 깔린 부정적 인식이다. 또한, 불법 현금화와 같은 행위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지속적 관리에도 음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다가올 스포츠 베팅 게임 시장은 물론, e스포츠 베팅 게임 시장에서도 이러한 부정적 요소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먼저 음지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적 요소에 대해 확실한 제도적 규제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이 선행된다면 스포츠 베팅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자연스럽게 누그러질 것이다. 더 나아가 스포츠 베팅 게임 자체가 스포츠 경기나 e스포츠 대회를 관람하는 것처럼 건전한 취미 생활의 일환이 될 지도 모른다. 그럼 e스포츠 베팅 게임은 급성장 중인 e스포츠 시장에 또 다른 활력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e스포츠 베팅 게임 시장에 대해 논하는 건 시기상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내에서 스포츠 베팅 게임이 합법화의 길을 걷고 많은 게임사가 뛰어들기 시작한 만큼, 게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e스포츠에도 스포츠 베팅 게임의 바람은 조만간 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큰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는 산업이 국내에서는 음지의 영역으로 빠지기 전에 양지의 존재들이 이를 잘 조율하고 운영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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