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L] 다시 불 붙은 롤드컵 향한 의지! 여름 LGD의 이변은 어디까지

기획기사 | 장민영 기자 | 댓글: 16개 |



LPL 섬머 플레이오프(PO)가 한창인 요즘, 롤드컵을 향한 섬머의 반란을 꿈꾸는 여러 팀 중 LGD가 독보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최다 MVP 수상과 함께 신인왕까지 차지한 원거리 딜러를 보유하고 있는 WE, 롤드컵 우승팀이자 부진을 털고 섬머 스플릿 3위까지 치고 올라온 IG를 각각 3:1, 3:0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제압하면서 4강 대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LGD의 행보가 흥미로운 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스프링에서 17개 팀 중 15위를 기록한 팀이 섬머 스플릿에서 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런데도 LPL 섬머의 1st-2nd-3rd 팀에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기도 했다. 정규 스플릿에서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면서 PO 진출했음에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PO에서 팀플레이의 내실을 다지면서 4강의 한 자리까지 차지하게 됐다. 동시에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던 팀원들의 장점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LGD는 롤드컵 경험이 있는 팀원들로 구성해 다시 한 번 도약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들은 최근 언 2년 가까이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다시 롤드컵으로 향하기 위해 새롭게 뭉쳤다. LCK에서 활동했던 '피넛' 한왕호와 '크레이머' 하종훈을 비롯해 WE에서 2017 롤드컵 4강에 오른 미드 라이너 'Xiye', 작년 RNG의 탑 라이너 'LangX'까지. 롤드컵 경험이 있는 이들과 'Mark-Killua'라는 서포터가 합류해 현 라인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 탑-미드-서포터가 올여름부터 새롭게 합류했지만, LGD는 팀원들의 노련함과 남다른 합으로 의외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서도 들리는 “왕호야~”
성장형 정글러 ‘신’의 영역에 도전 중?




'피넛'은 올해 스프링부터 LGD에서 뛰었다. 당시 팀은 15위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도 홀로 캐리하며 3rd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첫 LPL 도전이 아쉽게 끝났지만, 섬머부터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하면서 '피넛'의 기량 역시 빛나기 시작했다. LGD 경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핵심 역할과 함께 말이다.

LGD는 라인전 단계부터 강한 편은 아니다. 대신 '피넛'이 이 단계를 잘 풀어주면서 LGD가 원하는 구도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 PO WE전에서 '피넛'은 그레이브즈-킨드레드로 상대 정글로 들어가 이득을 챙기는 공격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IG가 봇에 칼리스타를 주로 기용하며 라인전에 힘을 줄 땐 니달리로 먼저 봇 갱킹을 시도해 흐름을 가져올 줄 알았다. 매 경기의 핵심이 무엇인지 짚어내 공략하는 게 '피넛'이었다. 교전 중심의 IG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으면서 의외의 속도를 내곤 했다.

메타의 흐름 역시 '피넛'에게 웃어주고 있다. TES '카사'가 잘 다루기로 유명했던 라인 개입 중심의 리 신-트런들 대신 성장형 정글러인 그레이브즈-킨드레드-니달리가 떠오르고 있기에 그렇다. 해당 챔피언 메타로 '피넛'은 2016 스프링 정규 스플릿에서 정점을 찍은 바 있다. 락스 타이거즈 시절 34승 7패라는 성적으로 팀을 정규 스플릿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당시 '피넛'은 아래와 같이 니달리-킨드레드-그레이브즈로 놀라운 성적을 거둔 바 있다. 해당 시기와 비슷한 정글러 메타가 다시 돌아오면서 '피넛'은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은 듯하다.

2016 LCK 스프링 정규 스플릿 락스 타이거즈 ‘피넛’ 전적

스프링 스플릿 총 전적 34승 7패 승률 82.9%
니달리 7전 전승
킨드레드 10승 2패
그레이브즈 3승 1패

2020 LPL 섬머 정규 스플릿 LGD ‘피넛’ 전적

트런들 2승 5패 KDA 3.6
리 신 3승 4패 KDA 2.3

킨드레드 4전 전승 KDA 11.8 / PO 킨드레드 3승 1패 KDA 5
그레이브즈 6승 3패 KDA 6 / PO 그레이브즈 2전 전승 KDA 23
니달리 4승 2패 KDA 3.3 / PO 니달리 2전 전승 KDA 25(0데스)




▲ LPL식 그레이브즈 카운터 정글 플레이 소화한 '피넛'



▲ 솔방울탄 활용한 '피넛-Mark-Xiye' 기습 동선

플레이 역시 깔끔했다. 타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그레이브즈 운영을 PO 두 경기에서 모두 완벽히 소화했다. LPL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을 몸에 익혔는지, 상대 정글로 들어가 과감히 교전을 벌이는 '피넛'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LGD 팀원들 역시 '피넛'의 플레이에 맞춰 라인전-합류전 구도를 설계해 힘을 실어줬고, '피넛' 역시 잘 성장해 PO KDA 23의 그레이브즈로 보답했다.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에 녹슬지 않은 피지컬로 성장형 정글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팀 게임 최적화 봇 듀오?
혼자서도 묵묵히 ‘크레이머’, 플레이메이킹형 서포터 ‘Mark’





▲ 하이라이트 휩쓴 LGD 서포터 '마크'(출처 : LPL ENG)

이런 '피넛'의 활발한 움직임의 바탕에는 LGD의 봇 듀오가 있었다. IG전에서 3레벨을 달성하자마자 바로 '피넛'을 따라다니는 서포터 'Mark'의 로밍 플레이는 많은 이들의 극찬을 받았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Mark'의 예상 밖의 로밍에 '더샤이' 강승록까지 미리 합류한 IG도 당황하는 그림이었다. 'Mark'의 레오나는 니달리-킨드레드-그레이브즈의 부족한 CC를 채워주며 '피넛'의 과감한 플레이에 힘을 실어줬다.

'마크'의 로밍은 라인전 단계부터 예측할 수 없다. LGD의 이즈리얼-레오나가 초반 라인전이 강한 칼리스타를 상대로 라인전 킬을 만들어낸다. 의외의 타이밍에 허를 찌르며 봇 라인 구도를 풀어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Mark'는 먼저 갱킹에 죽은 뒤에도 살아나 로밍을 다니는 선택을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서포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변수 플레이였다.



▲ '마크' 레오나가 왜 거기서 나와?

이런 원거리 딜러 '크레이머'가 라인에서 홀로 잘 버텨주기에 가능했다. WE와 1-2세트 대결만 하더라도 서포터 'killua'의 탐 켄치가 크레이머의 안정감을 책임져주는 듯한 모습이었다. 상대 WE의 신인왕 원거리 딜러 '지유멍'의 힘이 막강했기에 홀로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실제로 3세트에선 탐 켄치가 밴되면서 WE의 봇 듀오가 라인전 단계부터 경기를 압도하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Mark'가 등장한 WE전 4세트부터 IG전까지 '크레이머'가 자신의 진가가 발휘했다. 홀로 라인전 단계를 무난히 버티면서 한타 때 이즈리얼로 딜을 충분히 넣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분명, LPL은 '우지'가 활동하던 시절부터 캐리력이 뛰어난 원거리 딜러가 수없이 많다. 그 사이에서 '크레이머'가 돋보이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펠리오스와 같은 캐리형 챔피언이 너프로 물러난 상황. 첫 번째 밴 단계에서 케이틀린을 자른 LGD가 원하는 것은 원거리 딜러의 캐리가 아니었다. 대신 애쉬-이즈리얼처럼 팀 플레이에 맞춰갈 수 있는 원거리 딜러 역할이었다. ‘크레이머’는 여기서 팀적으로 봇에 힘을 주지 않더라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해주는 선수다. 원거리 딜러 ‘지유멍’을 중심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WE와 칼리스타 선픽으로 초반 봇 라인전에 힘을 준 IG 모두 쉽게 봇을 파괴하지 못하면서 그의 단단함을 어느 정도 증명해나가고 있다.

그렇게 혼자서도 묵묵히 받아주는 ‘크레이머’와 플레이메이킹을 주도하는 서포터 ‘Mark’라는 의외의 조합이 LPL에서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LPL은 '중위권 팀 서포터 라인업이 탄탄한 편으로 주도적인 플레이를 잘 해낸다'는 말은 ‘Mark’를 보면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크레이머’가 이를 뒷받침해주면서 ‘하체’부터 정글까지 이어지는 LGD의 초반을 버티는 ‘코어 근력’을 완성할 수 있었다.



▲ 'Mark-Xiye' 럭스-오리아나 환상 연계



돌아온 롤드컵 주자 ‘LangX-Xiye’
전투 때마다 나오는 의외의 ‘상체’ 힘



▲ 아시안 게임 중국 국가대표 미드 'Xiye'

LGD가 ‘하체’ 봇 듀오 중심의 WE를 공략하고, ‘상체’ 중심의 IG의 맹공을 받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탑과 미드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미드 라이너 ‘Xiye’는 2018년 아시안 게임의 국가대표 활동 이후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작년 RNG의 탑 라이너 ‘LangX’ 역시 롤드컵에 진출했지만, 아쉬운 경기력으로 그룹 스테이지에서 탈락하며 최근 큰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그랬던 탑-미드가 PO에서 의외의 힘을 발휘한 것이다. ‘Xiye’는 WE전에서 MVP를 휩쓸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WE가 승기를 잡는 순간마다 ‘Xiye’의 조이-사일러스-오리아나가 슈퍼플레이를 선보이며 상대의 흐름을 끊어놓았다. 특히, 아래 영상처럼 사일러스로 바론 사냥을 마친 WE를 제압하는 장면은 ‘Xiye’가 중요 순간에 침착하게 슈퍼플레이를 해내는지 잘 보여줬다.

▲ 바론 둥지 장악한 미드 'Xiye' (출처 : LPL ENG)


‘LangX’ 역시 WE전에서 보여준 변화가 놀라웠다. 작년 LPL 섬머와 롤드컵만 하더라도 아트록스-모데카이저 중심의 일단 버티는 픽을 위주로 선택했다. 심지어 두 픽을 잡고도 홀로 미끄러지는 장면이 나와 큰 기대를 받지 못한 선수였다. 이번 섬머 정규 스플릿 역시 오른을 제외한 다른 챔피언의 승률은 아쉬웠다. 그런데 이번 PO에서 처음 꺼낸 제이스로 의외의 변신에 성공했다. 제이스의 핵심인 포킹과 한타 능력에서 빠지지 않았다. 게다가, LGD의 봇 듀오가 먼저 공략당하며 거의 3:5 전투에서 쫓기는 상황에서도 ‘피넛-Xiye-LangX’가 카이팅 구도를 만들어 이를 극복해나갔다. 이는 ‘LangX’가 필요할 때 ‘칼’도 꺼낼 수 있고, 그 칼이 때로는 상대의 허를 제대로 찌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상대가 라인전부터 압도하는 IG라면? LGD의 탑-미드는 우회할 줄 알았다. 초반부터 ‘더샤이’의 루시안과 ‘루키’의 사일러스가 라인전 단계부터 LGD 챔피언의 체력을 압박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에 LGD는 라인전 대신 합류전을 통해 풀어가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WE전과 달리 ‘Xiye’가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주로 가져오며 정글-서포터 중심의 합류전에 힘을 실어줬다. ‘LangX’는 갱킹-로밍 호응이 좋은 카밀이나 한타 때 변수를 만드는 오공으로 힘겨운 라인전 단계를 잘 풀어갔다.

이처럼 LGD는 상대 스타일에 맞게 자신들의 모습을 바꿔 승리할 수 있는 팀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PO에서 또 다른 스타일을 선보일 지가 더 궁금하다. 사실, 미드 라이너 ‘Xiye’는 이번 PO에서 보여준 노련함보단 공격적인 플레이로 한국 팬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긴 선수였다. T1과 ‘페이커’ 이상혁이 롤드컵 3회 우승과 MSI 우승이라는 커리어의 정점을 찍을 때, ‘Xiye’는 2017 MSI 그룹 스테이지에서 강렬한 1패를 안긴 바 있다. 당시 ‘Xiye’는 미드 루시안으로 라인전 단계에서 ‘피넛’과 함께 하는 ‘페이커’를 세 번 연속으로 쓰러뜨렸다. 그중 두 번이 솔로 킬로 LPL의 공격적인 스타일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

▲ '페이커' 3연 킬로 LPL 매서움 보여준 'Xiye'(출처 : OGN)


2017 MSI와 2018 아시안 게임은 너무 오래된 이야긴가. 그만큼 국가를 대표해 최정상의 자리에서 대결했던 ‘Xiye’와 ‘피넛’이 2-3년 가까이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와 있었다. ‘크레이머’ 역시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2018 롤드컵 진출을 끝으로 뚜렷한 커리어를 쌓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번 섬머 PO에서 경력 많은 이들이 다시금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가장 잘 소화해냈던 메타 속에서 매 경기 노련한 운영으로 말이다.

LGD의 다음 상대는 스프링 우승팀이자 섬머에서도 최상위권의 기세를 이어가고 있는 징동 게이밍(JDG)이다. 순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그동안 보여준 기량은 JDG가 많은 부분에서 우위에 있다. 정글러인 ‘카나비’ 서진혁이 스프링-섬머 모두 1st팀에 선발됐고, 미드 라이너 ‘야가오’를 제외한 네 명의 주전이 2nd팀까지 이름을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평가가 아쉬운 LGD에게 믿을 건 팀에 맞는 스타일 변화와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이다. 수치와 데이터가 손을 들어주지 않는 LGD가 JDG까지 넘는다면, 이보다 큰 이변은 없을 듯하다. 다시 롤드컵으로 향하고자 하는 LGD 팀원들의 열망이 팀을 어디까지 올려놓을 수 있을까.

2020 LPL 섬머 플레이오프 일정

준결승전
1경기 쑤닝 vs TES – 8월 22일 오후 6시
2경기 LGD vs JDG – 8월 23일 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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