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결승 프리뷰] 2001년생 미드라이너 '쵸비' 정지훈, 그의 네 번째 도전

기획기사 | 신연재 기자 | 댓글: 22개 |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섬머 스플릿 왕좌의 주인을 가리는 결승전이 5일 온라인으로 펼쳐진다. 스프링 스플릿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의 여파 때문에 관중석을 메울 수는 없게 됐지만, 팬들은 '집관'을 외치며 최후의 두 팀 담원게이밍과 DRX의 마지막 승부를 기다리고 있다.

무대에 오를 10명의 선수 중 우승이 간절하지 않은 선수는 없다. 또, 10명의 선수 모두가 우승을 해야만 하는 제각각의 이유를 품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 중에서도 DRX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던, 네 번째 도전에 나선 2001년생 미드라이너 '쵸비' 정지훈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미드라이너
날 것 그대로의 원석이 다이아몬드가 되기까지

'쵸비' 정지훈은 2018년 3월 그리핀에 합류하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쵸비'를 발굴한 건 김대호 감독이었는데, 당시 카시오페아 장인이었던 '쵸비'가 게임 지식이 아닌 오로지 피지컬만으로 최상위 티어를 유지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이후 '쵸비'는 팀이 2018 챌린저스 코리아 스프링서 전승 우승을 달성하고, 승강전을 통과할 때까지 서브 미드라이너로 자리를 지켰다. 정규 시즌서 단 네 세트 출전해 2승 2패의 성적을 기록한 게 다였고, 승강전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경력이 전무한 선수였기에 안정감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였다.

하지만, 김대호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원석을 갈고 닦아 빛낼 시간이 필요했을 뿐. '쵸비'는 팀의 LCK 데뷔전 2세트에 구원 투수로 등판했고, 훗날 그의 시그니처 챔피언이 될 조이와 뛰어난 기량을 필요로 하는 야스오로 화려한 경기력을 뽐내며 프로게이머 인생의 막을 열었다.




이후 '쵸비'는 괴물같은 피지컬을 바탕으로 경험치를 쌓아가며 매해 성장을 거듭했다. 한 시즌에 단점으로 지목된 부분을 그 다음 시즌에는 장점으로 만들어버리는 모습이었다. 사실상 플레이스타일에 변화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프로게이머에게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닌데, '쵸비'는 그걸 해내는 선수였다.

예를 들어, 2018년 섬머의 '쵸비'가 안정적인 라인전 능력과 뛰어난 한타력을 보유한 선수였다면, 2019년에는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변수 창출 능력을 추가했다. 라인전에서 더 거칠게 상대를 압박하고, 정글러와 함께 허리 라인을 장악해 초반부터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 모습이었다.

이때 지적받은 부분은 다른 라인에 대한 영향력, 쉽게 말해 로밍 플레이였다. 허리를 단단히 지키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 주도권으로 다른 곳에서 더 큰 이득을 보는 장면은 자주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의 스프링의 '쵸비'를 떠올려보면 마치 정글러처럼 온 맵을 돌아다니며 슈퍼플레이를 만들어내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성장을 거듭한 '쵸비'는 결국 모든 능력치가 뛰어난 육각형 선수로 거듭났다. 이제는 약점없는 명실상부한 LCK 최상위권 미드라이너다. 그에게 남은 건 단 하나, LCK 결승전이나 국제 대회 같은 다전제의 큰 무대에서 승리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쵸비'는 이 또한 극복할 것이다.


PO 2라운드, 팀의 결승행을 이끌다
세 세트 POG 독식, 정점에 다다른 에코 플레이

김대호 감독, "기괴할 정도로 높은 고점이었다." (PO 2R 4세트 '쵸비'의 에코 플레이에 대해)

정규 시즌 2위를 기록한 DRX는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젠지 e스포츠와 마주하게 됐다. 순위와 상대 전적 모두 DRX가 우위에 있었으나, 대다수의 관계자들은 젠지 e스포츠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시즌 말미, 담원게이밍전 패배를 기점으로 DRX가 급격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젠지 e스포츠는 기세를 점점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날 '쵸비'는 이 모든 예상을 뒤엎는 역대급 캐리력으로 팀을 결승에 안착시켰다. 서버 이슈로 인해 발생한 장장 세 시간에 달하는 지연 사태를 잊게 할 정도로, 보는 이들의 감탄과 환호성을 자아내는 경기력이었다. 기다림이라는 지독한 가뭄을 겪은 LCK 팬들에게 내리는 시원한 소나기와도 같았다.



▲ 압도적인 딜량을 뿜어낸 '쵸비'의 루시안

사실 첫 세트부터 '쵸비'의 폼은 심상치 않았다. 루시안을 선택한 '쵸비'는 탱딜 밸런스가 좋은 조합에서 원딜 챔피언으로서 해주어야 하는 모든 것을 해냈다. 라인전에서 상성대로 '비디디' 곽보성의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거세게 압박했고, 파괴적인 성장력을 바탕으로 한타마다 엄청난 대미지를 퍼부었다.

이후 젠지 e스포츠가 에이스 봇 라인의 활약을 앞세워 2, 3세트를 가져가며 '쵸비'와 DRX는 벼랑 끝으로 몰렸다. 이 상황에서 '쵸비'가 꺼내든 것은 칼날비 에코였다. 상대는 아지르. 젠지 e스포츠의 계산대로라면 상성대로 아지르가 초반 단계에서 에코를 압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젠지 e스포츠가 주도권을 잡아야 했다.

하지만, '쵸비'의 에코는 달랐다. 1레벨에 E 스킬을 찍은 '쵸비'는 칼날비의 강점을 앞세워 아지르를 거세게 몰아붙였고, 3분 만에 상대를 강제로 귀환시키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쵸비'는 라인 주도권을 바탕으로 상대 정글을 집요하게 괴롭히면서 젠지 e스포츠의 허리 라인을 파괴했다.

▲ 극초반 거센 압박으로 상대 점멸과 귀환을 강제한 '쵸비'의 에코
(출처 : EpicSkillshot - LoL VOD Library)

하드 캐리로 세트 스코어 동점을 만들어낸 '쵸비'는 결국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팀원들과 함께 마지막 5세트를 승리하며 결승과 월드 챔피언십 진출을 확정했다. 사일러스를 플레이한 '쵸비'는 카르마를 상대로 CS 차이를 50개 이상 벌리고, 교전에서 주요 스킬로 상대 메인 딜러의 발을 묶는 등 전천후로 활약하며 마지막 POG까지 꿰찼다.


어느덧 네 번째 도전, 상대는 '쇼메이커'
다시 한 번 반전 스토리를 완성할 수 있을까

이제 '쵸비'는 담원게이밍이 기다리는 결승 무대로 향한다. LCK에서 활동한 다섯 번의 시즌 중 통산 네 번째 결승이자, 네 번째 우승 도전이다. 2018년 섬머에는 kt 롤스터, 2019년 스프링과 섬머에는 T1에게 무릎을 꿇으며 우승이 좌절된 바 있다.

이번 상대 역시 만만치 않다.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결승이라고 할 수 있다. 담원게이밍은 정규 시즌 내내 말그대로 '1황'의 면모를 뽐냈다. 모든 라인에서 타 LCK팀보다 한 체급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다. 실제로 원딜을 제외한 네 명의 선수가 퍼스트 팀에 선정됐고, '고스트' 역시 세컨드 팀에 이름을 올렸다.

더군다나 '쵸비'의 맞라인전 상대는 LCK 어워드 3관왕에 빛나는 '쇼메이커' 허수다. 상대 전적에서는 '쵸비'가 앞서고 있지만, 이번 시즌만 놓고 보면 '쇼메이커'의 폼이 워낙 좋아 상성을 따지기는 힘들다. 가장 최근 경기인 정규 시즌 2라운드에서 '쵸비'에게 0/8/0이라는 역대 최악의 KDA를 안기기도 했다.

팀적으로 봐도, '쵸비' 중심의 승리 공식을 그리고 있는 DRX와 달리 담원게이밍은 이미 전 라인 캐리가 가능함을 이미 증명했다. 때문에 '쵸비'를 제외한 다른 라인에서는 확실하게 담원게이밍이 우위에 있고, DRX의 네 멤버가 좀 더 힘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

여러모로 전반적인 지표는 담원게이밍에게 웃어주고 있지만, DRX와 '쵸비'는 크게 불리했던 젠지 e스포츠전을 역전하며 승리 이상의 값진 경험치를 쌓았다. 이 경험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절정의 기량으로 반전 승리를 이끌었던 '쵸비', 그는 과연 이번 결승전에서 두 번째 반전 스토리를 완성할 수 있을까.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