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출시까지 994일,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이 걸어온 길

게임뉴스 | 정필권 기자 | 댓글: 41개 |
코에이의 명작 SRPG '삼국지 조조전'이 모바일로 출시된다는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게임이 출시되기를 기다렸고, 개발 진척 상황을 알아보고자 하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예고되어 있던 CBT가 연장되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했다. 일정은 점차 밀려났으며, 최초 계획했던 일정은 이미 지나갔다. 물론, 2016년 10월 7일 정식 출시된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은 출시 후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출시 후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왜 출시가 늦어졌을까?'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를 애태웠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항상 '?'로 남은 상태였다.

그리고 이번 NDC2017에서 드디어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의 개발 비화를 들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강연을 맡은 띵소프트의 이득규 디렉터는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의 개발 시작부터 서비스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보고, 시기에 따라서 게임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청중들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각 과정에서 넥슨에서 모바일 게임 런칭을 위해 필요한 대응 업무들을 정리했다.



▲ 띵소프트 이득규 디렉터



■ 킥 오프(Kick Off) - 프로토타입부터 시작해서 방향성 잡기

이득규 디렉터는 일반적인 게임의 출시 프로세스는 킥오프와 프로토타입, 프로덕션을 거쳐 라이브 서비스로 넘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삼국지 조조전은 코에이 최초의 외부 계약이었기 때문에, 계약 체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의 본격적인 개발은 2013년 8월 매체에 공개 후부터 진행됐다. 이득규 디렉터가 띵소프트로 이동한 시점은 2014년 1월 17일. 복귀 후 공식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공식적인 런칭 일정은 11개월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어떠한 것을 만들지부터 시작하여, 게임 방향성 및 개발 방향부터 먼저 정하고 작업에 들어가야 했다.




원작의 게임 플레이를 어떻게 옮겨야 할지 고민에 들어갔고, 조작 부분을 먼저 확인하기 위한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원작의 게임 리소스를 그대로 사용했으며, 원작의 게임 방식을 그대로 옮기는 것에 중점을 뒀다. 당시의 개발 인력은 단 3명. 디렉터와 기획, 프로그램이 1명씩 자리해, 최초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냈다.

이어진 개발에서는 첫 번째 프로토타입에서 나아가, 조금 더 발전된 형태의 두 번째 프로토타입도 만들어졌다. 일정과 품질 모두를 만족하는 적합한 방식을 찾기 위해서 다양한 스타일이 시도됐다. 여기서는 현재 버전의 전투 프로세스가 대부분 확립됐었다.




3명이던 개발 인력도 프로토타입 2가 완성되는 시점에서는 11명으로 증가했다. 원작의 소스를 활용하고, 인원 충원으로 서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설정됐다. 디렉터 1명과 기획 3명, 아트 2, TD 1, 프로그램 4명으로 구성된 형태였다. 다만, 인력 충원이 제대로 되지 못하여 청년 인턴이나 사내 부서 이동으로 충원해야 했다.



■ 프로덕션(Production) - 본격적인 개발의 시작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아트 인력이 세팅되었고, 원작 재현을 우선하여 연의편과 전략편을 개발하는 등 본격적인 개발 과정이 시작됐다. 지금과 비교하면 투박하지만, 기본 구조는 같은 형태였다. 하지만 연말 출시는 불가능한 상태였기에, 코에이 본사를 방문하여 일본어판으로 시연을 진행하고 앞으로의 개발 방향을 조율하게 됐다.

이득규 디렉터는 이 시기부터 기본적인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회상했다. 적은 인력으로 게임을 개발해야 했기에, 사내 장비를 최대한 활용했다. 타일맵을 기반으로 전투맵의 지형을 시뮬레이션해 생성하고, 서브스탠스 디자이너로 지형을 다듬고, 브이레이로 고해상도 렌더링을 진행하며 게임 맵을 제작했다. 당시의 인력 구성은 17명. 어느 정도 인력이 충원되었지만, 일정 내 완성을 위한 최소 인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래도 개발은 꾸준히 진행됐다. 기획된 사안들을 개발하며 초기 프로토타입의 코드를 다듬고, 게임의 시스템과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넥슨 측에 FGT를 강력하게 요청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넥슨 모바일 게임에서 FGT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조조전의 콘텐츠와 방향성을 확인하기 위한 데이터로 삼고자 했다.




20여명의 테스터를 연령과 성별, 취향, 선호도 등에 따라 총 4개의 그룹으로 분류하고, 각 그룹에서 나온 피드백을 분류해 실시간으로 대응했다. 넥슨에서는 테스터의 동의를 얻어 플레이 영상 전체를 촬영하는 모습도 있었다. 테스터가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어도 어떻게 플레이하는지를 직접 보면서 수정해야 하는 사항들을 체크해 나갔다.

FGT 이후에도 심도 있는 분석이 이루어졌다. 이득규 디렉터는, FGT에서 얻어낸 피드백에 큰 의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정 때문에 많이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개발에 있어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얻어낸 피드백은 개선 사항으로 정리되었고, 이후의 개발에 반영할 수 있었다.


■ 미디어 최초 공개와 밥상 뒤집기 - 코에이 삼국지 30주년을 맞이하여

이후,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은 일본에서 진행된 코에이 삼국지 3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서 언론에 최초 공개된다. 국내에서는 2015년 5월 19일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공개가 시작됐고, NDC2015의 세션 발표로 개발 상황이 세간에 알려졌다.

매체 공개 후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고, 2015년 8월 CBT를 목표로 CBT 사전 예약이 진행된다. 하지만 FGT에서 얻은 피드백도 대응해야 하고, 각종 연동 작업과 서비스 개발 등 많은 업무가 남은 상황이었다. 일단은 차례로 필요한 기능을 개발 및 개선하기 시작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넥슨 통합 인증 모듈을 교체하고, 탭조이와의 연동으로 유저 데이터와 지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런타임 해킹 방어를 위해서 앱실링 보안 모듈을 적용하고, 본격적인 마케팅과 홍보가 진행되었던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밥상 뒤집기가 시작됐다. CBT 사전 모집을 진행 중이던 2015년 7월. 내부 사정상 사업 및 개발 방향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 CBT까지는 1개월이 남았던 상황. 그동안 게임의 변경 방향을 정리하고 수정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초기에는 소프트 런칭을 노리다가 이후 통합 서버 오픈 계획을 거쳐, 국가별 출시로 계획이 변경됐다. 게임 내의 BM 구조도 교체됐다. 원안에서 탐색과 등용으로 구성됐던 영웅 획득 시스템은 현재의 계보 시스템으로 방향을 틀었다. 성장 프로세스의 변화, 보물과 장비의 장착 및 분리, 장비 강화를 도입하는 등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새로이 등장한 요소들의 프로토타입도 제작해야만 했다.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2015년 9월 예정되었던 CBT 일정을 연말로 연기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10월까지 수정 방향에 맞춰서 개발하는 일정도 잡았고요. 이때부터 하이 피치로 1년을 달렸던 것 같아요."






■ 지스타2015 - 그리고 첫 CBT

이득규 디렉터가 한참 게임을 갈아엎던 도중, 지스타2015의 시연 버전 출품 요청이 들어오게 된다. 일정 관리에 대한 리스크가 있었으나, CBT 지연에 대한 매체 및 유저 대응을 위해서 지스타2015에 조조전이 시연대를 마련하게 됐다.

강연자는 지스타2015의 20분짜리 시연 버전을 통해, 유저들을 분석하고 추가 개선 사항을 준비하려는 계획도 세웠다. 당시 넥슨 부스에는 조조전의 좌측에 '메이플스토리M'이, 우측에 '야생의 땅: 듀랑고'가 포진한 상태. 그는 유저들이 실제 시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유저층이 다름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시연자들이 전반적으로 높은 연령대였으며, 추가 유입이 낮은 상태였다.




하지만 시연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총 6,854명의 시연이 진행되었으며, 평균 10분 53초 만큼 게임을 시연했다. 해당 시연을 통해서는 다양한 지표를 추출 및 확인하여, 앞으로 있을 CBT에서 게임을 어떻게 보완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동했다.

본격적인 CBT를 준비하면서 넥슨 측에서의 지원도 이루어졌다. 넥슨 네트웍스의 전담 QA가 파견되어, 정식으로 QA가 시작됐다. 디바이스 테스트와 다양한 버그 및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QA 기간에는 화이트 해커에 의한 해킹 시도 및 개선 방향까지 안내됐다.

대망의 첫 CBT에서는 놀라울 만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구글 스토어로 CBT를 진행했으나, 다양한 국가와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접속하고 있음을 보게 됐다. CBT를 마친 이후에는 발생했던 버그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용 인력을 모두 투입했다.

인력은 이제 20명으로 충원되었고, 한글, 일어, 간체, 번체, 영어 등 다양한 언어에 대응하고자 했다. 충원이 종료된 후에는 콘텐츠 보강을 위하여 기획 및 아트, 번역 부문에서 아르바이트와 외주를 줄 정도였다. 이렇게 개발과 번역을 병행하기 시작하면서 2차 CBT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2016년 3월까지 CBT 유저와 코에이, 개발팀, 넥슨 사업팀의 피드백을 수렴해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개발에 들어갔다. 현재의 게임 화면과 비슷한 수준까지 만들어졌으며, 최소 플레이 타임은 300시간 이상 확보한 상태였다.






■ 아직 한 번 더 남았다. - 밥상 뒤집기 시즌2와 2차 CBT

하지만 소위 말하는 '밥상 뒤집기'가 한 번 더 찾아오게 됐다. 이득규 디렉터는 제시된 문제들을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튜토리얼을 개선하고, 엔진을 업그레이드하고 운영툴 기능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국가별 법령에 대한 대응과 수정도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2016년 6월 23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2차 CBT는 지금까지 변경된 게임의 메타 및 콘텐츠 검증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CBT 진행 후 도출된 피드백과 버그 수정을 고려하여, 국내 출시 일정은 10월 6일로 조정됐다.




이 부분에서 이득규 디렉터는 '조조전은 라이브와 CBT 지표가 아주 다른 게임'이었다고 말하며, 조조전과 같은 메타 플레이를 가진 게임은 CBT로 판단이 어렵다고 전했다. 1차 CBT와 2차 CBT의 플레이도 극단적으로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의 CBT로 문제를 어느 정도 개선하긴 했지만, 출시 이후에야 '당시에 다른 중요한 부분을 확인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났다고 전했다.

출시를 앞두고 서비스와 기능 면에서는 다양한 개선과 개발이 이루어졌다. 운영팀의 요구에 따라 운영툴의 기능이 대폭 추가 및 수정되었고, 런칭 빌드를 기준으로 서버 사양 검토를 준비하기 위한 성능 테스트와 개선도 진행됐다.



■ 최종 관문을 넘어서 - 진짜로 '출시'

진짜로 출시만 남은 상황. 이제는 넥슨 모바일 게임 런칭 프로세스의 최종 승인 단계를 돌파해야만 하는 시기가 왔다. 넥슨의 모바일 출시는 QA와 사업에서 최종 승인이 되어야 정식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빌드 테스트, 분석 테스트, 상품과 웹 이벤트, 운영툴 같은 게임 전반을 살펴봐야 하며, 마켓 대응과 다비이스 호환성을 다시금 체크하게 된다.




최종 출시를 위한 다양한 변경을 거쳐,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은 정식으로 유저들 곁으로 찾아왔다. 이득규 디렉터가 띵소프트에 입사한 지 994일 만이었다. 최초 일정은 1.5년을 예상했으나, 출시까지는 총 2.7년이 걸렸고 목표 일정과 예산 모두 초과한 상태였다. 하지만 제한된 인력으로 목표한 것 이상의 성과를 달성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었다.

이벤트 대사만 엑셀에서 18MB, 이벤트와 전투 구현만 1,373개. 1,200개의 맵과 748개의 캐릭터, 33개의 병종과 142개의 병과, 한국 성우 23명, 일본 성우 35명을 기용한 116명의 장수까지. 20명이라는 개발 인력으로 조조전이 거둔 성과는 '제한된 인력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결과물이었다.




이득규 디렉터는 개발부터 출시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본 뒤, 긍정적이었던 부분과 부정적이었던 부분을 정리했다. 해외버전을 빠르게 개발하고,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여, 정해진 시간 안에 빠르게 개발한 것이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봤다.

하지만 일정 달성을 우선시했기에 어쩔 수 없이 놓친 것들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했다. 여유가 있었다면 더 잘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 봤다. 그리고 게임 개발 외적인 운영과 보안과 같은 스케줄도 신경을 써야 하는 교훈을 얻었다고 설명하며, 이를 위한 인력과 시간 분배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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