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1년을 이어온 유일왕 부스터, 포켓몬 GO에서는 다를까?

게임뉴스 | 문영호 기자 | 댓글: 25개 |


©Nintendo・Creatures・GAME FREAK・TV Tokyo・ShoPro・JR Kikaku
©Pokémon ©2013 PIKACHU PROJECT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마스코트 포켓몬은 단연 피카츄를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다. 피카츄의 인기에 힘입어 옐로 버전으로도 알려진 피카츄 버전 게임이 출시되기도 했다. 그리고 피카츄 버전에서 라이벌의 스타팅 포켓몬은 이브이. 그래서 어떤 이는 이브이를 피카츄의 뒤를 잇는 마스코트 포켓몬으로 꼽기도 하며, 2013년에는 '피카츄와 이브이☆프렌즈'라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출시되기도 했다.

이브이는 다른 포켓몬에서는 보기 어려운 독특한 진화 컨셉을 갖고 있다.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첫 작품인 레드, 그린 버전에서는 어떤 진화의 돌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샤미드, 부스터, 쥬피썬더의 세 가지 포켓몬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이후 글레이시아, 님피아 등 이브이의 진화체 포켓몬이 추가되며 7세대에 이른 현재는 8종류의 포켓몬으로 진화할 수 있다. 포켓몬 GO에서도 2세대 업데이트 이후 에브이, 블래키 등 5가지의 포켓몬으로 진화할 수 있다.

8종류의 이브이 진화체는 그 타입에 따라 서로 다른 외형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 불꽃타입 포켓몬인 '부스터'는 목 주위와 복슬복슬한 털과 풍성한 꼬리, 짤막한 다리 등 이브이의 귀여운 외형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포켓몬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있엇던 포켓몬 총선거 720에서도 샤미드(109위)와 쥬피썬더(113위)를 제치고 95위에 오르기도 했다.

부스터는 별명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포켓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부스터의 별명은 유일왕(唯一王). 표면적으로는 오직 하나뿐인 왕이라는 찬양의 뜻으로 보이지만, 포켓몬스터 21년의 역사동안 인고의 시간을 보내온 유일한 포켓몬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슬픈 별명이기도 하다.



▲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이미지 출처 : Pixiv ぺぺろん)



■ 포켓몬스터 1~7세대에서의 부스터

부스터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높은 공격력이다. 부스터의 공격 종족치는 130으로 2세대 골드/실버 버전의 전설 포켓몬인 칠색조와 같다. 게다가 불꽃타입 포켓몬 중 이를 능가하는 공격 종족치는 5세대인 BW 버전에서 등장한 불비달마와 6세대 XY 버전에서부터 등장하는 메가번치코 뿐이다. 단, 메가 진화는 일시적인 강화 요소에 해당하므로, 부스터의 공격력은 불꽃타입 포켓몬 공동 2위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단점이 장점을 무색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실시간으로 싸우는 포켓몬 GO와 달리 본가에서의 배틀은 턴제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누가 먼저 때리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데 부스터의 스피드 종족치는 65로 실전에서 선공을 잡기에는 부족하다. 설상가상으로 부스터의 방어와 HP 종족치는 각각 60과 65. 배틀에서 먼저 한 방을 맞는 것이 기정 사실인 부스터에게는 그 한 방이 치명상 또는 빈사 상태로 이어질 만한 종족치다.

포켓몬 GO에서는 기술이 무작위로 정해지지만, 본가에서는 레벨업이나 기술머신 사용 등으로 어느 정도의 기술 선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포켓몬마다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정해져 있으므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이 기술의 사용 폭을 살펴보면, 장점을 살리는 것마저도 자유롭지 못했던 부스터의 연대기가 그려진다.



▲ 불꽃타입 전설 포켓몬 칠색조와 같은 공격 종족치 130의 부스터



▲ 물리가 아닌 특수 기술에서는 공격 종족치가 무용지물이다 (이미지 출처 : niconico 真導竜斗)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기술은 물리와 특수로 나눠져 있다. 물리 기술의 대미지에는 공격력 종족치와 방어력 종족치가 관여하고, 특수 기술의 대미지에는 특수공격과 특수방어 종족치가 반영된다. 즉, 부스터의 공격 종족치가 130은 물리 기술에만 적용되며, 특수 기술에는 특수공격 종족치인 95가 적용된다.

포켓몬스터 시리즈와 포켓몬 GO에는 기술의 타입과 포켓몬의 타입이 일치할 때 기술의 위력이 증가하는, 이른바 자속보정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본가에서의 자속보정 보너스는 50%로 포켓몬 GO의 25%보다 높다. 그런데 1~3세대에서의 모든 불꽃타입 기술은 특수로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부스터는 130의 공격 종족치에 자속보정을 곱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닌텐도 DS로 출시된 4세대 DP 버전에서는 타입이 아닌 기술별로 물리와 특수가 나뉘어져 불꽃타입 기술 중에도 물리 공격 기술이 생겼다. 화염방사나 불대문자같은 대표적인 불꽃타입 기술은 여전히 특수로 남았지만, 위력 65의 불꽃엄니와 위력 120의 플레어드라이브 등의 불꽃타입 물리 기술이 등장했다.



▲ 유일신 '앤테이'마저 극장판 특전으로 플레어드라이브를 배울 수 있었다
©Nintendo・Creatures・GAME FREAK・TV Tokyo・ShoPro・JR Kikaku
©Pokémon ©2010 PIKACHU PROJECT



"플레어드라이브 주세요" 기각! (이미지 출처 : niconico 吐露兵衛)

하지만 4세대에서 부스터는 플레어드라이브를 배울 수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리자몽이나 블레이범 등 불꽃타입 포켓몬들이 솔라빔을 배울 수 있게 되었지만 부스터는 솔라빔 마저도 배울 수 없었다. 게다가 위력 80의 물리 기술이었던 섀도볼이 4세대부터 특수 기술로 바뀌는 등 높은 물리 공격력을 살리기 어려운 환경은 계속되었다.

5세대에서는 부스터의 부족한 스피드를 보완할 수 있는 불꽃타입 물리 기술인 니트로차지를 배울 수 있게 되었지만 여기까지. 먼저 부스터보다 HP, 공격, 스피드 종족치가 더 높은 불비달마가 등장하였다. 불비달마는 플레어드라이브를 배울 수 있지만 부스터는 여전히 배울 수 없었다. 게다가 1세대부터 이어진 경쟁 상대인 윈디를 비롯해 날쌩마, 블레이범 등이 새로운 기술인 와일드볼트를 배울 수 있었지만, 부스터는 이마저도 배울 수 없었다.

플레어드라이브와의 악연은 17년 8개월 13일만인 6세대에서 끝났다. XY 버전부터 부스터도 플레어드라이브를 배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에게 준 대미지의 1/3만큼의 반동 대미지를 받는 부작용이 있는 플레어드라이브와 HP 종족치가 낮은 부스터는 궁합이 좋지 않았다. 강력한 한 방을 날릴 수 있지만, 그 한 방으로 적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오히려 위험에 처하는,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친 것과 마찬가지였다.



▲ 6세대에서 염원하던 플레어드라이브를 얻은 부스터. 그러나 고난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미지 출처 : Pixiv わたあめ)

가장 최근에 출시된 7세대 썬문 버전에서도 부스터의 고난의 행군은 끝나지 않았다. 플레어드라이브를 이용해 Z기술을 사용하면 위력이 190으로 오를 뿐만 아니라 반동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불Z 크리스탈이 아닌 다른 도구를 지닐 수 없으며, Z기술은 전투 중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 때문에 이런 전략은 실전 가치가 부족하다.

포켓몬 월드 챔피언십의 규정상 알로라 도감에 등록된 일부 포켓몬만 대회에 참여할 수 있으며, 부스터도 여기에 포함된다. 문제는 7세대의 신규 포켓몬인 카푸 시리즈와 울트라비스트가 활개 치는 전장에서, 별다른 메리트가 없는 부스터가 활약상을 보일만 한 자리는 없어보인다.



■ 포켓몬 GO에서의 부스터




포켓몬 GO에서는 본작과 달리 몇 가지 요소가 간소화되었다. 먼저 대미지에 관여하는 종족치에서 물리와 특수의 구분이 사라지고 공격과 방어로 통합되었다. 이때 물리와 특수 중 높은 쪽의 종족치가 포켓몬 GO에 더 많이 반영된다. 그리고 배틀도 턴제에서 실시간으로 바뀌며 스피드 능력치의 영향력도 크게 줄었다.

이러한 간소화는 부스터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그동안 본가에서 부스터의 발목을 잡던 물리와 특수의 구분, 그리고 부족한 스피드 종족치의 문제가 대거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포켓몬 GO에서 부스터의 기본 공격력은 246으로 현재 획득 가능한 불꽃타입 포켓몬 중 1위이며, 전체 포켓몬 중 6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배울 수 있는 기술인 불대문자나 화염방사, 오버히트 모두 본가에서는 특수로 분류되어 있었지만, 포켓몬 GO에서는 246의 기본 공격력을 그대로 살릴 수 있게 되었다. 최대 CP는 2904로 불꽃타입 포켓몬 중 1위, 전체 포켓몬 중 13위의 높은 순위에서 만날 수 있다.

HP의 문제는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1~7세대에서의 HP 종족치인 65는 포켓몬 GO에서도 130의 낮은 기본 체력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체육관 방어에 사용하기는 적합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기본 방어력도 200으로 준수한 편이며, 회피 요소가 추가되어 체육관 공격에서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본가와 달리 이브이를 얻기 쉬워 레벨을 올리기도 쉬운 편이다.



▲ 포켓몬 GO에서는 공격력과 CP 모두 불꽃타입 1위! 하지만...



▲ "물타입 포켓몬 출현율 증가라니!"

문제는 부스터가 속한 불꽃타입이다. 자속보정과 타입 상성의 효과가 본가보다 크게 줄었다고는 하나, 포켓몬 GO에서도 타입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그런데 샤미드나 갸라도스, 라프라스, 마기라스 등 체육관 방어 포켓몬으로 흔히 만날 수 있는 포켓몬에게 불꽃타입 기술의 대미지는 0.8배로 줄어든다.

게다가 3월 23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는 워터 페스티벌 이벤트로 갸라도스나 라프라스 등 주요 물타입 포켓몬의 출현율이 늘었다. 그런데 물타입을 상대로 공격과 방어 모두에서 취약한 면모를 보이는 유일한 타입이 부스터가 속한 불꽃타입이다.

공격에 특화된 이브이 시리즈라는 특징도 2세대 출시 이후 에브이에게 밀린다. 에브이는 전체 포켓몬 4위에 해당하는 261의 기본 공격력을 갖고 있으며, 강화에 부스터와 같은 종류의 사탕을 사용하는 경쟁 상대이기도 하다.

포켓몬 GO에서는 물리와 특수의 통합과 스피드의 비중 감소 등 부스터에게 유리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2세대 출시로 인한 경쟁 상대 출현과 불리한 상성, 이벤트의 여파까지. 포켓몬 GO에서도 부스터가 유일왕의 왕관을 내려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배틀에서의 활약만이 포켓몬의 전부는 아니다. 귀여움만으로도 부스터는 충분히 가치있는 포켓몬이지 않는가?



▲ 부스터를 왜 세 마리나 갖고 있냐고? 귀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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