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메달 히어로즈', 홀로서기 시작한 엔필 이승훈 대표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19개 |
엔필이 약 1년 6개월간의 ‘메달 마스터즈’의 서비스를 종료하고 신작 ‘메달 히어로즈’를 출시했다. 전작이 된 ‘메달 마스터즈’는 서비스 시작 당시 대형 게임 투자사, 퍼블리셔와 함께 시작해 장기 서비스를 약속했지만, 결국 지켜지지 못했다. ‘메달 마스터즈’는 국내 모바일 게임 유행과 다르게 캐쥬얼 RPG와 세로형 디자인이 독특했던 게임으로 매니아 유저를 형성하던 게임이었다. 양산형 게임과 다르던 ‘메달 마스터즈’에 지지를 보냈던 유저들은 서비스 종료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승훈 엔필 대표는 신작 ‘메달 히어로즈’를 선보이면서 유저들에게 먼저 사과할 수 있기를 바랐다. 장기 서비스 약속을 저버린 점을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사과와 보상을 전작보다 더 나아진 ‘메달 히어로즈’의 안정된 서비스로 하고 싶어 했다. 스스로 바닥까지 내려갔지만, 다시 유저와 함께 하겠다는 이승훈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엔필 이승훈 대표이사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메달 마스터즈’ 서비스를 종료하고 ‘메달 히어로즈’로 새롭게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먼저 저희 ‘메달 마스터즈’를 즐겨주셨던 분들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출시 후 어떤 일을 겪었는지 말씀드려야 할 거 같습니다. 출시 직후 일부 국가에서 플레이 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피쳐드로 선정되기까지 하며 생각보다 많은 유저분이 즐겨주셨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RPG를 처음 만들다 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조금씩 발생했습니다. 서버 문제는 아니었고 게임 기획 문제였습니다. 당시 메인 기획자분이 개인 사정으로 한 달 정도 일하지 못했는데, 여러 문제를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를 다 해결하기까지 두 달 정도 걸렸었고 이미 많은 유저가 떠난 뒤였습니다.


게임사로써 가장 중요한 시기를 놓쳤던 거군요. 일본에서도 악재가 겹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작년 5월, 문제를 해결하고 일본에서 대규모 마케팅을 준비했었습니다. 일본 골든위크 시기를 맞춰서요. 마케팅을 하자마자 일본 앱스토어에선 피쳐드에 걸렸지만, 알 수 없는 문제로 순위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복구가 안 됐고 이때도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큰 손해를 입었습니다.

이후엔 회사의 앞날을 걱정하게 된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손익분기점 맞추기도 힘들어졌죠. 문제점을 보완할 것인지 후속작을 준비해야할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중국 판호 문제가 다시 닥쳤습니다. 국가간 사정으로 판호 문제가 불투명해졌고, 이 상황이 얼마나 더 걸릴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됐습니다. 몇 개월은 적자를 감수하며 기다렸지만 결국 지난 겨울에 포기했습니다.





어려운 일을 겪는 와중에 ‘메달 히어로즈’가 나오게 된 계기가 있을 거 같아요.

중국 판호 문제 이후에 사실상 차기작을 포기하고 대규모 감원을 했습니다. ‘메달 마스터즈’를 서비스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만 남겼습니다. 그래도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었고 서비스 종료 제안을 받았고,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유저분들이 “왜 서비스 종료하냐. 그냥 너희들이 해라”라는 의견을 많이 남겨주셨습니다. 저희 투자사인 NHN엔터테인먼트도 재출시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줬기에 재출시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출시 결정을 내리고서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제작비가 없던 거죠. 결국 사무실 보증금을 빼서 지금의 소호 사무실로 옮겼습니다. 여긴 그래도 보증금은 필요 없으니까요. 지난 사무실 보증금을 게임 제작비로 사용했습니다.


전작을 계승한 ‘메달 히어로즈’이니 복귀 유저는 그대로 데이터를 적용시킬 수 없을까요?

저희도 굉장히 바랐던 사항입니다. 하지만 전작은 퍼블리셔와 같이했던 게임이라 계약상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전작 서비스 종료까지 “데이터만이라도 줄 수 없겠나”라고 요청했지만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유저분들께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전작 출시 때는 하드코어 액션 RPG가 유행이었고, 요즘에는 모바일 MMORPG가 유행입니다. 엔필은 유행에 상관없이 캐쥬얼 RPG를 내세우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와 출시할 때 유행이 바뀌더라(웃음). 엔필은 원래 퍼즐 게임을 만들던 회사라 자연스레 캐쥬얼 RPG로 넘어갔습니다. 덕분에 일본에서 반응은 좋은 편입니다. 사실, 회사가 좀 괜찮았을 때 차기작으로 준비한 건 캐쥬얼 RPG가 아니었습니다.

유행이란 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열심히 준비한다면 기회는 올 거라 생각합니다.


‘메달 히어로즈’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전작과 비교해 어느 점이 나아졌는지 소개해주세요.

저희가 전작을 하면서 느낀 건 ‘운영’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퍼즐 게임을 만들다가 RPG는 ‘메달 마스터즈’가 처음이었으니까요. 꽤 비싼 값을 치르고 운영 노하우를 배운 셈입니다. 전작을 운영하다 아쉬운 부분을 조금씩 발견했지만 출시한 이후에 변경할 수 없던 점이 있었습니다. 그 부분을 개선해 나온 것이 ‘메달 히어로즈’입니다.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고 UI, 영웅 밸런스 디자인, 게임 내적인 요소에 많은 공을 들여 ‘메달 히어로즈’를 선보이게 됐습니다. 한층 더 화려해진 이펙트와 매끄러운 연출, 빠른 템포의 플레이 등 많은 부분을 개선했습니다.



▲ 전작을 했던 유저와 신규 유저 모두 쉽게 즐길 수 있다

많은 모바일 게임에서 ‘자동사냥’을 어느 선까지 지원할지 고민합니다. ‘메달 히어로즈’는 어떤가요?

저희는 요즘 모바일 MMORPG의 전투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팀 게임이다 보니 영웅 구성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죠. 액션 RPG는 전투 순간에 플레이어가 개입한다면, ‘메달 히어로즈’는 준비 단계에서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전투 중에는 일반 RPG처럼 실시간 전투로 진행되다보니 스킬 쓰는 타이밍에 따라 흐름이 달라집니다. 그러니 기존에 있던 단순 자동사냥과는 플레이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또한, 절대적으로 좋은 영웅은 없고 상황에 따라 맞춰야합니다.


세로형 RPG인 것도 유행과는 다른 행보인 거 같습니다.

처음 기획할 때는 가로형이었습니다. 하지만 ‘메달 히어로즈’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세로형이 더 좋다고 판단해 변환했습니다. 가로형은 비쥬얼 면에서 영향을 크게 미치기는 합니다. 풀 3D의 화려한 그래픽일 때는 가로형이 좋죠. 하지만 세로형이 가지는 장점도 분명 있습니다. 전략적이고 컨트롤 중심의 게임이면 세로형에 한 손으로 조작하는 게 좋습니다.

‘메달 히어로즈’ 개발 당시 무엇에 중점을 두고 임했나요? 전작 서비스 종료와 신작 서비스 발표가 일주일 간격이던데 설마 일주일 만에 새 게임을 만들지는 않았을 테고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전투력 계산 방식입니다. 전장의 경우에서 찾은 문제점이었지만 공격력과 방어력의 중요도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방어력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제대로 못 본 거죠. 출시 이후의 문제라 개선하기 어려웠고, 이번에는 제대로 만들었습니다.

‘메달 히어로즈’에서는 공속, 사정거리, 속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세밀한 계산을 통해 이상적인 전투가 이루어지도록 조정했습니다. 영웅 수가 워낙 많아서 모든 전투를 예상하기는 힘들 수 있지만, 이렇게 바꾸는 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작은 따로 퍼블리셔를 구해 운영했습니다. ‘메달 히어로즈’는 엘핀에서 직접 개발과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데, 더 발전한 부분이라 볼 수 있을까요?

전작에서는 퍼블리셔를 통해야만 하니 문제점 수정이 좀 느렸습니다. 예를 들어 정기점검일이 수요일이었는데, 목요일에 발생한 문제 해결을 다음 수요일에 되어서야 할 수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만약 퍼블리셔와 얘기가 원활히 안 됐다면 2주 뒤 수요일에서야 가능했던 적도 있었죠.

예전에 유저로부터 많이 들었던 얘기는 “이 게임 개발자는 자기네들 게임 안 하나?”라는 말이었습니다. 문제가 이렇게나 나타나는데 왜 안 고치냐는 쓴소리였죠. 저희는 계속 대응하고 있었지만 대놓고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목요일 오후 1시에 발생한 문제를 오후 2시까지 고칠 수 있게 됐습니다. 공지사항과 유저 보상도 퍼블리셔의 확인을 받지 않고 직접 할 수 있습니다. 유저와 조금 더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 있게 되었을까요? 예전에는 어느 아이디어를 실행할 때 3주가 걸렸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점심시간에 나온 아이디어를 그날 적용한 적도 있습니다. 유저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지금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메달 히어로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소개해주세요.

‘토벌전’은 길드 vs ‘거대 드래곤’의 전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드래곤 토벌 성공 시 더 높은 레벨의 드래곤이 등장하며, 공략 방법이 매번 다르기 때문에 길드원이 협력해야만 공략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길드전’입니다. 길드원이 협력해 다른 길드와 전투하는 PVP 모드입니다. 공격 덱과 방어 덱으로 구분되며, 독특한 방식의 길드전이 제공됩니다. 이 콘텐츠 역시 길드원 간의 유대가 중요한 콘텐츠입니다.

이외에도 많은 콘텐츠가 ‘메달 히어로즈’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랑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나요?

전작에서 많은 유저가 즐겼던 ‘아레나’입니다. 매주 입장 조건이 바뀌고 새로운 팀편성을 해야만 합니다. 그 부분에서 많은 유저가 재미를 느끼신 거 같습니다. 특히 하드코어 유저들에게서 사랑받는 콘텐츠입니다.



▲ (왼쪽부터) 토벌전, 아레나

국내와 함께 글로벌 출시 했습니다. 전작의 노하우가 쌓였을 텐데 마케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자체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마케팅은 처음이다 보니 실험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것은, 전작을 즐겨주셨던 많은 분들이 ‘메달 히어로즈’로 돌아와 주신 점입니다. 그리고 정확힌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즐기는 유저가 많습니다. 현재 6개 국어 지원하고 있고 차차 늘려갈 예정입니다.

출시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전작보다 수치가 좋아요. 요즘 게임 시장은 ‘치고 빠지는 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사도 유행에 맞는 게임을 내놓아서 치고 빠지고, 유저도 오래 즐기는 게 아니라 잠깐 즐기는 거죠. 복귀 유저 반응을 보면 할 게 없어서 다른 게임을 잠깐 해봤는데 결국 다시 ‘메달 히어로즈’로 돌아왔다는 유저도 많습니다.


전작을 출시했을 때 인터뷰에서 6행시를 지었습니다. 이번엔 ‘메달 히어로즈’로 부탁드립니다.

또 시킬 거 같아서 준비했습니다.
달 히어로즈로 다시 한 번
려보려 합니다. 밸런스가 조정된 많은
어로들이 있습니다. 부디,
설펐던 실수는 잊어주세요.
켓처럼 빠른 피드백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할 거리가
런즈런한 게임을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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