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나이트는 '소작농'이 되지 않는다

기획기사 | 이두현 기자 | 댓글: 27개 |



에픽게임즈가 지난 '포트나이트' 국내 서비스 계획에 대한 미디어 쇼케이스 자리에서 '탈(脫) 구글플레이(이하 탈 구글)'를 선언했다. 애플 앱스토어를 통한 사례와 달리, '포트나이트 안드로이드'의 경우 자체 APK 다운로드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이로써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포트나이트'를 즐기고 싶을 경우 '구글플레이'가 아닌 에픽게임즈가 제공하는 다운로드 링크에서 게임을 받아야 한다.

에픽게임즈의 '탈 구글'의 배경에는 먼저 '안드로이드에선 가능하니까'가 이유로 꼽힌다. 먼저 선보였던 애플 iOS 버전과 닌텐도 스위치의 경우 자체 유통이란 선택지 자체가 없었다. 관련해 윤희욱 에픽게임즈코리아 국내 마케팅 담당은 "애플 앱스토어도 오픈 플랫폼 방식이었다면, APK 설치 방식을 고수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안드로이드의 경우 오픈 플랫폼이기에 게임사가 직접 유통할 수 있다.

또다른 이유로 많은 게임 업계 관계자는 "에픽게임즈가 구글이 가져가는 수수료 30%에 불만을 느껴서"라고 예상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유통망으로 구글플레이를 사용할 뿐인데 수수료 30%는 비싸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앱애니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구글플레이 매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으로 4,156억 원을 거뒀다. 이중 30%인 1,246억 원을 구글에 수수료로 내는 것이다. 수수료에 관해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게임 시장이 모바일 중심으로 가면서 '소작농' 시대가 열리고 있다"라며 "게임을 애써 개발해 팔아봤자 수수료를 내면 남는 게 없다"라고 쓴소리를 남긴 바 있다.

(참고)


▲ 1) 개발사와 퍼블리셔와 수익 배분은 3:7로 산정
2) 구글과 통신사와 수익 배분은 5:5로 산정(구체적인 비율은 미공개)

게임사들이 30%란 수수료 비율에 불만을 느끼면서도 계속해 구글플레이를 사용하는 이유는 마켓의 점유율 때문이다. 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구글플레이는 우리나라 앱마켓 시장의 61.2%를 차지하고 있다. 21.7%의 애플 앱스토어와 13.5%를 차지하는 원스토어에 비하면 압도적이다.

'구글플레이'는 일반적으로 안드로이드 기기에 기본 설치되어 있어서 모든 사용자들이 접하게 된다. 많은 사용자가 '구글플레이'를 이용한 덕에 개발사들은 이 마켓에 앱을 유통하게 되었고, 구글플레이 입장에서는 사용자 수와 다양한 앱이 몰려드는 선순환 효과가 일어났다.

사용자 수를 바탕으로 한 구글플레이의 '피처드 선정' 역시 게임사들을 이끈다. 아이지에스(IGS)에 따르면, 구글플레이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는 피처드의 가치는 약 2억 원이다. 경우에 따라 다운로드 상승률이 약 600%까지 오르기도 하며, 신규 출시와 맞물리면 1,264%까지 오른 예도 있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지나치기 힘들다.



▲ 게임 유통에 있어서 '구글 피처드'는 지나치기 힘든 카드다.

구글이 수수료 30%를 당당하게 떼가는 이유도 압도적인 사용자 수와 편리함에 기반을 둔다. 일반적으로 게임사가 안드로이드 기기에 자신들의 앱을 전하기까지 두 개의 난관이 있다. 유저에게 자사의 게임을 노출하는 것과 설치하게 만드는 것이다.

게임사가 '구글플레이'를 거치지 않고 자체 유통한다면, 안드로이드 기기상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앱 설치'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번거로워한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기기와 데이터 손상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으로 간주됨으로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게임의 아이콘을 따라한 가짜 앱이 유포될 가능성도 생긴다. 이때 '출처를 알 수 없는 앱 설치'를 한다면, 사용자는 피해 보상을 받기 힘들다. 사용자로서는 출처가 명확하고 설치가 편한 구글플레이를 사용하게 되기 마련이다.



▲ 포트나이트를 사칭해 악성 앱을 다운받게 유도하는 가짜 사이트 이미지

다만, 구글이 자신의 마켓에서 유통된 앱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는다는 걸 사용자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점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앱 설치'의 주의점과 비슷하다. 구글플레이 서비스 약관에는 "Google이 아닌 다른 출처에서 Google Play를 통해 제공된 콘텐츠에 관해 Google은 책임을 지지 않으며 어떠한 콘텐츠도 보증하지 않습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구글플레이를 통한 데이터 사용과 결제에 관한 모든 책임도 사용자가 진다.

또한, 구글은 구글플레이에서 일어난 이슈에 대해 게임사에게 정확히 알리지 않는다. 지난 7월 17일, 구글플레이에서 상품을 구입해도 지급되지 않는 문제가 하루 가량 이어졌다. 이 문제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일어났다. 당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구글 측이 정확한 상황 설명을 해주지 않아 유저에게 문제를 알려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결제 이슈로 인해 국내에서만 수십억 원 대의 결제 오류와 환급 사태가 일어났지만, 구글은 침묵했다.

수수료 문제에 관해 구글코리아 측은 그동안 여러 매체에 "수수료 30%는 글로벌 모두에 적용된다. 특정 국가에만 차별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 수수료는 이동통신사 수수료, 결제수단 지원, 마케팅 지원에 쓰이고 앱 개발 생태계를 키우는 데 투자된다."라고 전하며 선을 그어 왔다.


에픽게임즈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다양한 유통망과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해야 생태계 모두 혜택을 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게임을 직접 배포하기로 했다" 에픽게임즈가 포트나이트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전한 '탈 구글'의 이유다. 이 말에 있는 '다양한 유통망과 비즈니스 모델'이 현재 게임사가 구글에 가지는 불만이라고 분석된다.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제공한다. 운영체제를 무료로 푼 구글은 유통망을 구글 플레이로 한정시켜 이익을 거둔다. 구글플레이 외의 마켓도 있지만, 제한적이다. 그동안 '포트나이트 안드로이드'처럼 직접 APK 설치를 유도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 인디 게임이나 테스트 버전에 머물렀고 대규모 상업용 게임에서는 사례가 굉장히 드물다.

비즈니스 모델에 있어서는 구글플레이를 통해 제공된 게임의 경우 '구글플레이 인앱 결제' 시스템을 통해서만 사용자가 구매할 수 있다. 이때 사용자의 결제 정보는 구글이 갖고, 환불 역시 결정한다. 또한, 구글은 게임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모니터링할 의무가 없지만, 이후 재분류할 권한을 가진다.

구글플레이는 많은 사람이 찾는 백화점과 같다. 게임사는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이 백화점에 들어서야 한다고 믿는다. 자체 유통으로 천만 원을 온전히 갖는 것보다, 백화점에 들어서 1억 원을 벌고 수수료로 3천만 원을 내는 게 낫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게임사는 구글플레이와의 갑을 관계도 무릅쓴다.



▲ 에픽게임즈가 포트나이트 '다운로드' 신청 이메일을 받고 있다

에픽게임즈가 자체 유통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구글과 갑을 관계에 놓이지 않기 위해서라고 해석할 수 있다. 수수료 30%의 문제도 해결될뿐더러, 구글의 눈치를 보지 않고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펼칠 수도 있다.

또한, 에픽게임즈는 구글플레이와 같은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섰을 것이다. 모바일 시장 조사 전문 기업 '센서 타워'의 보고서에 따르면 '포트나이트 iOS'는 출시 첫날 2백만 달러, 현재까지 1억 5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여 모바일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걸 경험했다. 또한,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한 개의 게임만 유통하면 되기에 부담이 없다. '탈 구글'을 하더라도 에픽게임즈가 자신 있는 이유다.

가장 중요한 포트나이트 이용자 수는 에픽게임즈의 최신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1억2,500만 명, 동시 접속자 수는 350만 명 이상이다. 굳이 구글플레이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게이머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만약 에픽게임즈가 구글플레이를 통해 100을 벌면, 30을 구글에 주고서 70을 갖게 된다. '탈 구글'을 선언한 에픽게임즈가 똑같이 100을 벌 필요는 없다. 혼자서 71을 벌면 사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셈이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에픽게임즈의 '탈 구글'이 남기는 것




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우리 국민이 구글플레이에서 거래한 금액은 5조 3,300억 원대로 추정된다. 연합회는 올해 6조~7조 원대의 시장으로 커지리라 전망하기도 했다. 구글로서는 자기네 시장에 포트나이트를 들이지 않더라도 매출에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에픽게임즈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탈 구글'이 다른 게임사에도 영향을 줘 행렬을 이룰지 주목된다. 스팀 이전까지 PC에서는 게임사들이 직접 유통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블리자드의 배틀넷 앱이 대표적이고, 넥슨의 '넥슨플레이', 스마일게이트의 '스토브' 등이 자체 유통 플랫폼이다.

반면 모바일에서는 게임사들이 자체 유통 방식을 생각하기 어려웠다. 구글과 애플이 만든 OS 비율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99.9%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OS를 손에 쥐고 있는 구글은 구글플레이를 유통의 유리한 지점에 미리 올려놨고, 애플은 원천 차단했다.

에픽게임즈가 성공적으로 '탈 구글'을 해내도 다른 게임사가 따라 하기는 쉽지 않다.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엔진'을 직접 개발하는 기술력과 '포트나이트'로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한 콘텐츠의 힘이 있는 회사이다. 글로벌 게임사 중에서도 흔치 않은 경우다.

에픽게임즈의 '탈 구글'의 시도는 그동안 정해진 '규칙'을 깨려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다른 게임사에는 시도해볼 수 있는 사례가 생긴다. 에픽게임즈의 날갯짓이 소작농들에게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지켜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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