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15] 모뉴먼트 밸리의 켄 웡이 말하는 '아름다운 게임을 만드는 방법'

게임뉴스 | 정필권 기자 | 댓글: 5개 |


▲ 켄 웡(Ken Wong) MOUNTAINS 설립자

켄 웡(Ken Wong)은 아름다운 아트를 선보였던 '모뉴먼트 밸리'의 아트 디렉터로 잘 알려졌다. 무료 게임이 트렌드였던 당시 시장에서 유료 게임으로 출시했고, 게임 디자인과 독특한 아트를 통해 판매량과 작품성 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실적을 거뒀다.

그는 모뉴먼트 밸리 이후 본국인 호주로 돌아가 자신의 아트를 살릴 수 있는 개발사 '마운틴스'를 설립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독특한 아트로 감성을 전달한 그는, 이제 BIC 2017 컨퍼런스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게임'에 대해서 청중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려 한다.




켄 웡은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자신이 인상 깊게 플레이했던 '데저트 골핑'을 먼저 소개했다. 모바일 게임인 데저트 골핑은 아주 간단한 룰을 가지고 있다. 드래그하고 방향을 정한 뒤, 골프공을 날릴 세기를 정해서 홀까지 날려 보내는 게임이다. 아주 간단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이 게임의 차별점은 계속해서 홀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전으로 돌아가는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을 잘하든지 못하든지 상관없이, 계속 앞으로만 진행된다. 더 좋은 기록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강연자는 이 게임을 접했을 때 아름다운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삶과 인간의 경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자신을 판단하는 것, 얼마나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전과제가 계속된다는 것이 강연자의 마음에 와 닿았다.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그렇기에 자신의 마음에 와 닿았던 게임. 강연자는 이를 통해 게임 디자인이 갖는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을 이 자리에서 공유하고자 했다.






■ 무엇이 게임을 아름답게 만드는가? - 켄 웡이 던지는 네 가지 질문들

켄 웡 아티스트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기에 앞서 '아름다움이란 주관적인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개인적인 감성에 기댈 수밖에 없는 기준이기에 객관적인 정의와 보편적인 답과 같은 것을 주기 전에 자신의 취향과 경험을 설명하고자 했다. 그리고 개인적 경험을 기반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게임과 디자인에 관해서 이야기하려 했다.





첫 번째 질문 - 게임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보통 게임 디자이너들은 게임의 여러 가지 외적인 요소들을 포함한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제품디자인, 패션디자인, 그래픽 디자인과 UX 디자인 등 다양한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와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디자인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강연자는 아름다운 디자인이란 '최소한의 필요조건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켄 웡 스스로 가지고 있던 건축에 대한 열정이 사례가 될 수 있다. 켄 웡은 게임 디자인을 처음 시작했을 때 건축에 대한 열정을 게임으로 어떻게 전환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단순한 배경의 역할을 넘어서, 건축의 주제와 실제적인 모습을 게임에 활용하고자 했다. 그래서 건물의 모습을 예술 작품처럼 게임에 넣었고, 캐릭터가 건축물과 상호작용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 건축을 좋아하는 켄 웡의 열정이 모뉴먼트 밸리에 녹아 들어갔다.

설계자가 건물을 건축하면서 공간을 변형시키고, 생활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만들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전달하듯, 게임 디자인도 같은 측면이 있다. 우리가 훌륭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면서 자제와 색, 조명 등 다양한 곳에서 설계자의 의도를 읽듯, 게임을 디자인하는 사람도 게임을 통해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게임디자인의 세부적인 요소들은 매우 다양하다. 목적, 규칙, 선택은 물론이고 유저들이 어떻게 컨트롤을 하느냐, 유저들에게 어떤 피드백을 줄 수 있나도 고민할 수 있다. 이외에도 콘텐츠와 캐릭터, 장애물이 되는 요소, 스토리와 텍스트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게임디자인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된다.

켄 웡은 굳이 뛰어난 그래픽이나 큰 규모를 자랑하지 않더라도 좋은 게임디자인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사레가 제이슨 로어(Jason Rohrer)가 게임잼에서 제작한 패시지(Passage)다. 그는 패시지를 자신의 생각 자체를 바꿔준 게임이라고 소개했다.




패시지는 마리오와 같이 오른쪽으로 걸어가며 스크롤이 이어지는 게임이다. 여기까지 보면 단순한 게임이지만, 우측에 있는 배경이 화질이 불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차별점을 뒀다. 우측의 저화질 구간은 불확실한 미래를 뜻한다. 캐릭터는 오른쪽으로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와 미래는 불명확하고 불확실한 것으로 그려진다.

메커니즘과 그래픽을 독특하고 우아하게 활용한 패시지는 인간의 삶을 심오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게임으로 과거·현재·미래를 표현한 것을 인상적인 부분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모뉴먼트 밸리를 디자인할 당시 강렬한 느낌을 전했던 게임이 하나 더 있었다. 벡터파크(Vectorpark)의 윈도실(Windosill)이 그 주인공이다.




윈도실은 잠겨있는 문을 찾기 위한 과정이 메인 콘텐츠인 게임이다. 게임에서 열쇠를 찾는 방법은 레벨업이나 스킬과 같은 요구사항이 아니라 '호기심에 의한 발견'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플레이어는 열쇠를 찾는 과정에서 탐험하게 되며, 오브젝트마다 부여된 아름다운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경험을 겪는다. 켄 웡은 해당 게임이 보여준 가치들을 수용했고, 이를 모뉴먼트 밸리의 디자인에 참고할 수 있었다.

시스템과 그래픽 외에도 사운드와 애니메이션의 사용 방법을 고민하여 탄생한 게임이 하나 있다. 에브리씽 (Everything)은 이름 그대로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심플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모션과 애니메이션, 그래픽 표현을 기존 방식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존재에 관한 물음을 플레이어에게 던졌다.


두 번째 질문 - 게임 디자인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유?

게임디자인의 목적에는 몇 가지가 있다. 일단은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 플레이어들이 시간을 들일 수 있는 게임 혹은 편안함을 주는 게임을 만들기 위함이다. 혹자는 거대 게임을 만들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일부는 중독성이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서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 아름다운 게임을 만들려는 이유도 이와 같은 점들을 생각해야만 한다.




게임을 만들며 고려하는 수많은 사항과 목적들 속에서 켄 웡은 '아름다운 디자인이 가치 있는 이유'에 대해서 답을 내렸다. 게임 디자인에서의 아름다움은 플레이어에게 강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게임을 통해 전달된 감정은 플레이어들의 입소문으로 이어진다. 긍정적인 감정의 전파는 상업적으로도, 마케팅 전략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이유만으로도 아름다운 게임을 만들 이유는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디자인은 플레이어의 삶과 사회를 긍정적으로 개선한다고도 강조했다. 우리는 현재 굉장히 힘이 드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촉박하고 삭막한 세상 속에서 아름다움은 개인을 진보하게 한다. 아름다움과 사랑을 찾고 노력하게 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강연자는 디자이너와 제작자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만들고 도울 수 있다고 봤다.


세 번째 질문 -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아름다운 게임을 디자인해야 하는가?

아름다운 게임 디자인을 해야 하는 이유와 영향을 알아봤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 설명할 차례다. 켄 웡은 "작은 게임을 만들 때, 아름다운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많은 디자이너가 잊게 되는 그것이다.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아름다운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플로리안 벨트만이 제작한 '라이브 오마(LIEVE OMA)'가 보여줬다.




게임은 숲에서 할머니와 대화하고 버섯을 따는 것뿐. 심지어 플레이 타임도 15분이면 끝나는 아주 짧은 분량이다. 켄 웡은 이를 보고 플로리안이 두 시간 정도의 게임을 만들었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전부 다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짧은 분량이었기에 개발자 자신이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확실하게 담을 수 있었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라이브 오마와 같은 게임에서는 기존 상업 게임에서 느낄 수 없었던 경험을 겪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은 규모 외에도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있다. '다른 두 요소 간의 관계를 생각하고 작업하는 것'이다. 이렇게 요소 간의 관계에 주목하여 제작한 게임의 예가 '저니(JOURNEY)'다. 비주얼과 환경, 스토리 모든 것들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물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게임 플레이에는 팔을 이용하는 액션이 없었기에, 캐릭터 디자인에도 팔을 넣지 않는 과감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음으로 '장르가 아니라 유저에게 주고 싶은 경험과 감정을 고려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우리가 게임을 만들면서 하나의 장르를 목표로 잡는다면 이미 성공한 게임의 사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장르 내에서 파생된 성공 요소를 받아들이기보다는 경험과 감정을 생각해 보기를 권유했다.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서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봤다.

또한, 켄 웡은 자신이 주니어 게임 디자이너를 가르칠 때의 경험을 전했다. 자신이 주니어를 가르치면서 항상 언급하는 '게임의 코어를 찾아라'라는 말을 청중에게 강조했다. 여기서 코어란, 자신의 게임에서 바뀌면 안 되는 요소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코어들은 게임 디자인에서 아주 중요한 포인트를 차지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이차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코어만 남겨두고 모든 요소가 바뀔 수 있고, 코어를 지원하기 위해서 요소들을 변경할 수도 있다.

코어를 중심으로 성공적인 게임디자인을 구축한 것이 '괴혼'이다. 괴혼은 무언가를 굴린다는 코어에 집중했다. 그리고 굴린다는 행위에 힘을 더했다. 핵을 굴려서 하나의 별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기에 게임 내의 모든 것을 붙일 수 있도록 게임을 설계했다.




게임 외적인 요소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게임 디자인의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과거의 사실이나 문화적인 특징을 게임 내에 녹여내는 방법이다. 지하철 노선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미니 메트로', 실제 무용수의 움직임을 모션 캡처하여 캐릭터를 만든 '바운드', 이란 혁명 당시 사료와 사진을 참고 해서 게임을 제작한 '1979 레볼루션' 등은 모두 문화에 기반을 둔 게임들이다.




마지막으로 켄 웡은 개발자 스스로 '아티스트'라고 생각하면 게임을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군과 관계없이 비디오게임을 아트라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서 작품를 디자인하라는 것이다. 누구나 크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것을 꿈꾼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더 멋진 아트를 만들 수 있는 회사를 설립하기도 한다. 켄 웡 자신도 회사를 설립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들어서야 다른 관점을 갖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은 제한적이었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올해 상반기 제작했던 '블로섬(BLOSSOM)'이 예가 될 수 있다. 꽃과 같은 형상을 이리저리 터치하면서 음악을 즐기는 형태의 게임이다. 실험적이었고 딱 그것뿐이었다. 켄 웡은 이러한 작품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실험적인 도전으로 차있었던 '블로섬'


네 번째 질문 - 우리는 이제 어떤 도전과제를 만나게 될까

업계 주류로 언급되는 게임들은 전통적이고 과거에 집중한 논의들을 진행하고 있다. 게임 업계에 발을 내딛는 주니어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며, 도전과제처럼 생각한다. 게임을 제작하면서 패턴 같은 것이 있다고 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은 여러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유저들을 질이 낮은 콘텐츠와 경험에 중독되게 한 것이 아닌가 고민하기도 했다. 켄 웡은 단순한 숫자인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얻으려고 반복하는 게임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런 게임들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고,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좋은 소식은 예술적인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노력이 이러한 모습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강연의 마지막, 켄 웡은 인디 개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유저들이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과는 다른 형식의 게임 디자인을 통해 게임에 긍정적인 가치를 줄 수 있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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