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이걸 넥슨이 만들었다고?" 로드러너 원, 애프터디엔드, 이블팩토리 후기

리뷰 | 이광진,지민호 기자 | 댓글: 48개 |
올해, 넥슨은 지스타 2016에서 수많은 신작을 발표했습니다. 온라인은 물론 모바일까지 무려 35종에 이르는 게임을 출품하며 BTC관의 한가운데를 장악하고 있었죠. 모바일 타이틀만 하더라도 콘솔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IP인 진삼국무쌍을 활용한 신작이나, PC 타이틀 던전앤파이터나 트리오브세이비어를 모바일로 선보인 작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쟁쟁한 대작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게임들이 있었습니다. 10명이 채 되지 않는 소규모 개발팀에서 제작한, 인디 느낌이 물씬 나는 로드러너 원과 이블팩토리, 애프터 디 엔드가 그 주인공입니다.

사실 넥슨과 같은 대기업에서 출품한 인디 게임은 크게 와 닿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게임들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큰 프로모션이나 아름다운 부스걸 없이도 조용히, 그리고 꾸준하게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었으니까요. 넥슨의 참신한 도전을 이끄는 소규모 개발팀의 모바일 신작 3종을 체험해봤습니다.






1. 뎁냥이의 손으로 부활한 고전 명작, 로드러너 원


로드러너 원은 고전 명작 '로드러너'를 데브캣 스튜디오에서 모바일 환경으로 부활시킨 게임입니다. 지스타 2016의 넥슨 부스에서 만날 수 있었던 로드러너 원은 구덩이를 파 적을 빠트리거나 제거하면서, 스테이지에 존재하는 금괴를 모으면 승리하는 원작의 요소를 모바일 환경에서 그대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총 11개의 스테이지를 지원했습니다. 게임 화면의 왼쪽에는 이동 패드가, 오른쪽에는 구덩이를 뚫는 버튼이 존재합니다. 조작은 그게 끝입니다. 남은 일은 스테이지를 이동하며 금괴를 모으는 것이죠. 유저를 방해하는 적들은 구멍에 빠트려가면서 금괴를 모두 모았다면, 출구로 이동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 스테이지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습니다. 초반부 스테이지에선 적들도 등장하지 않고, 비교적 간단한 형태의 퍼즐이 등장해 클리어가 쉬운 편이에요.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스테이지 자체의 규모도 커지고 모아야 하는 금괴도 많아집니다. 당연히 등장하는 적들도 늘어갑니다. 거대한 스테이지를 어느 방향에서부터 공략할지, 쫓아오는 적을 구덩이에 빠트릴지 판단하는 것은 유저의 몫입니다.

'빰빰 빰빰 빰빰빰빰~♬'하는 사운드는 게임의 긴장감을 계속 유지시켜줍니다. 게임을 할 때는 퍼즐 요소에 집중해 크게 와 닿진 않지만, 시연을 마치고 나서도 문득 생각나면 한동안 흥얼거릴 만큼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바닥에 닿을 때 등장하는 이펙트 등 세부적인 디테일도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간단한 형태의 튜토리얼조차도 없었던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금괴를 머리에 얹은 적은 바닥에 빠트리고 회수한다거나, 뚫은 바닥이 일정 시간 뒤엔 채워진다거나, 채워지는 순간 그 장소에 있으면 게임 오버가 된다는 것들을 하나하나 체험해보며 인지했던 과정을 생략할 수 있었다면, 퍼즐을 푸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었을 것 같네요. 물론 유저가 직접 학습해가면서 배우는 것만큼 빠르고 효율적인 튜토리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해를 돕는 형태의 이미지라도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요.

왼쪽에 위치한 이동 패드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라는 것도 조금 불편했습니다. 자유로운 조작이나 시점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장점이나, 패드가 움직여 잠시 조작이 어긋나버리는 일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분명 나는 위쪽으로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그사이 패드가 움직여 손가락은 왼쪽을 누르고 있는 일도 있었습니다.

시연 버전에서는 스테이지 플레이만 즐길 수 있었지만, 영상에 등장했던 맵 에디팅 기능은 앞으로가 기대되는 콘텐츠입니다. 에디팅이 가능한 다양한 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사례를 보면 얼마나 괴랄하고 악랄한 맵이 유저들의 손에서 태어날지, 평범한 기자의 생각으론 상상조차 할 수 없네요.

스테이지의 플레이 타임이 길지 않다는 것은 모바일 환경에서 유리한 점으로 보입니다. 게임을 하면서 계속 든 생각이 '이거 지하철에서 하기 좋겠네'하는 것이었어요. 당산역에서 합정역으로 가는 사이의 시간이면 빠르게 두 판, 늦어도 한 판 정도는 즐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기존 모바일 시장에도 짧은 플레이 타임을 가진 퍼즐 게임이 많습니다만, '뎁냥이'의 이름에 어울릴 만큼 경쟁력 있는 게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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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퍼즐과 감성의 버무림, 그러나 약간은 답답한. 애프터 디 엔드


애프터 디 엔드는 그야말로 감성의 파도가 밀려오는 퍼즐 게임입니다. 영상과 기사를 통해 게임을 접한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듯, 본 체험기에 포함된 3종의 게임 중 가장 대기열이 길었던 게임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첫인상은 모뉴먼트 밸리와 저니를 섞은 느낌이었지만, 플레이할수록 애프터 디 엔드만의 고유한 색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새까만 배경에 'Episode 1. 과거의 영광'이란 글자가 흰 글씨로 중앙에 등장합니다. 화면이 바뀌며 새까만 몸에 주황색 배낭을 멘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모습을 드러내죠. 그 뒤를 쫓듯 시점이 이동하고, 뭔가 '플레이를 해야 할 것 같은' 넓은 장소에 도착하면 시점이 위쪽으로 이동해 넓게 조망할 수 있는 뷰로 바뀝니다. 파스텔 톤으로 펼쳐진 사막 배경과 귓가를 스치는 배경음에서부터 벌써 감성이 뚝뚝 묻어나오기 시작합니다.

조작 가능한 오브젝트에 접근하면 오른쪽에 동그란 UI가 등장해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시점에 대한 안내가 왼쪽 상단에 등장해 조작 방법을 알려줍니다. 게임 화면을 어디든 선택해 스와이프하면 X축과 Y축을 모두 이동하며 시점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이지 않는 장소의 길이나 조작 오브젝트의 경우, 시점을 계속 바꿔가며 찾아야 합니다.

현장에서 시연할 수 있었던 게임의 볼륨은 스테이지 하나 분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분량이 결코 짧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곳곳에 숨어있는 조각을 찾아 검은색 석상을 완성하면 길 끝에 있는 마지막 퍼즐에 도달할 수 있는데, 조각을 찾기 위해 주변의 퍼즐을 풀어내는 과정이 그리 짧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임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스토리텔링은 계속해서 궁금증을 유발하며 유저를 끌어들입니다.

시점을 요리조리 돌려보고, 오브젝트와 계속 상호작용해가며 조각을 모아 스테이지의 끝에 도착하면, 마지막으로 사운드를 이용한 퍼즐이 플레이어를 반깁니다. 그런데 시연장이 소란스러운 탓에 헤드폰을 쓰더라도 사운드가 들리지 않았어요. 처음엔 당황했습니다. 내가 이러려고 숨겨진 조각을 모았나 자괴감 들고 괴로울 때쯤, 화면 이펙트로도 퍼즐을 풀 수 있는 힌트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다행히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었습니다.



분위기와 배경, 사운드 등에서 느껴지는 애프터 디 엔드의 감성은 칼과 총, 그리고 폭탄으로 피폐해진 기자의 정신을 정화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캐릭터의 움직임이 느릿하다는 점은 조금 답답하게 다가왔습니다.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선 넓은 스테이지를 계속해서 이동해야 하는데,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움직임이 느려서 '조금만 빨랐으면'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손이 많이 가는 조작감 역시 불편하게 느껴진 요소입니다. 자유로운 시점 조작은 다양한 관점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지만, 퍼즐을 풀기 위해 계속 화면을 스와이프해야 한다는 점은 때때로 몰입을 방해했거든요. 계속해서 게임을 구동하는 시연 기기의 탓일지도 모릅니다만, 스마트폰에서 느껴지는 발열 현상도 신경 쓰였습니다.

이처럼 느껴지는 아쉬운 점을 뒤로하면, 이번 지스타 2016을 통해 넥슨에서 선보이는 '인디 정신'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게임 업계의 큰손 넥슨, 그리고 이름 있는 개발사 네오플에서 선보이는 소규모 개발팀의 인디 게임이라는 요소는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애프터 디 엔드는 '그들답지 않은 시도'가 충분히 느껴지는 게임이었습니다. 체험 이후가 어떨지는 개인의 판단과 경험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한 게임을 즐기기 전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은 지양하는 게 어떨까요. '이걸 넥슨이?' 혹은 '이걸 네오플이?'라는 반응이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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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죽어가며 공략하던 오락실의 추억을 그대로. 이블팩토리


기자는 어릴 때 하루가 멀다고 오락실을 드나들었던, 속된 말로 '오락실 죽돌이'였습니다. 부모님이 간식을 사서 먹으라고 주셨던 용돈은 오락실을 가기 위한 군자금이었죠. 게다가 웬만한 게임들은 전부 원코인을 해 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나름 게임을 잘하는 편이라 한 번 오락실에 갔다 하면 해가 질 때까지 오락실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그 덕에 저녁 시간마다 길거리에서 아들을 찾아다니던 어머니의 등짝 스매시를 피하기는 어려웠지만요.

어쨌든 기자에게 있어 오락실은 재미있는 추억이 가득한 장소입니다. 특히, 쏟아지는 적들의 공격을 모두 피하면서 보스를 공략해야 하는 슈팅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뒤에서 구경하던 갤러리들의 시선마저 잊고 집중력을 최고조로 발휘했죠.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오락실이 줄어들면서 집 근처에서 오락실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자연히 오락실에 대한 추억은 잊혀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번 지스타 2016의 넥슨 부스에서 오락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2D 도트 그랙픽의 모바일 게임을 시연하게 됐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블팩토리'입니다.

이블팩토리의 장르는 아케이드 액션 게임입니다. 마치 고전 오락실 게임과 같은 2D 도트 그래픽과 흥겨운 사운드가 특징으로 넥슨 부스에서 시연할 수 있는 많은 게임 속에서도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상당히 독특했죠.

게다가 이 게임의 개발사는 네오플, 퍼블리셔는 넥슨입니다. 던전앤파이터, 사이퍼즈를 서비스하고 공각기동대 온라인을 개발 중인 네오플이라는 개발사와 국내에서 메이저에 속하는 게임사인 넥슨에서 이런 방식의 인디 게임을 출시했다는 점도 상당히 눈에 띕니다. 이쯤 되니 시연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죠.



이블팩토리의 주요 콘텐츠는 주인공이 주 무기와 보조 무기만으로 거대한 몸체와 다양한 공격 패턴을 자랑하는 보스와 전투를 치르는 것입니다. 보스의 체력이 아주 조금 남은 상황이라도 한 번만 맞으면 바로 패배하니 긴장감이 고조되죠. 또한, 패배하더라도 다시 도전하면서 보스의 공격 패턴을 파악하고 차근차근 공략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마치 오락실에서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 한쪽에 동전을 쌓아두던 모습이 떠올랐죠.

제한된 무기로 다양한 공격 패턴을 보유한 보스를 상대해야 하는 만큼 세세한 컨트롤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바일 환경에서 이런 세세한 컨트롤이 가능할까?' 직접 시연을 해 보니 이런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UI는 최대한 직관적으로 구성하면서도 조작하기 쉽게 배치되어 있었어요. 게다가 조작하는 도중에 손을 떼면 일정 시간 동안 게임의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불렛 타임'이라는 시스템이 있어 공략 시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겠지만, 제한된 환경 내에서 어떻게 해야 조작하기 편할까 하는 고민의 흔적이 보였죠.

시연 버전에서는 4종류의 보스와 전투를 치르고 화염병, 화염방사기, 다이너마이트, 바주카, 그레네이드 건 등의 몇 가지 무기만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넥슨에서 공개한 트레일러 영상을 보면 더 다양한 보스들과 무기가 준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등장할 보스들은 어떤 공격 패턴을 보일지, 이들에게는 어떤 무기가 적합할지 등을 파악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입니다. 2017년 초에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는 이블팩토리, 그때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사뭇 기대됩니다.

☞ 관련기사: [영상] 오락실 레트로 감성을 모바일에서! '이블팩토리' 영상 공개
☞ 관련기사: [인터뷰] 오락실 감성이 가득한 넥슨의 인디 게임, 이블팩토리 황재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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