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24] 수소(H)와 네온(Ne)의 여정? 화학 모에화 전략 게임 '엘릭서'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43개 |

‘공부가 게임 같다면 정말 잘 했을 텐데’라는 생각은 게이머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하다. 엘릭서의 김다경 대표 역시 같은 생각을 했고, 이를 게임으로 만들어 냈다. 팀 ‘엘릭서’의 게임 ‘엘릭서’는 본격 화학 모에화 전략 게임이다. 엘릭서가 모에화한 화학은 학창 시절 배운 그 화학이 맞다. 수소는 H고, 물은 H2O로 부르는 그 화학이다. 화학 모에화 이미지는 선뜻 상상하기 힘들다.

게임 엘릭서는 ‘작고 귀여운 수소 소녀의 실험실 탈출기’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소가 실험실에 감금된 이유는 ‘쉽게 폭발해버리는 성질’ 때문으로, 화학 모에화스러운 이유다. 게임 스타일은 ‘2 by 2’ 타일 위에서 일어나는 미니 SRPG 전투 시스템이다. 플레이어는 필드를 오염시키거나 정화하는 화학적 전략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원소주기율표 상의 모든 기호를 모에화시키겠다는 엘릭서 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왼쪽부터) 최동혁 프로그래머, 김다경 대표

먼저, BIC 출품작으로 선정된 소감이 궁금하다

최동혁: 지난 플레이엑스포 때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였었다. 당시 걱정했던 것은 ‘화학을 다루는 컨셉이 유저에게 통할까’라는 점이었다. 플레이어에게 너무 특이하거나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쉬운 부분도 있어서 한 번 더 개선한 것을 유저에게 선보이고 싶었는데 마침 BIC 출품작으로 선정돼 기쁘다.

김다경: 이번 BIC 출품작 선정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얻은 거라 의미가 남다르다. 게임사로써 한 단계 도약했다고 여긴다. 지금까지 봐온 BIC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을 보면서 참가하고 싶었다. 특히, ‘엘릭서’의 게임성을 인정받았다 생각해서 기쁘다.


팀 ‘엘릭서’ 소개 부탁한다. 특이하게도 게임 타이틀과 명칭이 동일하다.

김다경: 엘릭서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를 맡고 있다. 팀은 학생 때 시작했던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대학교에서 전교에 포스터를 붙여가며 다섯 명을 모아 개발을 시작했다가... 학점, 허리 디스크와 같이 각자 사정으로 사람들이 나갔다. 또한, 컨셉을 유지하면서 재밌는 게임을 만든다는 게 어려웠다. 여러 가지 일을 겪었는데, 당시 생각한 것은 ‘생각보다 프로그래머는 끈기가 없구나’라는 점이었다.

지금 같이 작업하는 프로그래머는 나와 반대 경우였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끈기가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서로 열정이 맞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게임을 만들고 있다.




게임 ‘엘릭서’는 어떤지 소개한다면?

김다경: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학을 다룬다는 점이다. 그리고 화학을 모르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완성작에서는 화학이 게임 곳곳에 묻어 나오는 게임을 만들려고 한다. 우리 게임에선 이스터에그로 화학 지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최동혁: 주인공이 수소(H)다. 수소를 모에화한 캐릭터라 보면 된다. 수소의 기본 성질은 매우 불안정한 성질이기 때문에, 누군가 만나면 터져버리고 만다. 남자 주인공은 네온(Ne)인데, 매우 안정된 원자다. 그래서 수소와 만나도 터지질 않는다. 게임 곳곳에 이런 화학 요소들이 스토리에 녹아들어 있다.

김다경: 화학을 부담 없이 전달하려면 캐릭터가 귀엽거나, 스토리가 중요하다. 그래서 엘릭서는 캐릭터와 스토리 모두 신경 썼다. 지난 플레이엑스포 때는 사람들이 캐릭터가 귀여워 왔다가, 화학에 멘붕하고 돌아간 경우가 있었다. 나름대로 화학 모에 게임이라 보면 되겠다.

최동혁: 교육용 게임이 아니고 RPG인 이상, 전투를 진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점은 인디로써 욕심이기도 하다. 그래서 구상한 시스템이 산성도 시스템이다. 게임 전반을 아우르는 화학 요소를 전투에도 넣고 싶었던 결과다.

김다경: 산성도 시스템은 지난 시연회에서 다소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BIC에 개선한 산성도 시스템을 유저분들이 어떻게 평가해주실지 기대된다.



▲ 수소(H)와 네온(Ne)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본격 화학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김다경: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고등학생 때는 공부가 너무 재미없어서 교육용 게임을 봤는데 초등학교 수준이었다. ‘롤’과 같이 재밌으면서도 공부 게임이 있으면 좋겠는데 왜 아무도 안 만들까 생각했다. 서울대 교육학과에 들어간 것도 게임 제작에 도움이 되지 않겠냔 생각에 들어갔다.

잠깐, 문과로 서울대 교육학과에 들어가서 화학 게임을 만드는 데,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건가?

김다경: 그렇게 됐다.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수집형 RPG가 대세였다. 그리고 주기율표가 생각났다. 게임으로 생각을 발전시키니 재밌을 거 같았다. 그게 엘릭서의 시작이다.

최동혁: 팀에 합류하기 전, 이 친구 혼자 남아서 게임 만드는 걸 지켜봤다. 포기할 때쯤에 합류해서 도와주려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포기 안 하더라. 포기하길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빨리 합류해 엘릭서를 끝내고,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가는 게 빠르다고 생각해서 도와줬다.

처음 시작할 때는 화학을 전혀 몰랐다. 원자와 분자 구분도 하지 못했다. 게임 만들 때 화학 지식 기준이 나다. 그래서 대중들도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웃음)


엘릭서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백린탄 만화를 봤다. 그런 센스는 어디서 나오나.

김다경: 그걸 봤나?(웃음) 평소에 화학 관련해 상상을 많이 한다. 생각해둔 스토리는 여러 개 더 있다. 수소와 네온이 만나는 거처럼 ‘이 원소와 저 원소가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와 같은 상상을 하다 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특히, 화학은 대부분 불안정하니까 재밌는 스토리가 많다.



▲ 클릭시 엘릭서의 백린탄 웹툰 페이지로 이동

우라늄이나 플루토늄도 나오나.

김다경: 지금은 없다. 엘릭서가 잘 된다면 대규모 방사성 업데이트를 고민 중이다.

최동혁: 화학을 소재로 하니, 주기율표에 나오는 모든 원소를 다 쓰고 싶다. 일단 먼저 대중적인 걸 먼저 쓰고자 한다.


엘릭서의 엔드 콘텐츠로 '수소폭탄'은 어떤가.

김다경: (웃음) 엔드 콘텐츠로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다. 생각해 보니 반드시 들어갈 거 같기는 한데, 오해는 안 받게끔 넣을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원자 모에화 일러스트가 인상적이다. 경력이 있는 건가.

김다경: 99% 내가 작업했다. 따로 경력은 없다.


전체 플레이 시간은 어느 정도 예상하나.

김다경: 평균 다섯 시간 정도 예상한다. 꼼꼼하게 플레이한다면 열 시간까지도 본다. 게임을 만들면서 스토리에 비중을 많이 뒀다. 원자를 캐릭터화한 거니까, 각각 서브 스토리까지 욕심난다. 원자라는 게 제각기 특색이 있으니까.


UI를 굉장히 잘 만들었다. 엘릭서를 잘 모르는 유저가 본다면 오랫동안 경력을 쌓은 게임사가 만들었다고 생각할 거 같다.

김다경: UI에 사활을 걸었다. 어떻게든 엣지있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 실행하는 유저를 압도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몇 번을 고쳤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더 예쁘게 만들 거다. 인디계에선 생각보다 UI에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던데, 우리는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여겨서 많은 공을 들였다.

최동혁: UI가 거창 하단 평가도 있었다. 인디에서 활동하는 이상 만들고 싶은 걸 만들었다. 또한, 사람들이 우리 게임을 실행했을 때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들게 하고 싶었다.



▲ UI에서 화학 센스가 돋보인다

일반 모바일 게임과 다르게, 로드(Load) 게임이다. 이유가 있나.

김다경: 참고한 것은 ‘마녀의 샘’이다.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이라 이런 형식을 취했다. 또한, 처음 살 때만 결제하고 추가 과금 요소는 없다. 전통적인 패키지 게임 느낌을 주고 싶었다. 노가다는 지양하고 스토리에 집중하게끔 했다.


현재 G-NEXT의 도움을 받아 게임 개발 중이다. 특별히 좋은 점이 있나?

김다경: G-NEXT가 좋았던 이유는 지원 사업을 주도하는 분이 개발자 출신이다. 그래서 게임 개발자에겐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잘 알아줬다. 언제든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준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인디게임 지원 사업 중 뽑아만 놓고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심사위원이 자주 바뀌어서 일관성이 없다고 한다. 일례로 처음 지원했을 때 게임성을 추구하니 “재미가 있어요? 팔릴 거 같아요?”라는 심사위원의 말을 들었다. 그래서 사업성을 갖추고 제출했는데, 바뀐 심사위원에게서 “이런 건 인디가 아니고 열정이 없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 점과 비교했을 때 G-NEXT는 좋다고 생각한다.

이제 시작하는 개발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을까?

김다경: 무작정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엔 팀원도 빠졌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다음으로 건강 관리 잘 했으면 좋겠다. 다리 꼬지 말고, 의자는 좋은 거 쓰기 바란다.

최동혁: 저 같은 경우에 인디 팀으로 몇 번 해봤는데, 어느 정도 열정을 쏟을 건지 정확히 생각해야 한다. 난 목숨 걸고 한다고 생각해도, 팀원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래서 팀원도 어떤지 잘 봐야 한다.


BIC에서 기대하는 게 있다면?

최동혁: 사망여각. 개인적으로 만나면 왜 엎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김다경: 유저에게 게임을 선보인다는 기대와 함께, 부스 어워드를 노리고 있다. 기대하는 게임이 있다면 노엘게임즈의 스타테일이다. 같은 사무실 옆자리에서 만드는데 어떻게 완성됐을지 궁금하다.



▲ 화학자 컨셉으로 BIC에 참여하고 있는 엘릭서의 최동혁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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