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삼국지의 본질은 땅따먹기! 테크주스 이상원 대표 인터뷰

인터뷰 | 원동현 기자 | 댓글: 28개 |
동아시아권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IP를 하나 꼽는다면 과연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는 아마 삼국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장대한 스케일의 전투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물들 간의 드라마, 삼국지엔 그야말로 로망이 가득했으니까요.

오늘 소개할 '롤 다이스 삼국지'는 다소 특이합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주사위를 굴리는 삼국지 게임입니다. 청룡언월도를 들고 '무쌍'을 하지도 않고, 타고난 지략으로 '외교'를 하는 것과도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삼국지의 본질과는 가깝습니다. 삼국지는 어찌됐든 땅을 다투는 패권 싸움이었으니까요.

얼핏 캐주얼하게 보이면서도 삼국지의 향수가 가득한 '롤 다이스 삼국지', 그리고 그 중심에서 항상 자리를 지켜왔던 테크주스 이상원 대표를 인벤에서 만나봤습니다.





▲ 테크주스 이상원 대표

Q. 안녕하세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대표님과 '롤 다이스 삼국지'에 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인벤 독자 여러분. 저는 테크주스의 대표 이상원이라고 합니다. 간단히 제 소개를 드리자면, 저는 과거 1999년도에 넥슨의 퀴즈퀴즈 온라인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며 게임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사실, 제 전공은 기계공학이고 그 당시 제 주변에서 게임 쪽으로 가는 친구들이 잘 없어서 저도 제가 게임 쪽으로 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웃음). 그런데 어쩌다 제 친구가 개발했던 퀴즈퀴즈 온라인의 콘텐츠 개발을 돕게 되면서 이렇게 아직까지 남아있습니다.

그 후에 '위젯'의 초기 멤버로 입사해서 '메이플스토리'의 기획부터 런칭까지 그 일련의 과정을 겪은 경험이 있습니다. 사실 운이 좋았죠. 당시 어린 나이에도 정말 짧은 시기에 많은 경험을 압축해서 겪어봤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LG 전자를 비롯해 여러 업체를 경험하며 지식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것이 오늘의 '롤 다이스 삼국지'였죠. 첫 개발 당시엔 '롤 삼국지'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은 잠재력을 갖춘 게임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쉽게도 너무 일찍 서비스 종료를 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심 끝에 같은 생각을 지닌 친구들과 함께 '롤 다이스 삼국지'를 재런칭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좋은 잠재력을 가진 재밌는 게임에 마케팅만 얹어지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Q. 경력이 굉장히 화려하시네요. 그러고보니 사명이 꽤 독특한데 어떤 뜻을 품고 있는 건가요?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기계공학과를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대학 시절 내내 배우고 들었던 것이 '엔지니어링'이었습니다.

엔지니어링이란 기술을 기반으로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이념이 담겨있습니다. 저는 제가 직접 그 가치를 실현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할 줄 아는 게 기술 개발이고, 그 기술 개발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테크주스(Techzuus)'라는 사명을 짓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실 뒤에 '주스'는 원래 'Juice'로 하고 싶었습니다. 비단 게임뿐만 아니라 기술 기반의 여러 가지 사업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담아서요. 그런데 도메인을 따는데 이미 그건 누가 차지한 상태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왠지 있어 보이기도 하고, 발음도 비슷한 'Zuus'로 결정했습니다(웃음).

뭔가 굉장히 거창하게 말씀드렸지만, 사실 저희 회사는 단순하고 정직합니다. 무리수를 두거나 꼼수를 부리는 사업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교과서적으로 정도(正道)를 걸어 단계적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규모는 작더라도 모든 직원이 즐겁게 출근하고 다 같이 웃을 수 있는 그런 강소기업이되는 게 목표입니다.

실제로 일본의 모 기업은 10명 내외의 인원으로 로켓 부품을 만든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게 너무 부럽더라고요. 소규모로도 저렇게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저희 역시 그런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원래 희망은 'TechJuice'였지만...

Q. 본격적인 게임 이야기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사실 삼국지 IP는 게임계에서 굉장히 자주 쓰이는 소재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게 있다면 장르였죠. 이런 부르마블 장르와 결합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2~3년 전부터 모바일 게임 시장이 성숙하고, IP의 중요성에 대해 다들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마케팅 비용이 점점 과다해지다 보니 하나의 돌파구이자 대체재로 IP가 부각되었죠.

삼국지는 로열티 없이 쓸 수 있으면서도 널리 알려진 IP라 사업적으로 용이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사업적인 이유뿐만이 아니라 초기에 이 게임을 설계했던 분이 삼국지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이유는 처음 개발할 당시 ‘모두의 마블’이 붐을 일으켰는데 그때 문득 든 생각이 이거였어요.

"부르마블도 삼국지도 어차피 땅따먹기잖아!"

Q. 하하, 그러게요. 생각해보니 삼국지의 본질은 '땅따먹기'였네요. 그러면 혹시 기존 부르마블 장르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기존 부르마블 장르라 하면 땅을 점령해 건물을 짓고, 늘어난 통행료로 서로의 재산을 뺏고 뺏기는 그런 싸움이죠.

롤다이스 삼국지 역시 그러한 '기본 틀'은 유지하되 삼국지의 색깔과 특징을 더욱 강조했습니다. 기본 재산은 돈이 아닌 병력으로 계산되고, 땅을 점령할 때는 병력과 장수를 활용한 카드배틀이 일어나게 됩니다. 기존 게임처럼 단순히 압도적인 자원으로 뺏는 게 아닌 실제 역사 속의 전쟁을 하는 느낌을 살려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는 BM(Business Model, 수익 구조)에 있습니다. 기존 부르마블 장르 게임은 주사위 콘트롤 위주로 BM을 형성했죠. 하지만, 저희는 삼국지의 풍취를 살리기 위해 장수와 군주에 중점을 뒀습니다. 즉, 캐릭터성에 더욱 집중했다는 거죠.



▲ '장수'를 이용한 카드배틀

Q. 삼국지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는 '장수', '군주', 그리고 '국가'의 특징에 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처음에 게임을 시작하면 위,촉,오 3개 국가 중 1개를 선택하는 화면이 나옵니다. 어떤 나라의 군주를 선택할 것인지 결정하고, 그에 따라 게임 플레이의 방향성이 달라지게 됩니다. 후에 각종 콘텐츠와 재화를 이용한 뽑기로 '장수'와 '군주'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활용하여 보다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해집니다.




물론 중립 진영 역시 존재하고, 설령 위 군주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 장수를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소속의 장수가 많을수록 버프가 생기니 신중한 선택이 요구되죠. 그리고 나라별로 군주와 장수의 성향이 꽤 다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위,촉의 경우 전반적으로 공격에 특화된 카드가 많고, 오는 방어에 특화된 성향을 보입니다.



▲ 게임 내 위,촉,오 진형

Q. 단순히 땅따먹기가 반복된다면 루즈해질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혹시 보다 전략적인 요소가 있을까요?

'요새지역'이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롤 다이스 삼국지'는 기본적으로 25라운드지만 그 중간에 '요새지역'을 점령하게 되면 바로 승리조건을 달성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위,촉,오 중 한 국가를 독점하게 되면 역시나 승리하게 되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짜릿한 승리는 삼국지의 로망을 담은 '천하통일'입니다.

Q. 천하통일이면 전 지역을 점령하는 건가요? 어, 근데 한 국가나 요새지역을 점령하면 승리 조건이 갖춰진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전체를 점령하죠?

저희 '롤 다이스 삼국지'에는 소위 '고스톱 룰'이 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다가 중간에 상대방 병력 수가 0이 되면 해당 플레이어를 처단할지 해방할지 결정하는 팝업이 뜹니다. 여기서 처단을 하게 되면 평범한 승리를 할 수 있고, 만약 해방한다면, 즉 '고'를 한다면 상대방에게 소수의 병력을 주고 게임을 재개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후에 상대방이 또 병력을 잃고 전멸을 하면 강제적으로 처단을 당하게 되고 해당 플레이어가 점령한 지역을 몰수하게 됩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천하통일'을 이뤄낼 수 있는 거죠. 물론 쉽진 않습니다. 평범한 승리를 거부하고 험한 길을 선택해야 하는 거니까요.

실제로 천하통일을 하겠다는 욕심에 상대방을 풀어줬다가 요새지역을 점령당해서 패배하는 그런 경우도 꽤나 많습니다. 하지만 '천하통일'을 이룰려면 이 정도 배짱은 필요하겠죠?



▲ 천!하!통!일!

Q. 뭔가 실제 삼국지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시스템이네요. 아, 개인적으로 게임을 하면서 인상 깊었던 게 '스토리텔링' 요소였습니다. 튜토리얼인 '제야모드'에서 '황건적의 난' 스테이지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하하, 실제로 작업을 할 때 스토리텔링 부분에 중점을 두고 시작했습니다. 삼국지의 정체성과 가치는 단순히 전쟁이 아니라 그 속에 녹아있는 이야기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황건적의 난부터 시작해서 동탁의 폭정이나 적벽대전 등 굵직굵직한 스토리를 PVE 모드로 담아내봤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제야모드 외에 '요일대전'이란 콘텐츠에도 스토리를 최대한 녹여냈습니다. 후에 지속적으로 이러한 스토리텔링 요소를 더욱 강조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 스토리를 강조한 제야모드

Q. 국내 프리 런칭(7월 25일) 이후 전반적인 반응은 어떤가요?

사실 저희가 전반적으로 마케팅을 전혀 안 했던 상태였습니다. 물론 욕심은 있었죠. 하지만, 자금력이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쉽사리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많이 우려를 했는데, 막상 런칭을 하고 보니 롤삼국지 했던 분들이 정말 많이 돌아와주셨어요. 지금까지도 그분들이 꾸준히 게임을 즐겨주고 계시고, 정말 다양하고 소중한 피드백을 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점점 입소문이 나고 다양한 이벤트를 열면서 신규 분들도 많이 와주셨습니다.

실제 성적 지표 역시 긍정적입니다. 한 번이라도 '롤 다이스 삼국지'를 접해주신 분들은 정말 좋은 접속률을 보여주세요. 전체 모바일 게임 한 세션당 평균 플레이 시간이 4분 30초가량인데, 저희는 평균 플레이 시간이 14분에 달합니다. 약 3배 정도죠. 심지어 몇몇 분들은 거의 하루 종일 플레이하시는 분들도 있으세요. 저희는 처음에 이 게임을 캐주얼하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플레이어분들에겐 미드코어하게 와닿는 것 같습니다.

Q. 9월 27일 대망의 글로벌 런칭을 실시하셨는데요 국가별로 차이가 있을까요? (구글 137개국, 애플 151개국)

'롤 다이스 삼국지'는 투빌드(Two-build)체제입니다. 일본판의 경우 퍼블리셔 측에서 일러스트를 차별화하여 런칭했습니다. 이외에 다른 국가는 한국과 동일한 빌드로 오픈한 상태입니다.

다만, 대만, 홍콩, 마카오, 중국, 태국은 아직 런칭을 안 한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현지화 작업과 '판호' 이슈가 있어서 올 연말쯤이나 내년 초쯤 런칭하게 될 것 같습니다.

Q. 일본판의 경우 일러스트가 기존 빌드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인데 현재 일본 내 반응은 어떤가요?

일본 퍼블리셔가 처음에 빌드를 받고 이미지를 바꾸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처음 예시 일러스트를 받았을 때 "아 이건 너무 귀엽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의 사실적인 일러스트와는 괴리감이 꽤 컸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보면 볼수록 굉장히 세련되고 트렌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자꾸 보다보니까 기존 빌드도 이 이미지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어제 글로벌 런칭을 실시하고 나서 일본 지역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이 왔습니다. 상상 이상으로 접속이 몰려서 서버가 다운됐을 정도였어요. 이러한 결과물을 보면서 "아 일본 퍼블리셔가 여러 가지 고민을 했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번 투빌드 체제는 실험적이었습니다. 처음엔 빌드를 나누고 통합서버로 운용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안되는 건 없더라고요. 알고리즘과 인증 처리가 복잡해질 거 같아 정말 걱정 많이 했지만 아직까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유저풀이 대폭 늘어나면서 긍정적인 측면이 계속 보이고 있죠. 어찌됐든 이런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서 재밌고 좋았습니다.



▲ 색다른 느낌의 일본 빌드

Q. 일본 외에도 기대하는 국가가 있으신가요?

대만, 홍콩, 태국, 중국을 기대 중입니다. 아무래도 삼국지 IP가 유명한 국가니까요. 현지화 작업이나 판호 이슈가 해결되면 잘 다듬어서 런칭할 계획입니다. 아, 그리고 대만의 경우는 이례적으로 일본 빌드로 런칭할까 고민 중입니다. 전반적인 성향이나 문화적인 특징상 아무래도 일본 쪽 빌드를 선호할 거 같더라고요.

앞서 언급한 국가 외에도 북미, 캐나다 등 세계 도처에 흩어져있는 화교들을 대상으로도 소소한 마케팅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Q. 현재 준비 중인 차기작이 따로 있으신지?

음, 뭐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현재 다른 업체랑 IP 관련 협의가 진행 중입니다. 이번 협의가 잘 진행되면 해당 IP를 활용한 새로운 버전의 '롤다이스2'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일단 저희가 기획하고 있는 방향은 최근 트렌드에 맞게 조금 더 캐주얼하고 약간은 '모에'한 이미지를 구상 중입니다.

Q. 차기작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인벤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하하, 정말 뭐라고 말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인벤 독자분들께 뭔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한 가득인데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요... 일단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저희 정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서비스가 종료된 적이 있는 게임이라 우려스럽게 바라보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저는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서비스를 금방 종료하거나 유저분들의 피드백을 무시하는 그런 무책임한 운영 태도는 결코 보이지 않겠습니다.

인벤 독자분들이 꼭 한 번 해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에 보답할 수 있게끔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글로벌 런칭을 하면서 국가대항전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정말 글로벌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게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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