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품에 가치를 더해 작품을 만들다, 3D 프린팅 갤러리 '디지털핸즈'

인터뷰 | 원동현,박태학 기자 | 댓글: 21개 |
3D 프린팅 기술은 전 세계에 일대 파란을 몰고 왔습니다. 몇몇 학자들은 이 기술이 훗날 새로운 산업혁명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죠. 기존에 존재하던 복잡한 제작과정을 생략한 채 입체적으로 물건을 출력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출력된 그 물건은 아직 미완성 '제품'에 불과합니다. 데이터에 따라 형태만을 갖췄을 뿐 그 겉과 속에는 채워지지 않은 것이 남아있죠. 수많은 가공처리와 염색, 그리고 형태를 넘어선 가치를 부여해야만 비로소 '작품'이라 부를 수 있을 겁니다.

오늘 만난 디지털핸즈(Digital Hands)의 황수현씨는 3D 프린팅 '제품'을 '작품'으로 탈바꿈시키는 분이었습니다. 최근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믿을 수 없는 퀄리티의 조형물로 이목을 끈 장본인이기도 했죠.

앞으로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보다 차원 높은 예술을 선보이고 싶다는 황수현 씨와 디지털핸즈, 그들이 꿈꾸는 입체적인 미래를 인벤에서 전달해드립니다.







▲ 디지털 핸즈 황수현 씨

Q. 안녕하세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디지털핸즈 황수현입니다. 저는 디지털핸즈에서 제작된 출력물들을 가공하고 도색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작품으로 인사드릴 계획입니다.


Q. 디지털핸즈는 어떤 회사인가요?

2015년 10월에 개장한 한국 최초의 3D 프린팅 갤러리입니다. 아티스트와 협력하여 보다 차원 높은 예술품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Q. 디지털핸즈가 가장 무게를 두는 건 콘텐츠 전시인가요? 아니면 제품 판매일까요?

아무래도 저희가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건 콘텐츠 생산입니다. 저희가 가진 3D 프린팅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서 다양하고 예술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는 게 목표입니다.


Q. 게임 관련 작품이 상당히 많은 거 같습니다. 디지털 핸즈 직원분들이 게임을 좋아하시나요?

네, 거의 모든 직원이 게임을 좋아합니다. 특히 대표님이 '스타크래프트' 세대라서 사내 스타리그도 개최하곤 하세요(웃음). 이 외에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도 5인 파티로 종종 즐기는 편입니다. 다들 블리자드 작품을 정말 좋아해요.


Q. 게임 관련 작품들만 모아서 별도의 전시회를 열 계획도 있으신가요?

사내에서도 긍정적으로 이야기 중입니다. 블리자드 기획전을 열고 싶어요. 만약 블리자드 측과 이야기가 잘 된다면 상품판매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설령 상품 판매가 안 되더라도 갤러리를 오픈해서 저희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블리자드 이외의 게임 테마 전시회도 여러모로 기획 중입니다.


Q. 울트라리스크는 정말 엄청난 퀄리티네요. 작업하는 데 얼마나 걸리셨나요?

울트라리스크 같은 경우는 도안을 구매해서 디테일을 조금 첨가한 것이기 때문에 모델링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워낙 모델 자체가 크다 보니 출력하는데 4일 정도 걸렸습니다.



▲ 압도적인 비주얼


Q. 도색은 다 직접 하신 건가요?

네, 그 당시 이런저런 이유로 울트라리스크 도색에 완전히 집중하진 못했습니다. 도색을 끝내는데 1주일 정도 걸린 거 같아요.


Q.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작품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는 히페리온이 가장 맘에 듭니다. LED 작업을 하면서 정말 공을 많이 들였거든요. 울트라리스크도 이렇게 큰 작업은 처음이라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입니다.


Q. 스타크래프트 이후 점 찍어둔 유닛이나 게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작업을 계획하고 있는 캐릭터는 상당히 많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저그나 테란 유닛은 이미 몇 번 제작했기 때문에, 다음 유닛으로는 프로토스를 생각 중이에요. 어떤 유닛인지는 그때의 즐거움을 위해 비밀로 하겠습니다.

스타크래프트뿐만 아니라 다크소울, R2-D2, 체르노 알파 같은 캐릭터도 계획 중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미소녀 피규어까지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 R2-D2가 3D 프린터로 구현된다면?


Q. 3D 프린팅 기술의 과거와 현재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사실 3D 프린팅 기술은 지난 시간 동안 크게 바뀐 게 없습니다. 그저 큰 기업들에서만 활용을 하고 있었고, 대중들에겐 홍보가 안 됐을 뿐이죠. 약 5년 전에 한 번 3D 프린터 붐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었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그 당시 공개된 게 FDM 프린터 저가형이었습니다. 해당 프린터 특성상 아무래도 고퀄리티 제품을 생산하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뉴스에서는 3D 프린터가 생체 장기도 만들고 자동차도 만드는 미래 기술이라 선전했는데, 막상 대중이 접한 건 퀄리티가 떨어지는 모델이었던 거죠. 더군다나 아직 제대로 상용화도 안 된 상태였으니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멀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3D 프린트 기술의 진면목을 대중들에게 알려 인식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Q. 3D 프린터의 종류와 특성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FDM 방식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필라멘트 원료를 사용하는 가장 대중화된 방식이라 접근성이 좋고 가격이 상당히 저렴합니다. 개인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죠. 하지만 생산할 때 표면에 결이 많이 생겨서 정밀도가 부족한 편입니다.

SLS 방식의 경우, 분말을 활용해 제작을 하는데 일반적인 플라스틱보다 단단할 정도로 내구도가 좋습니다. 또한, 지지대 없이 출력되기 때문에 출력물을 많이 뽑을 수 있죠. 단점이라면 장비가 비교적 비싼 편이라는 점과 표면 마감이 어려워서 가공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SLA 방식은 정밀도가 가장 높습니다. 액상을 이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표면처리에서 가장 우수한 모습을 보입니다. 다만 재료값이 상당히 비싸고 장비 가격은 프린터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그리고 내구성이 다른 방식에 비해 약간 떨어집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울트라리스크가 이 방식으로 만들어졌어요.


Q. 프린팅 작업과 수작업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3D 프린팅을 활용하면 시간이 굉장히 단축됩니다. 컴퓨터에서 모델링을 한 다음에 바로 출력을 하고, 결과물을 조금만 다듬으면 그대로 복제를 하거나 공장에서 재생산할 퀄리티가 됩니다. 현재 발매되는 대부분의 피규어가 이런 방식으로 제작이 되고 있어요.

수작업은 분명 고유의 손맛이 있습니다. 저도 수작업을 정말 많이 했지만, 아무래도 생산 속도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정밀도 역시 3D 프린터가 우위를 보이면서 많은 분이 3D 프린터 쪽으로 전향하고 계시죠.


Q. 3D 프린팅이 가진 확장성과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미 웬만한 기업들에서는 다채롭게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시제품 제작용으로 많이 쓰이죠.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서도 몰드를 이용하면 대량생산이 가능합니다. 현재 기초적인 전자회로를 출력할 수 있는 프린터도 개발됐기 때문에 훗날엔 정말 제대로 된 전자기기까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아, 그리고 음식 3D 프린터가 있다는 거 아시나요? 음식 가루를 넣고 작동시키면 각종 식품이 출력되는 제품입니다. 현재 우주식 같은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거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거창한 것보다도 3D 프린팅의 진짜 미래는 일상에 있다고 생각해요. 전 훗날 3D 프린터가 가정의 기본 가전제품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도안을 인터넷에서 구매해서 유사 고무 재료로 슬리퍼를 출력할 수도 있고, 망가진 제품의 부품을 출력해서 바로 교체할 수도 있죠. 이렇듯 3D 프린터의 미래와 확장성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생각합니다.



▲ 몰드를 이용하면 손쉽게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Q. 3D 프린팅이 몇 년 전부터 유망한 분야로 알려졌으나, 그에 반해 보급속도가 아주 빠른 편은 아닙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아마 가격이 가장 큰 원인일 거라 생각합니다. 수요가 그리 많지 않으니 기기값과 재료값이 상당히 비싸죠. 3D 프린팅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고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은 낮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3D 모델링 역시 큰 진입 장벽입니다. 아직까지는 3D 모델링이 쉽게 다가가기 힘든 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최근 3D 모델링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져서 점차 개선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포토샵이 전문가만의 전유물이란 이미지를 벗고 대중화됐듯이, 3D 모델링도 친숙하게 와닿을 날이 올 겁니다.


Q. 그렇다면 3D 프린팅 기술의 대중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정부의 지원이 가장 필요한 거 같습니다. 아무리 대중화됐다고 해도 규모가 작은 회사나 개인이 쓰기엔 단가가 결코 낮지는 않습니다. 유럽 같은 경우는 3D 프린터를 정부에서 지원해줘서 장비를 구비해놓고, 주변 기업이 그 장비를 렌탈해서 쓰는 시스템이 있어요. 중소기업들은 그 시스템을 활용해서 제품개발을 할 수가 있는데 한국은 구비가 안 되어 있어 아쉽습니다. 정부 측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면 아마 여러모로 활용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디지털핸즈의 비전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대중들에게 저희만의 작품과 콘텐츠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3D 프린팅과 예술이 결합됐을 때 어떤 새로운 가치가 탄생하는지 보여드리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저희의 제품과 콘텐츠를 통해 모든 분이 예술을 보다 쉽게 느끼고 접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갤러리는 언제나 무료로 관람 가능하십니다. 갤러리 담당 직원이 아직 없지만, 연락만 미리 주시면 언제든지 보실 수 있어요. 조만간 상설 오픈으로 변경할 계획이고, 전시회도 더욱 자주 열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보여드릴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입구에서 발견한 느낌 있는 조형 작품들



▲ 왼편에서는 한없이 귀여운 아기 고래인데



▲ 으아아



▲ 뒤늦게 발견한 하프토이의 정체



▲ 참고로 이 모든 게 3D 프린터 제품



▲ 이 조명 역시 한겹 한겹 소중히 쌓아서 직접 만들었다고 합니다



▲ 너무 사실적이라 깜짝 놀랬던 히드라리스크



▲ 3D 프린터 작품이라는 걸 자꾸 잊어버리게 됩니다



▲ 투명한 재질로 이렇게 섬세한 작품도



▲ 재질과 모양이 정말 다양합니다. 촘촘한 망 같은 건 지지대 역할



▲ 헬멧도 거뜬히 만들어내는군요



▲ 아까 봤던 하프토이 시리즈, 뒷면은...



▲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화제의 작품, 히페리온



▲ 디테일이 정말 대단합니다



▲ 넋이 나갈만한 퀄리티네요



▲ 역시나 화제의 주인공 울트라리스크, 잠깐 공원으로 산책을 나왔습니다



▲ 크아앙



▲ 3업



▲ 왠지 귀여운 뒷모습



▲ 다양한 작품이 가득했던 디지털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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