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직 개발사만을 위해 뭉쳤다! 블루홀 '크래프톤'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2개 |




블루홀이 게임 연합 브랜드 '크래프톤(KRAFTON)'을 출범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뭉친 '크래프톤'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장인 정신으로 동서양에서 인정받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조직 비전으로 삼았다.

올해 지스타에도 참석한 블루홀은 B2C, B2B관에도 '크래프톤' 전용 부스를 배치하며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다. 단순 게임 홍보 목적을 넘어, '크래프톤'이라는 브랜드 및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기획되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오는 11월 18일까지 열리는 지스타 2018 현장에서는 '크래프톤' 연합이 과거에 선보인 게임,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 개발 중인 게임 30여 종을 구역 별로 만나볼 수 있으며, 특히, 모바일 MMORPG '프로젝트 BB'는 크래프톤 라인업 중 개발 진행률이 가장 높은 작품으로, 감성적인 아트와 독특한 시스템으로 많은 참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수많은 게임사가 뭉치고 흩어지는 지금, '크래프톤'의 차별점은 무엇이며 그들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조민형 블루홀 비전랩 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조민형 블루홀 비전랩 실장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2018년 여름에 블루홀 내 신설된 비전랩이란 조직을 맡고 있는 조민형이다. 비전랩이란 이름이 생소할텐데, 회사가 지향하는 비전과 철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조직이라고 보면 된다. 이번 지스타에선 시연 위주의 부스보다는 '크래프톤'이라는 브랜드를 참관객들에게 알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 비전랩의 첫 행보인 셈이다.


'크래프톤'에 담긴 의미가 궁금하다.

Keep The Craftsmanship On. 장인 정신을 발휘해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Keep이란 동사로 시작한 이유는 계속 도전하고,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한 일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이번 지스타에서 유저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나.

4~5개월 정도 고민했다. 지스타는 10대가 주 참관객이다보니,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메시지가 필요했다. 실제 부스를 가보면 알겠지만, 특정 장소를 지날 때마다 참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지금 상황에 고민이 많겠지만, 일단 하고싶은 걸 해봐라, 이런 내용이다. 블루홀도 '테라', '배틀그라운드' 개발사로 잘 알려졌지만, 이 두 작품 외 성공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지난 10여 년 간 무수히 많은 실패를 해왔다. 하지만, 단순히 실패하고 주저앉은 게 아닌,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고쳐가면서 지금의 블루홀이 됐다. 블루홀처럼 도전을 계속하라는 메시지를 구어체로 들려주고자 했다.








확실히 기존 지스타 부스와 비교해 신선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해당 부스를 방문한 참관객들에게 물으니 몇 명은 '신작 런칭하는 거 아닌가?' 정도로 대답하더라. 크래프톤의 기획의도가 잘 전달이 안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다보니 '크래프톤'이라는 생소한 브랜드를 처음 공개하는 자리가 그만 지스타로 되어버렸다(웃음). 생전 처음 만난 사람을 바로 알기 어려운 것처럼, '크래프톤'을 유저들에게 바로 이해시키는 건 무리라고 본다. 비전랩의 이념 중 하나가 '비전을 구체화하고 실천하라'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야만 한다. 일단, 크래프톤 부스를 방문하는 분들에게 바라는 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도전이란 단어를 새겨주고, 두번째로 '크래프톤'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브랜드가 나오는 것 같다' 정도만 인식하는 것.


워낙 참신한 시도이다보니, '크래프톤' 부스를 본 다른 게임사 반응이 궁금하다.

넥슨, 카카오 쪽 지인들이 그러더라. 다른 데는 부스 느낌인데, 너희는 건물 짓고 있다고(웃음). 사실, '크래프톤' 부스가 갤러리일수도 있고, 홍보관일 수도 있다. 부스 내 화자인 '크래프톤'이란 사람이 사는 집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 부스와 좀 다른 것 같기는 하다.








그럼 이제 '크래프톤'에 대한 소개를 들어보고 싶다. 블루홀 산하 개발사들이 협력 조직을 구축했다는 건 알겠는데,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게임을 10개 만든다면 그중 1~2개 성공시키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데, 대부분 실패한다고 해서 도전을 아예 안 하면 그게 더 큰 문제다. 실패를 각오하고서라도 도전을 계속 해야만 결국 성공할 수 있다. 물론, 어렵다.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한두 번 실패하면 그냥 게임 개발 접는 회사도 많다. '크래프톤'은 그런 힘든 상황에서 심리적, 물리적 케어를 제공하고 성공한 회사의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다같이 상생하자는 목적에서 탄생했다. 누군가의 선호에 의한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조직은 결코 아니다. 각 스튜디오별로 지향하는 게임을 충분히 존중하고, 그걸 더 잘 만들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주는 개념이다.


외국에도 이런 사례가 있나.

같은 산업에서 뜻 맞는 사람들끼리 길드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는 들어봤지만, '크래프톤'과 완전히 똑같은 사례는 못본 것 같다. 그렇기에 우리가 더 잘 해야 한다.


기존 조직으로 쭉 가는건지, 아니면 이후 새로운 개발사가 들어갈수도 있는 건지 궁금하다.

새로운 식구가 계속 늘어날거라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연합이라고 본다. 물론, 블루홀 세력을 늘려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게임을 보는 철학이 좀 다를수도 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진심으로 게임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꼭 우리 식구가 되어야만 한다는 조건을 걸고 싶지는 않다. 게임 산업 안에서 공존하고, 공생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찾아보려고 한다.


크래프톤 산하에서 개발, 출시된 작품은 참여 개발사 이름으로 출시되는지, 아니면 크래프톤 이름으로 출시되는지 알고 싶다.

당연히 참여 개발사 이름으로 출시된다. '크래프톤'은 일종의 보증마크 개념이라 보면 된다. 내 이름이 조민형인데, '조'는 크래프톤, '민형'이 각 게임사의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될듯 하다.


여러 개발사가 모여 만들면 장점도 있겠지만, 단점도 있을 것 같다. 소규모 개발사의 경우 인력이나 자본력에서 불리한 면은 있지만, 인원이 적기에 의견 조율이 빠르다. 덕분에 아이디어가 실체화되는 과정에도 속도가 붙는다. 크래프톤도 개발력을 높이는 데 장점이 있겠지만, 기존에 합을 맞춰보지 않은 회사끼리 협업한다면 자칫 개발이 딜레이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블루홀 특유의 조직 문화를 먼저 설명해야될 것 같다. 내가 블루홀에 입사하고 난 뒤 가장 인상깊었던 게, 지위를 막론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였다.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 과정을 투명하게 오픈하는 구조이기에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빠르다. 그냥 충돌만 하고 마음을 닫아버리면, 그 응어리를 계속 담아둔 채 시간만 끌게 되지 않나. 블루홀은 그런 면에서 매우 자유로운 회사다.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인정함으로써 어떤 합의점을 찾을지 토론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다른 게임사에도 스튜디오 체계, 디렉터 체계는 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블루홀은 좀 다른 관점을 가진 회사다. '탑다운 방식 게임 만들어', '모바일 게임 만들어', '이 때 출시해야 돼' 이런 가이드가 없다. 개발팀의 리더십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블루홀이 마냥 기다린다는 의미는 아니고... 최소한의 점검 과정은 갖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게 토론 형태였지만, 이제 제대로 된 조직 단위로 케어가 들어가는 거고, 그게 '크래프톤'의 역할이다.





'크래프톤'과 소속 개발사의 관계가 정확히 어떻게 되는 건지, 그리고 수익 쉐어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크래프톤'은 개발사 연합이다. 퍼블리셔가 아니다. 그게 기존 퍼블리셔와 가장 큰 차이다. 현재 크래프톤에 소속된 개발사들을 보면, 각자 퍼블리셔가 있다. 어떤 데는 카카오에, 또 어떤 데는 스팀에 출시한다. 이처럼 우리는 기존 퍼블리셔처럼 개발사와 갑을 관계로 갈 생각은 없다. 또, 이와 별개로 수익 쉐어는 당연히 된다.


한데, '크래프톤' 내 조직 간에도 규모 차이란 게 있지 않나. 규모차에서 오는 퍼포먼스 차이도 있을텐데, 그런 부분에선 밸런스를 조절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사업팀도 아니고, 투자조직 소속도 아니라서 말하기 다소 조심스럽다. 일단 게임과 게임사만 놓고 말하자면, 아무리 큰 게임사라도 특정 개발 분야에서 약점을 보일 수는 있다. 이렇게 설명하면 될 것 같다. A 게임사에 필요한 기술을 B 회사가 갖고 있다고 해보자. 그럼 '크래프톤' 내 개발사 간에 기술 공유가 이루어지는 거고, 필요하다면 인력까지도 지원해줄 수 있는 거다. 서로의 단점을 메꿔주는 셈이랄까. 물론, 자본이 우선이다보니 명확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난관을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하는 게 '크래프톤'의 존재 이유다.

물론, 강제로 지원하라는 말은 아니다. 도와주려는 개발사의 의지가 먼저다. '크래프톤'은 개발사 간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력 쉐어라는 게, 개발사 입장에선 자산을 주는 셈이니까.


'크래프톤'에 가입하기 위한 별도의 기준이 있는지.

투자본부에서 체크하는 별도의 기준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몇 등급 이상만 가입 가능하다, 이런 개념은 아니다.


'크래프톤'을 대표해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내가 크래프톤을 대표하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웃음). 크래프톤이 움직이는 데 개미만큼 작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지만, 그런 입장에서 보더라도 좀 건강한 브랜드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처음 기획했던 의도가 퇴색되지 않고 쭉 갔으면 좋겠다. 국산 게임이 우리나라와 외국 가리지 않고 사랑받으면 누구에게나 좋은 일 아닌가. 블루홀의 새로운 연합 '크래프톤'이 이런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했으면 한다.

그리고 이번 지스타에서 선보인 '크래프톤' 부스에 대해서 말하자면... 블루홀 입장에서도 처음 시도한 거고, 정말 고생해서 만들었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한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 부스를 방문한 10대 친구들에게 '도전'이란 뜨거운 감정이 잘 전달되었으면 한다. 다른 게임사들은 '블루홀 뭐 새로운 거 하네? 지켜봐야겠다'정도로만 알아봐주셔도 감사할 것 같다.







9월 20일 개최되는 도쿄게임쇼(TGS2018) 최신 소식은 일본 현지에 나가 있는 TGS 특별 취재팀이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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