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국제관#2] 노르웨이 인디 게임, 스토리로 아시아의 공감대를 얻어내다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 카타리나 두에 뵐레르(Catharina Due Bøhler) CEO

▶관련기사: [인터뷰] "스웨덴 개발사는 'Born to be Global', 한국과 좀 더 친숙해지면 좋겠어요"

게임 업계 관계자 및 투자자들이 각종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지스타 2018 B2B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지스타를 방문한 북유럽 게임 개발사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노르웨이의 인디 게임 개발사 사렙타 스튜디오(Sarepta Studio) 또한 이번 북유럽 사절단에 참여해 지스타를 방문한 회사 중 하나입니다. 이들이 개발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마일 차일드 레벤스본'은 실제 노르웨이에서 있었던 사건을 배경으로, 사회의 멸시를 받았던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출시된 게임은 한국어 정식 지원을 앞두고 있습니다.

과연, 사렙타 스튜디오가 지스타 현장을 방문한 계기는 무엇일까요? 카타리나 두에 뵐레르(Catharina Due Bøhler) CEO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My Child Lebensborn 트레일러



만나서 반갑습니다. 사렙타 스튜디오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사렙타 스튜디오는 2010년 설립된, 노르웨이의 인디 게임 개발 스튜디오입니다. 저희 목표는 분위기 있고 감정적으로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첫번째 타이틀인 섀도우 퍼펫티어(Shadow Puppeteer)는 2014년 PC로 출시되었고, 2016년 초에는 Wii U로 출시됐어요. 게임플레이와 레벨 디자인, 그리고 우울한 분위기로 호평을 받았죠.

그리고 올 봄에는 '마이 차일드 레벤스본'이라는 게임을 출시했어요. 그리고 올 가을부터 일본어와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를 추가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지스타에서 선보인 '마이 차일드 레벤스본'은 어떤 게임인가요?

'마이 차일드 레벤스본'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전쟁 이후 태어난 어린이를 육성하는 게임이에요. 테크노파일럿(Teknopilot AS)이라는 회사와 함께 협력해 만들었어요. 테크노파일럿은 게임 스토리의 기본 토대라고 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 회사입니다.



▲ 플레이어는 2차 세계대전 중 태어난 아이를 입양하게 된다

전쟁 이후라면, 제2차 세계대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맞아요. 정확히 2차 세계대전 이후를 그리고 있어요. 플레이어는 노르웨이 어린이를 입양하게 되는데, 이 아이는 노르웨이 여성과 독일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요. 플레이하는 목표는 아주 간단한데, 그저 아이를 잘 돌봐주는 것 뿐입니다.


그저 아이를 잘 돌봐주기만 하면 된다고요?

다마고치 같은 육성 시뮬레이션을 떠올리면 쉬워요. 아이에게 밥을 먹이거나, 양육비를 벌기 위해 일도 해야해요. 그리고 때로는 함께 낚시를 하러 가는 등 아이들의 육체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해요.

그리고 어린이들에게는 감정적인 욕구 또한 존재해요. 게임을 진행하며 플레이어는 아이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선택지를 통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그 과정에서 아이의 감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그런 영향은 며칠동안 지속될 수도 있어요. 또, 이는 나중에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

만약 당신이 "세상을 향해 웃으면, 세상도 너를 보고 웃어줄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마음가짐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플레이어는 게임을 하면서 아이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또 어떤 부모가 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배경이 배경인 만큼 '그저 잘 돌보는 것' 외에 어두운 분위기가 숨어있을 것 같아요.

물론이죠.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게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부모로서의 당신을 시험하는 구간을 마주하게 될 거예요. 아주 대답하기 힘든 질문들에 대한 답을 생각해야할 것이고요. 예를 들면, 따돌림을 당하고 집에 돌아온 아이가 "나치 키드(Nazi-Kid)가 무슨 뜻이야?"라고 묻는다든지 말이에요.


아...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네요.
한국도 비슷한 역사를 겪어서 많은 한국 게이머들에게도 공감을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게다가 전쟁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잖아요. ISIS나 보코하람 등... 전쟁이 있으면 언제나 이런 아이들이 태어나게 되어 있어요. 그저 태어났을 뿐,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낙인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아이들 말이에요.

그리고 이 게임에서 먹기 위해 사야 하는 음식부터 주변 상황을 알 수 있는 신문 내용까지, 전부 1951년 노르웨이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다루고 있어요. 전쟁이 끝나고 몇 년 뒤의 일들이죠.




▲ 아이를 키우면서, 플레이어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어려운 질문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제작사와 협엽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군요.

사실, 테크노파일럿 측에서 먼저 이 이야기를 게임으로 만들어볼 수 있겠냐고 제안해 왔어요.

그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상은 진짜 전쟁 후를 겪은 7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당시 겪은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에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젊은 세대에게 공감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게임을 활용해 모든 사람들이 진짜로 신경 쓸 수 있을만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면 어떨까 하는 데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실제 역사로 만드는 게임인 만큼,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당시 전쟁을 겪은 분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들어보고, 사실에 기반해 게임에 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로부터 축복을 받을 수도 있었어요. 우리가 만든 게임을 그 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해 보시고는 '이 부분이 정확하다', 또는 '정말 이런 일이 있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그리고 노르웨이 개발사로서, 이 이야기는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죄를 다루는 작업이었어요. 최근, 몇 주 전에는 노르웨이 정부가 드디어 당시 독일 남편을 가졌던 노르웨이 여성들에 대해 공식적인 사죄를 표명했어요. 그 전까지 이들은 정말 안 좋은 대우를 받았거든요. 드디어 정식으로 사과를 받게 된 거죠.

그리고 노르웨이의 수상이 그 자리에 저희 회사를 초청했어요. 당시 수상은 저희 직접 게임을 해 보시고는, 이해와 공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게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노르웨이 정부가 그 분들에게 사과하는 데 기여한 게임이라니, 정말 의미 있는 게임을 만드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이 차일드 레벤스본'은 증오로 가득한 사회에서 당신의 아이를 기르는 게임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아픔과 고통만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 게임은 작은 순간의 이야기입니다. 어려운 시간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었고, 그래서 로고도 하트 모양에 반창고가 붙어 있는 모양으로 정했어요.


조금 가벼운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현재 '마이 차일드 레벤스본'은 어떻게 서비스되고 있나요?

3달러 정도로 구매할 수 있는 유료 게임이고, iOS와 안드로이드에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대략적인 플레이시간은 4시간에서 5시간 정도고요.



▲ 사절단 기간중엔 입소문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빠르게 인기가 높아지기도

이번 북유럽 사절단에 참가해 아시아 3개국(한국, 중국, 일본)을 방문했다고 들었어요.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여기 오기 이틀 전에 일본에 갔었는데, 갑자기 일본 스토어에서 시뮬레이션 게임 부문 매출 탑 차트에 게임이 오르기도 했어요. 어떤 인플루언서가 남긴 트윗으로 갑자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거죠.

또 그 전에는 앱스토어에서 평가를 남긴 사람이 600명 정도 됐는데, 중국 웨이보의 인플루언서가 게임이 대해 이야기했더니 평점도 더 높아졌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600명 대였는데, 오늘 보니 1,050명이더라고요. 하루 사이에 400개의 평가가 더 생긴거에요. 처음 게임을 개발할 때는 중국어를 넣을 생각은 없었는데, 이제는 내야만 하게 됐죠(웃음).


지구 반대편인 아시아에서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군요. 한국어 지원은 언제부터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이번 기회를 통해 저희들의 게임의 스토리가 아시아 국가 유저들에게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어도 이미 로컬라이징 작업을 마쳤지만, 아직 정식 버전에 출시하지는 않았어요. 이번 기회에 지스타에서 한국 퍼블리셔를 만나면 출시 일자에 대한 협력이나, 좋은 출시 일자에 대해 도움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요,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올 11월 말에는 한국어 버전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한국을 방문한 소감도 말해주세요.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많은 한국 개발사 및 퍼블리셔들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어딘지 노르웨이와 한국 사람들은 성격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직 술을 같이 마시러 간 적은 없어서 거기까지 비슷할지는 모르겠네요. 노르웨이 사람들은 정말 술을 많이 마시거든요(웃음).



11월 15일부터 11월 1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18이 진행됩니다. 현지에 투입된 인벤팀이 작은 정보 하나까지 놓침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벤 지스타 2018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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