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슈 '콕!'] 닌텐도, 모바일, 왜?

기획기사 | 윤홍만 기자 | 댓글: 18개 |



작년 초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닌텐도가 일본의 모바일 게임 회사 DeNA와 손을 잡고 자사의 IP를 활용해 다양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할 것이란 소식이었다. 당시 이 소식에 게임계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도 그럴게 그 동안 닌텐도는 “모바일은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이 아니다”라며 모바일 시장 진출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랬던 닌텐도가 바뀌었다.

그 동안 닌텐도라는 우리 안에 갇혀 있던 수많은 히트작들을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생태계에 풀어놓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닌텐도의 발표에 업계는 물론 게이머 역시 뜨겁게 환호했다. 굵직한 IP와 더불어 휴대용 게임으로 쌓아온 노하우가 남다른 닌텐도였으니, 그들의 행보에 주목한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랬기에 더욱 의문이 들었다. 왜 닌텐도는 이제서야 모바일을 선택한 걸까? 여전히 휴대용 게임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닌텐도다. 모바일로 간다는 건 그들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인 하드웨어 즉, 게임기를 포기한다는 선택지로 보일 수도 있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겠지만 닌텐도는 결국 모바일을 선택했다. 시대에 순응한 걸까? 아니면 시장을 장악한다는 자신감이 있던 걸까?

게임이슈 '콕', 이번 시간에는 닌텐도가 어째서 모바일 시장 진출을 천명했는지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닌텐도의 모바일 진출, 순응인가 야망인가?

닌텐도가 본격적으로 모바일 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 물음에 닌텐도의 실적 악화가 원인일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실제로 닌텐도는 Wii로 한때나마 승승장구했었지만 이후 Wii U에서는 PS4와 Xbox One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에 의해 고배를 마셨다. 그렇다면 휴대용 게임기에서는 어땠을까.



▲ Wii U는 닌텐도다운 콘솔이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휴대용 게임기에서 닌텐도는 독보적이었다. 총 1억 5천만 대가 팔린 닌텐도DS에서부터 그 후계작인 3DS까지 연달아 성공하며 더 이상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서 닌텐도의 적수란 없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닌텐도도 예측하지 못한 상대가 있었으니 바로 모바일 게임의 존재였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은 휴대용 게임기 시장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던 닌텐도에게 있어서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닌텐도가 아무리 양질의 콘텐츠로 무장한다고 해도 모바일이 갖는 간편함을 이기긴 힘들었고, 수많은 게임이 가득한 모바일 시장은 그 동안 닌텐도가 상대해온 라이벌들과도 전혀 달랐다.

이처럼 거치형 콘솔에서의 쇠락과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라이벌, 모바일 게임으로 인해 닌텐도는 선택의 순간에 놓이게 됐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모바일이란 흐름에 대항할 것인지, 아니면 그 흐름을 타고 자신들의 길을 개척할 것인지. 그리고 닌텐도는 후자를 선택했다.



▲ 새로운 라이벌 모바일의 등장에 닌텐도는 전과 다른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여기엔 의문이 남는다. 왜 하필 지금이었을까? 누군가는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이제는 버티기 힘들어 순응하게 된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볼 여지도 있지 않을까? 순응이 아닌,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야망을 드러낸 거라고 말이다.

기존의 게임 시장과 모바일 게임 시장은 사뭇 다르다. 수많은 히트작으로 점철된 PC, 콘솔 시장에 반해 모바일은 소수의 히트작에 의존하고 있다. IP가 가진 위력과 약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모바일 시장에 마침내 닌텐도가 수많은 인기 IP를 거느리고 등장한 거다.

닌텐도의 IP라 하면 마리오, 젤다, 동킹콩, 카비, 포켓몬 등 셀 수 없이 많다. 만약 이 게임들이 모바일로, 그것도 닌텐도의 손을 거쳐서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그 파급력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 닌텐도의 막강한 IP들이 모바일로 재탄생하길 기다리고 있다

즉, 닌텐도의 모바일 진출은 단순히 시장의 흐름에 순응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모바일 게임 유저들의 요구와 IP의 위력이 극대화되는 지금의 순간을 노린 것이다.



■ 닌텐도 '포켓몬GO', '슈퍼 마리오 런' 으로 가능성을 엿보다




닌텐도는 우선 자사가 가진 IP중 가장 강력한 IP를 뽑아 들었다. 전 세계에서 20년이 넘도록 인기를 얻고 있는 포켓몬이 바로 그것이었다. 3DS로도 나왔다 하면 수백만 장이 팔리는 포켓몬이다. 과연 모바일로 나온다면 그 위력은 어떨까?

결과는 놀라웠다. 나이언틱과 손을 잡아 개발한 '포켓몬GO'는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켰고 닌텐도 주식이 하룻밤 새 25%나 급등하는 효과를 보여줬다. 인터넷에서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공원에서 ‘포켓몬GO’를 하는 모습이 올라오기도 했고 국내에서는 ‘포켓몬GO’를 할 수 있다는 얘기에 속초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비록 나이언틱의 ‘포켓몬GO’는 순수한 의미의 닌텐도산 게임이라고 하기엔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모바일이란 플랫폼과 닌텐도의 IP가 만났을 때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포켓몬GO'로 모바일과 자사 IP가 함께했을 때의 위력을 본 닌텐도는 서둘러 다음 수를 준비했다. 포켓몬을 능가하는 닌텐도 최고의 IP, 바로 슈퍼 마리오였다. 마리오여서 그랬을까? 닌텐도는 '포켓몬GO'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게 마리오의 신작을 발표했다. 그것도 애플의 아이폰7 발표현장에서 말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등장한 미야모토 시게루와 '슈퍼 마리오 런'의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그 결과 '슈퍼 마리오 런' 발표 직후 닌텐도의 주가는 하룻밤 새 29%나 폭등했다. 다시 한 번 닌텐도는 자사의 IP와 모바일이 만났을 때의 위력을 증명해냈다. 이제 남은 건 본격적인 모바일 게임 진출뿐이었다.



▲ '슈퍼 마리오 런'은 사전예약자만 벌써 2천만 명을 돌파했다



■ 닌텐도의 모바일 진출,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침체기를 맞았던 닌텐도는 이처럼 모바일 게임으로 다시금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득만 있었을까? 혹자는 닌텐도의 모바일 진출이 오히려 양날의 검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포켓몬GO’와 ‘슈퍼 마리오 런’ 등의 닌텐도산 모바일 게임에 관심이 집중돼 기존에 닌텐도 수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3DS와 같은 휴대용 게임기의 판매량이 저하될 수도 있다는 거다. 이는 닌텐도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닌텐도에게 있어 3DS는 휴대용 게임기 사업의 핵심이기에 이처럼 과도한 모바일 게임에 대한 관심은 닌텐도로서는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닌텐도 모바일 게임에 의한 닌텐도 휴대용 게임기의 자기잠식(Cannibalization)의 사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반대로 '포켓몬GO'로 인해 3DS의 '포켓몬 오메가 루비•알파 사파이어'의 판매량이 늘었다는 사례가 보일 정도다.



▲ '포켓몬GO'는 오히려 3DS 포켓몬 판매량을 늘리는 데 일조해줬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결국 모바일 게임이 휴대용 게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시너지 효과를 보여줬지만 계속 그러리란 법은 없다. 닌텐도로서는 모바일 게이머와 기존에 휴대용 게이머 양 쪽의 온도 차를 맞출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 닌텐도가 그리는 미래는?

이처럼 모바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닌텐도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로는 악화된 실적을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활로를 통해 만회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포켓몬GO'와 '슈퍼 마리오 런'처럼 발표와 동시에 닌텐도의 주식이 급등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닌텐도의 모바일 게임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거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닌텐도의 목표는 좀 다르다. 그들의 진짜 목적은 모바일과 콘솔을 아우르는 닌텐도 플랫폼을 만드는 거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닌텐도는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거치형 콘솔과 휴대용 콘솔의 벽을 부술 준비를 끝마쳤다. 여기에 닌텐도는 모바일을 통해 다시금 그 벽을 허물려고 하는 거다.



▲ 거치형과 휴대용의 벽을 허문 닌텐도는 이제 모바일의 벽을 부술 준비를 하고 있다

닌텐도의 이 같은 목표가 이뤄질지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닌텐도는 위기의 순간 항상 남들은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로 활로를 만들어냈다. 듀얼 스크린과 터치를 적용한 닌텐도DS가 그러했고,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컨트롤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Wii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다시금 마주한 위기의 순간, 닌텐도는 닌텐도 스위치와 모바일이라는 길을 선택했다. 과연 닌텐도 플랫폼을 구축하려 하는 닌텐도의 야망은 이뤄질까? 성공을 확신할 순 없지만,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항상 불가능할 것 같은 순간에 성공을 이뤄낸 닌텐도의 도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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