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디 게임이란 무엇인가?

기획기사 | 이현수 기자 | 댓글: 10개 |
#썰1 - 슈퍼스타K 시즌4 중 싸이 발언
"인디가 자본이 유입이 안되면 인디인 거야? 인디의 기준이 정확히 뭐야? 보통 홍대에서 밴드를 한다 하면 틀 안에서 음악 한다는 느낌 있잖아. 고집이 있는 건 좋은데 아집이 있는 친구들?"

#썰2 - '홍대병' 걸린 노르딕 멜로디 스피드 메탈 애호가 채진태
"나의 언더그라운드 메탈은 이렇지 않아! 어떻게 코드를 4개를 넘게 쓸 수가 있지? 키보드가 이래도 되는 거야? 이제 이 바닥도 예전 같지가 않구나..."

#썰3 - 모 영화 제작사 조감독 출신 이채연
"선댄스 영화제가 있잖아. 일본은 자주(自主) 영화라고 부르기도 한다더라. 독립영화가 없었으면 '섹스,거짓말,비디오테이프', '저수지의 개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 같은 건 없었어"

게임뿐만 아니라 음악, 영화, 각종 흥행 산업에서 '인디'는 한 세기에 걸친 논의에도 정확하게 정의된 바가 없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해당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부터 직접 만드는 사람, 비평하는 사람까지 하나의 통일된 정의가 되어있지 않음은 물론이고 어떻게 객체를 해석하느냐에 차이마저 보이고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자본의 독립성을 부르짖고 어떤 사람은 독창성을 외친다. 또 어떤 사람은 인디 게임은 저항이라고 말한다. 게이머들은 때때로 이를 두고 논쟁을 펼치기도 한다. 인디 게임의 홍보 및 소통의 장이 될 인디 인벤오픈을 앞두고 국내외 인디게임 관련 명사들에게 의견을 물어 정리했다.



■ 두 가지 측면에서의 '독립'

'인디(indie)'는 인디펜던트(independent)를 부르기 쉽게 축약한 말로, 서구권 음악 및 영화계에서 쓰이던 용어를 국내 문화계가 받아들이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어원에서 알 수 있듯 인디 게임은 '독립적'으로 만든 게임과 이런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을 칭한다. 여기서 독립적이라는 말의 개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자본에서의 독립, 즉 메이저 기업중심의 산업 체제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는 경우이고 둘째는 취향의 독립, 이를테면 주류(主流)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 장르와는 독립된 게임이라는 의미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대규모 개발 조직의 치밀한 협업보다는 소규모 및 1인 혹은 외주 개발로 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인지 '자본' 보다는 '창작의 자유, 독창성, 신선함, 주류에 대한 반동' 등으로 인디 게임의 성격을 나타내는 의견이 많았다. 해당 요소 기저에는 개발팀 밖의 의사 결정권자나 시장 상황 등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인 개발 과정이 기저에 깔려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디 게임과 주류 게임은 배타적인 관계라는 일반적인 게이머의 인식과 달리, 주류가 변하면 인디도 변하고 인디의 영향으로 주류가 변하는 반동 상호작용으로 좋은 게임 생태계가 생성되는데 일조한다.




10년전만해도 게임을 제작, 출시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퍼블리셔나 플랫폼과의 협의를 해야 했다. 그러나 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점점 거대 자본이 투입되자 투자자들은 실패요소를 줄이기 위해 성공 방정식을 따르다 보니 게임이 일정한 형식으로 수렴되고 스스로 대형화되어 출시에 몇 년씩 걸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스팀, 앱스토어 같은 생태계가 열리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성공 방정식에 따르지 않은 독창적인 게임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고, 엔진 기술의 발달로 큰 자본 없이도 누구든지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그렇게 등장한 게임이 'Braid', 'Journey'와 같은 게임이고 이 게임들은 상업적인 성공과 대중의 지지를 받는 데 성공했다. 그 이후에 인디 게임을 좋아하는 팬층이 해마다 넓어지고 산업적으로도 성공했다. 덕분에 현재 게임계는 메이저 게임과 인디 게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행태를 띄게 되었다.

초창기 인디 게임들은 시장의 관습에 타협하지 않았고, 성공 방정식에 따르지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게임을 제작했다. 이러한 창작에 대한 독립성, 개성적인 요소는 지금 시대에 인디 게임을 정의하는데 큰 방향성을 제시한다.




'자본' 역시 인디 게임을 정의하는데 큰 지분을 차지한다. 거대 자본에 충실하게 종속해서 오로지 상업적인 목적만을 대변하는 게임을 대부분의 명사가 인디 게임의 범주에서 최우선적으로 제거했다. 예컨대 개발팀 외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아야하는 사항이 있는 게임이라면 인디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을 끌어오면 인디 게임의 범주에서 벗어나게 되는가? 이 질문은 이 자본이 개발과정에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달렸다. 예를 들어 크라우드 펀딩은 인디 게임의 독립성을 확보하게 만드는 자본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를 집행한 쪽은 게임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게임에 관여를 하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은 말 그대로 게임이 나오는데 일조를 한 것일 뿐 관여를 하지 않는 자본이다. 실제로 크리스 로버츠의 '스타 시티즌'은 1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모았지만, 그들은 개발에 관여받고 있지 않다.

이는 인디 게임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자본의 투자 여부가 아니라 자본과 종속 관계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크라우든 펀딩이든 상업 투자든 엔젤 투자든 인디 게임 개발자가 자본에 대해서 주도권을 가지고 자본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라면 여전히 인디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인디 게임을 정의함에 있어 자본은 도구와 종속의 개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크라우드 펀딩과 관련하여 먹튀 문제나 후원자들을 위한 상품을 제작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결과적으로 개발에 투자해야 할 시간을 뺏기는 것은 경계해야한다고 했다.



■ 인디는 비대중성이 아닌 '자유와 개성'

앞서 언급했듯 우리나라 문화계가 인디라는 단어를 받아들일 때 간과했던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유통에 대한 개념이다. 서구 시장에서는 인디를 정의할 때 소규모 자본, 소규모 생산, 독립적인 유통망으로 정의한다. 그래서 음악, 영화 인디 레이블들은 소규모 자본으로 독자적 유통망을 갖추고 유통했다. 하지만 게임은 스팀, PSN, MS 스토어, 앱스토어 같은 대규모 유통망이 형성된 이후에나 인디가 대두했다.

때문에 인디 레이블은 인디 게임을 전문적으로 퍼블리싱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대표적으로 '디볼버 디지털(Devolver Digital)이 있다. 이들은 적은 수의 직원(2015년 기준 11명)으로 인디게임을 퍼블리싱을 해오고 있으며, 개발자들이 짊어질 홍보, 마케팅 등의 일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인디 게임 레이블보다 조금 더 느슨한 형태의 협동조합에 대한 논의가 있다.

이런 논의에 대해 '독립'이라는 기본적인 범주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그러나 거대화된 혹은 자본이 집중된 형태의 레이블이라도 여전히 개발자가 창작의 자유를 누리고, 뚜렷한 색깔로 대중들의 호응을 얻는다면 규모와 관계없이 인디 게임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애초에 인디 게임이 국내에서는 소규모 산업장을 뜻하는 것보다는 창작의 자유와 개성이란 뜻으로 많이 통용된 결과다. 자유와 개성으로 만들어진 인디 게임이 대중의 사랑을 받아 커다란 상업적 성공을 거둔다고 해서, 덩치가 커진다고 해서 인디 게임이 아닌 건 아니라는 의미다. 이 역시 인디 게임을 정의하는데 방향성을 제공한다.

[디볼버 디지털은 E3 2017에서 단독 컨퍼런스를 열었다.]

자본과 창작의 범주에서 인디 게임을 보면 '자본에서 벗어나, 좀 더 개성적인 표현이 가능하며, 자유로운 창의를 통해서 실험적이며 어쩌면 덜 대중적일 수 있게 만들어진 게임'으로 피상적으로나마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요즘 국내 인디 게임계에서는 '클리커', '방치형'류 게임이 범람하고 있으며 게이머들도 이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주류 산업에 대한 반동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험정신과 개성 그리고 신선함을 잃었기 때문이다.

관련자들은 이 또한 '자유'라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마다 개발자마다 인디 게임을 받아들이는 기준이 다르고 그걸 누가 평가할 수도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트랜드와 개발자가 원하는 방향이 부합하면 그 것은 그 나름의 인디 게임이다.

다만, 게임이 과연 독창적인지 그저 돈만 보고 만든 게임인지는 개발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며 소비자 역시 정확한 경계로 정의하지는 못하겠지만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자유 의지로 만든 유행 장르 게임도 광의의 인디 게임에 포함될 수 있다.

결국 개발자의 색깔이 느껴지는지, 주체성이 드러나는지의 판단은 인디 게임을 정의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단어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주체성이나 색은 비대중성과 같은 말이 아니다. 독특한 색채를 가지고 있으나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게임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거대 퍼블리셔 혹은 개발사가 거대 자본으로 만든 상품으로 재편된 시장에서 인디 게임은 의도적으로 내세운 주체성과 독특한 색깔로 비대중적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류 게임 시장은 물량전이다. 거대 게임사는 동네 하나를 하나의 게임 광고로만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자금을 동원하여 슬롯을 싹쓸이해간다. 애초에 자본력도, 그럴 의지도 없는 인디 게임은 홍보 창구를 마련하지 못해 바이럴 등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기초적인 피드백도 얻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오죽하면 이런 강연도 있을까.]

결국, 그들은 지인, 주위 개발자, 커뮤니티 등에서 '고인물' 의견을 받게 되는데 이런 현상이 심화하여 일반 게이머들은 인디 게임 그리고 인디 게임만을 즐기는 사용자들에게 반감을 표하기도 한다. 이는 게임만의 특별한 현상이 아니라 음악, 영화, 그림 등 다양한 문화 생태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이를두고 현재 국내 인디 게임계의 문제는 '대중 및 시장과 담쌓고 자기하고 싶은 게임만 만드는 아집'이라고 꼬집는 의견도 있다. 자유롭게 만드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유롭게 만든 게임을 두고 '이것만이 인디야'라고 주장하는 의견을 경계한 것이다.

자유와 창의로 대표되는 인디 게임이기에 정의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극단으로 치달은 배타적인 순혈주의는 자본의 종속과 더불어 인디 게임에서 경계할 요소로 뽑혔다.



■ 용어 정의 논쟁 보다는 '생태계 가치'

인디 게임은 여전히 정확히 정의를 내리기 힘들고, 세부적으로도 아직 많은 용어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러 의견을 모아 단편적으로 종합하자면 인디 게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개발자 개인의 독창성을 발휘, 자유롭게 개발하여 취향과 창의성 그리고 신선함을 담아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어 대중에게 게임을 전달 혹은 알리되, 그 과정에서 자본에 충실하게 종속하여 오로지 상업적인 성공만을 추구하는 목적을 완전히 배제하고 주류 게임의 흥행공식을 따라 하지 않으며, 유행 장르를 따라 게임을 만드는 것조차 자유로운 선택이 보장되는, 개발자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게임'

인디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들 특유의 배타적인 분위기, 이른바 '부심' 때문이다. 사실, 편견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잘못된 믿음 및 아집에 대한 문제는 인디를 보는 일반 게이머의 태도뿐만 아니라 주류 게임을 바라보는 인디의 시선 역시 마찬가지다. 단지 전자가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피해의식이 생기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로큰롤이 탄생했을 때 엘비스 프레슬리는 자신의 돈으로 소규모 레코드 회사에서 녹음해 앨범을 발매하고 지역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자신을 알렸다. 그리고 그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고 로큰롤-하드락-헤비메탈까지 주류 음악 시장을 변화시켰다. 지금 엘비스 프레슬리를 아무도 인디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초창기는 분명히 인디였다. 인디 게임이 유통됨에 따라 게임도 음악처럼 주류와 인디 사이에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게임도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인디 게임과 주류 게임은 공존의 대상이자, 상호보완의 관계이며 인디의 존재는 주류 게임에 만족하지 못하는 게이머들을 위한 대안으로 그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그 가치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든다. 주류 사회에 대한 반동으로 말미암은 상호작용. 인디 게임의 가장 큰 가치이자 인디 게임을 가장 잘 나타내는 일종의 정의 아닐까 싶다.

인디게임을 정의한다면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한대훈 Studio HG 대표
- 나를 소개할 수 있는 게임. 만드는 사람들의 취향이 고스란히 들어간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명함 같은 게임이랄까. 게임을 해보면 개발자의 취향이나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게되는 데 이런 게임을 인디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득우 인디디벨로퍼파트너스 대표
- 작가 개인의 독창성이 발휘된 작품. 틀에 박히지 않은 신선함과 놀라움을 주는 게임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김성완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조직위 집행위원장
- 생각에서부터 자유롭게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 창작의 자유를 추구하는 게임이다. 개발자가 창작에 대한 독립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박선용 아웃오브인덱스페스티벌 오거나이저
-외부 요인의 영향 없이, 개발자의 철학과 의지로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특정 게임을
가지고 인디 게임인지 아닌지 논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디(Independent) 게임을 개발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정의하는 것 자체가 인디와 어울리지 않는(dependent)다고 생각한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