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주목도 만점 받은 '아르카', 속까지 꽉 찼을까?

리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34개 |




이보다 좋은 시작이 있을까요?

홍보 모델이 이름이 심익현인가 시미켄인가 그러더라고요. 뭐하는 분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남성들에게 제법 유명한 인물인가 봅니다. 얼굴 공개되자마자 '형 얼굴 봐서라도 한 번 해본다'며 수많은 게이머들이 의리로 뭉쳤습니다. 모바일 게임 기사 댓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었죠. 완전 신작임에도 사전예약 100만 명을 돌파한 데 홍보 모델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 이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물론, 홍보에서 나온 이슈와 게임의 완성도는 별개입니다. 둘다 좋은 게 최선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게이머 입장에선 후자가 우선이란 점,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지금부터 거짓말 안 할게요. 솔직히 말해 '아르카'가 기존 모바일 MMORPG를 압살하는 퀄리티를 가진 건 아닙니다. 스크린샷 몇 장만 봐도 중국산 양산형 게임이라는 거, 모바일 게임 좀 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죠. 저도 100레벨 이상 키웠는데, 솔직히 양산형 맞습니다. 이거 부정하면 진짜 양심없는 거예요.

자, 아르카가 우리 익현이 형... 아니, 저는 잘 모르는 시미켄이란 배우의 광고 버프 받고 꾸준히 롱런하는 게임이 될지, 초반에 잠깐 반짝 하고 내려가는 게임이 될지 오픈 직후 지금까지 해본 소감을 간단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 '아르카' 게임플레이 영상


그래픽 어때요?
기존 양산형 모바일 MMORPG와 비교하면 좋은 편이에요.

그래픽은 아르카가 특히 강조한 부분입니다. 시미켄 광고 메이킹 영상에도 그래픽 칭찬하는 멘트가 있었고, 스토어 게임 소개나 보도자료를 봐도 언리얼 엔진을 채용한 그래픽 관련 설명을 빼놓지 않았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래픽은 장점이 맞습니다. 쿼터뷰 시점이 아닌, 자유롭게 화면 전환 가능한 프리뷰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아르카의 그래픽은 제법 준수한 편이에요. 물론, 국내외 대형 게임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모바일 MMORPG 대작들과 비교할 수준은 아닙니다만, 기존 모바일 양산형 게임들과 비교하면 제법 앞서는 부분입니다. 자동 전투 위주의 모바일 MMORPG는 그래픽 퀄리티나 연출에서 보는 재미가 나오는데, 이점에서 아르카는 합격점을 줄 수 있었습니다.









▲ 그래픽이나 이펙트는 준수한 편입니다.


다만, 이런 방식 게임의 공통적인 단점이 전투 시 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기 어렵다는 건데, 이건 아르카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화려한 건 맞아요. 근데 내 캐릭터만 화려한 게 아니라서 잘 안 보입니다. 생각해보면 날개와 같은 치장 아이템부터 시안성과 크게 연관이 없는 걸로 봐서, 애초에 섬세함보다는 화려함에 더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배경에선 아르카만의 특색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중세, 판타지라는 키워드에서 연상되는 딱 그 모습이거든요. 대중적으로 검증된 스타일인 건 맞습니다만, 최근 몇몇 중국 게임들이 조금씩 자신만의 색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약간은 아쉽습니다.



▲ 화려하긴 한데... 잘 안 보여요.


콘텐츠나 시스템은요?
모바일 MMORPG 많이 해본 유저라면 1초만에 적응할 거예요.

모바일 게임 볼 때 이 게임이 양산형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별하세요? 전 UI부터 봅니다. 게임 접을 때까지 10번도 안 만질 것 같은 방향패드가 왼쪽에, PvP 할 때 빼면 굳이 꺼내놓을 필요 없는 스킬 버튼이 오른쪽에 4~5개 쯤 박혀 있으면 일단 50% 먹고 들어가는 거죠. 물론, UI만 그렇고 양산형 아닌 게임도 있습니다만, 양산형이라면 대부분 이런 UI 쓴다는 거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모바일 게임에서 색다른 UI를 쓴다는 건, 기본적인 게임플레이 구조가 어딘가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기존 UI를 쓴 게임은 게임플레이가 크게 다르진 않지만, 그만큼 빠르게 적응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아르카는 후자입니다.



▲ 보는 순간 이해되는 UI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할 부분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중국산 게임답게, 아르카는 물샐틈 없는 자동화 시스템이 갖춰진 '관상용 MMORPG'니까요. 자동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만, 게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직장인들에겐 여전히 매력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일장일단이 있는데다 아르카만의 문제도 아닌 만큼, 여기서 이걸로 지적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자동화 게임 만들기로 했으면 그냥 NPC 대화까지 자동 스킵되는 옵션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퀘스트 → 사냥 → 보상 → 다음 퀘스트라는 단순한 구조인데, NPC와 대화할 때마다 일일이 터치해주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더군요. 이왕 플레이어의 소중한 터치를 요구할 거면, 대화 스킵 말고 좀 더 의미있는 거 많잖아요. 네러티브 강조하고 싶었으면 퀘스트 선택지를 주던가, 그냥 관상용이라면 무료 뽑기라도 하게 해주던가요. 대화창 스킵엔 제 손가락이 아까워요.

아, 전투에서 플레이어가 개입할 부분이 전혀 없다는 건 아닙니다. 일종의 필살기라 할 수 있는 '여신 스킬'은 긴 쿨타임 만큼이나 매우 강력한 위력을 보여주는데, 이건 자동 사냥할 때 발동 안 됩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눌러줘야해요. 비슷한 전투력의 보스 몬스터와 싸울 땐 이게 꽤 중요하기에 쿨타임 돌아올 때마다 써줘야 합니다.



▲ 여신 스킬은 플레이어가 직접 사용해야 합니다.


성장은 쉽나요?
100레벨까진 괜찮아요. 그 다음은 보장 못해요.

최근 모바일 MMORPG의 트렌드 중 하나가 성장 구간에서의 보상 체계 세분화입니다. 가능한 많이 쪼개고 그만큼 많이 퍼주는거죠. 아르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캐릭터 성장뿐 만 아니라, 아이템 강화, 정령 성장, 심지어 탈것까지 성장 구간이 마련됐고, 이에 따라 전투력 상승 방식도 다양합니다.

덕분에 손이 심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쉬지 않고 보상 수령에, 캐릭터까지 성장시켜야 하니까요. 어떤 스탯이 중요한지, 어떤 스킬이 더 효율적인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추천 스탯 버튼 하나 누르면, 다 알아서 올려주니까.

이로써 플레이어에게 꾸준한 만족감을 주는 건 사실입니다만, 역설적으로 이런 레벨 디자인이 아르카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캐릭터 성장 동선인데요. 100레벨대까지는 어느 게임과 비교해도 쉽고 빠르게 성장합니다. 한 4시간 정도 계속 보상 받고 캐릭터에 먹이다 보면 어느새 100레벨 금방 찍어요.

한데,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104~106 레벨 정도가 되면, 당장 전투력 부족으로 메인 퀘스트가 막힙니다. 이때쯤이면 서브 퀘스트도 깰 거 다 깨놓은 시기라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 많던 보상들 다 받은 결과가 전투력 부족한 캐릭터라면 허탈감만 남게 됩니다. '닥사'도 쉽지 않습니다. 그전까진 경험치 잘 주던 몬스터들도 100레벨 넘어가면서 한 마리 당 0.04% 정도의 경험치밖에 주지 않으니까요. 이건 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커뮤니티를 보니, 비슷한 경험을 한 유저들이 꽤 많더군요.



▲ 첫 번째 전직 돌파 시점에서 조금씩 허들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더 큰 문제는 100레벨 정도로는 아르카의 핵심 콘텐츠를 즐길 수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비교적 초반부에 제공하는 '날개' 아이템은 딱 봐도 치장 아이템의 끝판왕처럼 생겼는데, 막상 이거 끼려면 150레벨 찍어야 합니다. 이뿐만이 아니에요. 아르카가 광고에서 특히 강조하는 콘텐츠가 공중전인데, 이것도 150레벨 돼야 즐겨볼 수 있습니다. 즉, 아르카의 핵심 콘텐츠를 즐기려면 100레벨 대부터 정신과 시간의 방에 들어가 하염없이 몬스터를 잡아야 합니다. 그게 싫다면 과금밖에 답이 없어요. 전투력 확 높아지는 장비, 경험치 부스터, 다 귀찮다면 아예 캐릭터 누적 경험치를 올려주는 상품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개발사 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게임도 엄연히 상품이고, 아이템으로 매출을 노리는 게 뿌리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할 생각도 없어요. 한데 그 방법이 너무 원초적입니다. 100레벨 넘어가자마자 나타난 허들은 저같이 모바일 게임 가볍게 즐기는 유저에겐 '과금 안 할거면 그냥 접으세요'라고 묻는 셈입니다.

물론, 이것은 아르카에게만 있는 문제도 아닌데다, 업데이트나 이벤트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합니다. 성장 동선을 조금 완화시켜주는 아이템을 이벤트 보상으로 제공한다면, 게임에 대한 거부감 없이 좀 더 진득하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이외에도 해결 방법은 다양하니 추후 서비스 방향에 따라 개선 가능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 아직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아르카'의 공중전


계속 할 만한 게임인가요?
양산형 기준으로 기본기는 좋은 편이에요. 이후 서비스 방향이 문제죠.


지금까지 없었던 재미를 보여주는 게임은 아닙니다. 냉정히 말해 기존 중국산 양산형 게임과 비교해 드라마틱한 차이점을 보이는 작품은 아니에요. 하지만, 중국산 게임 특유의 원색적인 분위기가 없고, 외형적인 마감새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왔다는 점에선 칭찬하고 싶습니다. 또, 게임에 접속했든 접속하지 않았든 꾸준히 보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저 친화적인 요소도 엿볼 수 있었고요. 별 고민 없이, 꾸준히 성장하는 캐릭터를 보는데 만족감을 느낀다면, 지금 시장에 출시된 모바일 MMORPG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레벨 디자인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이제는 어느 게임에게나 마찬가지지만, 아르카 역시 꾸준한 이벤트와 시스템 개선이 특히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근래 보기 드문 스타트를 보여준 작품입니다. 아르카가 추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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