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서관 "아이가 게임밖에 못 하는 사회부터 되돌아보길"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129개 |


▲ 이미지: MBC '100분 토론' 갈무리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나동현 크리에이터, 위정현 학회장, 노성원 교수, 김윤경 정책국장

김윤경 "게임중독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만, 쇼핑이나 일 중독은 그렇지 않다"
'대도서관' 나동현 "쇼핑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생긴다"
김윤경 "쇼핑 때문에 일어난 강력한 사건이 있던가?"
나동현 "돈을 구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일들이 있다"
김윤경 "그렇게 말하면,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다"
나동현 "내가 (게임중독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그거다"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MBC '100분 토론'에서 21일 진행됐다. 패널로 '대도서관' 나동현 크리에이터,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노성원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김윤경 인터넷과의존예방 시민연대 정책국장이 참여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에 포함할지 여부를 이번 주 결정한다. MBC는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화를 두고 찬성과 반대 목소리를 듣기 위해 '100분 토론'을 진행했다. 본 토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보건복지부는 “WHO가 확정하면 받아들이겠다”라며 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WHO에 질병 등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먼저 위정현 학회장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 과정을 보면, 치밀한 프로세스를 가지고서 움직인 거 같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012년 3월 30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장이 재정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게임중독세를 일컫는 '손인춘법' 등이 이어졌다. 위정현 학회장은 이 같은 과정이 순수하게 게임에 빠진 구하겠다는 의도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성원 교수는 위정현 학회장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의사, 임상심리학자, 사회복지사, 교육자 등 전 세계 전문가가 모여 게임중독으로 인해 가족문제, 사회손실이 심각하기 때문에 보건학적으로 다루려는 것"이라며 "게임중독에 정신의학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여서 수년에 걸친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나동현 크리에이터는 게임을 여전히 하위문화로만 인식하는 사회적 시선에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게임중독을 주장하는 기성세대의 경험이 아직도 갤러그에만 머물러있다며 "요즘 게임은 복잡하고 전략 전술적 판단을 근거로 하는 게 많은데, 이런걸 잘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중독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 "예컨대 아이가 바둑을 잘 두고 싶어 하는 건 나쁘게 보지 않으면서, 게임은 어른이 잘 모르니 단순하고 폭력적이라고만 보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김윤경 정책국장은 게임의 연속성, 사행성 등이 중독의 원인이자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게임이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아이가 게임을 끊을 수 없다는 것과 확률형 아이템 등으로 수천만 원 등을 지불한 문제를 예로 들었다. 이어 김윤경 정책국장은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이 주요 수입원이어서 아이들의 문제를 방관한다고 비판했다.

나동현 크리에이터는 게임의 연속성이 문제라는 지적에 인간의 기본적인 자아실현이자 성취 욕구라고 반박했다. 그는 "아이가 학교에서 하루종일 수업을 받는데, 거기서 성취욕을 느끼는 건 소수의 상위권 학생들뿐"이라며 "우리나라는 학교에 이어 학원에 가는 시스템이어서 아이가 성취욕을 느끼는 건 게임밖에 없다"고 사회적 환경 문제를 꼬집었다.

토론은 게임이용장애가 확정된 이후를 가정해 이어졌다. 게임중독세가 신설되고 이로 인해 게임산업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이 의견에 김윤경 정책국장은 "게임산업이 국가정책으로 지원을 받았는데, 세금으로 컸으면 당연히 게임에 대한 폐해에 책임을 지고 중독세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위정현 학회장은 "그건 잘 모르고 하는 말, 게임산업은 정부가 육성하지 않고 알아서 성장한 유일한 산업"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게임산업은 규제 속에서 성장했고, 이른바 '돈이 되자' 정부의 새로운 세금 수단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게 위정현 학회장의 견해다. 그는 "게임은 우리나라 5,000년 역사에서 중국을 지배한 처음이자 마지막 산업"이라며 "(김윤경 정책국장의 주장은) 우리나라 게임산업 초기 혁신자들에 대한 모독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에선 노성원 교수가 일반인, 프로게이머, 게임중독자의 차이를 구분했다. 그는 "프로게이머는 통제력을 관장하는 전두엽 대상피질이 발달했지만 게임중독자는 통제 능력이 떨어진 게 연구 결과로 나타났다"며 일부 주장되는 '게임이용장애가 되면 프로게이머는 중독자가 된다'라는 말이 현상과 맞지 않다고 정리했다. 아울러 그는 "질병코드화는 게임 사용으로 나타나는 극단적인 사례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함"이라 선을 그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 폐해에 대해 위정현 학회장은 "부족한 근거로 신설되면, 오용으로 건전한 게임이용자가 중독자로 낙인찍히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며 "미국정신의학회가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처럼 저희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나동현 크리에이터는 시대가 바뀐 걸 인지해야 한다며 "게임상의 관계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현재 SNS 시대의 네트워킹을 무시하는 굉장히 무지한 발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 극단적인 상황의 아이들에게 치료법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이가 게임밖에 할 게 없는 우리 시대의 상황을 되돌아보길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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