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엘리온, "싸움만을 위한 MMORPG"

인터뷰 | 김수진 기자 | 댓글: 218개 |



2017년 지스타를 통해 처음 선보인 크래프톤의 '에어'가 '엘리온'이 되어 돌아온 지 이제 약 1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늘을 버리고 땅으로 내려온 엘리온은 PVP, 그것도 RVR을 메인으로 내세우며 그야말로 숨 가쁜 나날을 보냈죠. 그리고 드디어, 출시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등장하는 PC MMORPG인 만큼 국내 게이머들의 온 시선이 쏠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 기대와 관심에 비해 생각보다 공개된 정보는 적은 편이죠. 이에 테라 치프 디자이너를 거쳐 엘리온의 기획을 총괄하게 된 블루홀 스튜디오 '김선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일단,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엘리온은 '싸움만을 위한 MMORPG' 라고 합니다.





에어는 이미 개발이 많이 진행된 타이틀이었어요. 뒤엎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뒤엎지 않으면 답이 없는 상황이었어요. 살기 위해서 바꾼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죠. 물론 말은 '뒤집어엎었다'지만 사실은 원래 있던 토대를 가지고 재조립을 한 것에 가까워요. 밥상을 뒤엎고 나서 남아있는 쓸만한 재료로 다시 요리를 했다고 표현하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대표적으로 에어 때는 비행선 전투가 기본이었어요. 비행선 전투를 만들기 위해서 탄막 슈팅이나 프로젝타일, 논타겟 기반의 시스템을 많이 제작 했었는데 어그러진 후에 이걸 PC 전투로 가져오면 어떨까 했습니다. 발사체 탄막 류 스킬들을 많이 만든다거나 논타겟 스킬을 활용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많이 개선했어요.

있던것을 가지고 느낌을 다르게 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네요. 완전히 제로에서 한 건 아니고, 30% 정도만 바꿨는데 완전히 180도 바뀐것 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렇다면 에어의 핵심 콘텐츠였던 '비행'은 어떻게 되었나요.

"공중에서 하는 무역이나, 배로 하는 해상전, 백병전 같은 것들을 구상하고 있으나 정식 출시 때는 아직 비행을 활용한 메인 콘텐츠는 없습니다. 사실 '비행'이라는 것이 에어를 개발할 당시 분명 장점이 있었던 콘텐츠에요. 다만 에어 때는 비행 자체가 완전히 핵심이었다 보니 부족했던 점이 많이 보였는데, 이번에는 서브 시스템, 콘텐츠로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어떤 콘텐츠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몬스터를 포획해서 잡는다거나 하는 것들이 있는데 비행선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 남겨둔 유산 같은 콘텐츠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아직 비행선으로 어떻게 뭔가를 할 거야 이런 방향은 아니고요. 우선은 엘리온의 메인인 PC 전투를 확실히 하고, 이후에 정리가 되면 서브 콘텐츠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메인부터 '재미있다'는 검증을 받으면 그때 할 생각이에요."




엘리온은 어떤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자존심을 많이 버리고 그야말로 처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게임을 만들다 보니, 뭘 해야 유저들이 재밌다고 느낄 수 있을까 라는 부분을 많이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고민 끝에 'MMORPG는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자극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했죠.

예를 들어 스킬도 단순히 피지컬이 좋은 사람이 잘 할 수 있는 방식 보다는 조합을 통해 자신만의 스킬을 만들어서 남들보다 더 강해지고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고려했습니다. 던전 역시 그 일부로 타임어택과 같은 시스템이 많이 들어갔어요. 1등을 하거나 경쟁에 의한 과시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 얻을 수 있는 '인정 욕구' 같은 것을 어떻게 하면 느낄 수 있을까에 많이 집중했습니다."

PC 게임을 만드는 데에서 오는 두려움 같은 게 있었을 것 같아요.

"사실 너무 바빠서 그런 생각을 아예 못해봤어요. 그리고 그걸 느끼기엔 아직 아쉽지만 부족한 게 많은 것 같아요. 저도 MMORPG를 했지만, MMORPG라고 하면 떠오르는 유명하고 훌륭한 대표작들을 했을 때도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곤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벌써 '잘 될까?'라는 생각을 하는 건 이른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떻게 하면 유저들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영구적인 재미를 줄 수 있을까 그런 쪽으로 생각이 쏠려있어요. 그러다 보니 아직 두렵다거나 이런 건 못 느껴본 것 같아요."

그럼 개발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작년 에어 한국 2차 CBT를 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결과도 안 좋았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현실로 결과를 받는 건 타격이 많이 크더라고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정말 열심히 했는데 좌절이 컸어요. 그때가 정말... 임팩트가 컸던 것 같아요. 한 달 정도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했던 게 엘리온의 토대가 된 것 같아요. 당시에 정말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보니 팀원들이랑 같이 클래스를 가지고 테스트 룸에서 PVP만 계속한 적이 있거든요. 마음대로 스킬을 바꾸고 그러면서 한 달 가까이 그런 방식으로 플레이했는데, 그게 스킬 변경의 모토가 되었어요. 결국 그 경험이 현재의 스킬 커스터마이징으로, PVP 전투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거죠."




엘리온은 PVP와 PVE 중 어느 부분에 좀 더 힘을 준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PVP 중심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직접적인 싸움뿐 아니라 모든 경쟁을 PVP라고 보거든요. 그런 시점에서 엘리온의 흐름은 직접적으로 전투하는 PVP 비중이 물론 크지만, 간접적인 PVP 역시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PVE 역시 최대한 상대방과 경쟁을 하거나 싸움이 일어나도록 부딪히도록 중점을 두고 개발했어요. 어떻게든 PVE를 하더라도 누군가와 맞닥뜨리고 경쟁을 하게끔 유도했달까요."

PVP 시스템에 피로도를 느끼는 유저가 분명히 있을 텐데요.

"그걸 커버할 수 있도록 길드 시스템, 저희는 클랜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이런 클랜에 소속되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늘리고 있어요. 자신의 역할 수행을 하는 것이 하나의 경쟁이 되게끔, 즉 직접 싸우지 않더라도 후방에서 지원 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게요.

그리고 좋은 장비를 얻기 위해서는 던전과 같이 PVE 콘텐츠에서 활약하는 것도 필요해요. 전체적인 게임의 생태계가 '경쟁'으로 흘러간다는 것이지 꼭 '무조건 싸워야만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어' 이런 쪽은 아니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럼 굳이 꼭 PVP를 하지 않더라도 게임을 진행하는데 무리는 없다는 거네요?

"네. 직접적으로 한다면 이득을 좀 더 얻을 수는 있으나 꼭 하지 않더라도 진행하는 데 문제는 없습니다. PVP가 너무 싫다면 PVE 콘텐츠만 해도 게임을 즐길 수 있어요. 하지만 PVP 혜택을 얻고 싶다면 클랜이나 진영과 함께하면 됩니다. RVR 게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죠.

사실 처음에는 완전히 PVP 게임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너무 PVP만 하다보니 유저 수용력이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확실히 PVE가 좀 덜 지치는 면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잘 섞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극단적으로 PVP로만 경쟁하는 그런 식의 게임을 하려다가 선회를 한 거죠. 지금은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해요."

개인 간 PVP 보상이 궁금한데요. 페널티라든지.

"적을 죽이면 명예 점수가 올라요. 자신이 죽으면 깎이고요. 이렇게 얻은 점수와 인장이라는 것을 통해 PVP 전용 장비를 살 수 있죠. 이 점수를 토대로 나중에는 순위가 매겨지고 순위에 따라 계급이 차등이 되는데, 계급에 따라 착용할 수 있는 장비가 갈리는 형태에요. 그리고 주 단위 보상도 주어질 예정입니다."

PVP는 특히나 직업간 밸런스가 정말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에요. 어떻게 맞춰나갈 계획인가요.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은 계속해야겠지만, 붕괴한 밸런스를 개발사가 얼마나 오래 두고 보느냐가 사실 관건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문제가 보이면 주기적인 변화를 통해 바로 대응하고 패치하는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요즘은 MMORPG의 PVP시스템으로 e스포츠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요. 혹시 엘리온도 향후 e스포츠화 계획이 있을까요.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아요. e스포츠화를 하기 위해서는 PVP 시스템이 잘 구축되었어, 이런 부분보다는 사람들이 재미있어하고 인정을 한 이후가 맞는 것 같거든요."




7월에 진행했던 마지막 사전 체험에서 유저 반응은 어땠나요?

"하루는 별로 안 좋았고 하루는 꽤 괜찮았어요. 약간 상반된 피드백이 나왔는데, 이런식의 게임을 많이 해본 분들이나 화려하고 멋있는 타 게임을 하던 분들에게는 조금 안 좋은 반응이 있었던 것 같아요."

피드백 중 기억에 남는 건?

"전투 시인성 관련된 부분이 가장 많았었고, 깊은 내용 중에서는 계속할 게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래서 콘텐츠를 추가하고 순환될 수 있도록 노력했죠. 스킬 같은 경우에는 이동기술이 많다보니 밸런스가 무너질 것 같다는 의견이 있어서 어느 정도 조정을 했어요."

최적화 문제, 프레임 드랍 등 마지막 체험에서 제기된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어요.

"필요한 상황이 되면 아군의 이펙트를 꺼서 프레임 드랍률을 더 낮춘다거나, 그 외에도 시야 확보 등 노력을 많이 했어요. 이전에 비하면 훨씬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RVR에서 가장 문제 제기가 많이 된 부분이 바로 전투 시인성 부분인데, 사람이 많다 보니 시야 확인이 힘든 문제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타겟팅하고 있는 대상에게 외곽선 처리가 된다거나, 아군 스킬에 색상 표시를 하는 등 인식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작업했어요. 동시에 자신의 상태 확인 같은 것도 잘 할 수 있게 시인성 처리를 함께 진행했죠."

논타겟에서는 중요한 문제인데, 타격감과 관련된 아쉬움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되게 마음이 아팠는데, 그것 때문에 아예 스킬을 바꾼 클래스도 있어요. 어쌔신 같은 경우에는 마우스 클릭으로 사용하는 기본 스킬을 완전히 폐기처분 했죠. 이외에도 카메라 연출이나 흔들리는 방식 등 다양한 부분을 좀 더 신경 써서 개선 했습니다."

지난 체험 당시, 마지막 테스트라는 생각을 하고 임했던 건가요.

"네. 그때 이걸 마지막으로 하고 꼭 낼 거야 라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반응이 또 안 좋았다면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나쁘지 않아서 생각한대로 오픈을 계획하게 되었죠."




레벨 시스템은 어떻게 되나요. 만레벨이 정해져있나요?

"잠재적 만레벨이라는 게 존재할 뿐 상한은 없어요.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아이템을 파밍하거나 자신에게 맞는 사냥터를 가며 성장하는 방식입니다. 그때부터는 대다수의 콘텐츠를 플레이할 수 있어요. 그렇게 일정 레벨을 달성하게 되면 이후로는 레벨 업 보다는 장비 파밍이나 마나 각성 같은 것에 집중하게 되는 거죠. 레벨을 올리면 좋은 건 있지만 크게 바인딩되어 있는 건 없어요."

전투를 제외한 생활 등은 그냥 서브 콘텐츠로 보면 되나요? 생활 콘텐츠에 메인만큼 시간을 들여야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니까요 요즘은.

"서브 콘텐츠는 맞아요. 대신 시간이 없어서 핵심을 하지 못할 경우 서브 콘텐츠를 통해서 성장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핵심 콘텐츠도 하고 서브 콘텐츠도 함께 해서 더블로 성장하고 이런 건 아니에요. 채집한 재료로 아이템을 제작하고, 무역을 통해 돈을 벌어서 다른 사람이 거래소에 올린 장비를 산다거나 하는 방식인 거죠.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채집만을 위한 던전 같은 것도 존재해요. 커버가 되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되는 것 같아요."

개인 간 거래는 어떻게 되나요. 요즘 게임에서는 개인 간 거래 가능 여부가 큰 이슈인데요.

[내용수정 10-22 pm 12:00] 카카오게임즈측 요청에 따라 답변 내용이 수정되었습니다.
"개인 간 자유로운 거래는 막을 예정이에요. 사실 거래를 막으면 게임이 불편해지는 건 있어요. 반면에 개인 간 거래가 되다 보면 작업장이나 블랙마켓에 의해서 게임 내 재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경제가 망가지는 부작용이 생기죠. 그러면 저희에게도 유저에게도 좋지 않더라고요. 흐름이 망가져서 게임의 수명이 금방 다하거나 재미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이런 상황을 너무 많이 봤어요.

그래서 엘리온은 안전한 개인 간 거래를 허용할 예정입니다. 시스템 제한적으로, 저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거래를 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보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엘리온을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유저분들은 게임으로 평가하실 거에요. 그럼에도 말씀드리자면, 그동안 싸움만을 위한 그런 MMORPG는 없었잖아요. 그래서 많이 즐기실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피드백을 통해 저희가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빠르게 업데이트를 해서 부족한 것들을 엄청난 속도로 채워나갈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니 꼭 믿고 한 번 플레이를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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