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를 찾아서#16] 애니메이션 게임의 명작 - '날아라 슈퍼보드 -환상서유기-'

기획기사 | 양영석 기자 | 댓글: 46개 |



서유기를 모르시는 분들은 아마 거의 없지 않을까요. 아니, 하다못해 '손오공'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분들은 거의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명나라 시대의 오승은 작가가 지은 '서유기'는 당나라의 고승인 현장법사가 인도의 경전을 구해오는 여행기인 '대당서역기'에 민간의 전설과 환상적인 요소를 합친 소설이죠. 뭐, 판타지 퓨전 사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유기는 중국의 사대기서에서 절대 빠지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소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전세계로 퍼져나가서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매우 높은 소설이죠. 굳이 사서 고생하는 현장법사와 함께 여행을 떠내는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의 여정을 판타지풍으로, 가볍게 풀어낸게 매력 포인트인 소설입니다. 그래서 서유기는 여러가지 미디어믹스가 이뤄졌는데, 대부분 중심은 '손오공'으로 잡히는게 특징이랄까요. 애초에 서유기 자체도 손오공이 아주 많이 부각되는 면이 있으니까요.

오늘날에는 이런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수많은 미디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게임도 이 '서유기'가 모티브라고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많은 유저들이 불운의 명작으로 기억하고 있는 '날아라 슈퍼보드 -환상서유기'가 이번 IP를 찾아서의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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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슈퍼보드 -환상서유기-는 어떤 게임?
애니메이션을 재해석한, 독특한 RPG

전국-노래자랑을 이거 보려고 봤던 기억이 납니다.(출처 : 유튜브)

'날아라 슈퍼보드 -환상서유기-'(이하 환상서유기)는 1998년 KCT미디어에서 발매한 RPG입니다. 이름처럼 '날아라 슈퍼보드'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게임입니다.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초, 그 애니메이션입니다. 국내에서는 전설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던 애니메이션이죠.

다만 원작은 '날아라 슈퍼보드'를 삼지만, 세부적인 이야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많이 엇나가긴 했지만 그대로 서유기의 스토리를 따라가는 원작과 달리, 독자적인 스토리와 세계관을 구성한 작품이죠. 다수의 오리지널 캐릭터와 설정, 그리고 세계관을 보여주는 독립된 스핀오프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물론 날아라 슈퍼보드도 모티브가 서유기이면서도 아주 독특한 특징들을 많이 보여주는데, 게임도 마찬가지죠.



주인공 미로와 삼장법사. 사실상 미로가 원작 서유기의 삼장역할입니다.

게다가 게임의 스토리는 서유기, 그리고 날아라 슈퍼보드와도 완전히 다른 형태로 진행됩니다. 주인공인 '미로'는 옥황상제의 딸로, 심술을 부리다가 천궁의 지하에서 '육마왕'을 봉인해둔 금단의 알을 잃어버린 사고뭉치로 나오죠. 나중 스토리에서 다 진상이 밝혀지긴 합니다만, 아무튼 이렇게 천궁에서 일으킨 사건의 벌로 지상으로 내려가 미스터 손(손오공)을 만나 잃어버린 금단의 알을 찾아오는 여정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주인공이 히로인 셈이죠.

미스터손, 저팔계, 삼장, 사오정 등 원작의 캐릭터들이 등장하긴 합니다. 하지만 원작과는 미묘하게 달라요. 미스터 손만해도 화과산의 원숭이라는 점과 특유의 디자인, 그리고 사고뭉치가되고 봉인당하는 과정까지는 똑같은데, 삼장법사대신에 앞서 언급한 미로가 이 미스터손을 구출해주죠. 저팔계와 사오정은 원작과 비슷한 설정으로 나오긴합니다.

그런데 삼장법사는 또 완전히 다릅니다. 환상서유기의 삼장법사는 예쁘다는 말을 좋아하는 권법가로 나옵니다. 한국 게임사에서 역사적인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고, 아마 이 게임을 해보신 분들은 모두 삼장을 기억할 정도로 꽤나 임팩트가 큽니다.

아무튼 이런 원작의 캐릭터와 태초부터 살아온 인간 소나타, 정체를 알 수 없는 복면 사나이, 얼음선녀 자하, 팔선녀 비연의 아들이자 미스터 손과 인연이 있는 파오, 그리고 푸산이 차근차근 합류하여 여정을 진행합니다. 각 캐릭터들도 개성있었던 RPG입니다.



미스터 손을 구해주는 미로. 구해주고 도망가려는 미스터손은 헤드기어로 제압됩니다.

환상서유기는 이처럼 다양한 캐릭터와 함께 3D 기반의 그래픽, 적절한 전세계 신화와 섞인 '날아라 슈퍼보드'의 세계관이 조화를 이루면서 만들어낸 스토리가 하모니를 이루며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한 게임입니다. 특히나, 마치 저연령층 유저를 겨냥해 만든듯한 그래픽과는 달리 엄청 심오하고 반전, 그리고 나름대로 세밀하게 꾸려진 스토리는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죠.

게임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깨알같은 개그요소나, 개그와 오마주 등도 많습니다. 게임을 플레이 하기 전에 앞어서 이런 오마주 요소들을 잘 알고 있다면 더욱 재미있는 게임이었죠. 그래픽과 원작이 저 연령층 유저들을 대상으로한 만듦새를 보였지만 내면은 그렇지 않은 게임이랄까요.

아무튼 이런 이런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은 유저들을 환상서유기로 빠져들게 만들었고, 지금도 환상서유기는 많은 유저들이 명작으로 꼽는 국산 RPG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퍼즐, SRPG, 개성있는 캐릭터, 그리고 블록버스터급(?) 반전의 이야기까지.

그러나 단점없는 게임은 아니었죠. 일단 전투 자체가 도망을 갈 수 없고, 적의 수가 랜덤이었어요. 때로는 이 랜덤성때문에 엄청난 수의 적이 등장해 전투가 매우 피곤해지기도 했고, 전투필드와 이동 필드가 공유되서 전투가 끝나고 나면 "여기가 어디야?"하고 길을 잃는 경우도 흔했죠. 게다가 새로 파티원으로 들어오는 동료는 레벨이 1이라 지속적인 노가다가 필요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게 다음 문제와 맞물립니다.

환상서유기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는 바로 파티의 분배입니다. 파티가 스토리에 의해서 분배되어 나뉘어지고, 이렇게 '소규모 파티' 여러개로 각 지역에서 여정을 이어가는 형태입니다. 크게 나누자면 북주의 미스터 손 파티, 남주의 미로 파티, 그리고 서주의 삼장파티. 이렇게 나눌 수 있겠죠.

미스터 손과 삼장 파티는 캐릭터들이 초반엔 약해도 금방 강해져서 큰 문제가 없는데, 주인공인 미로 파티의 경우 두 캐릭터 모두 힐 계열이 있는 보조형이라 아주 난감합니다. 게다가 나중에 합류하는 파오도 그렇게 강하지는 않아요. 미로 루트는 하필 또 여관도 못가서 난이도가 급상승합니다. 선공과 후공도 랜덤이다보니 화가나죠. 이런 파티 배분은 후반부에서도 도드라집니다. 캐릭터의 성능보다는 스토리에 맞춰서 배분된 듯해보이는데, 주인공인 미로가 낀 파티는 이래저래 맨날 고생입니다. 힘들어요. 아쉬운 밸런스조절이라고 할 수 있겠죠.

당시 IMF의 여파였는지, 게임 곳곳에는 미완성 된 흔적과 함께 어쩔수 없이 잘라내진듯한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실제로 어떤 캐릭터들의 이벤트는 직접 개발자들의 멘트가 적혀있기도 하고, 중간중간 급하게 마무리되어 설정이 파괴되었거나 미구현된 부분도 상당하죠. 초중반에는 상당히 스토리 진행과 설정등이 제대로 필요한 곳에 들어가있는데, 후반부에 들어서는 완급조절이 잘 안된 느낌도 있습니다. 이와함께 이곳저곳에서 발생하는 버그는 덤.

완성도있는 게임이지만 마치 완성되지 못한 느낌이 크게 듭니다. 만약 원하는대로 볼륨을 담아내고, 다담을 수 있었다면 당시 플레이 분량보다 훨씬 더 긴 분량의 플레이타임과 이야기가 촘촘하게 펼쳐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들죠. 이 게임에서 뿌려지긴 했지만 회수되지 않은 떡밥도 정말 많거든요.



다양한 파티로 나뉘는건 좋은데...구성원은 좀 혈압오릅니다.

이런 불편함과 미흡함이 곳곳에 보이지만, 게임 자체가 정말 재미있고 묘한 매력과 함께 흡입력도 굉장히 좋았던 게임입니다. 또한 이곳저곳에 파고들기 요소들도 있었고, 다양한 오마주와 깨알같은 패러디, 원작 구현과 개성넘치는 캐릭터 및 스토리로 충분한 매력과 완성도를 갖출 수 있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죠. 아쉽게도 이곳저곳 급하게 봉합되면서 낸 미완성작의 느낌이 매우 강합니다.

기획 자체는 게이머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고 들었고, 그 핵심적인 가치까지는 구현이 되어있다고 볼 수 있겠죠. 그걸 보조해주는 여러가지 장치들이 미흡했다고할까요? 그래서 아쉬움이 더 진하게 남는, 국산 RPG의 명작으로 기억되는 게임이 바로 '날아라 슈퍼보드-환상서유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쉬운 모습으로 나오긴 했지만, 정말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받은 게임이 아닐까요.


'날아라 슈퍼보드 -환상서유기-'의 IP는?
재해석된, 독립된 세계관이지만...




'날아라 슈퍼보드 -환상서유기-'의 개발사인 KCT 미디어는 과거 게이머들에게도 꽤 잘 알려져 있는 국내 게임사였습니다. KCT 미디어는 자체 개발작 외에도 컴파일에서 개발한 게임들을 한국에 수입하기도 한 회사죠. 대표적으로 많은 국내 유저들이 기억하고 있는 '환세취호전'의 국내 유통도 KCT 미디어가 맡았고, 컴파일 특유의 게임 잡지인 디스크 스테이션도 KCT 미디어가 맡았죠.

컴파일은 당시 일본에서 급부상하던 게임회사로, 재미있게도 한국에 가장 빠른 지사를 설립하고 다양한 타이틀을 내놓으면서 국내 게이머들에게도 꽤 익숙한 게임사입니다. 이 컴파일과 함께한 회사가 바로 KCT 미디어라고 할 수 있죠. 실제로는 KCT 미디어와, 컴파일이 협력을 위해 만든 국내 회사가 '컴파일 코리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KCT 미디어는 1990년 '한국크로스테크'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회사로, 1994년 게임산업에 진출했습니다. 게임산업에 뛰어든 1994년부터 약 90여 개의 가정용 게임들을 PC 게임으로 이식하면서 개발 경험을 쌓아 올렸죠. 이렇게 쌓인 경험을 토대로 1997년부터는 독자적인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날아라 슈퍼보드 -환상서유기-' 등의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물론 앞서 언급했던 컴파일과의 협업도 생겨났고요.



1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외전 사오정랜드(출처 : 다나와)

이후 날아라 슈퍼보드의 외전, 일본 시스템소프트사와 협력하여 슈퍼에어컴뱃3'의 개발과 출시를 이어갔죠. 황혼기에 접어든 국내 패키지 시장에서도 살아남긴 했습니다. IMF 사태로 환상서유기는 조금 퀄리티가 아쉽게 출시되긴 했어도, 이후로도 꾸준히 남아서 개발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조이나라'라는 게임포털을 만들면서 디스크 스테이션의 게임들을 온라인화하기도 했죠. 컴파일이 부도가 나면서 KCT 미디어는 한국에서의 컴파일 게임의 라이선스 권리를 받기도 했으니까요.

아쉽게도 KCT 미디어 역시, 이후로 행보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조이나라는 이후로 다게임, 로플넷 등으로 흡수되었지만 좀처럼 성장하질 못했고, 주력 사업이었던 패키지 시장은 이미 크게 축소되고 PC 온라인 게임들이 크게 성장했죠. 이에 맞춰서 뿌요뿌요 온라인과 마도 RUN, 라그나로크 RUN 등의 게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KCT 미디어는 게임업계에서 조용히, 주목받지 못한 채 퇴장합니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도 접속되지 않고, 사라진 과정조차 제대로 남지 않은 쓸쓸한 퇴장입니다. 그래서 결국 '날아라 슈퍼보드-환상서유기-'의 IP 저작권도 애매합니다. 문제가 바로 여기서 생깁니다. 날아라 슈퍼보드는, '식객'으로 유명한 허영만 작가가 연재한 원작입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은 KBS와 '한호홍업'에서 제작을 맡았죠. 그런데 게임은 또 독자적인 세계관과 캐릭터를 구축했어요.

원작이 있고, 미디어 믹스한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게임. 그리고 독자적인 세계관과 캐릭터들이 구축되어 있어서 IP, 미디어에 대한 복잡함이 여러가지로 섞여있는 게임입니다. 게임에 초점을 맞추면 이 IP의 관리 자체가 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원작까지 함께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죠.

'날아라 슈퍼보드'와 상징적인 손오공, 미스터 손에 대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게임을 풀어나간다고 초점을 맞추면 결국 원작자인 허영만 작가가 IP에 가장 큰 영향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IP게임으로서의 환상서유기
IP게임의 가장 올바른 예, 성공적인 작품이 아닐까?




아마 환상서유기는 1990년 대에 나온 여러가지 국산 명작들 중, 많은 유저들에게 기억되는 게임중 하나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국산 고전 게임 명작 리스트 중에서도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임 중 하나죠. 또, 재미있는 점은 IP를 이식한 게임들 중 '머털도사'와 함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환상서유기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원작의 상징적인 캐릭터들을 새롭게 해석하면서도, 개성은 최대한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독자적인 세계관과 캐릭터들을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게임만의 이야기를 만들었죠. 이렇게 IP를 활용해서 다른 이야기를 풀어낸 게임들은 반응이 항상 좋았던 건 아닌데, 환상서유기는 게임시장에서도 비교적 이른 시점에 이런 방법으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작의 느낌은 사실 캐릭터를 빼면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게임성'에 집중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캐릭터들을 '날아라 슈퍼보드'에서 따오지 않고, 그냥 원작 캐릭터로 구현했어도 게임 자체가 꽤 명작으로 평가받았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동료의 합류와 성장, 전투 등등 게임에서 필요한 부분들은 꽤 재미있게 잘 구현되어있죠. 게다가 여기저기 게이머들이 서브로 즐길 수 있는 파고들기 요소도 있었습니다.

스토리의 완급도 후반부를 제외하면 상당히 수준급으로 잘 기획되었습니다. 그대로 까놓고 보면 상당히 거대한 블록 버스터에 심각한 분위기가 가득 뭍어날 전체적인 흐름속에서,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재미를 줄 수 있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았어요. 틈틈히 튀어나오는 사오정의 귀머거리 개그,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는 패러디와 오마쥬 덕분에 상당히 가볍게 즐길 수 있었죠.

개인적으로는 얼음선녀 자하의 트라우마를 풀어내는 과정은 꽤 진지한 내용이지만 상황만 놓고보면 재미있거든요. 인간으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인데, 하필 그 타이밍에 주변에 인간이 없어요. 원숭이(미스터 손), 돼지 인간(저팔계), 제대로 못듣는 물귀신(사오정)들 덕분에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모습도 참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비록 파티 캐릭터 분배가 아쉬워서 전투 완급 조절이 실패한 것 같아 보였지만, 그래도 캐릭터들이 전체적으로 어느정도 성장을 하는데 번거롭고 귀찮다는 느낌정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성장 궤도에 오른 이후부터는 '답이 없다'라는 상황 자체는 꽤 덜 나온 편입니다. 물론, 랜덤으로 적이 생성되기에 가끔씩 너무하는거 아니냐 하는 상황도 있었죠.



스토리 연출도 괜찮았습니다.

이렇게 독자적으로도 꽤나 잘 디자인 된 게임 디자인과 함께 적절히 원작과 섞인 스토리, 그리고 이를 보여주는 연출 등 'IP 게임'으로서는 디자인이 정말 잘 된 케이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사에서 역대 최대 시청률을 기록한 원작의 캐릭터들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독자적으로 게임으로도 잘 기억되는 게임. 이렇게 IP를 잘 활용한 케이스는 매우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유저들에게 기억에 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쉽게도 부활이나 리메이크에 대해서는 꽤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게임속에 여기저기 산재해있는 오마쥬에도 IP가 걸리는 문제가 꽤 많습니다. 건담, 스타워즈 등등... 1998년, 당시 개발된 게임들은 거의 저작권 관련 개념이 잡히지 않아서 정식으로 리메이크하려면 이런 부분들을 다 들어내고, 걷어내서 새롭게 만들어야 할 부분들이 적지 않으니까요.

아마 지금 돌아보면 추억에 젖는 분들이 꽤 많을 것 같습니다. 명작이란, 세월이 흘러도 다시 플레이해보고 싶은 매력이 있죠. 저도 환상서유기를 다시 듣게 된 순간부터 가끔씩 다시 찾아보고 "그땐 그랬지..."하고 되뇌이곤 합니다. 워낙에 많은 저작권이 걸려있어서 부활의 가능성은 매우 낮겠지만, 그래도 게이머들이 반가워할 모습으로 언젠가 '날아라 슈퍼보드 -환상서유기-'가 다시 돌아오길 기대해봅니다.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덧붙이자면, 이 게임을 추억하는 팬 중에서 후속작을 직접 제작하고 있는 팬이 있다는 점입니다. 2017년부터 꾸준히 작업을 이어왔고, 수년간 RPG메이커, 알만툴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정식 후속작이라기보다는 정신적 계승작 같은 느낌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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