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리즈 부활을 향해 반 걸음만 내딛었다, '사무라이 쇼다운'

리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17개 |


⊙개발사: SNK ⊙장르: 대전 액션 ⊙플랫폼: PC, PS4, Xbox One, 닌텐도 스위치
⊙발매일:
2019년 6월 27일(PS4, Xbox One) / 2019년 겨울 예정(PC, 닌텐도 스위치)

"차기작이 사무라이 쇼다운이라고? 그것도 3D?"

SNK에서 사무라이 쇼다운 트레일러를 처음 공개했을 때, 기대도 됐지만 걱정이 더 앞섰습니다. SNK 게임을 한창 즐기던 분들이라면 아마 비슷했을 겁니다. 그 옛날부터 축적된 SNK의 IP 파워나, 캐릭터들의 매력은 지금 와서도 남아있습니다. 콜라보로도 남아있고, 혹은 다른 개발사에서 해당 IP를 이용해서 만든 게임들을 보면 그건 명백하죠.

그렇지만 최근 들어서 SNK의 개발 행보, 특히나 3D 게임과 관련되서는 별로 좋았던 기억이 없던 터라 우려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시대 콘솔로 나올 수 있는 퀄리티인가 싶을 정도의 그래픽에, 어거지로 맞춘 듯한 시스템이 겹쳐져서 팬들조차 커버치기 어려운 작품들이 나오곤 했거든요. 그나마 킹오브파이터즈 14에서 확실히 나아졌지만, 그 다음에 나온 히로인즈 태그에서 너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탓에 우려가 될 수밖에 없었죠. 그것도 SNK 40주년 작품을 그런 식으로 만들었으니까요.

▲ 그래서인지 처음에 공개됐을 때부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계속 기다려왔습니다

추억 속에서 얌전히 있어달라는 명대사처럼, 때로는 추억의 IP도 현대에 되살렸다가 오히려 화근을 불러오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추억에 묻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그 게임을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개발사의 행보라던가 최근 작품이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사무라이 쇼다운'은 트레일러가 나오고 출시일이 나오자마자 "언제 예약판매하지?" 오매불망 카운트다운하고 있었거든요.

체험판에서 인풋렉이 있다는 등 여러 문제가 언급되긴 했지만, SNK는 이 문제를 데이원 패치로 해결하겠다고 밝히면서 예정대로 '사무라이 쇼다운'을 출시했습니다. 그렇게해서 나온 '사무라이 쇼다운'이, 과연 시리즈를 추억 속에 묻어버릴지 시리즈 부활의 신호탄이 될지 해보았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풍미는 살렸다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 느낌을 살린 그래픽, 그러나 기술력은 여전히 의문




사실 '사무라이 쇼다운' 개발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우려된 부분은, 과연 SNK가 사무라이 쇼다운 특유의 느낌을 3D 그래픽으로 살려낼 수 있나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기존의 SNK가 만든 3D 작품들이 거진 그렇긴 했지만, 유달리 사무라이 쇼다운 시리즈는 3D로 만들었을 때 괴리감이 꽤 있는 편이었습니다. 그 특유의 거칠고 강렬한 색감이 3D로 만들어냈을 때는 잘 못 살려낸 데다가, 모델링도 상당히 심각했기 때문이죠.

이를 SNK에서도 인지했는지 '사무라이 쇼다운 섬'은 외주 작업을 하지만, 그마저도 절망적이었죠. 모델링뿐만 아니라 쉐이더에 무슨 짓을 한 건지 몰라도 캐릭터 인상까지 흐릿해지면서 일말의 희망도 안 느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몇 년이 지나서 자체 개발한 킹오브파이터즈 14의 나코루루 모델링을 보면 좀 나아지긴 했는데, 애매하다는 인상을 지울 순 없었고요.

그런 문제는 SNK에서도 이제야 조금 파악한 건지, '사무라이 쇼다운'은 언리얼 엔진4로 개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엔진은 개발력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개발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니 그것만으로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여태까지 꾸준히 지켜봤을 때, 자체적으로 3D 그래픽이나 3D 게임을 개발하는 노하우가 부족한 SNK였던 터라 언리얼 엔진4의 기능을 활용해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여기에 3D 격투 게임들이 꾸준히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서 나오고 있었고, 그에 따라 기능이나 플러그인도 점차 추가가 되던 탓에 좀 더 구미에 맞게 개발하는 것도 가능해졌으니까요.




실제로 '사무라이 쇼다운'은 정말 시리즈 유일하게, 3D 그래픽에서 어느 정도 인정할 만한 수준을 보여줬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무라이 쇼다운의 그 투박하면서도 거친 그런 느낌을 살린 그래픽을 구현했다는 것이죠. 특히 먹의 느낌이 들 정도로 외곽선을 도드라지게 살린 맵핑과 투박한 색감은 2D 사무라이 쇼다운의 캐릭터를 잘 살려낸 느낌을 줬습니다. 실제로 사무라이 쇼다운 시리즈를 보면, 도트가 그렇게 깔끔한 편도 아니고 외곽선도 좀 거친 느낌이라 캐릭터들이 전체적으로 투박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런 포인트를 3D에 잘 담아낸 느낌이었죠.

이런 그래픽 스타일은 이미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긴 합니다. 다만 '사무라이 쇼다운'에서는 한 층 더 그 선을 굵게 하면서도, 외곽선이 너무 튀어보인다던가 혹은 도드라져서 어색해보이지 않게끔 잘 처리했습니다. 그래서 특유의 느낌을 확실하게 살려낸 것이죠.







유혈 효과가 다소 어색하다는 지적이 있긴 한데 이 부분은 그냥 과장된 연출 정도, 혹은 심의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는 됐습니다. 다만 절단은 그런 지적이 나올만 했습니다. 그냥 몸통만 가로로 일도양단되는 식으로 떼웠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실제 피격된 부위와 전혀 엉뚱한 곳이 잘려나가서 상당히 어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강베기로 끝내면 거의 100이면 100 절단되는 식이라 어색한 장면이 나오는 빈도가 꽤 높았고요.




사무라이 쇼다운이 모탈컴뱃처럼 실제로 적의 신체를 파괴하는 데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극한까지 추구하는 시리즈는 아니지만, 그런 요소들을 꽤 중요한 위치에 뒀던 시리즈입니다. 심의 문제라던가 여러 가지 내부 사정 때문에 디테일하게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면, 적어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더 조건을 세부적으로 나눠서 배치를 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참격을 날리는데 가로로 베이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 외에도 배경그래픽의 퀄리티라던가, 캐릭터들이 피격됐을 때 표정이 별로 안 바뀐다던가 하는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경기 한 번 끝나고 난 뒤 다음 경기, 혹은 메인 메뉴로 나가는 동안 로딩 시간이 상당히 길기도 했고요. 이런 점에서 보면 '사무라이 쇼다운'은 확실히 큰 그림은 잡았지만, 디테일한 측면에서 볼 때 기술력은 의문이 드는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소소한 일일 수 있지만, 긴 로딩 시간이 끝나 다음 경기에 들어갔는데도 한동안 로딩 아이콘이 화면 구석에 있는 걸 보면 신경이 거슬릴 수밖에 없거든요.



▲ 로딩과 서치가 이때까지 떠있는 건 좀...


강베기 앞에서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시리즈 고유의 특징은 살려내고 다듬었다. 문제는 밸런스




사무라이 쇼다운 시리즈의 매력이라고 하면, 투박하고 거친 색감에 과장된 유혈 효과와 사운드로 빚어낸 호쾌한 타격감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나 카운터 강베기 한 방으로 상대 체력이 3분의 1 가까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였죠. 기술을 하나도 모르고 오락실에서 처음 접했던 시절에도 어찌저찌 강베기 카운터로 가까스로 한 판 따냈던, 그런 쾌감이 아직도 기억에 남으니까요. 사무라이 쇼다운4 이후에 콤보가 어느 정도 도입되긴 했지만, 여전히 분노 게이지 카운터 강베기 한 방 등의 요소는 건재했죠.

'사무라이 쇼다운'은 엄밀히 말하자면 4 이전의 느낌이 더 짙습니다. 콤보가 정말 극히 일부 캐릭터를 제외하면 이어지지가 않기 때문이죠. 그나마도 일반 공격-필살기 위주고 단타에 그치는 콤보들이라서 버튼을 몇 번이나 눌러대고 커맨드를 여러 개 입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에 기본기, 특히 강베기가 데미지가 상당히 절륜한 편입니다.

콤보와 견제기가 강조되는 것이 현 격투 게임의 트렌드다보니, 이런 말만 들으면 왠지 깊이에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사무라이 쇼다운'을 플레이하면 다른 의미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집니다. 한 방 한 방이 워낙 세지만, 그만큼 막아냈을 때 딜레이가 생겨서 역습당하기 십상이거든요. 헛방을 유도하기 위한 필살기나 기본기 심리 공방은 여타 격투 게임 못지 않게 치열한 편입니다.



▲ 강베기 잘못 날리면 바로 역습맞기 십상이라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나 기존 시리즈에 있던 한 방 시스템인 일섬, 비오의를 '사무라이 쇼다운'에서는 동시에 채택했기 때문에 그 심리전 요소가 한 층 더 강화됐습니다. 대전에서 각각 한 번밖에 쓸 수 없긴 하지만, 일부 비오의를 제외하고는 판정들이 워낙 좋은 데다가 데미지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정으로 줄 수 있다보니 계속 의식할 수밖에 없거든요.



▲ 거리가 꽤 떨어져있어도 순식간에 들어옵니다

게다가 주요 시스템의 커맨드를 통일해서 누구든 일단 한 번 커맨드만 봐두면 쓸 수 있게끔 했습니다. 무기날리기 스킬은 234+중베기+강베기, 비오의는 641236+강베기+발차기, 일섬은 약+중+강+발로 분노폭발 이후 약+중+강+발 고정으로 하는 등 커맨드도 단순화시켰죠. 뿐만 아니라 전 시리즈에서 4 차지 6 등 격투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가 제때제때 사용하기 어려운 커맨드도 입력하기 쉽게 236 커맨드나 연타 커맨드로 바꾸는 등 필살기 커맨드도 한 차례 단순화를 시켰습니다. 막말로 기술을 몰라도, 한두 번 스틱을 돌려보고 버튼을 눌러보면 금방금방 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끔 말이죠.



▲ 시스템 커맨드는 공통에, 커맨드 자체도 단순화시켰습니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한 방 싸움이 강조되는 데다가, 커맨드도 쉽기 때문에 게임 속도가 빠를 것 같지만, 움직임이 다소 답답해보이는 것은 단점입니다. 원래 공중 대시가 없는 게임이고, 대시가 엄청 중시되는 게임이 아니긴 합니다. 그보다는 움직임이 엇박에 가까운 템포로 이루어져서 약간 어색하게 느껴진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아마 체험판만 하신 분은 인풋렉을 언급하실 텐데, 이 문제는 인풋렉과는 조금 다릅니다. 원데이 패치 후에는 기술을 쓸 때도 나가기는 바로 나가고, 키패드 반응도 바로 나오거든요. 그런데도 피격 반응이 바로 난다기보다는 살짝 느릿하게 이루어지고, 기술을 맞았을 때 마치 그 순간을 클로즈업하는 것처럼 일순 느려지는 듯한 현상이 자주 나오다보니 마치 렉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쿠로키 디렉터가 발표회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제작진이 의도한 부분이긴 합니다. 문제는 이게 썩 쾌적하지는 않다는 것과, 캐릭터별로 다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느낌은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로 겐쥬로 등 일부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서 좀 빠릿빠릿하게 진행되는 것이 실제로 체감이 되거든요. 더욱 심한 건, 이런 것들이 밸런스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겐쥬로 같은 경우에는 3연살이 옛날 버전처럼 가까이에서 중베기나 강베기 커맨드로 사용하면 역가드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때 이것만 유달리 전환이 휙휙 빨라지다보니 반응이 쉽지는 않습니다.

원래부터 사무라이 쇼다운 시리즈는 캐릭터 밸런스가 잘 안 맞기로 유명한 시리즈이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e스포츠라는 개념도 희박했고, 로컬 매치 위주로 돌아가다보니 이런 문제점이 금방금방 알려지지는 않았었죠. 하지만 '사무라이 쇼다운'은 이미 EVO 2019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데다가, 출시 전에 오프라인 대회도 여는 등 e스포츠화도 진행이 되고 있는 타이틀입니다. 자연히 캐릭터 밸런스 문제는 상당히 클 수밖에 없죠. 거기다가 캐릭터 수도 16명 밖에 되지 않는데 그마저도 캐릭터 밸런스 문제가 있다는 것은 다른 게임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요소이기도 하고요.






▲ 최강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요시토라. CPU한테도 잘못 당하면 바로 이렇게 될 정도입니다


존재감이 희박해서 고스트인가요?
일반 CPU보다 못한 고스트, 그로 인해 공백이 생긴 싱글플레이 콘텐츠



▲ 그렇게 강조를 하셨는데 왜...

'사무라이 쇼다운' 출시일을 발표한 자리에서 제작진이 강조한 것 중 하나가 고스트 모드였습니다. 각 유저의 플레이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해서 AI와도 마치 플레이어 간 대전을 하는 것 같은 경험을 준다는 것이 그 요지였죠.

격투 게임은 실제로 사람과 사람끼리 대결하는 것이 의의가 있다고 하지만, 초반에 어느 정도 기술을 연마하거나 게임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싱글플레이 콘텐츠도 필요합니다. 물론 싱글플레이 콘텐츠와 멀티플레이의 격차가 너무도 큰 나머지, 싱글플레이로 실력을 쌓았다가 좌절을 하고 접게 되는 경우가 다수이긴 하지만요. 이런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도입하는 것이 플레이어의 패턴을 토대로 만든 고스트인 셈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사무라이 쇼다운'의 고스트는 그냥 CPU보다도 못합니다. 그리고 패턴을 학습한다던가,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일종의 서바이벌 모드인 고스트 100인 깨기 모드를 플레이했을 때, 어스퀘이크의 팻 레플리카 어택만 줄창 반복했는데 100인 가까이 되서도 거의 반응을 못할 정도였습니다.

▲ 이 영상과 똑같은 짓을 한 10번 정도 반복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팻 레플리카 어택이 방어 이후 딜레이 캐치 당하기 쉬운 기술이라 일반 난이도 CPU도 후반부 스테이지에서는 바로 반격이 들어오는데, 그런 시도 자체를 100인 클리어할 때까지도 못 봤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팻 레플리카 어택 반복 혹은 점프 강베기, 앉아서 강베기만 줄창 하는 식으로 플레이했는데 고스트가 그 패턴을 사용하기는커녕 아무 것도 안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단순히 판수, 혹은 그 고스트의 원본이 되는 유저의 실력 문제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검호급 이상의 유저가 올린 고스트와 대전을 해봐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었습니다. 공통적으로 점프는 많이 하는 걸 봐서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따라하는 것 같기는 한데, 기술을 날린다거나 공격, 방어를 하는 빈도 수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거든요.

▲ 실제로 이렇게 플레이해서 검호로 올라갈 수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이제는 SNK라는 회사가 신뢰도를 많이 잃은 탓에 진짜 AI 러닝을 도입했는지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어쨌든 그렇다고 하니 점차 시간이 지나서 판수가 많아지고, 알고리즘이 개선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금의 고스트 모드는 있으나 마나한, 더 심하게 말하자면 여기에 코스트를 들일 바에 다른 쪽에 더 투자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엉성한 콘텐츠입니다.

아무튼 SNK가 생각했던 싱글플레이의 한 축 중 하나인 고스트 모드가 그렇게 된 터라, 사무라이 쇼다운의 싱글플레이는 거의 묘미가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서바이벌 모드나, 단판으로 진행되는 토너먼트격인 리그전 등은 한 방 싸움이라는 '사무라이 쇼다운'의 테마에 걸맞는 터라 그럭저럭 괜찮은 편입니다. 문제는 양념 같은 요소인 스토리 모드가 상당히 싱겁다는 점이죠.

격투 게임에 무슨 스토리 모드냐고 할지 모르지만, 캐릭터의 맛을 살리는 데에는 스토리와 이를 토대로 게임 내에서 묘사되는 캐릭터 간의 관계도 중요하거든요. 킹오브파이터즈로 이야기하자면 쿄와 이오리의 대립, 이오리나 레오나의 폭주 등이 캐릭터의 맛을 살리는 요소 중 하나였죠. 사무라이 쇼다운으로 따진다면 동문인 하오마루와 겐쥬로의 대립, 무녀로서 소임을 다하고 악으로부터 세상을 지키기 위한 나코루루의 분투 등이 있겠죠.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부각되려면, 보스나 악역이 좀 더 부각이 되어야 하는데 이번 시리즈는 보스가 '얘는 왜 나온 거야?' 싶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습니다. 맥락도 뜬금없이 중간부터 나오다보니 아수라나 미즈키 라쇼진, 미나즈키 잔쿠로, 아마쿠사 같이 처음부터 존재감이 느껴지는 보스와는 수준을 달리하고요. 그러다보니 시나리오도 '그냥 이런 일이 있었다더라'라는 뉘앙스로 끝나버려서 맥이 탁 풀려버립니다. 그나마 수집형 요소인 CG 등도 거의 비슷비슷한 틀에 캐릭터만 붙여넣기한 게 많다보니, 굳이 모아야 할까 의문이 들 정도고요.



▲ 거 뜬금없이 나와서 미워 미워라고만 하시면 어떡합니까



▲ 어...음...그래픽 칭찬했던 거 무르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같이 하실 분 없나요? / 아 이기고 있는데 랜뽑하네
다소 불안정한 온라인 매치


결국 '사무라이 쇼다운'을 본격적으로 즐기려면 온라인 매치를 위주로 해야 합니다. 일단 체험판을 했을 때 우려됐던 것과 달리, 인풋렉 문제는 확실히 개선됐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죠.

문제는 국내 유저가 정말 드물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국내 유저와 매칭은 거의 못해봤고, 옆에 있는 일본 유저와도 매칭이 잘 안 잡혀서 미국, 브라질, 호주, 뉴질랜드에 있는 유저들이 검색되고는 했습니다. 자연히 회선 상태가 안 좋을 수밖에 없었죠.






▲ 같이 하실 분...

미국까지만 하더라도 그나마 상태는 양호한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인풋렉이나 레이턴시 등 문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거든요. 로딩창이 끝나고 초반부에 돌입했을 때를 빼면 말이죠. 심한 경우에는 라운드 시작 후 몇 초 간은 그냥 서로 강베기를 누가 빨리 눌렀냐, 혹은 그거를 예측하고 기술 선제로 썼냐 막았냐 등 예측샷 싸움으로 흘러갈 정도였습니다.

그 외에도 흔히 말하는 '랜뽑', 즉 대전이 불리해지면 랜선을 뽑아버리는 유저도 꽤 많은 편입니다. 랜뽑을 하면 페널티는 없고, 그냥 그 대전 자체가 무산되는 식으로 결산이 되어버리는 식이거든요. 특히 연습한 캐릭터들이 계속 져서 주 캐릭터로 역습하고 있는데, 갑자기 랜뽑을 당해버리면 그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죠.




▲ 이제 좀 이겨보려니까 도망가다니 비겁하다

사실 이 문제는 대전 격투들이 온라인 매칭을 설계할 때면 으레 겪는 문제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사무라이 쇼다운'은 가뜩이나 콘텐츠도 적고, 유저 풀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죠. '사무라이 쇼다운'은 캐릭터도 16명으로 적은 편이고, 기술이나 콤보를 익히는 것보다 실제로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 실전 감각이 더 중요한 게임이라서 연습 모드보다는 실전을 바로 더 많이 하게 되는 게임입니다. 그런 만큼 유저 간 실전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 타 게임보다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셈이죠.


시리즈 부활을 선언한 '사무라이 쇼다운' 아직 갈 길은 멀다
밸런스, DLC, 고스트 개선 등 사후 관리가 다음 시리즈까지 이어지는 교량이 될 것


한 때 SNK는 시대를 풍미했다고 할 정도로 높은 위상을 가진 개발사였습니다. 지금은 그 옛날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런저런 문제들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요. 특히나 도트, 2D에 의존했던 지난 90년대, 2000년 초와 달리 3D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게 된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모습들을 너무도 많이 보여줬죠. 더군다나 기존에 자신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8방향 이동식의 3D 격투 게임들은 그야말로 팬들에게 충격과 공포, 흑역사로 남을 정도였습니다.

2010년도에 들어와서는 클래식한 2D 격투 게임의 시스템을 입힌 3D 격투 게임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그 시도는 확실히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사무라이 쇼다운'도 시리즈 전작 사무라이 쇼다운 섬에 비하면 퀀텀 점프라고 할 정도로 놀라운 발전을 보여줬거든요. 일단 언리얼 엔진을 채택하면서 고질적인 약점으로 손꼽혔던 3D 그래픽 능력이 다소 진전을 보였습니다. 여기에 시리즈 전통의 시스템을 그 틀 안에서 완벽히 구현해 클래식한 느낌을 고스란히 입히는 데에도 성공했고요.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SNK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이고, SNK의 게임을 줄곧 플레이해온 사람의 입장에서 적는 소감입니다. 그것만으로 시리즈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고 하기엔, '사무라이 쇼다운'은 아직은 반 발짝 부족한 점이 눈에 계속 들어오고 있거든요. 캐릭터 밸런스는 물론이고 그래픽도 디테일하게 살펴보면 쉐이더 처리나 머리카락 처리, 5등신에 가까운 일부 남자캐릭터의 신체 비중 등 어색한 부분들이 눈에 밟힙니다.



▲ 레트로와 비교해보았을 때 나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게 엄청 잘 만들었단 건 아니니까요

더군다나 호언장담했던 고스트 모드가 정말 변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형편없이 나온 터라, SNK의 고질적인 기술력 문제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수준을 숨기는 것보다는, 이렇게 드러내는 것이 어떤 의미로는 더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기대는 덜하게 되니까요. 그렇지만 사무라이 쇼다운이 이렇게 한 번 내놓고 끝이 아니라, DLC 등이 이미 예고가 되어있는 만큼 불안감이 엄습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이후 DLC 정책도 앞으로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유저들의 반감을 더 살지, 아니면 호감으로 변할지 달려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타 게임의 이야기지만, 시즌패스 가격이나 DLC 정책 때문에 격투 게임이라고 불리는 것조차 일부 유저들에게는 터부시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일단 사무라이 쇼다운은 현재 시즌패스1은 예약구매나 초회판 패키지 구매자에게는 그냥 일괄적으로 주는 식이었지만, 추후에 DLC는 어떤 식으로 책정할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워낙 밸런스 문제가 언급이 되다보니, DLC로 캐릭터가 추가된 이후 또 밸런스는 어떤 식으로 잡을지도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요.


이래저래 말도 많고 탈도 있긴 했지만, '사무라이 쇼다운'은 시리즈 부활을 알리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적어도 팬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들고 그 옛날 플레이했던 것과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렇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그치기에는 시리즈가 다시 한 번 가라앉을 것처럼 불안한 상황입니다. 어쨌든 격투 게임 자체가 유저 풀이 중요한데, 그때와 달리 완전 매니악한 장르로 바뀐 터라 만족스러운 유저 수를 확보하기도 어렵거든요. 거기다가 사무라이 쇼다운이 향하는 방향은 최신 격투 게임의 트렌드와는 꽤 다르기도 하고요. 그런 상황에서 시리즈 팬뿐만 아니라 다른 유저를 모으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완성도를 보였어야 하는데, 그 정도까지 갔냐고 묻는다면 조금 의문이긴 합니다. 아마 걸음으로 치자면 이제야 반 걸음 내딛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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