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게임, 중독 물질 아닌 '디지털 치료제'가 될 수 있다"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댓글: 10개 |


▲ 서울 아산병원 신경과 강동화 교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제5회 게임문화포럼'이 금일(18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블루스퀘어에서 진행됐다.

'게임 &(그리고)'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게임문화포럼은 게임&의학, 게임&교육 등 세부 주제로 게임과 연관성이 높은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대중들이 잘 인지하지 못했던 게임의 순기능과 바른 이용법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기조강연을 맡은 서울 아산병원 신경과 교수이자 주식회사 뉴냅스의 대표이사인 강동화 교수는 '게임, 치료제가 되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발표했다.

강동화 교수는 본격적인 발표를 시작하기에 앞서 '게임 중독자의 뇌와 마약 중독자의 뇌는 서로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고 밝혔던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기조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해당 발표의 논점은 게임 중독자와 마약 중독자의 뇌 모두 인간의 본능을 담당하는 영역이 활성화되어 있고,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사랑에 빠진 뇌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게임 뿐 아니라 사랑, 또는 운동 등 이런 것들에 빠지면 사람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게 된다. 그것이 앞서 말한 활동들이 매력적이라는 것이지,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며, "만물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게임도 긍정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HO의 '게임 장애(Gaming Disorder)'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질병의 여부를 진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또한, 문진이나 설문지에 의존하는 진단은 게임이용장애 진단의 오남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강동화 교수의 설명이다. 강동화 교수는 "칼은 위험한 흉기이지만 사용하기에 따라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며, "게임도 마찬가지로 사용하기에 따라 다른 것이지, 게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저는 게임을 치료제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으로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려 한다"고 말하며 강연 주제에 대한 발표를 이어갔다.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이하 DTx)라는 용어는 최근 들어 사용되기 시작한 단어다. 이 디지털 치료제로서의 요건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1)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려는 목적이 있어야 하고, 2) 고품질 소프트웨어로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3) 실제로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확실해야 한다.

강동화 교수는 DTx 개발 회사인 뉴냅스를 창업해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는 "특정한 규칙이 만든 인위적인 갈등을 해결하면서, 정량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게임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게임 사이에는 비슷한 모습이 있다"며,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적인 효과를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DTx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디지털 치료제를 구성하는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단순한 앱 형태의 소프트웨어일 수도 있고, 게임일 수도 있다. 강동화 교수는 저글링을 3개월동안 한 사람의 대뇌피질 두께가 두꺼워졌다거나, 슈퍼 마리오를 꾸준히 즐긴 사람들의 인지기능이 향상되고, 뇌에서 기억을 저장하는 부분이 두꺼워졌다는 연구를 들며 게임이 치료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DTx분야의 선두 격인 회사 Akili는 EVO라는 게임으로 ADHD 환아들의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임상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현재 미국 FDA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허가를 받게 된다면 게임으로서는 처음으로 디지털 치료제로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강동화 교수와 뉴냅스가 관심을 가진 영역은 지각학습이라는 심리학 영역이다. 지각학습은 자극에 대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자극에 대한 지각을 향상시키는 학습이다. TV에 나오는 생활의 달인이나, 한석봉의 어머니가 어두운 데서 떡을 잘 썰 수 있었던 것도 특정 감각에 대한 자극을 꾸준히 향상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 강동화 교수의 설명이다.

지각학습중에서도 강동화 교수가 집중했던 것은 시각과 관련한 부분이었다. 시각은 인간의 지각중 80%의 중요성을 차지하는 감각으로, 지각 중에서도 시지각에 대한 연구가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그는 시지각 학습 반복훈련을 통해 얻은 결과를 토대로, 시야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했다며 발표를 이어갔다.

시야장애는 뇌졸중 환자 중 20%가 겪는 증상으로, 기본적으로 뇌를 다쳐 시야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장애를 말한다. 시야에 들어온 장면을 인식해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은 뇌의 역할이기 때문에, 뇌를 다치는 것으로 시각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시야장애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치료법이 없는 상태로, 강동화 교수는 시야장애를 가진 대부분의 뇌졸중 환자는 장애를 감수하고 그저 적응하며 사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뉴냅스는 반복적인 시지각 학습을 통해 시야 장애를 치료하는 형태의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몇차례의 임상실험을 통해 실제로 시야 장애를 치료하는 데 효과를 검증했으며, 임상 실험에 참가한 한 환자는 뇌졸중 발병 후 3년 6개월만에 시야장애를 완전히 회복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현재 해당 디지털 치료제는 식약처에 확증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상태다.

강동화 교수는 "처음부터 디지털 치료제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치료제를 만들려고 했더니 공교롭게도 그 형태가 디지털이었던 것"이라며, "확증 임상 시험을 통해 효과가 검증되면 디지털 치료제로서 허가를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시야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배포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강동화 교수와 뉴냅스는 환자들이 치료 소프트웨어에 더욱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모바일 버전 또한 개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나라는 IT, 게임이 강한 나라이며, 의료 또한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 있다. 의료와 IT, 게임 분야가 결합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DTx의 발전을 통해 의료진이 게임을 처방하고, 환자들은 모바일 기기에서 이를 실행하는 것으로 치료를 하고, 또 여기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개개인의 요구에 맞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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