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 여친이 소시지라니! 그런 미래는 싫어!!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3개 |



소시지 공장 돼지들의 사랑 이야기를 게임으로 만든다? 평범한 회사였으면 기획서 첫 문단만으로 바로 시말서 준비각인데, 이걸 진짜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범상치 않은 게임만큼이나 회사 이름도 특이합니다. '외계인납치작전'.

최용찬 대표는 비(非)게임인 출신입니다. 그저 게임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일 뿐, 전문적으로 게임을 만들어 본 경험은 없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한편으로는, '아무런 편견이 없으니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올해 지스타에서 만난 가장 독특한 게임, '피그로맨스'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소재와 아트를 보고 처음엔 국내 게임사가 아닌 줄 알았어요. 먼저 개발자가 평범한(?) 인물인지부터 물어보고 싶은데요.

열정 넘치는 게이머일 뿐, 특이한 사람은 아닙니다. 게임 열심히 하던 중, 언제부턴가 스스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더라고요. 과감히 회사를 차렸고, 동화책 작가인 한담희 작가님과 인디개발팀으로 활동하던 심용보님, 허준님이 개발에 참여해주셨습니다.


회사명도 특이해요. 외계인납치작전이라니...

그냥 가볍게 만든 이름인데, 정식 명칭이 되어버렸네요. 사실, 초기 게임기획 단계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했거든요. 하지만, 당시 저는 열정만 가득할 뿐...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작전을 짜기 시작했고, 당시 작전명이 '외계인납치작전'이었어요. 외계인 수준의 기술을 가진 인재들을 납치해서 팀원으로 만드는 작전이라고 할까요. 다행히 지금 개발자 두 분과 동화 작가님 한 분을 납치(?) 성공했습니다. 앞으로도 납치는 계속됩니다.


영상만으론 어떤 장르인지 확 와닿지가 않는데... 피그로맨스가 어떤 게임인지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스토리 기반의 싱글플레이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일단 2020년 스팀에 선 출시 후, 모바일 버전도 선보일 계획이에요. 스토리를 즐기며 길을 찾아가는 퍼즐요소가 본 게임의 특징입니다. 플레이어가 수퇘지를 조종해 토막 난 암퇘지를 찾아나서는 게 주된 흐름이에요.

또, 저는 다양한 국가의 유저들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캐릭터들의 행동만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했고, 불필요한 텍스트는 최대한 자제했어요. 게임 속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관찰하여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표정과 행동만으로 이야기를 담는 찰리채플린의 마임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고요.

'피그로맨스' 공식 트레일러. 독특한 아트가 인상적.


아트나 연출 센스가 초보 개발자의 솜씨는 아닌듯 한데요. 이전에 어떤 게임을 개발했는지 궁금합니다.

피그로맨스는 저희 첫 작품이에요. 다만, 이전에 노동시장(?) 그래피티, 애니메이션, 그래픽디자인, 전시그래픽 등 다분야에서 쌓은 경험이 연출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또, 열정을 가진 팀원 분들의 경험과 능력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어요.


피그로맨스의 영상을 쭉 보고 있으면, 뭔가 웃긴데 슬픈? 그런 스토리텔링이 예상되는데요.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돼지의 로맨스를 그린 게임이에요. 간략하게 줄거리를 소개해 드리자면... 어느 날 소시지 공장으로 끌려간 암퇘지는 일곱 등분으로 잘려 사라지고, 이 광경을 목격한 수퇘지는 암퇘지를 구출하기 위해 소시지 공장 안으로 모험을 시작합니다.


시작부터 뭔가 좀 강렬한데요. 좀 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나요?

소시지공장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수퇘지 이야기 입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돼지들은 농장인부가 배급하는 소시지를 먹고 살아가고 있어요. 돼지들은 살이 찌면 불행하게도 토막 나서 소시지 재료가 되고 맙니다. 이야기는 돼지들의 삶과 죽음이 반복되는 소시지공장에서 펼쳐지죠.

그러던 어느 날, 암퇘지 한 마리가 울타리 밖으로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탈출한 암퇘지를 짝사랑 하던 수퇘지도 암퇘지를 쫓아 탈출을 시도하고요. 두 마리의 암수돼지는 자유를 찾아 열심히 도망칩니다.

농장을 지나 소시지 공장 건물을 지날 때였습니다. 암퇘지는 숨어있던 농장인부에게 잡혀, 소시지 공장안으로 끌려가 도축되고 맙니다. 수퇘지는 이 광경을 전부 목격하고 슬픔에 빠지죠. 수퇘지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암퇘지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을 하고 소시지 공장 안으로 모험을 시작합니다.



▲ ㄷㄷㄷㄷ...

이 소재로 만들고자 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소시지 공장에 갇혀 사는 돼지들의 모습을 통해 사랑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원래는 어른들이 읽는 잔혹동화책을 만들어볼까 했는데요. 책을 통한 표현력의 한계를 느끼고, 첫 작품은 게임으로 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한번 즐기는 게임이더라도, 많은 의미와 상징을 담고자 노력했어요.


캐릭터가 독창적인데, 디자인할 때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궁금합니다.

피그로맨스는 주인공 수퇘지와 암퇘지, 살이 찌면 소시지가 되는 돼지무리들과 도축업자가 세계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게임에 나오는 돼지들은 평범한 돼지라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모두 같은 모습을 띄고 있는데요. 돼지들의 몸에 절단선이 그려져 있는데, 도축업자가 도축하기 위해 그려놓은 선입니다. 결국 이곳에 살고 있는 돼지들은 살이 찌면 도축되어 소시지 재료가 된다는 거죠.



▲ 거... 거긴 안돼!!

피규어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후 피규어 상품으로 제작할 계획도 있습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국내외 인디 게임중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작품으로 어떤 게 있었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피그로맨스의 제작 방향성을 제시해준 게임은 '인사이드'(스팀), '올드맨즈 저니'(앱스토어), '사모로스트3'(스팀)입니다. 마치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감동과 여운이 남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이 게임들의 작품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피그로맨스 출시 이후 계획은?

추가 DLC로 도축업자의 이야기를 담은 스핀오프 시리즈와 수퇘지의 성장과정을 담은 프리퀄 시리즈를 게임으로 제작해 세계관을 확장시키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외계인납치작전의 목표는 피그로맨스를 스토리기반의 게임으로 브랜딩하여, 게임을 넘어 스토리를 활용한 캐릭터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출시 이 후 완성된 시나리오를 각색해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해나갈 생각이에요. 국내외 게임 어워드에 도전하고, 각종 인디게임 행사에 참여해 유저들과 함께 소통하며 제작해 나갈 것입니다. 관심을 가져주신 기자님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지금도 열심히 피그로맨스를 만들고 있으니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외계인납치작전 최용찬 대표



11월 14일부터 11월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19가 진행됩니다. 현지에 투입된 인벤팀이 작은 정보 하나까지 놓침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벤 지스타 2019 뉴스센터: https://bit.ly/2plxE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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