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요코오 타로 "가식과 허영? 시노앨리스에는 정답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뷰 | 허재민 기자 | 댓글: 20개 |



현실의 잔혹하고 어두운 부분을 조명하고 가식 없이 게임에 담아내는 요코오 타로 디렉터. 그의 게임은 언제나 비극으로 치닫는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게임 속 캐릭터가 스스로 원했던 바를 이루었다면 해피 엔딩이 아니겠느냐는 그의 철학을 생각해보면 마냥 비극이라고는 하기 어렵기도 하죠. 그의 게임은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어둡고 잔혹하다고 생각되면서도 또다시 생각해보면 그래서 현실적이라고 다가오기 때문에 매력적입니다.

요코오 타로 디렉터가 개발에 참여해 화제가 됐던 '시노앨리스'는 모바일 RPG입니다. 동화 세계관을 기반으로 앨리스, 백설공주,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등 다양한 동화 캐릭터가 등장하죠. 물론 요코오 타로 디렉터의 게임답게 캐릭터들은 모두 어딘가 뒤틀린 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자 이유는 다르지만 단 하나의 목표, 작가를 부활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전투해나가죠. 게임의 가챠부터 길드전까지 모든 요소는 스토리에 충실하게 구성되어있는데, 각 캐릭터가 연합한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한 15 대 15 길드전이 주요 콘텐츠로, 매일 일정한 시간에 한 번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첫 모바일 게임 개발에 참여한 요코오 타로 디렉터는 어떻게 모바일 게임 속에 그의 철학을 담아냈는지, 그리고 동화에 대한 그의 생각은 무엇인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요코오 타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Q. 시노앨리스 개발 초반 단계에서 기획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모바일 게임인 만큼 접근 방식이 달랐을 것 같아요.

모바일 게임 개발은 솔직히 잘 모릅니다. 따라서 기본적인 게임 설계에 대해서 확인한 다음, 저는 아트 및 세계관, UI 등 '외형' 중심으로 설계했습니다. 그후 운영 및 전투 등의 게임 밸런스에 대해서는 모두 젊은 스탭들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젊은 스탭들에게 권한을 넘기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꼰대'들이 언제까지나 지휘하는 현장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Q. 시노앨리스의 일본 버전을 먼저 플레이해봤는데, 캐릭터마다 가지고 있는 스토리를 보니 어릴 적에 들어본 '진짜 신데렐라 이야기'와 같은 괴담이 떠올랐어요. 신발에 발을 맞추기 위해 발 뒤꿈치를 잘랐다던가 하는. 시노앨리스의 캐릭터 스토리를 구상할 때 이와 같은 괴담도 참고했는지 궁금합니다.

원작에 대해서 여러모로 조사했습니다만, '신발에 발을 맞추기 위해서 발뒤꿈치를 잘랐다'라는 에피소드는 처음 들었습니다… 왠지 아플 것 같네요. 저는 이런 계열의 아프거나 무서운 이야기는 좀…





Q. 유독 고전 동화는 잔혹한 버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은것 같습니다. 동화가 자주 잔혹함과 연관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요코오 타로 감독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동화가 만들어진 시대는 지금보다 가난하고 가혹한 시대였다고 생각합니다. 동화는 그러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시대를 거치면서 스토리의 비하인드에 있는 원래의 잔혹함이 표현된 것이 아닐까요? 라고 제대로 써봤는데... 실제로는 '귀여운 동화를 잔혹하게 표현하면 틈새시장을 통해 잘 팔리지 않을까?'라는 비즈니스적인 이유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시노앨리스에서 길드전, 가챠와 같은 모바일 게임의 정형화된 구성요소들을 뻔하지 않게 담기 위해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길드전, 뽑기 시스템 등 게임 요소는 저에게 의뢰가 오기전부터 결정되어 있었던 사항입니다. 따라서 그에 맞추기 위한 형식으로 설정 및 캐릭터를 생각 했습니다. 서로 처치하고 무기를 뽑고 다시 서로 처치하고… 이러한 세계는 비뚤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뚤어진 캐릭터가 되어 버렸습니다만, 잘 생각해보면 현실 세계와도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시노앨리스 스토리는 '흔한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아하하!



Q. 요코오 타로 감독은 가식과 허영없이 어두운 소재를 다뤄 팬층이 두텁습니다. 시노앨리스에서도 어두운 요소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함부로 다루기 어려운 소재들(가령 살인이라던가 근친상간과 같은)을 다룰 때 어떻게 접근하는지,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만, 대략 말씀드리면 '이 세계에 정답따윈 존재하지 않아'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하고 있습니다.


Q. 작년 GDC에서 '자유로움'과 관련한 강연을 직접 들었는데, 모바일 게임에서도 '자유로움'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시노앨리스는 어떤 의미의 자유로움을 담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엔딩을 기대해주세요! (라고 말해두면 어렵게 답하지 않고 끝나겠지요?)


Q. 이전 시노앨리스 인터뷰에서 '남자 캐릭터'가 싫다고 언급했었는데, 그럼에도 좋아하는 게임 속 남자 캐릭터가 있다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궁금했는데, 외형은 여잔데 설정은 남자인 애매한 캐릭터도 있는데, 이런 캐릭터도 싫어하는 편인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남자 게임캐릭터중에서 좋아하는 캐릭터는… 정말로 떠오르지 않네요... 굳이 말씀 드리자면 마블 슈퍼 히어로즈에 나오는 '슈마고라스'정도겠네요. 남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외형이 여자라면 그 실체는 남자라도, 심지어 에어리언이라도 좋습니다.





Q.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은지, 어떤 주제를 다뤄보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아이디어가 없습니다만, 아동 학대를 방지할 수 있는 게임에 대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만들고 싶습니다. 혹은 성인 영화 감독을 하고 싶습니다.


Q. 시노앨리스로 시리즈 확장이 이루어진다면, 요코오 타로 감독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떤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으신가요?

시노앨리스는 길드전 중심의 모바일게임에 특화하여 디자인되어 있기에 다른 장르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그다지 없습니다. 음, 만약 만든다고 한다면 아날로그 카드게임 정도이겠지요. 서로 처치한다는 설정과 상성이 좋을 것 같네요.



Q. 마지막으로, 플레이어들이 '시노앨리스'를 통해 어떤 경험을 하길 바라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게임은 무한한 자유가 있습니다. 게임을 집중해서 플레이하는 것도 좋고, 캐릭터 굿즈를 모으는 것도 좋겠고, 바로 언인스톨하고 잊어버려도 좋습니다. 여러분께서 자유롭게 경험해주세요. 여러분들이 즐기실 다양한 미래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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