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장수만세! '제2의 도약' 꿈꾸는 온라인 게임들

기획기사 | 정재훈 기자 | 댓글: 39개 |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머나먼 바다로 떠나는 항해와 비슷하다 볼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자신의 일을 딱 해야 하고, 선장은 목적지를 잘 알아야 하며, 항해사는 방향타를 놓지 말아야 하죠. 때로는 식량이 떨어질 수도 있고,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나 좌초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중간에 엎어지는 개발 프로젝트도 무수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목적지에 닿게 되면, 성공적으로 게임을 출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온라인 게임'이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건 아주 끝도 없는 항해입니다. 목적지에 닿았다고 안도할 수가 없습니다. 계속해서 성과를 내려면 서비스가 종료되는 그 순간까지 항해를 이어가야 하죠. 그래서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과정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죠.

10년 전만 해도 PC 온라인 게임 시장은 전국시대를 방불케했습니다. 한 달에도 수많은 온라인 게임이 런칭했고, 또 그만큼의 온라인 게임이 사라졌죠. 하지만 게임 시장의 헤게모니가 '모바일'로 넘어온 지금, PC 온라인 게임은 도전만으로도 대단한 분야가 되어버렸습니다. 크래프톤의 '에어'가 괜히 기대받는게 아니죠. 수년째 서비스중인 게임들도 힘겨워하는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몇몇 온라인 게임은 대형 업데이트를 이어가며 재도약을 노리고 있습니다. PC 온라인 게임의 절정기에 출시되어, 아직까지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는, 나아가 더 큰 확장을 노리는 온라인 게임들을 꼽아 보았습니다.



아키에이지 (만 6년 5개월 서비스)
12번째 능력, '암투'로 더 넓어진 직업 선택의 폭.




지난 5월 30일, 아키에이지의 12번째 능력인 '암투'가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12가지 능력 중 세 가지를 정해 구성되는 아키에이지의 직업 시스템 상 기존의 165종에서 55종이 늘어 총 220종의 직업이 완성되었죠.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업데이트의 주기입니다.

최초, 2013년에 아키에이지가 서비스될 때 유저가 고를 수 있는 능력은 열 가지였습니다. 그리고 6년이 지나 11번째 능력인 '증오'에 이은 12번째 능력 '암투'가 등장헀죠. 단순히 그래프를 그리면 2016년 즈음 '증오'가 추가되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오키드나의 증오' 업데이트로 증오라는 개념 자체는 2016년에 추가되었지만, 아예 새로운 능력으로 개편되어 합류된 것은 고작 작년의 일입니다. 그리고, 1년 만에 새 능력이 공개된 것이죠.



▲ 직업 참 많다...

지금까지 이르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아키에이지는 분명 힘든 세월을 겪었고, 한때는 모 유제품업체와 비교되는 멸칭으로 불리는 등 수난의 시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고 판단된 상황에서도 꾸준히 유저와의 소통을 시도하고, 업데이트 주기를 당기면서 재도약의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아키에이지는 전성기의 모습에 비하면 손색이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엑스엘게임즈가 아키에이지를 놓지 않았고,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갈 것이란 의지를 보인 이상, 앞으로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게임이 오래 서비스되다 보면 이런 것쯤은 다 생깁니다.

그러고보니 기자가 아닌 '게이머'로서의 저에게도 아키에이지는 꽤 즐거운 게임이었습니다. 은사시나무를 얼마나 털어댔는지... 그냥 가기 죄송해서 장미꽃 한 송이 놓고 왔는데 잘 받으셨나 모르겠네요.




블레이드&소울 (만 7년 서비스)
어느새 12번째 직업. 고속성장 이용권으로 부캐라도 상관없다.




테라, 아키에이지와 함께 2010년대 초 국산 MMORPG의 3대장 중 하나였던 '블레이드&소울'도 어느새 7년차를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그 7년의 세월동안, '블레이드&소울'은 수평적, 수직적 업데이트를 거듭해왔습니다. 게임이 나무고, 업데이트가 가지와 나뭇잎이라고 친다면, '블레이드&소울'은 줄기가 튼튼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그러니 가지와 나뭇잎이 풍성해짐에도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었죠.

하지만 무난한 업데이트로는 수명 연장은 노릴 수 있으나 재도약을 노리기는 힘듭니다. '블레이드&소울'의 재도약은 작년 9월 이뤄진 '각성 업데이트'를 기점으로 시작되었죠. 가을에 맞춰 단풍이 드는 것처럼, 새 시대에 맞춰 완전히 게임을 재정비한 겁니다.

나아가 새로운 직업인 '궁사'까지 추가되었습니다. 사회에서 인정받으려면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가지라는 말을 의식한 듯 '블레이드&소울'의 직업은 여태 전부 '사'자 돌림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군요. 부모님께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판검사는 못됐지만 궁사검사기공사는 됐다고 말이죠.




앞서 말한 '아키에이지'가 재도약을 위한 힘찬 도움닫기를 이어가는 형국이라면, '블레이드&소울'은 그간 모아놨던 이미 도약의 발을 내딛었습니다. 7년. 짧은 세월이 아니죠. 하지만 지금의 모양이라면, 7년도 짧을 수 있습니다. 그렇잖아요. 십수년, 20년 서비스한 게임 앞에서는 7년이 별로 긴 세월이 아닙니다. 지금의 성세도 '블레이드&소울'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거점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캐릭터 다 키워놨는데 궁사는 또 언제 키우나 하는 걱정은 잠시 접어두셔도 좋습니다. 55레벨 이상 캐릭터가 있다면 캐릭터 슬롯 추가 이용권과 함께 고속 성장 이용권을 무료로 배포하는 이벤트를 진행중이니까요.




검은사막 (만 4년 6개월 서비스)
자체 서비스, 이제 거칠 것이 없다.





오늘날, '검은사막'은 국산 MMORPG의 기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4년 말 오픈베타를 시작하고, 아직 만 5년이 지나지 않았습니다만,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해외 서비스까지 진행하고 있지요. 국내 유저들에게는 딱히 와닿지 않겠지만, 실제로 해외에서 검은사막의 인기는 대단한 편입니다.

물론, 그 5년의 세월 동안 온갖 문제도 있었습니다. 앞서 서문에서, 게임의 개발 및 서비스 과정은 마치 항해와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검은사막 또한 풍랑과 암초를 비켜가진 못했습니다. '빨코게이트'와 히든 스펙 논란 등 굵직한 재해를 겪었죠. 그럼에도 견뎌내며 이 자리에 이르렀습니다.

꽤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검은사막'은 기획 단계부터 흔히 말하는 '메타'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인스턴스 던전이 없고, 포탈과 빠른 이동 시스템도 없으며, 과금을 통한 상위권 진입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나쁘게 보면 시대를 역행하는 모습이었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는 시대를 앞서간 게임으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이었죠. 그리고 검은사막은 성공적인 서비스와 흥행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30일, 오랜기간 동고동락해온 '카카오'와 결별하고 펄어비스가 자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검은사막은 마치 긴고아를 푼 손오공처럼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자체 서비스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엔, 걱정 반 기대 반이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가 시작되고 나니 이슈에 대한 대응도 빨라지고, 해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진짜 유저가 원하던 소통을 시행하면서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죠.



▲ 사측과 유저측 모두가 만족했던 간담회

그에 맞춰 18번째 플레이어블 클래스인 '샤이'도 추가되었습니다. 오픈베타 당시 4종에 불과했던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이제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났죠. 비록 업데이트 순서에 대해서는 말이 좀 있지만, 이 정도면 굉장히 빠른 업데이트 속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샤이로 해괴한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유저들도 생겼지만 금새 업데이트로 막아버렸습니다. 대응이 굉장히 빠릅니다.



▲ 눈동자 색 다르게 못합니다.

'아키에이지'가 도약을 준비중이고, '블레이드&소울'이 도약 중이라면, '검은사막'은 이미 도약을 이뤄낸 상태입니다. 다만 그대로 쭉쭉 날아 하늘까지 갈지, 혹은 끈 떨어진 연처럼 부유하다 추락할지는 펄어비스가 지금과 같은 좋은 대유저 정책을 견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로 보입니다.




번외편: 패스 오브 엑자일 (만 5년 8개월 서비스)
'한국서비스'로 도움닫기, 4.0에서 뛰어오를까?




마지막으로 물건너 뉴질랜드에서 온 게임 이야기를 해봅시다. '패스오브엑자일'은 지난 5월 30일 한국 서버를 프리오픈했지만, 정식 서비스는 2013년 10월에 시작했습니다. 무려 6년째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는 게임이지요. 하지만 한국 서버 오픈 전, 국내에서 패스오브엑자일은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몇몇 그런 게임들이 있습니다. '워프레임'이나 '이브 온라인'처럼 국내에서 골수 플레이어는 있지만, 대세는 되지 못하는 외산 게임들입니다. 이 게임들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어렵다'. '리그오브레전드'나 블리자드의 게임들은 외산 게임임에도 국내 게임시장에서 대세를 이뤘습니다. 발을 디디기가 쉽거든요. 설명도 잘 되어 있고 배우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게임들은 다릅니다.



▲ 보는 순간 질리는 패시브 노드

마치 심연의 망망대해 속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것 같죠. 하지만 게임에서 '어렵다'라는 개념은 다르게 풀이하면 이렇게 됩니다. '깊이가 있다'. 이말은, 게이머들이 게임에 적응할 수 있는 계기만 마련된다면, 유저수 유지가 된다는 뜻입니다. 국내 서비스 이전, '스팀' 통계를 통해 잡히는 '패스오브엑자일'의 활성 유저 수는 8만 여명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스팀을 통하지 않고 플레이하는 유저도 있으니 적게 쳐서 20%만 스팀을 통해 플레이한다고 가정하면, 약 40만의 활성 유저 수를 확보한 셈이죠.

그리고 한국 서비스와 동시에 접속한 국내 유저가 10만 명입니다. 순식간에 총 유저 수의 20%가 늘어난 셈이죠. 물론 이 중 상당수는 잠재 이탈 유저겠지만 서비스 6년차 온라인 게임으로는 무척 고무적인 수치입니다. 카카오는 게임 서비스 이전, 과금 모델을 기존 서버와 동일하게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굳이 무리수를 던지지 않고 고스란히 서비스만 맡겠다는 뜻이죠.




이렇게 패스오브엑자일은 한국 시장이라는 제법 큰 디딤돌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더 깊은 게임이 될 수 있는 찬스를 잡은 것이죠. 4개월에 한 번. 패스오브엑자일은 서비스 이후 쉬지 않고 꾸준히 업데이트를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흥행이 그 꾸준함을 더욱 굳건히 해줄 응고제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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