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넷마블의 다음 목표 '지능형 게임', 시작은 그래픽 혁신이다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9개 |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 시대를 준비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넷마블의 발 빠른 시장 대응은 지난해 세계 앱 퍼블리셔 순위 3위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 대응이 앞으로의 넷마블까지 장담할 수는 없다. 올해 2분기 넷마블의 영업이익은 33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6%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넷마블이 어닝쇼크를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변화한 시장에서 넷마블은 '지능형 게임'으로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능형 게임의 개념은 지난해 NTP에서 넷마블 방준혁 의장에 의해 등장했다. 당시 방준혁 의장은 지능형 게임이 "이용자 패턴을 학습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를 최대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설명했다.

넷마블의 지능형 게임 동향이 최근 시그라프에서 공개됐다. 시그라프는 그래픽 기술 세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학회다. 이 자리에서 넷마블은 그래픽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기술을 발표했다. 그래픽을 통해 유저에게 더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시그라프에서 넷마블의 그래픽 기술을 발표한 오인수 실장을 만나 더 자세한 소개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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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마블 인공지능 연구소 마젤란실 오인수 실장

간단한 소개와 넷마블 내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 2002년부터 게임을 개발했던 프로그래머다. 주로 서버 파트를 맡았다. 앤파크에서 일하다 넷마블 식구가 된 이후로 쭉 함께하고 있다. 주로 만든 게임은 '마구마구'와 같은 스포츠류 게임이다. 작년 넷마블 산하에 인공지능 전담 기구가 생긴 뒤로는 마젤란실 실장으로 부임해 지금까지 개발 작업을 해오고 있다.


넷마블의 마젤란실은 무슨 일을 하나?

= 마젤란실은 게임 개발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한다. 더불어 게임사는 유저 성향에 맞는 적합한 콘텐츠를 어떻게 줄지를 고민하는데, 이 방법도 고민한다. 이번 시그라프에서 발표한 것도 게임 개발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시그라프에서의 발표를 소개하면, 음성에 기반한 인공지능 기술이다. 우리는 이 기술을 '멀타넷'이라 부른다. 멀타넷은 특정 음성에 알맞은 입 모양을 손쉽게 연출하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 에이전트'로 불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중에게 익숙한 알파고처럼 게임 플레이를 대신하는 인공지능이다. 에이전트를 게임 테스트와 밸런스 조정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인공지능을 통해 게임 개발 효율을 높인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 게임 제작에 있어서 얼굴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대사마다 입 모양을 맞춰줘야 한다. 그동안은 애니메이터가 입 모양에 맞게 하나하나 작업을 했다. 다만, 게임 애니메이션은 최적화 등을 이유로 굉장히 제한적이다. 실제 사람의 입 모양은 많은 근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영화 애니메이션에서 근육과 게임 애니메이션의 근육 개수가 다르다. 그만큼 게임 애니메이터는 적은 근육을 가지고서 적합한 입 모양을 연출해야 해서 더 힘들다.

이번에 넷마블이 시그라프에서 공개한 멀타넷은 음성만 있으면 자동으로 적합한 입 모양을 만드는 기술이다. 멀타넷은 고전적인 방법으로 2~3일 걸릴 것을 하루 몇 시간 이내로 기초작업을 만들어낸다. 애니메이터는 멀타넷이 만든 기초작업을 토대로 디테일을 살려낸다. 인공지능을 통해 작업 공수를 크게 줄이는 것이다.


시그라프에서의 성과가 궁금한데.

= 먼저 시그라프는 그래픽 계에서 절대 권위를 갖는 학회다. 넷마블은 시그라프에서 논문을 내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논문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이다. 국내 게임사의 논문이 통과된 건 지난해 엔씨소프트 2건 정도인 것으로 안다. 또한, 시그라프는 발표를 아무 곳이나 시켜주지 않는다. 시그라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벤트가 그래픽 업계에서는 브랜드가 된다.



▲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음성에 맞는 입 모양을 자동으로 만든다

멀타넷에 대해 상세히 소개한다면?

= 음성 기반으로 얼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건 작년 초 엔비디아가 발표한 바 있다. 다만 개별 1인의 음성을 데이터로 학습하기 때문에 목소리 당사자의 얼굴만 만들 수 있다. 반면, 우리는 14명의 음성을 동시에 학습해 얼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할 수 있다. 개인으로 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다양한 표정을 더 안정적으로 연출한다. 다수 데이터의 평균값으로 나타내니까 더 자연스러운 표현이 가능하다.


최근 개봉한 '라이언킹'은 100% CG라 알고 있다. 영화에 등장한 동물들의 입 모양도 멀타넷으로 만들 수 있나?

=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얼굴에서 입 모양을 구성하는 특징점을 동물 근육에 매칭하면 되니까.


멀타넷은 어떻게 활용될까?

= 멀타넷의 핵심은 직접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거다. 넷마블 게임인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크로스'처럼 많은 컷씬이 있거나 대화형 게임에 쓰일 수 있다. 캐릭터 수집형 게임은 디테일이 중요하다. 캐릭터의 머리카락 움직임이나 옷의 물결이 얼마나 사실적인지를 평가하는 유저도 있다. 더빙의 디테일은 캐릭터 입 모양에 있다. 캐릭터가 단순히 뻐끔뻐끔거리는 게 아니라, 한국어의 "안녕하세요"와 영어의 "hello" 입 모양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 유저가 게임에 애정을 갖도록 하는 디테일이다.


미젤란실에서 연구 중인 '인공지능 에이전트'에 대한 소개도 한다면.

= 알파고처럼 유저 플레이를 학습하는 프로그램이다. 플레이어처럼 게임을 테스트하거나 밸런스 조정하는 데 쓰인다. 만약 게임 테스트를 실제 사람이 한다면, 한판 한판마다 시간이 걸린다. 물리적인 시간과 함께 사람마다 인건비도 든다. 100명의 테스터로는 한 번에 100개의 테스트 결과밖에 얻지 못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통하면 횟수 제약 없이 수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인건비 절약은 물론이다. 예로 특정 캐릭터의 공격력을 1 올리는 밸런스 테스트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패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사람을 통해 확인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인공지능 에이전트는 1단위는 물론 0.1단위로까지 밸런스 테스트를 원하는 만큼 돌릴 수 있다. 더 정교한 밸런스 패치를 기대할 수 있다.


형제 격인 콜럼버스실에서는 어떤 연구를 하는지.

= 전 세계적으로 쌓은 680만 MAU를 통해 최적의 서비스 콘텐츠를 제안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회사 차원에서는 마케팅 양상까지 분석한다. 유저 입장에서 가장 와닿는 것은 매크로 유저 추적일 것이다. 기존 매크로 유저 추적은 룰 기반 인공지능을 사용했는데, 이를 머신러닝으로 대체했다. 기존 룰 기반은 규칙을 업데이트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유형의 매크로 유저 대응은 늦었었다. 자체 평가로 머신러닝 대체 이후 매크로 유저 제재는 40% 이상 올랐다고 평가한다.



▲ "넷마블 인공지능 기술은 유저가 게임에 더 애정을 갖도록 한다"

넷마블의 인공지능 로드맵이 있다면?

= 넷마블은 모바일 시대에 사업 변화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었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해서는 비전을 갖고 '지능형 게임'이라는 큰 카테고리를 보고 있다. 넷마블 3.0 계획으로도 부른다. 지능형 게임을 소개하면, 유저의 성향을 파악해 더 큰 재미를 주기 위한 작업이라고 소개할 수 있다. 지능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준비되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공개하거나 상품으로 만들 계획이 있나?

= 사업화는 검토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기술을 다듬는 단계다. 현재는 일차적인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넷마블의 다음 목표인 지능형 게임이란 무엇일까?

= 결국 게임은 유저에게 재미를 줘야 한다. 유저마다 성향이 다르고 게임 숙련도가 다른데, 지능형 게임은 이를 고려해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유저 수준에 맞춘 난이도 조정과 성향에 따른 콘텐츠를 만드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바보스럽게 콘텐츠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현재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 팀이 '스타크래프트2'에 인공지능을 도입한 것으로 안다. 유저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인공지능인지 실제 사람인지 직접 확인할 수 없다. 완전한 비교는 아니지만 '스타2'에 도입한 인공지능처럼 실제 사람과 같은 상대를 붙여주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지능형 게임과 비슷하다.

우리의 목표는 유저가 인공지능 콘텐츠라는 걸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드는 거다. 만약 인공지능 상대를 붙였는데 유저가 AI인 것을 눈치채면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유저 플레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지능형 게임을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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