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도전 끝 값진 성공! '5민랩'과 토이 클래시의 VR 도전기

게임뉴스 | 정재훈 기자 | 댓글: 1개 |


VR에 가장 맞는 게임은 무엇일까?

VR 콘텐츠 시장이 열린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 반복되는 질문이자, 업계인들의 과제다. 지금이야 '슈팅'이 가장 잘 맞는 게임으로 굳어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이 '슈팅'마저 이제는 '너무 흔한 장르'가 되었다. 마치 모바일 게임시장 초기에 '애니팡'이 득세하자 비슷한 구조의 3링크 퍼즐게임이 쏟아지던 시절 같다고 해야 할까? 더 알맞은 장르, VR이라는 플랫폼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 디자인의 발견은 업계인들에게 있어 어딘가 있지만 보이지 않는 금덩이를 찾는 일과 같다. 먼 과거는 아니지만, 시장이 처음 열렸다 볼 수 있는 작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박문형 대표의 '5민랩'또한 이 길을 찾아가는 수많은 개척자 중 하나다. '스네이크 VR'로 전초전을 마치고, 지난 1월, '토이 클래시'라는 이름의 라인 오펜스형 게임으로 VR 시장에 정식 출사표를 던진 '5민랩'과 박문형 대표. NDC 2017의 마지막 날. 지난 1년간 숨 가쁘게 달려온 그들의 개발기를 들을 수 있었다.



▲ 5민랩 박문형 대표


■ 2016년 4월. VR 콘텐츠 시장의 시작.

때는 작년 이맘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년 한 해는 VR 시장의 '원년'이라고 불러도 좋을 한 해였는데, 이유인즉 현재 메이져로 불리는 세 종의 VR HMD인 '오큘러스', 'HTC VIVE', 그리고 'PS VR'이 모두 출시된 한 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문형 대표의 시선은 이 '메이져 HMD'를 향하지 않았다. 그는 조금 더 이른 시점에 등장한 '모바일 VR'에 초점을 맞췄다.



▲ 시장이 제대로 열리던 그 순간

작년 3월, 그는 간단한 VR 게임인 '스네이크 VR'을 출시했다. 콘텐츠 시장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했지만, 대표적인 모바일 VR 장치인 '기어 VR'의 보급률은 예상 이상으로 좋았다. VR이라는 신문물이 품고 있는 환상에 10만 원 정도라는 비교적 싼 가격이 함께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였다. 박문형 대표는 모바일 VR 시장의 장래가 밝다고 생각했고, 100여 종의 간단한 앱만이 존재하는 '기어 VR 마켓'에 제대로 된 VR 게임을 내놓기로 했다. 곧, 그는 새로운 게임의 개발에 착수했다.

먼저 짚고 넘어갈 문제가 하나 있었다. 모바일 VR 장비는 3축 자이로 센서를 사용한다. 메이져 HMD가 6축 센서를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그 정밀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컨트롤러'도 없었다. 기어 VR에서 사용자가 무언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수단은 HMD 오른쪽에 있는 작은 터치패널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비교적 시선의 흔들림이 적고, 최소한의 조작만으로 플레이 가능한 '타워 디펜스'류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 비교적 낮은 성능의 트래킹 센서도 고려해야 했다.


■ 수없이 날아드는 고비들, 그리고 타협과 조절

하지만 개발 단계에서 그들을 기다린 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수많은 고비였다. 처음 박문형 대표는 종스크롤 형태의 전장을 만들고, 이 안에서 '박스' 형태의 오브젝트들이 투닥거리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문제는 '종스크롤'이라는 전장의 방향이었다. 입체감과 가시성이 처음 예상했던 수준보다 현저히 떨어진 것이다.



▲ 따라오는 입체감과 가시성의 문제

그래서 전장의 구조를 횡스크롤로 바꾸었더니, 이번에는 시야 중앙의 오브젝트는 잘 보이지만, 시야 외곽의 오브젝트는 잘 안 보이는 현상이 일어나 버렸다. 결국, 그는 고민 끝에 게임의 기본 무대가 될 전장을 곡선으로 구부렸다. 최근 많이 보이는 곡선형 모니터의 이점이 모니터의 어떤 지점이더라도 눈과의 거리가 같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 또한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장을 곡선으로 구부리고, 가시성이 확보되는 영역 안에 두려다 보니 전장의 크기가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게임의 재미를 일정 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박문형 대표는 이 점을 두고 아직도 아쉬운 점 중 하나라 말했다.

무대를 만들고 나니, 무대에 나서 싸울 '유닛'도 문제가 되었다. VR은 두 렌즈에 각각 다른 상이 맺히는 스테레오스코픽 타입의 비주얼이 재생된다. 두 눈 사이의 위상 차이가 있기 때문에 거리감이 완전히 달라지고, 이에 따라 원근감이 생기는 건데, 별생각 없이 유닛의 잠정적 크기를 1미터로 설정해 버렸다. 그러다 보니 이 유닛을 제대로 보려면 무대의 거리를 5미터 밖으로 설정해야 했고, 5미터가 넘어가 버리니 두 눈 사이의 위상 격차가 좁아져 입체감이 소실되어 버렸다. 시간에 쫓겨 게임은 이대로 출시되었지만, 박문형 대표는 이 문제를 곧 업데이트로 해결할 것이라 덧붙였다.



▲ 해결했지만 전장의 크기를 잃고 말았다.

앞서 기대에 차 세웠던 계획들도 수정되었다. 그의 예상과 다르게, 모바일 VR 시장은 크게 흥하지 못했다. '신기함'에 기대 기계를 산 유저들은 많았지만,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시장 때문인지 계속 플레이하는 유저의 수는 많지 않았다. 결국, 박문형 대표는 게임의 방향을 싱글 플레이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 UI부터 최적화까지... 쌓이는 노하우

물론 개발 과정이 오류나 고비와의 싸움만으로 얼룩진 것은 아니었다. 박문형 대표와 5민랩은 개발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위기를 넘기며,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다. UI 디자인부터 말하자면, 전장에 별도의 UI를 넣자니 VR의 느낌이 살지 않고, 그렇다고 UI를 없애자니 게임 정보를 알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다. 기어 VR의 컨트롤 방식은 버튼 단 하나였기 때문에 섬세하고 직관적인 컨트롤이 가능해야 했다. 유닛 배치부터가 문제였다. 고민 끝에 박문형 대표는 UI를 전장에 녹이는 형태를 고안해냈다.



▲ 조작 방식은 가장 'VR'답게

'토이 클래시'의 주 플레이 수단인 유닛과 마법은 모두 전장 안에 별도의 형태로 존재한다. 컨트롤 방법은 이것들을 끌어다 전장에 놓으면 된다. '기어 VR' 전면에 부착해 손가락의 움직임을 읽는 '립모션'을 이용해 보려 했지만, 손등이 손가락의 움직임을 가려 버려 실패했고, 유닛과 마법의 위치 배치 또한 몇 번의 수정 끝에 최대한 목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구도로 배치했다.

개발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한 가지 더 말하면, UI의 '크기'를 말할 수 있다. 박문형 대표는 VR 환경에서는 UI의 크기가 진짜 상상 이상으로 커야 한다고 말하며, 매우 크다고 생각할 크기도 막상 게임 내에 들어가면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 장비의 해상도도 결부되어 있는 문제인만큼, 언젠가는 해결될 사안

'최적화' 과정은 모바일 VR이라는 플랫폼 특성상 빠질 수 없는 과정이었다. 개발팀은 최대한 프로세스 요구량을 줄이기 위해 직접 노출되지 않는 에셋 뒷부분을 모두 잘라내고, 먼 거리의 물체는 2D스프라이트로 해결했다. 렌더링 또한 해상도 그대로 하지 않고, 렌더 스케일을 줄여 80%로 작업한 후 이를 확대했으며,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계단 현상은 하드웨어에 딱 맞는 2X 수준의 안티얼라이징을 적용했다.


■ 좋은 평가, 아쉬운 마음

'토이 클래시'의 반응은 예상 이상으로 좋았다. 여러 상을 받았고, 평균 플레이 시간도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박문형 대표는 이와 같은 좋은 반응의 비결로 '플레이 테스트'를 말했다. 박 대표와 그의 팀은 정말 여러 번의 플레이 테스트를 거쳤고, 이 과정에서 찾아낸 불편 사항들과 오류들은 온전히 5민랩의 노하우로 치환되었다.



▲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성과가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가장 아쉬운 점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VR 시장의 발전 속도가 현저히 느렸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앞서 언급한 기술적 아쉬움과 함께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게임의 재미를 확실히 살려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렇게 박문형 대표는 '토이 클래시'의 개발기 발표를 끝냈고, 앞으로 이어질 VR 시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짧게 말한 후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통상적인 개발기. 즉 '포스트모템' 강연과는 꽤 차이가 있는 내용이었다. 대부분의 개발기 강연은 굉장한 성공을 거둔 작품을 소재로 들고 와 본인들이 얼마나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했는지 말하는 내용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 아쉬운 점에서는 더 많은 것을 배운다

하지만 박문형 대표의 발표는 이에 비하면 꽤 소박한 편이었고, 더러 벌어진 실패에 대해서도 깔끔히 인정했다. 절대 그의 스튜디오와 팀원들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VR 업계 구성원들은 '개발자'이면서 동시에 '탐구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때론 실패를 겪는다 해도, 더 나은 내일을 바라보며 다시 일어나는 이들이다. 박문형 대표는 그 사이에 있었다. 그리고 5민랩의 구성원들 또한 그렇게 또 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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