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퀀틱 드림이 선보이는 또 다른 휴먼 드라마" -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리뷰 | 양영석 기자 | 댓글: 7개 |

인간과 기계의 갈등은 이제 제법 자주 다뤄지는 주제이지만,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도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수많은 가정이 등장하기도 하고요. 로봇의 3원칙 따위는 낡은 것으로 취급하고 인간을 공격하여 자유를 추구한다던가, 원칙을 왜곡해서 인간을 제압하고 격리시키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죠. 여전히 인간을 도와주는 존재이지만 자아를 찾으면서 독립을 하는 모습도 보이고요. 갈등의 원인도 여러 가지고, '감정'이 주로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주제입니다.

'헤비 레인', '비욘드 투 소울즈'로 인터렉션 게임의 명가임을 입증한 퀀틱 드림이 이런 멋진 주제를 신작의 소재로 선택했을 때, 정말 기대가 많이 됐습니다. 그동안의 게임쇼에서는 그저 프레젠테이션이나 영상만 등장해서 아쉬웠는데, 마침내 이번 TGS2017에서 시연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데모엔진에서 시작된 퀀틱 드림의 신작,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입니다.



TGS2017 에서 시연이 가능했습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기존에 퀀틱 드림이 선보였던 '비욘드 투 소울즈'나 '헤비 레인'과 비슷합니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는 행동과 대화를 특정 분기나 지역마다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있고, 이에 따라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인터렉션이 중요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죠.

이번 TGS 시연 버전은 2016년 e3에서 등장한 영상과 동일합니다. 디트로이트 시내 옥상에서 인질극이 벌어진 상황, 사이버 라이프 소속의 협상자 '코너'가 현장에 도착합니다. 코너의 목적은 당연히 인질로 붙잡힌 소녀를 구출하는 것이죠.


플레이어는 코너를 조작하면서 다양한 정보들을 수집할 수 있고, 주변 인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조작 자체는 어렵지 않고, 주변을 조사할 시간도 어느 정도 주어집니다. 대신 너무 지체하게 되면 상황이 변화할 수도 있고요. 저는 플레이하면서 보지 못한 장면이었는데, 옆에서 시연하는 다른 기자의 상황은 못 보던 요원이 총을 맞고 쓰러지는 상황에 있고 막 서두르라고 소리치더군요.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은 미국 과학수사극 N모 드라마 같습니다. 하나의 증거에서 여러 가지 자료와 상황을 파악한 후, 마치 과거로 시간을 돌려보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총을 맞고 사망한 피해자라면, 어디에 몇 발을 맞았는지 파악하고 안구를 확인해 사망 이전에 무슨 행동을 하고 있었나 돌려보는 거죠. 그리고 그 상황을 돌려보면 또 다른 단서들이 나옵니다. 이 단서들과 증거, 자료들을 수집하면서 계속해서 이 사건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고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갈 수 있죠.



이런식으로 조사를 하고 나면...!



N모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재연해서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코너'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얼마나 많은 자료를 조사하느냐에 따라서 선택지가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코너가 협상에서 성공할 확률도 늘거나 줄어들 수 있고요. 저는 완벽하게 자료 조사를 하지 않고 마이클과 협상에 들어갔더니... 결국 마이클이 소녀와 함께 죽는 선택을 해서 당황했습니다.

"아, 뭐야? 이거 게임오버인가?" 하고 당황했는데 아니더군요. 이건 그냥 또 하나의 '상황'에 불과했습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서 마이클이 코너를 죽일 수도 있고, 코너가 마이클을 사살할 수도 있습니다. 두 명이 같이 사망하는 경우도 있고요. 상황은 다양하고, 플레이어는 선택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저는 마이클이 소녀와 함께 떨어진 상황에서 소녀를 구하기 못한 코너가 낙담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상황을 종료하고 뒤돌아서 돌아가는 코너의 표정이 잠깐 나오는데,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살짝 웃는 것 같더라고요. 이전에 대화에서 좀 공격적으로 사람들을 몰아 붙이기도 했는데 이게 성향이 '폭력적'으로 변한 건지 순간 섬뜩했습니다. 분명히 코너는 감정이 없는 냉철한 성격으로 그려진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지긴 하는데,



조사를 열심히 안했더니 협상 선택지가 별로 없어!!

다시 돌아보니, 게임 자체는 매우 간단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정말 뛰어났습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시연 시간이 훌쩍 지나갈 정도로요. 그만큼 퀀틱 드림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이 돋보였고, 몰입감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헤드폰을 기고도 주변 소음이 들리는 데도 시연에 집중해 다른 잡음이 거의 안 들렸을 정도로 몰입했던 것 같습니다.

개발자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주인공은 총 세 명입니다. 첫 트레일러에서 등장했던 '카라', 그리고 사이버 라이프 소속의 협상가 '코너', 안드로이드 해방가 '마커스'. 오늘 제가 시연했던 '코너'는 협상과 사건 해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이기에 이런 '복원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합니다. 다른 캐릭터들도 저마다 목적을 가지고 제작된 안드로이드인 만큼 특유의 능력들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정말 궁금합니다.

한 번 시연해보고 나니 이래저래 많은 생각이 들고 다시 한 번 게임 트레일러들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자꾸 "아, 거기서 이걸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뭘 조사 안 해서 이렇게 된 거지?"하고 곱씹게 되고 다른 플레이를 보면서 여운이 길게 남았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도전보다 게임의 깊은 내러티브를 즐기고 싶은, 하나의 '드라마'처럼 게임을 즐기고 싶은 분들은 정말로 기대하실 것 같습니다. 저도 시연하고 나니까 벌써 팬이 된 기분이에요. 출시는 2018년 상반기인데...아,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협상 실패...아아...






그래도 이야기는 계속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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