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게임스컴에서 마주친 놀라운 점들

게임뉴스 | 허재민 기자 | 댓글: 1개 |



데브컴부터 게임스컴까지, 일주일 동안의 대장정이 마무리됐습니다. 처음에는 지하철 입구를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맸는데, 이제는 너무 자연스럽게 개찰구 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쾰른의 길을 알려주는 ‘쾰잘알’이 되었죠. 아, 그래도 독일 지하철은 아직도 헷갈리는 것 같아요. 다른 곳으로 가려면 또 한참을 헤매겠죠.

올해 게임스컴을 처음 방문한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정말 게임쇼다운 게임쇼를 다녀왔다’가 될 것 같습니다. 머릿속으로 어렴풋이 상상하던 ‘게임쇼’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었거든요. 수많은 사람들, 대작부터 기상천외한 게임들, 그리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굿즈, 굿즈, 굿즈까지.

상상했던 게임쇼와 똑같았기 때문에 재밌기도 했고, 왜 모두가 게임스컴을 가고 싶어하는지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저 행사장을 돌아다니기만 해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직접 ‘게임’이라는 것을 느끼고 온 기분이었거든요. 그만큼 게임스컴은 놀라웠습니다. 감탄하기도 했고, 고통받기도 했고, 감동받기도 했던 것 같아요.

정말 여러 가지 감상이 떠올라서 조금 일기 같은 글이 되어버릴 것 같지만, 게임스컴에서 직접 경험하고 느꼈던 모든 것, 다섯 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놀라운 점 1. 크다!




서문에서 왠지 감정이 물 밀려와 감성 넘치는 글을 쓰게 된 것 같은데, 사실 게임스컴에서 놀라운 것이 뭐였냐고 물어보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크게 외칠 겁니다.

진짜 크다!

E3 취재가 끝나고 발바닥이 아프다고 투덜대는 제게 동료 기자들이 실소하며 한 말이 있습니다. E3보다 게임스컴은 훨씬, 훨씬 크다고. 그때까지만 해도 유난이라고 생각하며 비웃었죠.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조용히 있을 겁니다. 인정합니다. 게임스컴은 정말 컸습니다.

처음 데브컴을 위해 쾰른메세를 찾았을 때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멀리서 봐도 건물이 아주 거대하다는 점은 알 수 있었죠. 이럴 수가. 데브컴은 11홀만을 사용하는데도, 강연장과 기자실을 몇 번 왔다갔다하고 오면 발바닥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게임스컴은 1홀부터 11홀까지 모든 홀을 사용해요. 그렇게 칼로리 높은 음식들을 먹으면서도 조금만 지나면 배가 고프다는 것이 놀랍지 않았죠.

특히, 대작 게임들이 전시되는 6, 7, 8, 9홀은 정말 컸습니다. 그래서 어느 홀에 어떤 게임이 있는지 까먹으면 눈앞이 캄캄했어요. 홀 하나하나도 큰데, 다음 홀까지 가는데에도 한참을 걸어야 했으니까요. 게다가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도 정말 많았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미디어, 산업관계자 사전 입장 일이 믹스커피였다면 주말은 블루마운틴이었죠.

그만큼 부스들도 크고 아름다웠습니다. 거대한 꽃이 인상적이었던 거대한 보더랜드3 시연장,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레트로한 느낌이 좋았던 워게이밍 부스, 동물원 콘셉트로 꾸며져 있었던 플래닛 주 부스 등, 콘셉트에 맞게 이루어져 있었죠.

하지만 크다는 점 자체만이 놀라웠던 것은 아닙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았는데도, 괴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등록하는데도 줄이 빠르게 줄어들었고, 아침에만 행사장에 도착하면 원하는 게임을 최소한 몇 개는 해볼 수 있을 정도였죠. 모두들 줄을 설 준비를 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의자를 꺼내고, 심지어 삼성, 화웨이는 종이 상자를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흐름을 타듯 움직여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서도 휠체어나 아이들을 배려한 이동도 인상 깊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새삼 의식하고 보니 휠체어를 탄 유저들이 많았거든요. 그중에서는 코스프레를 위해 휠체어까지 멋지게 꾸미고 온 분도 있었고요. 손이 불편한 분이 조금 느리게 시연을 하더라도 함께 게임을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입장권을 쉽고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목걸이 입장표는 행사장에서 찾아가도록 한점, 그리고 라인을 쳐서 인구이동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점 등을 보면서 이렇게 이루어져 있었기에 가능했구나, 하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유저들이 느긋하게 이동했기 때문이기도 했죠.


놀라운 점 2.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하는 문화




게임스컴에서 또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아이들이 정말 많다는 점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와서 게임을 해보고, 이야기하고, 받은 굿즈를 소중히 챙겨 넣기도 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게임이라는 문화를 접하게 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직접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하고, 게임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심지어 조언과 함께 핀잔도(!) 주는 어머니도 계셨죠. 그런 부모님이 정말 많았습니다. 훈훈한 장면이기도 했는데, 흔한 장면이기도 했어요.

무엇보다도 레트로 게임 홀에서 아이들이 많았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의아했던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저로서도 오래된 게임들인데, 요즘 애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 재밌을까, 싶었거든요. 요즘 애들은 터치스크린이 더 익숙해 타자가 오히려 익숙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는 말도 있는데 (제 동생이 그래요), 하물며 실사에 비슷해져 가는 그래픽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레트로 게임이 어떻게 보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옛날 게임을 부모님을 따라와 함께 플레이해보기도 하고, 부모님이 설명해주는 것을 듣기도 합니다. 개발자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특히 외국인 개발자들에게서 그런 말을 종종 듣습니다. 게임을 부모님께 배웠다고. 그런말을 들을 때마다 왠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옛날이라는 느낌이었는데, 게임스컴의 현장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더라고요.




물론, 한국에서는 없는 장면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 게임 행사에서도 자주 볼 수 있어요. 플레이엑스포에서 부모님과 레트로 장터를 돌아보던 아이도 있었고, 블리자드 무법항 거래소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넌 아직 준비가 안 됐다!’ 하며 외치던 아버지도 있었죠.

하지만 조금 다르다고 느꼈던 것은 한국에서는 아이가 조금씩 성장하면서 학생이 되면, 게임은 멀리해야 하는 무언가가 되지만, 여기서는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아이들도 부모님과 와서 온몸으로 놀다 간다는 점이었습니다. 게임 하나를 하겠다고 줄을 한참 서기도 하고, 양손에 굿즈를 사가기도 했죠. 사실 저도 제가 만약 부모였다면 어쩔 수 없다고 느낄 것 같지만, 역시 조금 씁쓸한 것은 사실입니다.


놀라운 점 3. 꿀잼은 여기에 숨어있었다, '인디'




또 크다는 말이 나올 예정인데요. 인디 게임관이 정말 컸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규모가 크다기보다는 게임들이 정말 많이 출전했죠. 많은 사람들이 게임스컴에 처음 오면 당연하게도 6, 7, 8, 9관을 기대하며 옵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그런데 의외로 인디 게임과 레트로 게임이 모여있는 10관이 제일 재밌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대형 게임사만큼은 아닐 수 있어도, 나름대로 게임의 특색을 잘 살린 부스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굿즈들도 많았고요. 한가지 사소하지만 좋았던 부분이 있다면, 애초에 부스 가벽에 게임 이미지와 타이틀을 깔끔하게 프린트해서 꾸며놨다는 점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행사장이 알록달록해지는 것은 둘째치고, 어떤 게임인지 멀리서도 한눈에 볼 수 있었죠.




또한, 곳곳에서 멀티플레이로 게임을 플레이해볼 수 있는 장소도 있었고, 신작을 소개하는 스테이지도 있었습니다. 특히 멀티플레이 게임존도 그렇고 곳곳에 아이들이 재밌게 할만한 게임이 많아서 분위기가 정말 활기찼습니다.

출전한 게임들도 정말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돋보였습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유럽 인디 게임사들의 게임이었던 만큼 생소한 게임도 많았고요. 게임뿐만 아니라 게임을 소개하는 방식도 정말 다양했습니다. 게임을 시연하는 장소도 만들어져있지만, 옆에 따로 캐릭터만 3D로 볼 수 있는 작은 시연존(?)을 만들어놓기도 하고, 컵받침을 쌓아놔 마음대로 가져가게 해둔 곳도 있었습니다. 게임을 알리기 위해 정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준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계속 너무 당연하게 “너 이 게임 아니?”하면서 말을 걸기도 했습니다. 마치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것처럼 말이죠. 정말 자연스럽게 궁금해지더라고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도, 알리는 것도 정말 적극적일라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놀라운 점 4. 코스프레는 일상이다

게임스컴이 넓다는 점과 함께 동료들이 또한가지 강조한 것은 코스프레였습니다.

“거긴 기자들도 코스프레하고 돌아다니는 곳이니까. 갓을 챙겨가도록. 그 정도는 해야 이상하지 않을 거라니까?”

정말 갓을 사가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구하지 못한 채 게임스컴이 다가와 버렸습니다. 코스프레가 아니더라도 햇빛을 가리는데 꽤 유용했을 것 같아 여러모로 아쉬웠죠.

직접 방문한 게임스컴은 의외로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많기는 한데, 저렇게 강조할 정도는 아니었죠. 사진을 본 동료들도 조금 의아할 정도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다만 눈에 띄었던 것은 본격적인 코스프레가 아니라, 세미 코스프레라고 해야 할지, 간단한 장신구를 한 분들이 많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브이 머리띠를 한 사람도 있었고, 그냥 후드처럼 보이는 링크의 초록 옷을 입은 아이도 있었죠. 무기만 만들어서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굿즈샵에서 마스크와 고글을 사고 쓴 사람도 있었어요.




물론, 전문적인 코스프레 인들도 많았습니다. 더운 날이었지만 무거운 중장비를 한 사람들, 온몸에 보디페인팅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드레스를 입은 분들도 있었죠. 아, 피치 공주님 정말 예뻤는데.

코스프레의 영향은 굿즈샵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가발과 컬러렌즈를 파는 곳도 있었거든요. 정말 상상도 못했던 곳이었지만, 그만큼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는 점에서는 편리하기도 하고 유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스컴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때도 지루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만 봐도 재밌거든요.


놀라운 점 5. 쾰른이 함께하는 축제, '게임스컴'




마지막으로 놀라웠던 것은 게임스컴이 단순한 게임쇼가 아니라 쾰른 시내가 함께하는 도시 축제라는 점입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게임스컴을 위해 방문하는 만큼 이상하지 않을 일이지만, 도시가 게임스컴을 위해 많은 것을 마련해놨다는 점, 배려하고 즐긴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희가 지냈던 호텔에서도 저녁에 돌아와 보면 침대 위에 풋 크림이 놓여있고, 게임스컴 다녀와서 발아프지? 라고 적힌 편지가 놓여있기도 했습니다. 매일 저녁 조그만 하리보 젤리도 놓여있었고요.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것은 교통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게임스컴 티켓과 함께 전달된 메일에서는 일정 구간까지 트램, 버스, 지하철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적혀있습니다. 애초에 게임스컴 기간에는 티켓 검사하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일하러 온 만큼 지역축제를 온전히 즐기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정말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쇼였습니다. 왠지 다시금 ‘아, 게임이 이렇게 재밌는 거였지’하고 새로운 느낌도 들었고요.

올해 게임스컴은 11.3홀을 추가하면서 역대 최대의 규모로 진행됐습니다. 이전까지는 새로운 정보가 공개되는 행사라기보다는 게이머들을 위한 축제이자 다양한 시연 기회가 주어지는 쇼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올해는 게임스컴 나이트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소식을 알리는 장이 되기도 했죠.

계속해서 규모가 커져가는 게임스컴. 내년에는 싱가포르에서 게임스컴 아시아도 진행될 예정인데요. 정말 게이머들을 위해 진행되는 신나게 놀 수 있는 이러한 장으로 만들어지길 기대해봅니다.

이제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 날만 남았군요. 쾰른에서의 밤도 이제 마지막입니다. 이걸 느꼈다, 저걸 느꼈다 썼지만 결국 이 한마디가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아, 정말 잘 놀았다.






현지시각 8월 18일부터 독일 쾰른에서 데브컴과 게임스컴 2019 행사가 진행됩니다. 게임스컴 현장에서 기자들이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게임스컴 2019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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