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포켓몬 마스터즈', 트레이너까지 세계에 품다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22개 |



미키마우스, 스타워즈, 그리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보다도 더 큰 매출을 만들어내는 세계 최고의 미디어 프랜차이즈.

놀랍게도 그 주인공은 바로 포켓몬스터입니다.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게 라이선스 상품부터 만화, TV 애니메이션, 영화 산업, 테마파크까지 포켓몬스터가 손을 뻗치지 않는 곳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게임에서 시작됐습니다. 포켓몬스터 신작에 관한 관심은 포켓몬 팬과 게임 유저 가릴 것 없이 전 세계인으로부터 집중되는 이유죠.

그런데 포켓몬스터의 기본 틀이라고 할 수 있는 'RPG + 포켓몬 대결'을 구현한 게임은 본가 시리즈 외에는 딱히 없었습니다. RPG라면 불가사의 던전 시리즈 정도가 있었지만, 수많은 게임 중 극히 일부였죠. 이를 모바일로 한정하면 더 도드라집니다. 속초에 포켓몬 붐을 불러모았던 '포켓몬 GO'는 위치 기반 AR 게임에 다른 것들도 카드나 퍼즐, 액션 게임 정도가 다였습니다.



▲ '포켓몬 퀘스트' 정도가 RPG였지만 꽤 독특한 게임이었습니다

이쯤되면 '포켓몬 마스터즈'에 대한 관심이 짐짓 이해됩니다. 주식회사 포켓몬이 DeNA와 함께 개발에 나섰고 포켓몬의 성장 요소가 담았습니다. 이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모바일로 구현했다는 점도 가산 요소 중 하나고요.

'본가의 특징을 구현한 모바일 게임'이라는 무게감. 과연 '포켓몬 마스터즈'는 이를 어떻게 견뎌내고 게임으로 풀어냈을까요.


'포켓몬'이 아닌 '포켓몬과 트레이너'
트레이너와의 교감을 그리다

'포켓몬 마스터즈'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포켓몬과 트레이너가 하나의 팀으로 엮인 '버디즈'입니다. 레드, 그린으로 시작된 1세대부터 현재까지 출시된 7세대 썬&문의 알로라지방까지 다양한 트레이너들이 등장합니다.

이들 트레이너는 버디즈 시스템에 따라 각자 정해진 포켓몬 하나와 짝을 이루는데요. 보통은 트레이너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짝을 데리고 나옵니다. 예를 들어 웅이는 롱스톤, 이슬이는 아쿠스타, 라이치는 루가루암이 나오는 식입니다. 팽도리 하면 떠오르는 빛나를 대신해 용식이 트레이너인 몇몇 예외가 있긴 하지만 말이죠.



▲ 포켓몬과 트레이너, 짝을 이룬 버디즈

이처럼 본가 시리즈의 포획 요소를 빼며 다양한 포켓몬을 수집한다는 특징은 덜해졌지만 되려 트레이너와 포켓몬, 트레이너와 트레이너의 표현은 한층 강조됐습니다. 이런 점은 '포켓몬 마스터즈'의 개발진의 의도에 따른 내용이라 할 수 있죠.

트레이너와 상호작용은 게임의 프로듀서 사사키 유가 '포켓몬 마스터즈'의 가장 큰 특징으로 뽑은 내용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포켓몬 하나하나를 넘어, 포켓몬과 감정을 교류하는 트레이너라면 포켓몬 만큼이나 중요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자신한 거죠.

게임에서는 '버디즈 에피소드'라는 메뉴로 이런 트레이너와 포켓몬의 교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새로 팀에 합류한 버디즈는 별도의 에피소드가 따로 만들어지는데요. 보통은 전투 없이 버디즈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 진화가 가능해진 포켓몬이 생기면 이곳에서 전투와 함께 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트레이너의 이야기가 도드라지며 자칫 애니메이션 팬들만을 위한 게임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포켓몬 마스터즈'의 초반 스토리 주역인 명희나 사천왕 강연 등 많은 캐릭터가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아닌 게임 속 설정을 따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포켓몬스터 게임을 꾸준히 즐겨왔을 팬이라면 한층 새로워진 트레이너들의 이야기를 만난다는 거죠. 이것 역시 플레이어가 하나의 재미로 받아들일 요소입니다.



▲ 트레이너와 포켓몬의 이야기만 따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초반을 넘겨야 보인다
간편하지만, 마냥 쉽지만은 않은 전략성

게임의 큰 틀은 대화, 성장, 그리고 전투입니다. 전체 지역을 탐험한다기보다는 각 장의 스테이지에서 스토리를 즐기고 전투가 이루어지는 방식인데요. 그런 만큼 트레이너의 교감만큼이나 전투가 게임의 중요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포켓몬 마스터즈'의 전투는 버디즈 셋이 모여 하나의 팀을 이루는 3:3 전투입니다. 버디즈마다 포켓몬 기술과 트레이너 기술, 총 4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데요. 몇몇을 제외하면 각각 2개씩 조합되어 있죠. 이런 버디즈가 셋이니 총 12개의 스킬이 구성되는 셈인데요. 시간에 따라 차오르는 기술게이지를 소모해 전투를 치르면 됩니다.



▲ 게이지를 써 스킬 사용. 방식은 비교적 간단한 편이죠

한 번에 최대 6마리의 포켓몬이 등장하는 만큼 자칫 복잡해질 수 있는데요. 기존 포켓몬 시리즈의 여러 설정들을 덜어내며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포켓몬은 하나당 한 개의 속성만 가지고 있고 스킬 사용 횟수에 대한 제한도 없죠. 또 속성 효과가 워낙 뛰어나다 보니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전투 전 상대 약점 속성을 확인하고 거기에 맞는 팀 구성만 하면 비교적 쉽게 클리어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포켓몬 마스터즈'만이 가지는 전략성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핵심은 기술게이지와 버디즈기술이죠.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차오르는 기술 게이지는 세 버디즈가 공통으로 사용합니다. 즉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배해 사용하느냐가 중요한데요. 스킬마다 1~3개까지 다른 수의 게이지를 사용하기에 강한 적에게 쏟아 부을지, 아니면 적은 게이지 소모 기술로 여러 번 타격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상대에게 강력한 공격을 퍼붓는 버디즈기술은 행동에 따라 게이지가 차오릅니다. 예를 들어 3게이지 스킬이나 1게이지 스킬 모두 사용하면 1개의 행동으로 처리되죠. 그렇기에 게이지 소모 없이 아군의 능력치를 올리거나 회복시켜주는 트레이너 기술로 빠르게 행동력을 채우고 버디즈기술을 사용하는 전략도 가능합니다.

카렌의 헬가나 다투라의 쁘사이저 등 일부 포켓몬은 버디즈기술 이후 메가 진화해 더욱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게 되는데요. 이런 포켓몬이 있다면 버디즈 스킬을 몰아주는 것도 좋겠죠. 지원 행동에 집중해도 상대의 집중포화를 버텨낼 수 있다면 말입니다.



▲ 버디즈기술로 메가 진화를 하면 후반 주도권이 확실히 넘어옵니다

여기에 버디즈별로 가지는 갖가지 패시브 스킬까지 더해지면 생각할 게 더 많아집니다. 화염 공격을 견디는 적에게 포니타를 내보낼 수 없는 것처럼요. 또 멀티플레이에서는 3명의 유저가 3개 버디즈를 실시간으로 교체해가며 전투를 펼치니 이런 전략성의 폭은 훨씬 넓어집니다. 상대도 아군도 그때그때 서로 다른 대응을 할 테니까요.

아쉬운 점은 게임 초반에는 앞서 설명한 대로 전략성보다는 속성, 레벨 등이 강조되며 게임의 간편함만을 드러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멀티플레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10장까지 클리어해야 하는데 '포켓몬 마스터즈'가 가진 '간단해졌으면서도 복잡한' 전략성을 느끼기에는 꽤 긴 분량이기도 하고요.


버디즈를 더욱 포켓몬답게, 더욱 트레이너답게
스마트폰에 그려낸 포켓몬스터 속 이야기

'포켓몬 마스터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최신 모바일 기기 성능을 활용한 수준 높은 그래픽입니다.

포켓몬스터 메인 시리즈는 그간 휴대용 게임기를 통해 출시됐습니다. 말 그대로 휴대성에 집중했지만, 동시대 콘솔에 비해 아쉬운 그래픽 품질을 보여왔죠. 휴대용과 콘솔의 하이브리드 기기인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 '레츠고! 피카츄&이브이' 역시 현세대 수준이라기엔 약간은 아쉬운 그래픽을 보여줬던 걸 떠올리면 '포켓몬 마스터즈'는 미려해진 3D 효과가 한층 돋보입니다.



▲ 트레이너의 표정까지 애니메이션 보듯 다채롭습니다

8세대 포켓몬스터 '소드&실드'와 비교하면 그림자 암영부의 표현이나 광원 효과 등 사실적인 부분에서는 못 미치지만, 더욱 굵직한 외곽선 덕에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은 더 강하죠. 덕택에 배경보다는 인물과 포켓몬 연출 자체에 대한 몰입도는 더 높아집니다. 이런 특징은 트레이너와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게임의 특징에도 더 적합하고요.

실제로 이런 상호작용이 강조되는 '버디즈 에피소드'는 물론이고 여러 트레이너가 등장하는 메인 스토리에서도 과장되면서도 귀엽고 독특한 트레이너들의 행동을 접할 수 있습니다. 그간 약점이던 포켓몬스터의 그래픽이 적어도 이번만큼은 게임을 즐기는 데 발목을 잡지 않는다는 겁니다.

세로 화면과 그래픽 요소를 배치하는 방식은 단점이 눈에 띕니다. 세로 화면은 한 손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멀리 있는 지점까지 몰입도 깊게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게임에서도 대화 장면이나 이벤트에서 캐릭터들의 표정, 대화까지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트레이너가 주인공과 대화를 기다리는 메인 화면이나 일부 탐험 지역에서는 화면을 가로로 180도, 혹은 그 이상 돌려가며 확인해야 했습니다. 이런 지역이 게임 전체에 많지 않아 큰 단점까지는 아닙니다만, 몰입을 약간씩 방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 이걸 돌려 보느니 가로로 보고 싶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스태미너도 없고 돈도 없다
재화를 줄이고 늘어난 성장의 자유

'포켓몬 마스터즈'는 모바일 게임으로는 참 드물게도 유저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스테이지에 입장할 때마다 내는 스태미너는 물론이고 요일 던전으로 대표되는 한정된 재료 획득처, 스킬, 자원 강화마다 들어가는 돈 개념도 없죠.

물론 스킬 강화나 레벨 한계를 돌파할 때 필요한 자원은 있지만 이마저도 무제한으로 획득할 수 있는 모험 지역이 상시 열려있으니 기다릴 필요 없이 그때그때 수급하면 되죠. 그나마 스킬 게이지를 오픈하고 진화 재료를 교환하는 코인 정도가 있는데 아직은 진화 가능한 포켓몬이 많지 않아 사용 빈도가 적은 편입니다.



▲ 소재가 모자라면 바로 구하러 가면 됩니다

결국 유료 재화인 다이아는 버디즈를 뽑는 '버디즈서치'에만 쓰입니다. 장비에 피로도 초기화에 아이템 드랍률을 올리고 가방을 확장하는 등 복합적인 과금 요소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스태미너와 재화 개념의 최소화 덕분에 성장의 자유도는 높아졌습니다. 한정된 자원 탓에 누구 하나만 키울 필요 없이 시간만 들이면 원하는 여러 캐릭터를 동시에 키울 수 있죠. 하지만 이는 곧 성장 속도에 걸리는 제동 장치의 부재를 의미합니다. 콘텐츠 소모가 여타 모바일 게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뜻이죠. 이미 국내 커뮤니티에는 제공된 스토리와 부가 에피소드를 모두 끝낸 유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콘텐츠 소모는 '포켓몬 마스터즈'를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다르게 평가내릴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모바일 게임의 평가는 얼마나 많은 매출을 올리고 오랜 시간 게임에 붙잡아 두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이는 곧 PVP, 랭킹이라는 경쟁 요소에 부쳐집니다. 유저는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오래 게임을 붙잡고 더 많은 자원을 소모해야 하죠. 실시간이든 아니든 온라인 게임의 성향이 강한 거죠.

반면 '포켓몬 마스터즈'의 특징들은 싱글플레이, 혹은 콘솔 게임에 더 가깝습니다. 정해진 여러 스테이지와 제한 없이 반복 가능한 플레이, 또 멀티플레이 콘텐츠는 강력한 보상과 순위 경쟁보다는 자신의 전략성을 시험해보고 친구들과 함께 플레이해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 스토리를 즐기며 찬찬히 플레이한다면 다른 게임처럼 느껴질 겁니다

지금까지는 누구보다 빨리 플레이할 필요도 없고, 남들보다 강할 이유가 딱히 없는 셈입니다. 튜토리얼이고 스토리고 스킵해가며 온종일 플레이하는 식의 여타 모바일 게임과 같은 식의 플레이가 필요치 않으니 기준도, 평가도 조금은 다르게 내려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싱글 게임으로서의 특징을 강조하고자 했다 하더라도 전체 분량은 아쉬운 편인데요. 꾸준한 업데이트가 예고된 만큼 어떤 스토리와 이벤트가 더해질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포켓몬 마스터즈'는 완벽한 게임이 아닙니다. 게임 초반의 간단한 전투 플레이에 의욕이 낮아질 수 있고 버디즈와 함께 트레이너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게임의 재미 역시 오롯이 체험할 수 없죠. 하지만 그간 포켓몬스터를 플레이하며 이야기 뒤편에 머물렀던 트레이너의 이야기를 경쟁 없이, 게임으로 느끼고 싶다면 이 작품 '포켓몬 마스터즈'가 유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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