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플레이] 직접 해본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180분

게임소개 | 강승진 기자 | 댓글: 15개 |



언차티드4를 설명할 때 했던 말로 기억한다. 속된 말이긴 하지만 '너티 독은 정말로 미쳤다'라고. 게임에는 정말 하나하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그들의 집착 가까운 만듦새가 드러났다. 진흙밭에 발이 빠지면 옷에 그 진흙이 묻어 났다가 시간이 지나면 말라 떨어진다. 자동차에 손을 대면 손자국이 살짝 남았다 사라지기도 한다. 주인공 네이선을 조작해 비탈을 오르다 실수하면 동료들은 진짜 사람처럼 핀잔을 주기까지 한다.

오죽하면 너티 독 퀄리티라는 말이 생겼을까.

그리고 이런 디테일을 향한 집착. 아니, 집착을 넘어 광기라는 말이 어울릴 게임이 여기 있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는 너티 독이 게임 속 디테일이 얼마나 깊은 단계까지 이룰 수 있는지 시험하는 작품과도 같다. 하지만 그 시험이 불완전한 것을 테스트하는 개념은 아니다. 그냥 지나칠 풀숲 그래픽부터 적 하나하나에 주어진 인공지능까지 오롯이 게임 플레이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디테일로 가득하다.

게임 출시 전, 한정된 섹션 플레이만으로 이런 수많은 요소를 낱낱이 체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게임 플레이는 놀랍고 플레이어인 자신을 엘리라는 인물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과시했다. 전작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 모두가 조엘이 되어 엘리와 긴 여정을 떠났듯.


[사전 진행 구간의 플레이만을 기준으로 작성된 프리뷰입니다. 추후 게임의 전체 소감이 담긴 리뷰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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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플레이 일부가 공개됐던 지난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풀숲이 우거진 시애틀 한복판, 엘리는 안전 가옥으로 보이는 오래된 극장을 빠져나온다. 플레이어는 엘리가 노라라는 인물을 향해 조금만 기다리라고 외친 뒤에야 직접 그를 조작할 수 있게 된다.

아마 지난 28일 진행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방송을 본 유저라면 노라라는 이름이 낯익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사전 진행 구간은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나왔던 바로 그 구간이다. 물론 그보다 앞선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단순 플레이 타임은 대충 2시간 가까워 공개된 영상 이상의 것들을 더 깊게 체험하고 분석할 수 있었다.




시애틀 도심에서 엘리를 위협하는 적은 굉음을 내며 달려드는 감염자만이 아니다. 전작의 파이어 플라이처럼 무기를 든 단체 워싱턴 해방 전선(Washington Liberation Front, WLF), 그리고 광신도로 보이는 집단 스카다. 둘 다 인간이지만 전혀 다른 외형만큼이나 위협하는 형태도, 공략법도 전혀 다르다.

여러 종류의 총으로 무장한 WLF는 엘리가 있을법하다고 판단된 지역을 무리를 지어 탐색한다. WLF가 지닌 총은 공격 몇 번에 엘리를 빈사 상태로 만들지만, 그들 하나하나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달려들어 뒤에서 목을 조르고 조용한 곳으로 끌고 가 허리춤에 찬 접이식 칼을 목덜미에 몇 번 꽂으면 피를 뿜으며 쓰러진다.

엘리의 가벼운 몸놀림도 암살에 최적화되어 있다. 전작의 조엘보다 훨씬 날렵한 엘리는 지역 곳곳의 틈새를 비집고 다니기에 적의 뒤를 잡기도 쉽다. 특히 새로 생긴 회피 기능으로 근접전에서도 강력함을 뽐낸다. L1 키는 길게 누르면 달리기를, 이동키와 함께 짧게 누르면 회피를 한다. 달려든 적을 굳이 총으로 쓰러트리지 않아도 공격을 흘려낸 뒤 칼로 여기저기를 베고 써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다. 물론 엄폐물 뒤에서 뒤통수를 향해 총알 한 방을 제대로 먹여줘도 적을 제압할 수 있다.

이런 설명은 어디까지나 적 하나를 상대할 때 이야기다. 앞서 적었듯 WLF는 대개 무리를 지어 행동한다. 적의 뒤를 잡으려고 뛰어가다간 무심코 낸 발소리에 위치를 발각당한다. 적들은 서로 엘리의 위치를 공유하고 순식간에 근처 모든 WLF가 몰려든다. 짧은 칼을 휘두르며 한 명을 제압하려는 순간 이미 여기저기서 날아든 총탄이 엘리의 몸에 박힌다.




또 다른 세력인 스카는 그 첫 만남부터 충격적이다. 적막한 숲에서 갑자기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고 엘리가 반응할 틈도 없이 화살이 그의 어깨에 박힌다. 이윽고 휘파람 소리를 내는 스카들이 몰려들어 상처 입은 엘리를 찾는다.

WLF와 적대 세력임을 알 수 있게 서로 싸우는 장면들이 노라를 찾으러 가는 길 곳곳에서 묘사된다. 게임 중간 스카가 한 병사를 납치한 장면을 만날 수 있는데 그들은 병사의 목을 나무에 걸고 고통스러워 하는 그의 복부를 칼로 길게 긋는다. 배에서 장기가 쏟아져 나오자 '이제 그는 자유다'를 외치는 모습은 스카의 광기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휘파람 소리로 소리를 내 서로 위치를 공유하는 스카는 먼 거리에서는 총을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 활과 화살로 무장했다. 총과 달리 소리로는 공격 방향을 알아채기가 어려워 자칫 등 뒤를 잡히기라도 한다면 도망뿐이 답이다.

스카의 특수 병사는 암살도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암살을 위해 목덜미를 붙잡는 것도 큰 덩치 탓에 쉽지 않다. 덩치부터 남들과 다른 이들은 근접한 엘리의 목을 졸라 던져버리고는 들고 있는 도끼로 내려찍는다. 마치 거대 감염자를 상대하듯 가능한 강력한 무기를 쏟아붓고 나서야 제압할 수 있었다.




강력하고 다양한 유형의 적들. 그 포위를 뚫기 위한 엘리의 무기도 여럿 마련되어 있다.

우선 전작에서도 유용하게 쓰인 '듣기 모드'다. R1 버튼을 누르면 엘리는 몸을 숙이고 주변의 소리에 집중한다. 이때 근처에 있는 적은 그 모습이 밝게 빛나 그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근처 적의 유무를 확인하고 혼자 떨어져 있다면 바로 암살을 시도하면 된다. 아예 낮은 포복도 가능해서 차 밑에 납작 엎드려 뒤를 잡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경비견의 존재 탓에 한 자리에 언제까지고 숨어있는 건 어렵게 됐다. 경비견은 데리고 다니는데 엘리의 냄새를 추적해 쫓아오니 위치가 발각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빠르게 달려드는 경비견 하나를 상대하는 것만도 버거운데 WLF 병사가 경비견과 항상 함께 다닌다. 경비견을 피해 공격하면 어느새 달려든 WLF 병사들에 죽음을 면치 못하게 돼버린다.




이런 적들의 포위를 순간적으로 빠져나가기 좋은 방법은 근접 무기다. 근접 무기는 내구력이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들고 있는 접이식 칼보다 강력해서 한두 번의 공격으로 적 하나를 무력화하는 게 가능하다. 이렇게 탈출로 하나를 뚫고 은폐 엄폐를 하면 적을 덮칠 기회를 다시 노릴 수 있게 된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도망가다 총을 맞고 죽는 경우도 허다했지만 말이다.

그만큼 순간적으로 도망갈 길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수십 년 동안 방치된 시애틀은 여기저기 수풀로 가득하다. 덩굴은 건물 위를 덮었고 벽을 무너뜨려 곳곳에 구멍을 만들었다. 이런 건물 틈은 적의 시선을 돌리는 데 유용하다. 개활지를 달려나가며 도망가기보다는 이 틈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시야에서 벗어난다면 피해도 작게 입고 안전하게 숨을 돌릴 수 있다.

전작과 달리 수직으로 구성된 지역은 적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좋은 수단이다. 사다리를 타고 건물 위로 올라가도 되고 자동차를 뛰어넘은 뒤 듣기 모드로 쫓아온 적 반대쪽으로 달려나가도 된다. 다만, 이미 높은 곳을 차지한 적은 넓은 시야로 엘리의 움직임을 쉽게 파악해 움직이기 쉽지 않았다. 단연 가장 먼저 처치해야 하는 적도 이런 고지대의 적이었다.



▲ 고지대를 점령하면 시야 확보가 쉬워진다

노라를 찾아 병원에 있는 WLF의 전진기지에 도달하면 수많은 적이 엘리를 기다리고 있다. 전진기지는 크게 초소를 세운 외부 구역과 임시 진지들을 설치해 둔 병원 내부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부분에서 게임을 저장해놓고 앞서 1시간여 동안 익힌 기술들을 다양하게 실험하며 플레이해봤다.

첫째는 암살 플레이다. 엘리의 다양한 능력과 은폐 엄폐가 가능한 맵 형태, 그리고 모자란 탄약 수를 볼 때 개발진이 가장 지향하는 플레이가 아닐까 싶다. 우선 제작 기능을 통해 권총에 소음기를 달고 경비견 없이 풀숲 근처에 홀로 다가온 적을 소리 없이 쓰러트렸다. 풀숲이 높아 근처에 오지 않는 이상 아군이 당한걸 WLF는 눈치채지 못했다. 이후에는 소리가 나지 않는 활로 높은 초소에 있는 적을 떨어트렸고 남은 적은 모퉁이 뒤에서 암살로 하나씩 쓰러트렸다.

주요 경로에 있는 적만을 먼저 제압하니 탄약 자체도 아끼고 짧은 시간 만에 지역을 통과할 수 있었다. 대신 지역 곳곳에 있는 아이템을 챙기기 어려우니 다음에는 좀 다른 방법으로 플레이했다.

이번에는 언차티드를 플레이하듯 은폐, 엄폐를 반복하며 적들과 대치하고 총을 쏘아 클리어했다. 머리를 정확하게 맞지 않으면 피해량이 크지 않아 몸을 숨기는 효과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게임에 지향사격 자체가 없어 모든 공격을 몸을 내밀고 조준해야 하는데 그동안 무방비가 되니 썩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옵션에서 조준 지원을 켜니 자동으로 적의 위치로 조준이 고정돼 한결 수월하게 진행되기는 했다.

권총 하나만 들고 적지에 뛰어들어 모든 적을 잠재우는 존 윅식 플레이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 근접 공격 상태에서 무방비다. 또 적을 잡는다고 탄약이 무조건 드랍되는 것도 아니니 홀로 떨어진 적을, 최소한의 무기만 써서 잡는 게 중요해진다. 대신 생각한 대로 적 하나하나 근접 공격과 근거리 사격으로 확실하게 처리해나가다 보니 다른 플레이 방식보다 빠르게 지역 내 모든 적을 쓸어버리고 전리품을 챙길 수 있었다.



▲ 단검 한 자루 들고 여포를 꿈꾸지만



▲ 대개는 얻어맞고 쓰러져서 누워 쏴 자세가 되기 마련

전리품, 그러니까 제작 재료나 약들은 게임 진행을 수월하게 하는 요소다. 알콜, 헝겊, 용기, 폭발물질, 결속물, 날붙이 등 6가지 재료는 체력 회복 키트를 만들거나 화살을 만드는 등 소모 아이템을 만드는 데 쓰인다. 약으로는 엘리의 능력들을 활성화할 수 있다. 플레이 구간이 한정되어 모든 능력을 직접 획득하고 확인해볼 시간은 없었지만, 활성화한 '듣기 모드 속도 증가'는 은폐 이동의 답답함을 조금은 해소해주었다.

성능의 훌륭함을 떠나서 이런 요소는 게임에서 부가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극장에서 나온 엘리가 노라가 있는 병원까지 찾아가는 길은 어디까지나 일직선으로 진행된다. 이게 길을 헤맬 요소도 거의 없고 엘리가 '거의 다 왔어'같은 혼잣말을 내뱉어 바르게 진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길 사이사이에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이나 폐허가 된 상점이 있다. 부품이나 탄약, 수집 요소가 이런 곳에 숨어있었다.

다만 무기 개조대나 총기 휴대 수를 늘려주는 총집은 게임 플레이에 큰 도움이 되지만 메인 진행 루트가 아니라 이런 샛길에 있었다. 앞만 보고 달려 아무것도 못 얻었다면 WLF 전진기지 전투에서 애 좀 먹지 않았을까.

▲ 크래프팅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빠르게, 원하는 것을 제작하기 쉬운 편

그리고 여기에 몰입감을 더하는 게 쉽게 넘어갈 수도 있는 디테일이다.

진행 중간 건물 잔해 밑에 틈으로 길이 있고 그 전에 철문이 하나 있다. 일단 틈새로 지나가려다 혹시 문 뒤에 뭐가 있나 싶어 문고리를 잡아당겼더니 잠겨있더라. 다시 건물 틈으로 돌아가니 엘리가 '역시 이 길이 맞았어' 같은 말을 내뱉는 게 아닌가. 그래서 방금전 장소로 게임 불러오기를 해 이번에는 그냥 건물 틈으로 진행하니 다른 혼잣말을 한다. 지역 곳곳에 이런 상호 작용 요소가 꼼꼼하게 준비됐다.

또 주인을 먼저 조용히 처리하면 WLF의 경비견은 깨갱대며 안절부절 해한다. 사람도 똑같다. 동료가 죽으면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고 병사에 따라 분노에 못 이겨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옆에서 슬퍼하기도 한다. 엘리, 그러니까 플레이어의 손에 죽어 나간 AI일 뿐인데도 이 게임은 북받치는 무언가를 느끼게 하고 고민하게 한다.



▲ 게임 속 디테일은 말을 해도 해도 모자라다

이처럼 너티 독은 지향하는 바는 있을지언정, 게임 곳곳에 방향을 제시하고 플레이에게 그 선택권을 넘겼다. 스토리가 이미 정해져 있지만 플레이의 깊이를 통해 플레이어 고유의 영역에서는 주도권을 가졌던 전작 이상이다. 그리고 앞서 적은 디테일들도 이런 이야기를 살아있는 무언가로 느껴지게 한다.

이 짧은 사전 체험 속에서도 그것을 느꼈다면 대체 전체 플레이에서는 얼마나 깊이 있는 게임 경험을 하게 될까. 2시간 정도의 게임플레이. 여기에 실제 전투만 따지면 그 절반이 채 됐을까 싶지만, 심장 떨리는 긴장감을 느끼기는 충분했다.

특히 전작의 엘리를 떠올리며 시종일관 처절한 모습으로 움직이는 애니메이션과 절박한 외침에 쓰린 감정으로 이입하게 한다. 아마 애니메이션 부분의 퀄리티가 이전 영상보다 떨어져 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애니메이션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기에 느껴지는 착각처럼 보인다.

엘리의 움직임은 주변의 벽이 있나 없나, 상대가 어떤 무기를 들고 있나, 또 내 체력이나 상대 체력은 어떤가에 따라 다르다. 그만큼 체감하는 액션도 다르고 게임이 아니라 엘리 그 자체를 조작하는 느낌을 받는다. 담백할 때는 순간적이고, 분노할 때는 더 없이 격정적이다.




많이 고민하고 투자한 흔적이 게임 곳곳에 남아있다. 그리고 흔적이라지만 게임 속 깊게 새겨져 있어 플레이하는 내내 느낄 수 있다. 그저 전투와 길 찾기뿐인 짧은 체험이었지만, 이번 플레이는 라스트 오브 어스라는 전작을 기준 삼아도 모자람 없는 만족감을 준다. 그 만족감이라는 게 즐겁거나 재미있다는 것 이상의 복합적인 느낌이라 실 플레이 이상의 감정적 피로감을 느낀다는 말도 꼭 덧붙여야 할 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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