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미국놈' 울프 슈뢰더가 바라보는 LCK, 한국 이스포츠

인터뷰 | 권기혁,석준규 기자 | 댓글: 21개 |



외부적인 디자인은 물론, 프랜차이즈로 내부까지 새로워진 LCK의 2021년 새해, LCK 글로벌 해설진에도 새로운 얼굴이 들어왔다. 스타크래프트 2에 관심이 없더라도 어디선가 언젠가 한 번은 봤을, 묘하게 친숙한 인상. '대한미국놈'이라는 단순 명확 구수한 별명을 자랑하는 부대찌개 애정남, 울프 슈뢰더다.

스타크래프트 2,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오버워치 등 다양한 블리자드 게임의 해설을 지낸 울프 슈뢰더가 LCK 해설자가 된다는 발표가 나고, 시청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그 중 단연 인상 깊은 반응은 '한국 해설진인가요, 해외 해설진인가요?'가 아니었을까. 그만큼 한국어에 능통하고, 한국 문화를 애정을 갖고 잘 이해하는 그. 인터뷰를 시작하면서도 한국말로 할지, 영어로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했을 정도였다. 그래도 아무래도 영어가 '쪼금 더' 편하다더라.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거의 모든 식당이 브레이크타임이었던 오후 네 시 반, 방역 과정을 마친 뒤 조그맣게 연 한산한 맥주집의 가장 구석에서 울프 슈뢰더와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시간대 상 부대찌개를 같이 먹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긴 했지만.







안녕하세요! 이제는 더 유명인이 되었지만, 그래도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울프 슈뢰더 (Wolf Schröder) 라고 하고요, 2011년부터 이스포츠 해설자로 활동 중입니다. 20세에 한국에 와서 제 20대 전체를 보냈네요. 시간이 그렇게 지나도 한국 이스포츠, 그리고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아직도 아주 사랑합니다.

처음에는 스타크래프트 2 해설을 하러 한국에 왔고, 그 이후 다양한 종목들의 해설을 맡았죠.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그리고 오버워치를 주로 맡았습니다. 이제 드디어 처음으로 리그오브레전드, 그리고 LCK에서 해설을 하게 됐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네요. 어떤 감정이 드나요?

LCK는 항상 재밌어요. 리그의 인기와 규모 자체를 생각하면 과거에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를 이어가는 셈이잖아요. 한국에서 LCK 처럼 오래 이어가는 리그는 아마 GSL밖에 없을 거예요.

역사가 깊은 이스포츠를 개인적으로 엄청 좋아하고, 제가 그런 리그에 합류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하지만 부담이 많이 되는 것은 사실이에요. 파파스미시, 몬테크리스토, 그리고 최근에 LS 가 LCK 해설을 했던 만큼, 저도 잘 소화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부담을 느끼고, 떨리기도 해요. 하지만 그 부담 덕에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큰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네요.


코로나바이러스 탓에 지난해엔 본인의 집에서 계속 해설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황이 좋아지면 스튜디오에서 해설하게 될텐데, 어떠신가요?

엄청 기대하고 있죠. 작년에 집에서 해설했을 때는, 직장 생활과 사생활의 경계선이 없어진 느낌이었어요. 개인적으로 그 경계가 몹시 뚜렷한 타입인데, 그 것이 흐려져서 너무 싫었어요. 빨리 LOL파크에서 해설하고 싶네요.

그러고보니 전에 발로란트 토너먼트가 있어 LOL파크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는데, 전체적으로 너무 좋았습니다. 올해 스프링 시즌도 당분간 집에서 해설해야 하지만, 바이러스가 빨리 잠잠해져서 현장에서 해설하고 싶은 마음이죠.


동감해요. 관중들도 모여야 분위기도 더 살아날 것이니까요.

그렇죠. 누가 트리플 킬만 해도 관중 함성이 대단해지잖아요. 분위기 차이가 극과 극이죠.




LCK 글로벌 해설을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 몇 달이나 걸렸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준비했나요?

옛날부터 치러진 한국의 LoL 경기들을 보면서, 아이코닉한 선수들을 떠올리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제 그들 대부분이 은퇴했으니, 요즘 선수들을 그 당시 유명하던 선수들이랑 비교해보기 위해서 영상들을 많이 찾아봤어요.

그리고 아직 익숙하지 않은 챔피언들에 대해 학습했어요. 물론 모든 챔피언들이 어떤 일들을 하는지에 대해선 알지만, 좀 더 챔피언들의 기능을 직접 느끼고, 어떤 챔피언이 맵에 어떻게 돌아다녀야 하는지, 제대로 된 아이템 빌드 등등... 좋은 해설을 하기 위해 게임을 특출나게 잘 하진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새로운 게임을 해설하는 입장으로서는 배울 것이 한둘이 아니라 많이 배우고 싶었어요.

밴픽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롤드컵에서의 밴픽, 혹은 다른 지역에서 보여진 밴픽들의 흐름을 찾는데 집중을 했고, 해설에서 그 지식을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할지에 대해 고민했죠. 그리고 과연 제가 제대로 게임을 분석하고 있는지도 스스로도 시험하고 싶었어요. 팬들의 피드백은 워낙 즉각적으로 다양하게 나오니까요.


여러 종목을 해설한 경험이 있는데, 새로운 게임을 해설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 전체적으로 똑같은가요? 아니면 각 타이틀마다 확연하게 다른가요?

준비 과정 자체는 비슷해요. 게임에 흐름에 대한 정보를 캐는 것과, 리그에 얽힌 다양한 스토리를 찾는 것이 준비 과정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LCK를 준비하며 크게 다르게 느낀 점도 있죠. LoL이란 게임은 꽤나 역사가 오래 된 게임이잖아요. 그래서 (확실한 정보만을 짚기 위해)제가 하는 모든 준비에 두세 번 더 체크를 하게 됐어요. 일하면서 준비하는 것 중에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었어요. LCK 해설자라는 자리가 평균 정도로 잘해선 안 되는 자리잖아요. 엄청 잘해야죠.


LCK가 내일 본격적으로 시작하죠(이 인터뷰는 1월 12일에 진행되었습니다). LoL 해설과 다른 게임의 해설 간의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스타크래프트 2 해설과 비슷한 것 같아요. 말할 시간도 많고, 생각할 시간도 많아요. LoL 해설을 할 때는, 저랑 다른 해설자와 5~10초 동안 아무 말도 안 한 적도 있었어요. 그 사이 게임 내에서는 선수들이 '반반 파밍'을 하거나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잦아서, 그 공백이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스타크래프트 2에도 이런 경우가 많은데,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 좋은 것 같아요. 오버워치는 완전 반대라고 생각이 들어요. 항상 무언가 벌어지고 있어서, 생각할 시간도 없이 빨리 떠들어야 해요.


LCK 해외 해설자로 공식 발표가 되었을 때, 주변에서 '아, 저 친구는 한국 해설자로도 괜찮을 것 같은데?' 라는 반응이 많았던 것 아시나요? 한국어도 워낙 잘하니까요.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심지어 제 가족도 '한국어로 하는 거야, 아니면 영어로 하는 거야?' 라고 물어보더라고요(웃음). 하지만 한국어로 해설까지 할 정도로 유창하지는 않아요. 제가 쓰는 단어들이 매우 단순해질 거고, 깊이가 전혀 없을 거예요.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서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고 싶네요(웃음).


팬들은 한국 해설진과 해외 해설진의 스타일 차이가 많이 있다고 하죠. 한국 해설진은 본인이 팬이 된 것처럼 에너지 넘치게 해설을 하고, 자연히 그 에너지를 팬들에게 잘 전달하는 느낌이 든다고요. 반면, 해외 해설진은 조금 더 차분하고, 분석적인 시각이 많이 섞여 있는 편이에요. 한국 문화를 잘 아는 10년 차 글로벌 해설진으로서, 본인의 스타일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개인적으로는 딱 중간에 있다고 봐요. 특히 오버워치 같은 경우엔 한국 해설자 분들이 글로벌 해설진과 다른 시점을 가지고 있을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저도 영상들을 많이 보며 공부했어요. 저도 LCK 해설을 하며 다양한 시점을 보여 드리고 싶네요.





시즌 11이 시작됐어요. LCK 첫 주부터 11.1패치로 진행되는데, 현재 메타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신규 아이템들, 특히 신화급 아이템들이 다들 OP라고 말을 하던데...

신화급 아이템들이 오버 밸런스 됐다고 생각합니다. 돌풍이라는 아이템은 현재 많은 메타에서 선택되는데, 조만간 변경 될 것 같습니다. 특히 돌풍 그레이브즈는… 너무 강한 것 같아요.

그레이브즈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지금 메타에서도 정글러의 역할이 너무 중요해요. 담원 게이밍, 특히 '캐니언'에게 희소식인 셈이죠. '캐니언'은 솔로 랭크에서도 장난이 아니니까요. 현재 '세체정'이 아닐까요. 확신을 가지고 그렇게 말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들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캐니언'의 승리는 늘어날 거예요.


지난 케스파컵도 잠깐 이야기해 보죠. 담원 게이밍을 제외하고, 또 아주 잘했다고 느껴진 팀이 있나요?

이번 스프링 시즌에서 다크호스는 리브 샌드박스라고 생각해요. 밴픽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많은 것이 보이고, 조합에 대한 준비가 철저해 보입니다. 다른 팀은 케스파컵에서 쓰기 편한 챔피언 위주로 밴픽을 짜온 게 많이 보였지만, 리브 샌드박스의 밴픽에서는 테마가 뚜렷하게 보였어요. '크로코'의 활약이 아주 인상 깊었어요. 장점이 많은 정글러로 보였죠.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단점만 확실히 잡으면, 잠재력이 폭발할 선수 같아요.


이번 LCK 스토브리그의 승자는 어떤 팀이었다고 생각하나요?

흠… 어려운 질문이네요. 담원 게이밍은 비록 '너구리'와 코칭 스태프를 잃었다 해도, '꼬마' 감독과 '칸' 선수를 영입했으니까요. 예전의 삼성 화이트처럼 드래곤 볼이 흩어지듯 팀 전체가 분해됐을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그대로 있어준 네 선수와 '꼬마', '칸'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되는 팀이에요.

반면에 DRX는 크게 넘어진 것 같아요(웃음). 당분간은 힘들 것 같아요. (한화생명 이스포츠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화생명 이스포츠는 '쵸비'와 '데프트'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모습이 보여요. 그리고 아프리카 프릭스… 그 팀은 어떻게 풀릴지 누구도 잘 모를 것 같아요(웃음). 잘 소화해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10년 동안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종목의 수많은 프로를 지켜봐 왔죠. 이런 시각도 있어요. 예전 프로들은 그냥 단순히 '게임이 좋고,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 게임을 한 느낌이 강하다면, 요즘엔 이스포츠 시장이 커지면서 선수들의 목표도 '프로가 되기 위해서'가 되기도 해요. 본인이 보기엔 과거와 현재의 선수들이 똑같은 동기로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확연히 달라 보이나요?

아주 좋은 질문이네요. 흠… 제가 보기에는 이스포츠가 이제 성장을 아주 많이 함에 따라, 팀에 들어가서 주전으로 활동하는 것 자체도 전보다 힘들어진 것 같아요. 지금 '페이커' 만한 선수가 되려면 꿈을 엄청 크게 가져야겠죠. 아마추어 씬에서 콜업 되는 것에서부터, 팀에 들어가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그리고 먼 훗날에 '페이커 vs 류 제드 미러전' 같은 순간이 나에게 올 때까지…

그 때는 지금만큼 선수들이 많지 않았고, 시장 자체도 아주 안정적이진 않은 상태였어요. 이젠 예전보다 더 높은 사다리를 올라가야 하죠. 물론 많은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레전드가 되자'라는 꿈은 (예전보다도)매우 멀리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리핀의 사연은 안타깝지만, 좋은 예인 것 같아요. 그리핀이 전성기에는 당시 최강의 팀이었고, 모든 선수들이 다 뛰어났잖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흩어졌고, 끝없이 추락했어요. 만약에 아무런 일 없이 계속 그들이 함께 했다면, 어쩌면 LoL 이스포츠 역사에 레전드로 남을 팀이 되었을 거예요. 아 물론 지금도 그들은 레전드로 남을 수 있지만, 훨씬 힘들 거예요. '쵸비'가 잘 하는 미드 라이너라는 것은 모든 이들이 아는 사실이지만, '쵸비'를 '제 2의 페이커'라는 말은 아무도 안 하잖아요. (지금 레전드가 되는 것은) 그만큼 힘들다고 생각이 들어요.


요즘 이스포츠가 한국 메이저 언론에도 다양하게 노출되고 있어요. 본인도 ‘유 퀴즈 온 더 블럭' 이라는 토크쇼에 출연했죠. 이러한 시점에서, 이스포츠가 어떻게 사람들한테 더 알려졌으면 하나요?

OGN이 스타크래프트 2와 LCK를 통해 슈퍼스타를 만들어 냈죠. 비록 게임이지만, 멋있는 오프닝을 통해서 선수들이 이 분야에서는 마치 신 같은 존재라는 것을 표현해 내잖아요. 그런 것들이 방송에 노출되며 다른 사람들이 선수들을 존경하게 되고, 심지어 롤모델로 삼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런 슈퍼스타를 더 만들어 내는 것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이스포츠를 알리는 방법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아직도 게임 중독에 대한 이슈도 많이 들리죠. 하지만 이젠 선수들의 좋아진 연봉에 대해서 더 이야기도 많이 나왔으면 해요. 모든 사람이 돈 이야기 하는 것은 재미있어 하니까요.

그리고 사람들이 저한테 '아직 이스포츠가 대세도 아닌데,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라는 질문을 많이 해요. 개인적으로는, 올림픽이 이스포츠를 필요로 하지, 이스포츠가 올림픽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스포츠는 이미 어마어마하게 성장을 했고, 앞으로도 훨씬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해요. 딱히 다른 스포츠 리그와 비교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퀴즈 출연 이야기를 하자면, 유재석은 카메라가 꺼진 상태에서도 대단했어요. 아우라가 있는 느낌이어서 다가가기 어려웠지만, 나를 잘 챙겨주는 것에서 진심이 느껴졌죠. 게다가 해설을 하는 입장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프로라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어요. 저는 사실 너무 떨어서 조세호를 틀리게 부르고, 유재석을 '재석이' 라고 불렀어요(웃음).




이스포츠가 성장하는만큼, 본인처럼 멋진 해설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더 늘어나고 있을 거예요. 그런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해설자가 되는 과정 중 가장 힘든 것은, 사람들이 본인을 알아볼 수 있도록 제 이름을 알리는데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린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고요. 열심히 노력과 최선을 다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몰라주니까요. 혹은 '낙하산 인사'로 자리를 뺏기는 경우도 있을 거고요.

진짜로 해설자를 꿈꾸고 계신다면, 힘든 시간이 오래 갈 것이라고 인지하셔야 해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을 것이고, 운이 따라주지 않을 수도 있고요. 시간을 왕창 쏟아서 어떤 이벤트를 주최해 보려고 해도 관심 받지 못할 때가 많을 겁니다. 많은 것들을 겪어보고 나서 스스로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지?' 라고 질문하게 될 때가 올 거예요.

그 질문에 포기로 답한다면, 해설자로서 성공은 못 하실 거예요. 해설자의 꿈이 정말 간절하면, 계속 나아가야 하는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도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부터 엄청나게 노력해서, 양지에서의 기회를 처음으로 겨우 얻고 지금까지 이어가는 해설자들이 수없이 많아요. 저는 그래도 이스포츠의 초창기부터 시작을 한 터라, 그 과정이 1-2년 밖에 안 걸린 것 같네요.

인내심을 가지고 나아가셔야 합니다. 정말 간절하다면 포기할 생각은 들지도 않을 겁니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해설자의 길을 추천하진 않겠습니다.


열정이 많이 필요해 보이네요. 본인만의 해설 비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초창기 시절에는 방향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GSL에서의 연출과 내가 방구석에서 해설하는 것들을 비교하며, '아, 메이저가 되기 위해서는 더 잘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계속 관계자들과 프로 선수들과도 연락을 주기적으로 했고, 제가 주최한 쇼매치에 그들을 섭외하기 위해서 시간을 많이 쏟았던 것 같아요.




10년 차 베테랑으로서 아직 목표가 더 남아 있나요?

좋은 질문이네요. 많이 듣는 질문이 있는데, '넌 OWL 결승전도 해설했는데, 더이상 할 게 있나? 산꼭대기에서 좋은 뷰나 관람하면 되지 않나?' 라는 거죠. 하지만 저는 항상 스스로 만족할 만큼 해설을 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 목표는 지금도 동일합니다.


만족을 쉽게 하지 않나 봐요. '아 오늘 진짜 잘한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드는 날은 없었나요?

아이러니하게,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날에 커뮤니티에선 평이 안 좋더라구요(웃음). 방송에서 어떤 스토리텔링을 하겠다는 것은 항상 준비되어 있어요. 그렇게 머리 속에 그림을 그리지만 항상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니, VOD를 보면서 항상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네요.

제 목표는 LoL이란 분야에서 최고의 해설자가 되겠다는 건 아니에요. 저는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해서 LCK를 사랑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예요. 담원 게이밍이 롤드컵 우승을 하면서 LCK에 대한 관심도가 더 올라갔겠죠. 하지만 LCK는 긴 역사, 담원 게이밍, 혹은 T1이나 KT (텔레콤 더비) 보다 더 풍부한 스토리나 재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새로운 팬들에게 한국 이스포츠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고, 그것에 성공한다면 다음 목표를 짜서 이뤄야죠. 궁극적인 목표는 따로 없는 것 같아요.


궁극적인 목표는 없다 해도, 언젠가는 이스포츠를 떠날 시기도 오기 마련이죠. 미래에 이스포츠 씬에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 됐으면 하나요?

몰랐던 스토리들, 혹은 관심이 갈만한 다양한 스토리를 전해주는 자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한국 선수들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알려주는 사람으로 알려졌으면 해요. 사람들이 저를 보고 한국 선수들이나 팀들을 편애한다고 하는데, 제 토대가 한국 이스포츠인데 어쩌겠어요? 어른이 되고서부터 한국에서 계속 있었는데 말이죠. 제가 다른 지역 선수들에 대해서 많이 아는 척도 못해요. 그만큼 실제로 모르니까요.



▲ 사진 출처: 울프 슈뢰더의 트위터(https://twitter.com/proxywolf)


본인과 떼어 놓을 수 없는 단어 중 하나가 부대찌개죠. 비록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한국에 전지 훈련을 오는 해외 선수들이 줄었지만, 혹시나 오게 될 이들에게 ‘부대찌개는 이런 음식이다’ 라고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릴게요.

맨 첫번째로 말하고 싶은 것은, 부트캠프를 하며 패스트푸드만 먹지 말았으면 해요. 시간 날 때 나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고, 도움이 필요하면 제게 메시지를 보내주세요(웃음).

부대찌개라는 음식은 최고의 음식입니다. 매콤하지만, 못 견딜 정도로 맵지도 않은 음식이며, 라면 사리도 들어가요. 한국을 한번도 안 와 봤다고 해도, 라면은 웬만해선 다 먹어 봤을 테니까요. 고기도 다양하게 많이 들어가요. 해외에서는 깡통 햄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데, 육수와 조합되면 정말 맛있어요. (숙취를 해소하는 데에도 최고이지 않나요?) 최고죠. 저도 부대찌개를 처음 먹어봤을 때가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는데, 처음 사진을 봤을 때는… 맛이 없게 생겼다고 느꼈어요. 라면 사리 위에 치즈가 올라가 있고, 채소와 스팸, 그리고 콩이 둥둥 떠있는 것을 봤을 때엔 별로였는데… 그것들이 조리되며 조화되고, 그렇게 형성되는 완성본이 가히 최고죠.

제가 지금 부대찌개 홍보를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진짜 한번 먹어보세요. 제 SNS를 보시면 사진 정말 많아요(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 주세요.

제 이스포츠 커리어에 도움을 주신 모든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굳이 이름을 모두 말 안 해도, 본인이 누구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믿고요. 2011년도에 한국에 처음 온 소년인 저와, 2021년도의 어른이 된 저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많이 배웠고, 이스포츠를 많이 봤고, 그 과정에서 좋게 변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혼자는 여기까지 절대 못 왔을 거예요. 진심으로 도움 주신 모든 이들에게 감사합니다.

이제 LCK에서 새로 시작하는데 매우 기대가 되고, 예쁜 부대찌개 사진들을 더 보고 싶으시면 제 SNS에 놀러와서 팔로우 눌러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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