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디토랜드로 게임 만들기(3) 만들었으면 QA가 필요하다

기획기사 | 윤서호 기자 | 댓글: 2개 |
■ '디토랜드로 게임 만들기' 기획기사 바로가기
[프리뷰] 내가 만드는 가상월드 '디토랜드'
[실전①] 뼈대를 알아야 살을 붙인다
[실전②] 템플릿만 개조해도 반은 OK
└[실전③] 만들긴 만들었는데 QA... QA가 필요하다
└[실전④] QA 후, 피드백의 효과는 어땠을까(예정)

2편에서 대강 템플릿을 개조해서 만든 뒤, 과연 다른 사람도 플레이가 가능할까 싶어서 퍼블리시를 한 뒤에 공개로 전환하고 잠깐 해봤습니다. 그때는 QA를 딱히 의식하거나 신경 쓴 건 아니었죠. 접속이 잘 되고 플레이가 원활한지, 또 기능이 잘 작동되나 간단하게 살펴보는 정도였죠.

호기심을 가진 몇몇 기자들과 한두 판 정도 플레이해본 뒤, 혼자 개발할 때는 안 보이던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총알 그럴듯하게 나가면 되겠지", "이거면 되지 않을까" 사고 실험에서만 맴돌던 것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기 때문이죠. 그래서 부랴부랴 바로 수정하려고 했지만, 공개 퍼블리시 후 비공개로 전환했는데 한동안 수정이 되지 않아서 잠시 손을 떼고 있었죠.

그러는 사이에도 디토랜드에서는 여러 차례의 패치가 진행되고, 구조 자체가 크게 변한 건 아니지만 안정성도 높아졌습니다. 공개 퍼블리싱 후 수정도 제약이 크게 줄어서 수정도 쉬워졌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더 각을 잡아서 기믹을 몇 개 더 추가하고 맵도 잠시 손을 본 뒤, 동료 기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QA를 해봤습니다.



■ 동료라도 봐주는 거 없다, 게임 기자들의 QA 타임


QA(Quality Assurance, 품질 보증)은 말 그대로 품질 보증을 위한 여러 가지 절차들을 일컫습니다. 게임으로 따진다면 게임플레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버그나 충돌부터 각종 밸런스까지, 게임플레이를 저하하는 요소들을 찾아내고 개선해나가는 과정을 지칭하곤 하죠.

원래대로라면 수치화를 위해 좀 더 세분화되고 딱 맞아떨어지는 문항에 액셀 및 여러 소프트웨어까지 동원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디토랜드는 외부 소프트웨어와 호환이 아직 안 되는 상황에, 그냥 간단하게 게임 만드는 것도 어려워하는 제 실력으론 그 정도까지 구현하는 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약식으로 몇 가지 질문지만 작성하고 동료 기자들에게 뿌린 뒤, 플레이한 이후 결과를 종합하는 식으로 QA를 진행했습니다.

총 7명의 기자들에게 전달받은 답안을 정리해보자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다 만들고 나서야 함수를 넣을 걸, 후회하지만 원래 모든 일이 다 그런 법입니다...흙ㅜ


■ 캐릭터 이동 속도 및 조작감, 총기 밸런스, 맵 디자인, 편의성에 대한 전반적 평가

- 이동 속도 및 조작감: 4명이 적당하다고 평가한 반면 2명이 조금 더 캐릭터 이동 속도가 빨랐으면 한다고 지적이 있음. 점프는 적당하다는 평가가 2건 있었으나 체공 시간이 길고 낮다는 지적도 있음. 점프 패드를 사용한 점프가 일반 점프에 비해 조작이 불편하다는 제보도 있음.

- 맵 디자인: 맵 중앙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음. 특히 중앙에서 교전이 중심적으로 일어나는 방향으로 설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대부분. 이를 위해서 고지를 점령하는 사람이 유리한 버프를 얻는 등 여러 제안이 있었음. 맵 각 끝에 건물에서 랜덤 무기와 물약이 나와서 이동 필요성이 적기 때문에 교전 양상이 다소 분산됐다는 평가가 많았음.

뿐만 아니라 점프 패드 활용시 공중에서 이동이 불편하다는 점도 지적받았음. 수정 요함.

- 총기 밸런스: 연사 무기와 단발 무기의 밸런스가 안 맞고, 일부 무기가 탄속이 느려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음. 총기 밸런스에 대한 세부 내용은 하단의 총기 개선 피드백에 대한 문항에 추가.

- 편의성: 튕기는 오류가 두 건 이상 발생. 엔터키로 채팅 메뉴를 열 수 없다는 점과 마우스 시점 이동 전환이 종종 잠긴다는 점이 마이너스로 작용했음. 뿐만 아니라 누가 누구를 킬했다거나 연속킬 알림 등 기본적인 사항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음.





■ 총기 개선 피드백: 어떤 총을 너프/버프해야 할까? (블래스터 / 파워 디바이스 / 피스톨 / 스나이퍼 라이플 / 라이플 / 개틀링 / 로켓 런처 / T버스터)

- 너프해야 할 총: 기관총이 OP라는 답변이 4명으로 제일 높았음. 연사 무기임에도 에임이 많이 흐트러지지 않고, 장탄수도 많고 연사도 빨라서 그냥 세다는 평가. 그 외에는 라이플이 올라운더로 약점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T버스터는 데미지도 세고 스플래시도 있어서 대충 쏴도 3방에 킬이 나서 OP라는 지적이 있었음.

- 버프해야 할 총: 피스톨, 스나이퍼 라이플, 로켓 런처, 블래스터가 꼽힘. 피스톨은 장탄수가 적고 위력도 특출나지 않으며, 스나이퍼 라이플은 현재 게임 특성상 줌샷이 거의 의미가 없다는 평가를 들음. 로켓 런처는 조준하고 쐈음에도 종종 다른 방향으로 나가는 현상이 있다고 보고받음. 블래스터는 예열 시간도 길고 위력도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음.

- 그 외 특이사항: 로켓 런처 총기 사운드 크기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음.


■ 아이템 개선 피드백: 효과가 체감된 아이템과 그렇지 못한 아이템은? (HP 회복 / 스피드 버프 / 점프 버프 / 스피드 점프 버프 / 엘릭서)

- 효과가 체감된 아이템: 아이템을 획득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인원 모두 HP 회복과 스피드 버프를 꼽음. 아이템을 획득하지 못했다고 답한 인원은 2명으로, 아이템 위치 및 스폰 관련 사항도 개선 요망.

- 효과가 체감되지 않은 아이템: 파란색, 즉 점프 버프와 스피드 점프 버프는 큰 체감이 없었다고 답함. 체력과 스피드, 점프 버프를 모두 주는 노란색 엘릭서는 획득 위치는커녕 존재 자체를 아는 사람이 없었음. 아이템 배치에 대해서도 재고해봐야 함.



▲ 기껏 만들어뒀지만 중앙에서만 랜덤스폰이라 아무도 몰랐던 아이템. 이래서 QA가 필요합니다.


■ 추가했으면 하는 맵 기믹과 제일 먼저 개선해야 할 점은?

- 추가했으면 하는 맵 기믹: 파괴 가능한 오브젝트 1건 / 지하로 침투해 이동하는 기믹 1건 / 좁은 통로 형태의 구간 1건 / 점령하거나 먹는 순간 10초 정도 무적이 되면서 강력한 레이저로 정면 넓은 범위를 한 방에 쓸어버릴 수 있는 슈퍼 무기 시스템 1건 / 몇 초간 은신 1건

- 가장 개선이 시급한 점: 엔터 채팅 및 튕기는 오류, 마우스 시점 잠기는 오류가 3건으로 가장 많았음. 그 외에 리스폰 지역에서 초기에 사망할 수 있는 맵 디자인이 개선되어야 하며, 블래스터 및 라이플 등 양손으로 들어야 하는 무기를 한 손으로 쓰는 모션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도 있음. 그 외에 마우스 감도 조절 기능 추가 요구도 있음.


■ 플레이 타임 및 플레이 소감은?

- 플레이 타임 및 소감 총정리: 플레이 타임은 현재 3분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4건, 짧다가 1건, 적절하지만 목표 지점 추가 등 게임 디자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추가 의견이 1건으로 적당하다는 의견이 다수.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고 하이퍼슈터의 기본이 됐다는 평과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평이 있음. 반면 총을 드는 자세나 뛰는 자세 등 모션이 부자연스러운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음.



■ 피드는 받았으니, 백은 되는 것부터 차근차근히




약식이긴 하지만 어쨌든 QA가 끝나고 피드를 받았으면, 이제는 그 항목들을 하나하나 훑어보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늘 나오는 레퍼토리지만 시간은 한정되어있으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한 건 뒤로 미루고 가볍게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봐야 하죠. 그리고는 중요도 순서도 다시 고려해서 재배치해봐야 하겠죠.

디토랜드에서 가장 쉽게 개선 가능한 건 탄속이나 이동속도 관련 사항입니다. 왜냐면 이건 스크립트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는 스크립트 파라미터의 수치만 조율해주면 되기 때문이죠. 해당 수치를 기입할 때 전에 받은 자료를 참고, 조정하면 될 겁니다. 이를 반복하면 무기 밸런스나 아이템 밸런스는 맞출 수 있죠. 정 안 되면 아예 메커니즘을 뜯어고쳐야하겠지만, 의외로 기본 스크립트에 여러 옵션이 잘 나와있어서 그 파라미터만 조율해주는 것만으로도 얼추 밸런스를 맞출 수 있어보입니다.

무기 밸런스를 살펴보면 가장 조정이 시급한 것이 개틀링입니다. OP라는 지적을 4표로 가장 많이 받았고, 저도 잠깐 플레이하면서 너무 세다는 걸 체감했거든요. 그 다음에 나온 지적이 연발 무기와 단발 무기의 격차였으니, 그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야 할지 궁리하고 파라미터를 이리저리 맞추는 걸 우선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걸로도 안 된다면, 개틀링 등 연사 무기를 발사할 때는 이동 속도를 낮출 수 있도록 스크립트를 개선해본다던가 하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연사 무기와 단발 무기의 격차는 사거리나 탄속, 에임보정을 조율해 밸런스를 맞출 수도 있겠고요.



▲ 토이박스에 있는 디폴트 거의 그대로 갖고왔는데도



▲ 아직도 강력한 개틀링, 최우선 수정 사항입니다

기믹이나 아이템 추가는 새로 오브젝트를 만든 뒤, 어떻게 기존의 것과 연결해야 할지 파악하는 과정이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도 디토랜드 안에 있는 툴박스를 어찌저찌 잘 써보면 될 테니, 그 다음 순위로 놓을 수 있겠죠. 어떤 기믹을 선택해야 재미있을지 고민하는 과정도 필요하니까요.

편의성 개선, 특히 게임 내 기본 기능 관련 문제는 아직 디토랜드의 구조를 파악하지 못해서 바로 처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처리는 해야 하니,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차근차근 훑어봐야겠죠.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이 킬표시, 연속킬 알림(2표)였습니다. 이건 UI를 어떻게 만들어보고, 킬 관련 처리를 맡는 서버 스크립트 구조를 훑어본 뒤에 적용해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채팅이나 카메라 세팅은 디토랜드에서 디폴트로 적용해둔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관련된 스크립트나 오브젝트가 어디에 있나 파악하지 못하고 있죠. 이 구조를 뜯어보지 못하면 채팅 UI나 카메라 설정 관련 세팅을 다시 만든 뒤에 연동하는 방법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간 멀티플레이나 3D TPS를 개발해본 적이 없으니, 이걸 처음부터 만드는 건 좀 어렵죠. 아마 이런저런 레퍼런스를 찾아서 시행착오를 거치게 될 겁니다.



▲ 연속킬 관련 메시지도 HUD 이 부분을 뜯어서 추가하거나 개선해보면 될 것 같은데



▲ 채팅 옵션과 관련된 스크립트는 어디에 있는지 찾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디토랜드로 게임 제작에 이어 중간 QA까지, 게임 개발 과정을 한 번 크게 훑어봤습니다. 본업이 있는 만큼 언제 수정하고 패치를 적용할지 모르지만, 수정작업에 돌입하기 전에는 게임을 공개 상태로 놔둘 예정입니다. 일종의 CBT인 셈이죠. 다음엔 아마 저 항목에 대한 피드백을 어떻게 적용해나가나 설명할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제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다면 디토랜드에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만약에 해보셨다면, 여러분의 감상은 어떠신가요? 소감은 항상 댓글로 열려있습니다.



▲ 퀘이X가 되고 싶었으나 되지 못한 훼이크3...과연 여러분의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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