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킵 아웃', 국산 게임인지 전혀 몰랐어요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4개 |

국내외를 막론하고, 스팀을 비롯한 주요 ESD를 모니터링하고 새로 출시되는 게임을 살펴보는 건 아마 게이머들의 주된 루틴 중 하나일 겁니다. 이미 출시일이 공개된 대작들이야 기다리는 맛으로 하는 거고, 이렇게 우연찮게 발견하는 게임들은 또 그것만의 색다른 맛이 있기 때문이죠.

'킵 아웃'을 발견한 것도 이 과정에서였습니다. 스팀 인기 게임란에 떡 하니 올라가 있는데다, 기존에 이미 좋은 평가를 받은 '언래블'이나 '인사이드'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 게다가 착한 가격까지 곁들여지니 이쯤 되면 게임을 사든 말든 일단 한 번은 눈길이 가기 마련이거든요.

그렇게 클릭한 '킵 아웃'. 개발사는 '위버렉티브(Weaveractive)'라는 처음 보는 이름입니다. 이름을 잘 모르는 해외 개발사가 한둘이 아니니 그런갑다 싶었는데 웬걸. 자세히 보니 한국 개발사입니다. 국내에서라도 그럴싸한 인디 게임들은 어떻게든 레이더에 걸리기 마련인데, 무심코 지나가다 본 땅바닥에 떨어진 보석을 찾은 심정이었죠.

'킵 아웃'은 엄청나게 대단한 게임도, 그렇다고 완벽한 게임도 아닙니다. 다만 다섯 명의 개발자가 채 1년도 걸리지 않아 만들었다는 걸 감안한다면, 분명 놀라운 수준이죠. 홈페이지를 수소문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세종시에 위치한 충남권 개발사 '위버렉티브'의 안동현 대표와 서면으로나마 대화를 나눠 볼 수 있었습니다.







Q.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위버렉티브의 대표 안동현입니다.

위버렉티브는 지난해 4월 설립되어 아직 채 1년이 되지 않은 게임 개발 스튜디오로, 현재 5명의 구성원이 함께 게임을 개발 중입니다. 저흰 임직원 평균 연령 26.2세의 젊은 스튜디오로, 틀에 박힌 사무실보다는 보다 밝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게임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게임&소프트웨어 개발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일반적으로 게임 개발사는 판교나 강남권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례적으로 세종시에 스튜디오를 설립한 이유가 있나요?

강남과 판교도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현실적으로 사무실 임대료를 알아본 후 방향을 틀게 되었습니다.(웃음) 대표인 제가 충남권에서 게임 개발 관련 강사 활동을 하고 있었고, 인연이 있던 인근 대학교의 현장 실습생들이 개발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결과적으로 세종시에 근간을 둔, 충남권 개발사가 되었습니다.



▲ 설립 이후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았다


Q. 대표작인 '킵 아웃'에 대해 여쭙고 싶은데, 게임 기획과 개발 결정은 어떻게 이뤄졌습니까?

첫 기획 당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게임을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플래시라이트를 등고 폐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조사하는 전형적인 심령 공포게임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이런 컨셉의 게임은 이미 너무나 많았습니다. 비슷한 콘텐츠들 사이에서 후발 주자인 저희가 살아남기란 매우 힘들 거라 여겼죠.

그러다 생각난것이 시점의 변화입니다. 우리가 도로에서 큰 차 옆을 지나거나, 영화 속에서 거인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듯 작은 생물(장난감)의 입장에서는 큰 생물(인간)이 그 자체만으로 공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기반으로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게임 출시 경험이 전무했기에 어떻게 게임을 출시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연습 삼아 개발한 첫 데모를 인디 게임 플랫폼인 'itch.io'에 업로드했는데, 이 데모가 인기 게임 1순위에 오르는 등 저희도 예상하지 못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 결과로 저희의 생각이 게이머층에 먹힐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더 다듬어서 제대로 만들어 보자"고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첫 데모 버전의 모습


Q. 첫 게임 출시에 첫 스팀 진출인데, 개발 및 유통 등의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모든 과정이 처음이다 보니 당연히 미흡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스팀 파트너가 되기 위한 세금 관련 서류와 출시 후 체크리스트 작성 등 모든 과정이 처음이었기에 어렵게만 다가왔죠. 출시 전에 몇 번이나 꼼꼼히 체크했다고 생각한 부분도 출시 후에는 부족함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고요.

하지만 스팀 자체가 체계가 잘 잡혀 있는 플랫폼이다 보니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황입니다.


Q. 호러/미스터리 퍼즐 사이드스크롤 게임이라는 흔치 않은 장르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호러'가 장르에 표기되어 있지만, 사실 호러보더는 미스터리에 더 가깝습니다. 첫 데모 업로드를 할 때 게임 테마와 장르의 선택을 고민하다가, 점프 스케어 이벤트가 잦다 보니 '호러'를 같이 표기하게 되었습니다.

게임 시점을 사이드스크롤로 정한 이유는 사람의 시야보다 낮은 장난감의 시점에서 관찰하는 형태가 된다면 약간의 답답함은 느낄지언정 저희가 보여드리고자 하는 이미지와 분위기는 확실하게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자유로운 시야를 염두에 두기도 했다만, 이 경우 더욱 많은 부분을 구현해야 했기에 개발 코스트가 늘고,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출에 집중하기 어려울 거라 여겼습니다.





Q. 개발 과정에서 참고한 게임이나 미디어가 있을까요?

장난감이 주인공이 된다는 컨셉 상 픽사&디즈니의 '토이스토리'의 영향은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작은 캐릭터와 대비되는 큰 캐릭터로 컨셉을 잡은 '리틀나이트메어'와 비슷하다는 말도 자주 듣긴 합니다만, 사실 게임 테마와 분위기 등은 같은 사이드스크롤 게임인 플레이데드 스튜디오의 '인사이드'에서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게임 구성과 레벨 디자인 등 많은 면에서 본받을 수 있는 게임이었죠.





Q. 우여곡절 끝에 첫 게임인 '킵 아웃'이 출시되었습니다. 출시 후인 지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예상 외로 많은 국가의 여러 게이머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매우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만, 확실하게 체크했다고 생각했건만 출시 이후 불편한 버그들이 툭툭 드러나고 있어 이 부분은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 분들의 비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가능한 완벽한 경험을 드리고 싶었는데 초기 버전이 그렇지 못한 점에 죄송한 마음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저희는 버그 픽스와 개선 사항 적용을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작업 중입니다.


Q. 스튜디오 블로그를 보니 '힙 보이'와 '프로젝트 B'라는 게임을 별도로 개발 중이더군요. 이 게임들에 대해 소개해줄 수 있습니까?

'힙 보이'는 80년대 레트로 컨셉의 코믹 3D 로그라이크 게임입니다. 빠른 템포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금년 상반기 중 출시될 예정입니다. 또한 '프로젝트 B'는 인터렉티브 무비 장르의 게임으로 사실적 그래픽과 심도 깊은 스토리가 갖춰진 게임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위버렉티브 블로그에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 레트로 로그라이크 게임 '힙 보이'


Q.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인디 게임 스튜디오가 자신들만의 게임 출시를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동료 스튜디오들을 위한 격려나, 출시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가 있다면 몇 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사실 저희도 이제야 막 첫 게임을 런칭한 입장인지라 거창한 노하우나 팁을 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인디 게임 스튜디오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위해 달리고 계시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부디 포기하지 마시고 힘내서 개발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몇 마디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에픽게임즈 사의 메가그랜트에 선정되었고, 이를 통해 지급받은 지원금이 재정적으로 큰 보템이 되었습니다. 또한, 에픽게임즈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지속적으로 게임이 노출되어 스튜디오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국내에서 서포트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해외의 능동적 서포트 시스템에 도전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팀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플랫폼이지만, 'Itch.io'에 등록한 첫 데모가 좋은 반응을 얻었을 때 해당 데이터에 빠르게 대응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업로드 이후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저희 게임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의 성향과 정보(국가 및 유입 경로 등)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움직인 것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킵 아웃'을 플레이하고 있는 게이머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게임임에도 좋은 말, 쓴 말을 모두 주시는 게이머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다회 플레이가 어려운 게임이긴 하지만, 출시가 이뤄졌다고 안주하지 않고 안정적이고 불편함 없는 게임이 되도록 개선하고자 합니다.

또한, 추후 주인공 'Mr.M'이 인간 세계로 떠나기 전의 이야기를 담은 프리퀄 업데이트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약 40분 분량이 될 것이며, DLC나 추가 과금이 아닌, 무료 업데이트로 적용될 예정이니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미 게임을 클리어 하신 분들도 업데이트 이후 다시 한 번 플레이하신다면,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들의 도시 안에서 펼쳐지는 'Mr.M'의 모험을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첫 데모가 업로드되었을 때 가능성이 있다 말씀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 응원이 아니었다면, 저희의 여정은 중간에 멈추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간혹 들곤 합니다.

아직 위버렉티브는 부족함이 많은 개발사이고, 갈 길이 먼 작은 스튜디오지만, 앞으로 부족한 점들을 채워나가며 더 좋은 게임들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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