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학회, "확률 정보, 정확히 공개해야"

게임뉴스 | 윤서호 기자 | 댓글: 50개 |



한국게임학회는 오늘(22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게임법 개정안과 확률형 아이템에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작성한 위정현 학회장은 "최근 게임 이용자의 트럭시위 등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반발과 항의가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게임법 개정안에 포함된 대로 게임 아이템 확률 정보가 정확히 공개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 이야기하는 '자율규제에 의한 확률형 공개 노력'에 대해서는 캡슐형 유료 아이템 제공 게임물에만 한정되어있으며, 자율규제로 게임사가 신고한 확률이 정확한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데다가 위반시 불이익을 줄 방법도 없는 등 한계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확률 조작 논란이 발발하면서, 업계에 대한 유저들의 신뢰가 떨어진 상황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의 반발은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게 되고 이렇게 되면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들어올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하는 한국게임학회에서 발표한 성명문 전문이다.




한국게임학회 성명서

“게임법 개정안에 포함된 대로 게임 아이템 확률 정보는 정확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1. 자율규제에 의한 아이템 확률 공개 노력은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년여간 아이템 확률 정보를 게임사가 자율적으로 공개하는 노력이 시행되어 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런 자율규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율규제에 참여하는 게임사도 엔씨, 넥슨, 넷마블 등 7개사에 머물러 있다. 2018년 6월 1일부터 현재까지 340건의 실적이 있으나 이중 에픽세븐, 다크에덴 등 6개의 게임(2개는 중복 신청)을 제외한 나머지는 7개 회원사의 게임에 불과하다. (국내 등급분류 후 유통된 게임물이 45만9천760건(2019년 게임물관리위원회)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대상 역시 “캡슐형 유료 아이템 제공 게임물”로 한정되어 있다. 자율규제는 게임사가 신고하는 확률이 정확한 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설사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 역시 없다. 더구나 최근 아이템의 확률과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부 게임사들은 유료와 무료의 복수 아이템을 결합하여 제3의 아이템을 생성하게 만듦으로써 기존의 자율규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조차 보이고 있다.


2. 산업계에서 제시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는 영업 비밀’이라는 논리는 그 자체로 모순이다.

"고사양 아이템을 일정 비율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의 밸런스는 게임의 재미를 위한 가장 본질적 부분 중 하나",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연구하며 사업자들이 비밀로 관리하는 대표적 영업 비밀", "현재 확률형 아이템은 '변동 확률' 구조로 돼 있어 그 확률이 이용자의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항상 변동되며, 개발자와 사업자도 확률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라는 주장이 그것인데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자율규제를 시행할 때 왜 영업 비밀을 자발적으로 공개한 것인가?”
“왜 일본의 게임사들은 24시간 변동하는 아이템 확률 정보를 정확히 공개하고 있는 것인가?”
“변동하는 확률을 개발자와 사업자도 정확히 모른다면 지금까지 게임사가 공개한 것은 거짓정보인가?”

이처럼 아이템 확률 정보가 영업 비밀이라는 논리를 들이대는 순간 스스로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또한 공산품이나 금융, 서비스업의 경우에도 “제품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식품의 경우에는 성분 정보는 물론 원산지까지 표기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법적 처벌을 받는다. 식품의 경우 위반시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징역/벌금의 병과라는 강력한 제재를 받는다. 로또 등 복권의 경우에도 당첨확률은 공개된다. 이런 투명한 제품 정보 공개를 통해 이용자는 신뢰감을 가지고 제품을 구매한다.


3. 아이템 확률 정보의 신뢰성을 둘러싼 게임 이용자의 불신과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템 확률 정보에 대한 이용자의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6년의 ‘데스티니 차일드’ 확률 조작 논란이다. 한 유저의 “개발사 측이 공지한 확률보다 훨씬 더 적은 확률로 아이템이 나온다”는 주장으로 시작된 논란은 개발사 대표가 오류를 인정하고 환불을 약속하는 사태까지 번졌다. 해당 유저는 무려 3,600만원을 들여 개발사가 제시한 확률 1.44%의 절반 수준인 0.7%라는 것을 검증했다고 한다.

게임산업은 이용자와 ‘공진화’하는 혁신모델로 이용자와 게임사는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게임사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트럭시위’ 등 이용자가 게임사를 강력히 비판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는 것을 깊이 우려한다. 이용자를 버린 산업, 이용자의 지탄을 받는 산업은 절대 오래갈 수 없다.

아이템 확률 정보에 대한 정확한 공개는 이용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4. 우리는 이번 게임법 개정안 처리에서 문체부와 국회 문체위의 주도적 역할을 촉구한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넘어 ‘게임 아이템에 대한 규제’는 향후 정부 부처간 그리고 국회 상임위 간의 주도권 싸움이 될 것이다. 문체부와 국회 문체위는 과거 ‘게임 셧다운’과 소위 ‘4대중독법’의 대응에서 뼈아픈 실책을 범한 과오가 있다. 문체부는 게임 셧다운 도입과 4대중독법 논란에서 타 부처가 게임산업을 자의적으로 휘두르는 것을 막지 못하고 방관한 중대한 과오가 있다.

이 점은 국회 문체위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회 문체위도 국회 여가위(게임셧다운)나 보건복지위(4대중독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지금도 게임산업은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게임 셧다운의 경우 여가부와 국회 여가위로 정책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지금은 유명무실화된 셧다운 관련 법안이 지금도 폐기되지 못하고 있다. 문체부와 국회 문체위에서 아이템 정보 공개에 대한 법안 처리가 되지 않으면 향후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정부 부처와 국회의 타 상임위가 진입할 것이며 이들과 주도권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다.

게임산업의 백년대계를 위한 단호한 자세를 문체부와 국회 문체위가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5. 게임 생태계의 건전화, 게임 이용자의 신뢰회복은 게임산업의 장기적 발전의 초석이다.

게임업계는 글로벌 경영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지속가능 경영, 지속가능 산업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기를 촉구한다. 최근 한국은 물론 글로벌 사회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ESG는 기업 경영에서 친환경과 사회적 가치, 지배구조 개선 등을 중요시하는 철학이다. 하지만 한국의 게임업계에서 이러한 ESG에 대한 관심이나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트럭시위 등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이용자들의 문제제기와 비판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의 아이템 확률 공개에 대한 법제화는 게임 생태계의 건전화, 게임 이용자의 신뢰회복 노력의 시작에 다름 아니다.


2021년 2월 22일 한국게임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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