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컬쳐] 영화 '몬스터 헌터', 몬스터 CG만 좋더라

기획기사 | 윤홍만 기자 | 댓글: 22개 |

영화 '몬스터 헌터'가 지난 10일,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국내에 개봉했다.

대부분의 게임 원작 영화가 그러했지만, '몬스터 헌터'는 원작 팬으로서 특히나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던 영화다. 명확한 스토리라인이 있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한 명의 헌터가 대자연에서 몬스터를 사냥한다는, 수렵 헌팅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운 게임인 만큼, 영화로 만들기 어려운 소재이지 않을까 싶었다. 여기에 더해 지금까지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대부분이 참패를 면치 못했기에 '몬스터 헌터'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일말의 기대를 품은 것도 사실이다. 예고편을 통해 공개한 몬스터들의 CG 퀄리티가 예상 이상이었고, 가장 성공적인 게임 원작 영화인 '레지던트 이블'의 폴 W.S 앤더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밀라 요보비치가 주연으로 나섰으니 적어도 볼거리만큼은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렇게 지난 주말, 극장으로 향했다. 과연 '몬스터 헌터'는 원작 팬의 기대에 부흥한 영화였을까? 아니면 원작의 IP만 빌린 그저 그런 영화였을까?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해볼까 한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원작을 잘 살렸는지 여부다. '몬스터 헌터'에 있어선 몬스터들의 모습, 그리고 헌터들이 쓰는 무기가 아마 그럴 것이다. 어찌 보면 '몬스터 헌터'의 알파요 오메가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몬스터 헌터'는 절반은 먹고 들어간 모습이었다. 어색한 부분도 거의 없고 원작 개발진이 개발에 참여한 덕분인지 디아블로스나 리오레우스의 박력은 게임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 하지 않았다. 압도적인 몬스터들의 강함을 단번에 보여준다.

여기에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리오레우스의 해부도를 비롯해 불을 뿜는 방식, 디아블로스가 소리에 민감하다는 것과 영역 의식이 강하다는 것 등 설정집인 헌터 대전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이 등장해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몬스터들의 CG 퀄리티만 놓고 보면 여느 블록버스터급 영화 못지않은 모습이다.



▲ 리오레우스가 히어로 랜딩을 할 줄이야

그러나 이런 완성도는 어디까지나 몬스터에만 국한돼 아쉬움을 남겼다. 몬스터 헌터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몬스터의 대척점에 선 헌터들의 모습은 어딘지 어설플 뿐이었다. '몬스터 헌터 월드'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기 때문인지 헌터(토니 쟈)를 비롯해 접수원, 쾌활한 선발단원, 대단장 등 게임에 익숙한 캐릭터의 모습으로 나오는데 영화 속에 녹아들기보다는 코스프레라는 느낌을 준다.

이는 단순히 외형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들 캐릭터들의 분량 자체도 거의 없는 수준이다. 대단장과 헌터를 제외하면 2~3분 정도에 불과하고 대사도 거의 없다. 원작 팬들을 위한 것치곤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었다.



▲ 우리 접수원이 예뻐졌어요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작중 비중은 공기 수준이다

아쉬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원작에서 몬스터들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생태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생물이었다. 그런데 '몬스터 헌터'에서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물로서의 모습은 거의 엿볼 수 없었다. 몬스터는 글자 그대로 인간을 위협하는 괴물일 뿐이며, 주인공들이 몬스터와 싸우는 이유 역시 소재나 고기 등의 자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다. 사실상 원작 게임에서 몬스터를 가져오기만 한 단순한 괴수물에 불과한 모습이다.

다소 아쉬웠지만 사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넘어갈만 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원작 게임은 큰 줄기에서 헌터가 몬스터로 인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대명제를 제외하면 깊이 있는 스토리를 내세운 게임은 아니었다. 실제로 몬스터가 생태계를 구성한다고 하나의 생물이라고 했지만, 게임을 하면서 직접 느끼기도 어렵다. 어디까지나 설정상의 이야기로, 영화에 담기 어려운 소재라는 의미다.



▲ 대검을 왜 그렇게 쓰냐고! 참 모아베기 해야지!

문제는 설정 외에도 원작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부분이다. 원작의 팬이든 그렇지 않든 '몬스터 헌터'라는 타이틀을 보고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그림이 있을 것이다. 냉병기를 들고 거대한 몬스터를 사냥하는 헌터의 모습. 그러나 아쉽게도 영화 속에서 이런 모습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몬스터의 압도적인 강함에 주인공들은 그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다.

현대 화기는 물론이고 몬스터 헌터 세계의 활이나 대검 역시 거의 통하지 않는다. 대검으로 디아블로스를 쓰러뜨려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지만, 이마저도 뭔가 어설프다. 운 좋게 급소를 찌른 느낌으로 '굳이 대검이 아니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원작의 액션을 1%도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다. 초반에 아르테미스와 헌터가 치고받는 게 더 박진감 넘칠 정도니, 액션에 대해선 말 다한 셈이다.



▲ 뭔가 몬헌식 액션을 보여주려고 하긴 하는데...

영화 관람을 끝마치고 내가 너무 큰 걸 바란 걸까 하는 생각부터 이걸 몬스터 헌터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결론을 내리자면 '몬스터 헌터'는 게임을 원작으로 한 전형적인 B급 영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원작 팬이라면 박력 넘치는 디아블로스와 리오레우스의 모습에 감탄할지도 모른다. 기자 역시 그랬다. '그래 봤자 게임 원작 영화겠지'하고 우습게 봤는데, 몬스터가 등장하는 그 장면만큼은 정말 감탄한 기억이 있다. 진짜 제대로 만들었구나 싶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부터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몬스터 헌터 세계의 무기를 들 때만 해도 이제 뭔가 보여주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러한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원작 팬이 아니라면 괴수물로서 가볍게 볼만한 오락 영화는 되지 않았나 싶다. 이마저도 100점짜리 오락 영화는 아니지만, 오히려 원작 팬이 아니기에 더 재미있게 볼 수도 있다. 결국 기억에 남은 건 몬스터들의 박력 뿐. 게임 영화화의 저주, 풀려면 아직도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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